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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산나위크/판타지) 엘쨔는 심심해요 6모바일에서 작성

ㅇㅇ(60.28) 2015.05.06 00:45:35
조회 1368 추천 36 댓글 9


마왕 맞아? 얼음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걸로 봐선 맞는 듯한데. 몸이 자유로워진 안나는 계속 의심하고 있어. 작은 눈사람들도 그렇고, 그와 사이좋게 지내는 안놔도 이상해. 사시미칼은 구석에서 꽂혀 작은 눈사람이 지키고 있고. 눈 앞엔 찻잔이 있어. 과자를 먹으라 그릇을 주는 엘사에게 두 손으로 간식을 받은 안나는 딱딱한 과자를 한입 물었어.


"저기.. 안나는 용사잖아? 재밌는 이야기가 많겠지?" 마왕은 수다스럽기까지 했어. 자신의 수하들의 희생을 당연시 하는 비열하고 악독한데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이미지와는 정반대야. 아차, 연기하는 걸수도 있겠어. 밤이 되면 몰래 목숨을 노리는 주도면밀한 마왕일지도! 안나는 딱딱한 과자를 씹으면서 마왕을 뚫어져라 봐.


"난 아직 그쪽을 믿을 수 없어." 과자는 참 맛있네. 와삭와삭 과자를 먹는 안나가 다른 과자 하나를 입 안에 쏙 넣었어. 안놔를 제 옆으로 데려와 앉히니 마왕은 엘무룩. 몸이 축 쳐져. 자기가 못마땅한가봐. 뭐 불편한거라도 있나? 마왕은 용사의 눈치를 살펴.


"해치지 않을거야. 난 너의 모험담을 듣고 싶어."  
"정보를 캐내고 나서는? 날이 저물면 쥐도새도 모르게 없애려는 것 아냐?"
"안놔! 엘쨔는 그런 나쁜 뫄왕이 아니야!"
"너도 정신차려!  눈 앞에 있는 이 여자는 마왕이야! 마왕이란 호칭에 걸맞는 무언가가 있을거라고! 한시라도 경계를 늦춰선 안 되는 판에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거야!"


안나가 버럭 소리치면서 마왕에게 삿대질을 했어. 온몸이 잔뜩 움츠러든 마왕은 흠칫 놀라더니 두 다리를 모아. 작은 눈사람들은 또 마왕에게 몰려들었어. 안놔도 마왕 곁으로 가서 뿌챡뿌챡 달래주고. 정말이지! 안나는 빨리 이 성에서 나가고 싶었어.


"안놔는 왜 엘쨔를 울리는거야!" 지금 마왕을 감싸려 나한테 언성높이는 거야? 예쁜 여자를 봤다고 홀랑 넘어가긴! 가, 가슴도 크긴 하지만... 안나는 괜스레 자신의 가슴을 만지작거렸어. 안나는 마왕은 울고 용사는 나쁜 인물로 뒤바뀌는 이 순간을 이해할 수 없었어. 안놔는 울지말라며 토닥이고 작은 눈사람들은 안놔를 빤히 보는데. 꼭 사과하라고 말하는 듯해.


하지만 안나는 뜻을 굽히지 않았어. "그, 그럼 마왕이 아닌데 왜 사람들을 괴롭히고 못살게 군거야!" 안나가 마왕을 혼내줄 검을 흘끔거리자 작은 눈사람들이 알아채고 검 주변으로 몰려들었어. 사실은 저 작은것들이 마왕아니야? 작은 눈사람들이 더 무서워보여.


"엘쨔는 단지 찜찜해서 장난 친거랬쪄!" 심심하면 마을을 눈에 뒤덮어도 되는거야? 나참.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동정을 사려만 하고. 안나는 어색한 거짓말엔 속지 않겠다며 콧방귀를 껴. 그렇지만 그게 사실인 걸. 평범한 마을에서 얼음 마법을 쓸 줄 알았던 엘사는 어릴 적 나쁜 마녀 취급을 받고 쫓겨나 지금껏 혼자 였을텐데. 안놔는 마왕이 탄생한 이유가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우기고 안나는 그런 이유로 세상을 위협하냐고 반박하며 서로 옥신각신 싸워. 마왕이 손님인 용사님을 위해 마련한 자리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어.


"안놔는 몰짱찍한 닌겐이야!"
"몰상식한게 아니라 못 된거겠지. 그건 내가 아니라 너야! 쬐그만게!"
"뭐 쬐그매! 안놔 가쯤이 내 쫀보다도 더..!"
"이제 그만해!"


마왕이 빽! 소리지르자 마왕을 중심으로 얼음결정들이 퍼져나갔어. 작은 눈사람들은 바람을 견디지 못해 날아가고 안나는 안놔를 감쌌지. 방금 마왕이 공격했어! 안나는 커다란 검 대신 허리춤에 찬 작은 단검을 뽑아들었어. 단검을 들고 마왕에게 다가가니 작은 눈사람이 오른팔에 달려들어 매달리는데, 안나는 등에서 눌러오는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아.


안나는 무릎을 꿇게 됐어. 눈사람이 밀어준 덕에 마왕의 코앞까지 왔지. 폴짝 내려온 안놔가 엘사를 가리켰어. "당장 엘쨔한테 짜과해!" 안나는 용사도 아닌 나쁜 사람이라며 큰소리까지 쳤어. 사과하지 않으면 안나랑 안 놀고 같이 다니지도 않을 거라면서 으름장을 놨지.


안놔가 없으면 여행에 무슨 재미가 있겠어. 마왕한테 사과를 한다니! 멋지게 무찌르고 해결해야 하는 이때 무릎꿇고 사과라니. 안나의 자존심이 구깃구깃 구겨졌어. 안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이 좀 심했..네. 미..안." 들릴듯 말듯 웅얼거려.


마왕은 동화책에서 본 적 있었어. 싸우고 화해하면 친구가 되는거래. 싸우고 화해했으니 사이가 가까워졌을 거야. 마왕은 와락 용사를 끌어안았어. 어라, 얼음을 다룰 줄 아는 마왕은 생각 외로 따뜻해. 눈을 동그랗게 뜬 안나는 저도 모르게 마왕의 허리 위로 손을 올렸어. 화해를 부추긴 안놔는 한 건 해결했다며 우쭐해 하고, 작은 눈사람들은 주인에게 새 친구가 생겨 기뻐 폴짝거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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