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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매직썰] 하룻밤의 인연으로 서로에게 코 꿰인 엘산나썰 9

늦게인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8.17 19:48:06
조회 4454 추천 128 댓글 19

9.

 

 

알아서 하라는 대답에 안나는 일주일째 출근해서도까지 호칭에 대해서 고민중이야이런 건 루헤인 가 사람들이 잘 아는데자칭 사랑전문가들이니까하지만 아직 엘사의 존재도 얘기를 안 했어오늘 내일 찾아 뵙고 얘기를 드려야겠다 싶지다니엘과 크리스틴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이젠 전화도 받지 않아결혼하게 될 거 같다고 문자를 남겼음에도 묵묵부답이라 아무래도 식장엔 루헤인 식구들이 오게 될 거 같아아쉬울 것도 없었어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거든이 사실에 대해서 엘사는 납득하기 어려워했지만 여차저차 잘 설득을 했으니그렇다고 온전히 의문이 해결된 것 같지도 않아역시나 복잡한 문제야.

 

아이와 인사하게 된 이후로 엘사와 안나는 간간히 스킨십을 하게 되었어출근할 때 한 번 끌어 안으며 다녀오겠다 말하거나 – 물론 이 때 엘사는 별로 좋아하는 거 같지 않아 – 아이와 대화할 때 가끔 엘사가 손을 배에 올려주는 것과 같은.

 

아이와도 엘사와도 더 많은 걸 하고 나누고 싶지만 엘사를 부담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아 자제하려 노력중이야단 한 순간을 빼고같이 잘 때.아마 안나의 사심이 가장 많이 담긴 시간은 이때가 아닐까해.

 

침대는 좁아서 두 사람이 끌어 안고 자지 않는 이상 같이 자기가 어려워저를 불편해하는 엘사를 위해 적당히 내려와서 자려고 하는데 멜리사가 은근히 함께 자기를 종용해결국 안고 잘 수 밖에 없지정말 좋지만 안나는 자꾸 가슴이 뛰어서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자.

 

어제는 태교할만한 책을 사서 들어갔어제가 정말 아무 것도 모른다는 걸 또 다시 깨달았지공부를 하면 할수록 어려워정신이 정말 하나도 없어이와 함께 결혼식 준비를 하려니 더 복잡해져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고 도와달라고 하면 좋겠지만 아직 그 어느 것도 명확하게 밝힐 수 없어.

 

지금처럼.

 

안나이런 건 키친 스튜어트들이 하는 일이잖아요전업하고 싶은 거예요?”

 

헤드 셰프뮬란길거리를 헤맬 때 처음 만났고 저를 거둬준 은인이야그녀의 얼굴에 어느 새 얼굴에 주름이 있어시간이 흐른 게 느껴지지.하지만 그녀는 여전해저를 염려하는 말이야이대로라면 요리사의 길보다는 곁길로 빠지게 되지 않겠냐는 물음이지.

 

아이를 선택했을 때부터 많은 걸 포기할 각오였으니까.

 

그녀의 다정한 물음에도 어느 것도 밝히지 못하고 안나는 그저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뮬란의 방을 나와.

 

근무시간도 줄고 업무도 조금은 바뀔 거야요리사의 실무보다는 잡일이 늘겠지엘사를 챙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회사원보다 출근시간이 늦은 요리사가 같은 시간에 퇴근을 하려면 방법이 없으니까.

 

팟타이를 하려 쌀국수를 불리다가 희미하게 웃는 안나야아쉬운 마음도 없지 않아 있지만 뮬란처럼 셰프가 되고 싶었다면 르 코르 동 블루에 갔을거라고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져.

 

멜리사는 오늘 회식하러 간댔고 엘사는 야근이라고 해서 오늘은 회사에 저녁을 가져다 줄 생각이야마음 같아선 야근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회사 자체적인 업무라는데 어떻게 해그래도 걱정되니까 근처 카페에서 기다려야겠어루헤인 가에는 내일 가야겠네.

 

-

 

오지 않아도 된다니까...”

 

제가 먼저 끊어놓고 차마 하지 못한 말을 흘려보내늘 밝네언제고 밝아.

 

조용한 저와 성격이 많이 달라서 같이 살면서 받을 스트레스를 계산했었는데 생각보다 같이 살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없어그래봤자 아직 일주일이지만처음의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놀라서 계약서 조항에 썼었어야 했나 싶기도 한 점은 물론 있었어출근하기 전에 끌어안는 거

 

멜리사에게도 하는 걸 보니 가풍인가보다 하고 넘기지대체 어디서 주워듣고 온 건지 제 배를 향해 우리 스위티-’하며 내 뱉는 말도태담이 아이한테 좋대서 일단은 넘기고 있고.

 

좋은 점도 있어혼자 자는 것도 불면증이 있어서 잘 못자는데 안나와 함께 자게 되고서 부터는 좀 잠이 잘 오는 것 같아녹차치고는 단 체향을 맡고 있노라면 금세 다음 날이 되어있어그 전까지는 하루에 너댓번도 더 깼던 거 같은데 일주일 동안 자다 깬 건 두 세 번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오늘 메뉴는 뭐려나물어볼걸요즘은 자꾸 기름진 게 당겨서 문제야살찌면 안 되는데... 사무실로 들어오는데 올라프 대리가 저를 반겨.

 

팀장님은 오늘 식사 안 하세요저희랑 같이 가시죠.”

나 기다리느라 아직 안 간거예요미안해요.”

미안하시면 오늘 팀장님이 쏘시는 겁니까!”

정말 미안약속이 있어서요다녀오세요.”

 

정말로 저를 기다렸는지.

하긴 부장이 없는 상황에서 과장이 식사하러 가지도 않았는데 나갈 수는 없었겠지.

 

다녀오라는 말에 다들 몰려서 밖으로 향해오늘은 전 부서가 특근을 하는 날이야성수기가 돼서 일을 몰아치게 하지 않으려고 자체적으로 하는 일이지야근수당도 나오고 좋지 뭐.

 

조용해진 사무실에 홀로 앉아 한숨을 쉬다가 서랍에서 이면지를 꺼내 그림을 그려그림보다는 건물에 가까워대학 다니면서 청강한 기하학인데 문학만큼이나 좋아져버렸어소설을 써볼까 하고 시간을 보내다 그리게 되었는데 제겐 이 시간이 제일 편해그러다보니까 벌써 6시야.

 

1층 로비에 내려가다가 엘사는 사무실에 지갑을 두고 왔다는 걸 떠올려두고 갈까 싶었지만 애써 이곳으로 오는 사람한테 뭐라도 하나 사줄까 싶어서 다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지다들 저녁 먹으러 간 줄 알았는데 어느 새 문이 열려있어.

 

열려있는 문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들려오는 이야기가 그녀의 발을 멈춰세워.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들이야말레피센트와 오로라.

팀장인 그녀가 그 목소리들을 하나 하나 구분 못할 리 없어.

 

로열 패밀리니 낙하산이니 뭐니 하는 꼬리표들,

저를 향한 보이지 않는 돌들,

묻고 싶어져.

 

여러 번 반복되는 일이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야.

그 이름을 등에 업어 쉬웠을 지도 모르겠다고

인정하지만 제 노력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해주지 않는 게 원망스러워.

신입으로 입사하기 위해서 별 일을 다 했다고왓슨이라는 서네임 하에선 서류도 이상한 걸 내고 면접을 보지 않아도 통과시킬 거 같아서 엘사 홈즈라는 이름으로 입사했었어.

 

사원주임대리과장에 와서야 밝혀진 제 서네임그걸 밝힌 사람이 마리와 로라인 것도 알아어디서 주워들어왔는지 몰라도그들의 저격은 성공해서 엘사는 많은 동기들을 잃고 마음 편한 관계를 잃었어그 이후론 냉랭해져버렸지엘사 홈즈일 때는 편안해하던 사람들이 엘사 왓슨이 되니까 스스로 물러나거나 저를 이용해먹을 생각만 했거든.

 

... 너희들에겐 한 마디 한 마디 재미난 가십거리일지 몰라도들을때마다 저는 죽고 싶어진다고화도 내고 싶고 욕도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아니모르겠다오늘과 같은 수위라면 아마 뱃속의 아이가 아니었더라면 욕을 했을 지도 몰라.

 

그래도... 선택한 건 막간의 심호흡차갑게 머리를 얼리려 노력해제 얘기가 끝날 때쯤 들어가면 될 거라고 저를 다독여다시 머릿속에 냉정을 부르며 오늘의 주제는 무엇인가’ 들어볼까 하는데 무언가 따뜻한 게 귀를 감싸놀라는 것도 잠시 부드럽게 밀려오는 녹차향에 놀란 마음이 가라앉아.

 

안나야시간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는 제가 걱정되었는지 올라왔나봐.

 

급하게 사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듯 옷자락이 날리고 있어오늘도 역시나같이 살게 되니 알게 된 이 사람의 흠이야옷을 잘 못 입어스타일적인 것도 그렇고 실제로 입는 것도 그렇고단추 꿰는 옷은 말도 못해자꾸 엇갈려 꿰거나 목깃 단추에 꿰어야하는 카라를 맨 윗 단추에 꿰기도 해아침에 지적해주면 어색하게 웃으며 고맙다 말하는 모습을 보며 간혹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하지.

 

저부터 신경쓰지제 옷이 틀어진 건 생각도 못하고 그저 안의 동태를 살펴그러다 제 눈과 마주치니 싱긋 웃어보여입을 뻐끔거리는 게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해서 입모양을 읽어봐....

 

당신은 대체 뭐가 미안한 거야미안한 건 모르겠지만 이상해근래 들어서 일이야잠이 안와서 뒤척거리는데 토닥여주던 때부터 인가아니면 일어나 차가 마시고 싶다고 고집부리는 저를 보며 핫초코를 타주겠다고 제 손에 따뜻한 머그잔을 쥐어주며 웃었을 때부터인가.

 

당신과 어딘가가 닿으면 심장이 자꾸만 빠르게 뛰어빠른 건 상관없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파주인의 명령을 듣지 않는 심장은 그러지 말라 말해도 듣지 않아곧 손이 떨어지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와.

 

저런 걸 왜 듣고 있어요마음 아프게.”

 

오늘은 더 이상해지금은 닿아 있는 곳도 없는데 당신 얼굴을 보니까 심장이 뛰는 건 물론이거니와 자꾸만 가슴 어딘가가 간질거려와.

 

그래당신은 내게 미안해 해야 해당신이 자꾸 날 이상하게 만드니까.

 

누군지 기억해놔요내가 복수해줄게요어쩐지 아이 같은 말에 엘사는 저도 모르게 웃어.

 

내가 말한다고 알아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목소리가 별로 안 예쁜 게 생긴 것도 엘사만 못할 거 같네요.”

 

나쁜 말했다아가야 미안못 들은 걸로 해줘오늘은 내가 맛있는 팟타이를 싸왔어스위티-. 먹고 엘사 엄마 말 잘 듣기다?”

 

얼굴엔 그 다정한 미소가 만연한 채로 안나는 엘사를 바라봐엘사는 멍해져간질거림의 이유를 알 거 같았거든.

 

이러지마이렇게까지 잘해주면 당신이 좋아질 거 같잖아그러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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