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할래?”

“안나 아렌델입니다. 미리 찾아뵈었어야했는데 죄송해요.”

어느 새 무릎을 꿇고 다가가 제가 했던 것처럼 묘비에 말을 붙이고 있어. 가운데에 있는 사진을 들여다 봐.

“엘사 씨가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미인인가 했는데 진짜네요. 어머님이랑 똑같이 생겼어요.”

“저 요리 잘 해요! 저 요리사거든요. 아직은 햇병아리 요리사이긴 한데... 제가 해준 음식, 입에 맞는 것 같아서 다행이예요. 맛있다고 해줬어요. 아. 어머님, 아버님도 제가 한 음식 맛 보셔야하는데. 그러면 바로 절 허락해주실텐데. 그게 좀 아쉽네요.”

“엘사... 제가 많이 사랑해줄게요. 지켜줄게요. 지켜봐주세요!”

“아 맞다. 아기는 좀 빠르긴 한데... 너무 예뻐서 못 참았어요. 음... 다 제 잘못이니까, 나중에 뵙고 혼나겠습니다.”

하늘에 있는 사람들에게 대고 거짓말은.

“다음엔 함께 올게요.”

정말로 살아있는 사람에게 하듯, 친근하게 말을 붙이는 안나를 보며 복잡 미묘하게 자꾸 무엇인가 새어나가려 해. 참 이상한 감정인데 무어라 명명할 수 없어. 억지로 허공으로 시선을 향해도 자꾸만 흘러서 멜리사도 어쩔 도리가 없어. 언제 일어났는지, 안나가 어느 샌가 다가와서 우는 게 들켰나 싶은 멜리사가 등지려는데.

“이런, 비가 오네요.”

“비?”

손수건을 내밀더니 하는 말이야. 그 말에 멜리사는 하늘을 올려다봐. 해가 쨍쨍해. 구름 한 점 없이 맑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물으려는데 눈이 겹쳐. 동정도 아니고 슬픔도 아닌 그 눈동자에서 오히려 안도감을 느껴. 알 것 같아.

“그러게. 비가 정말 많이 오네.”

봤지, 얘가 이런 애야.

멜리사는 손수건을 받아들고 살짝 몸을 돌린 채,

‘빗방울’을 훔치며 입꼬리를 살짝 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