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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엘쨔와 버섯밀렵꾼모바일에서 작성

ㅇㅇ(60.28) 2016.01.30 23:02:44
조회 700 추천 31 댓글 9


버섯숲 탈환을 돕겠다고 대왕버섯에게 다짐한 안나일행은 그날 버섯들과 같이 밤을 보내게 됐어. 안나는 버섯들에게 끌려가서 얘기하기 바쁘고, 안놔도 오랜만에 동족 친구가 생겨서 기쁜건지 늦은 밤이 돼서도 이리저리 뿌쨕대. 엘사는 어떤 버섯도 제 옆으로 오지 않아서 시무룩해.

엘사는 제 맞은편 천성이 게을러 느긋하게 앉아있기를 좋아하는 대왕버섯을 빤히 봐. 느릿느릿 눈을 꿈뻑이는게 보는 이들도 피곤하게 하는 자태였어. 대왕버섯도 저를 보는 엘사의 시선을 느낀건지 눈을 마주쳐. 버섯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전직마왕은 버섯의 생각은 읽을 수 없었어.

"큰버섯아. 왜 작은버섯들이 날 싫어하는지 넌 알아? 내가 무섭다는 건 무슨 소리야?"

작은버섯들 사이에 파묻혀서 팔만 겨우 밖으로 빼놓은 안나와 달리 작은버섯들은 도통 엘사의 옆으로 올 생각도 없어. 대왕버섯에게 물은 엘사는 제 손바닥을 보며 손을 쥐었다 펴. 이것때문에 안 오는 걸까.

"버쪗은...따꾼따꾼 좋아..."
"따끈따끈? 따뜻한게 좋단 소리야? 지금 나도 따뜻한데.."
"하얀 닌겐...계쪽 차가워..."
"..큰버섯도 내가 무서워?"

엘사의 물음에 대왕버섯은 육중한 몸을 일으켜서 몸뚱이 전체를 양옆으로 살랑이며 엘사가 무섭지 않다고 대답해줬어. 대왕버섯은 차가운 닌겐이 외로워 보였을거야. 엘사는 벌떡 일어나 토도도 대왕버섯에게 가서 꼬옥 안아줘.

따뜻함을 좋아하는 버섯은 엘사의 포옹을 좋아하지 않지만 대왕버섯은 몸을 웅크리며 작은 손으로 엘사를 포옹해줬어. 차가운 닌겐은 마음씨가 착해. 하지만 어떤 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받냐에 따라 차가운 닌겐의 미래가 좌우되겠지. 오래오래 산 거대한 대왕버섯도 알지 못하는 미래일거야.

하나둘 피곤해지는 작은버섯들 덕에 안나는 작은 버섯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됐어. 온몸이 포자투성이야. 형형색색으로 포자를 온몸으로 맞아대며 버섯들과 이리저리 치이며 놀게 된 안나는 노곤한 몸을 일으켰어. 안놔를 부르려 했더니 누가 안놔인지 알아야지.

"안놔! 여기있지 말고.."
"놔랏, 닌겐!"
"앗, 미안.."

안놔인 줄 알았던 버섯을 집어 주머니에 넣으려니 잠에서 깬 버섯이 안나에게 호통을 치고 말았네. 이미 안놔가 엘사에게 가려고 더미에서 탈출 했다는 건 꿈에도 모르고 안나는 버섯 더미에서 안놔 찾기에 돌입해. 어두워서 영 보이지 않아. 버섯들의 빛나는 몸뚱이의 의지하는 것도 한계인가봐.

말랑말랑 거대한 버섯을 커다란 베개삼아 잠든 엘사의 옆으로 구르듯이 온 안놔는 포옥 숨을 내쉬며 자는 엘사의 몸 틈에 제 몸뚱이를 끼워넣듯이 들어가 자리를 잡아. 엘쨔가 좋은 안놔에겐 엘쨔의 차가움이 느껴질 리가 없었어. 안놔는 정말 최적화된 엘쨔의 버섯이야.

여러 버섯을 집고 내려놓고 사과하며 안놔를 찾던 안나는 포기하고 엘사의 곁으로 와. 이게 웬 일인지 안놔는 엘사의 옆에서 자고있었어. 안나는 지금까지 한 수고가 헛수고가 돼버린 걸 알아버렸어. 괜히 제 머리를 박박 긁어댔지. 안놔가 알았다면 깔깔 비웃었을거야. 멍청한 용짜라면서.

포자투성이 몸으로 엘사와 잘 수는 없었어. 안나는 거대한 검을 기대놓은 벽 옆에 앉아서 습관이 된 보초를 서겠지. 대왕버섯이 뚫어놓은 거대한 구멍에는 절벽 높이의 알맞게 높은 하늘의 바람이 동굴 안으로 스며들어와. 안나는 추위를 피하려 모포를 덮으려 제 짐을 주섬거리는데, 우뚝 멈추더니 버섯을 껴안고 자는 엘사를 흘끔대.

안나는 제 모포를 들고 일어나 엘사에게 가서 덮어줘. 어차피 지금 덮고자면 모포가 포자범벅이 되겠지. 보초도 서야하니 덮어버리면 따뜻함에 잠도 오겠고. 안나는 제 모포를 엘사에게 양보해줬어. 정말 밤을 샐 참인지 안나는 동굴 벽에 기대어 앉아. 뚫린 구멍을 멍하니 보며 들어오는 바람에 제 날숨이라도 실어 보내며 시간을 보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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