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밀렵꾼과 다음 에피소드 사이의 짧은 이야기-

"이봐, 그쪽은 왜 자꾸 따라오는거야! "

숲에서 나와도 멀찌감치 떨어져 따라오는게 거슬렸는지 안나는 성녀에게 윽박질렀어. 소리한번 우렁차네 무식한 전사가! 성녀가 약지로 제 귀를 후비면서 무시하는 태도로 걸어오니, 엘사의 손을 잡고 있는 안나가 코앞까지 온 성녀에게 다시 소리쳐.

"아직 우리한테 볼일이 더 남은거야?"
"시끄러워. 소리지르지마. 멀쩡한 사람 귀머거리 되겠다."
"왜 쫓아오는 건데?"
"왜 쫓아가면 안 되는데?"
"그, 그건..!"
"미안하지만 난 너같은 속물 꼬맹이에겐 관심없어. 섹스녀라면 모를까."
"섹스녀?!"

어안이 벙벙한 안나는 엘사를 흘긋대는 성녀의 눈을 빤히 보다가 엘사를 제 뒤에 숨겼어. 무슨 꿍꿍이 인지는 모르겠지만 성녀가 전직마왕에게 관심을 갖다니, 혹시 알아챈걸까.

"뭘봐?"
"저, 전에도 마, 말했다시피! 엘사는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도, 도구가 아니라고! 그런 목적으로 접근한거면 가만 안 둬!"
"날 그런것 취급하는 너부터 혼나봐야 정신을 차리겠는데."

안나의 생각이 너무 앞서 나갔는지 나쁜것 취급을 받은 성녀는 불쾌하단 듯이 안나를 노려봐. 움찔 놀라도 키가 저보다 조금 큰 엘사를 등 뒤에 놓고 성녀를 경계하는데, 안나의 주머니에서 자고있던 안놔가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어.

"찌끄러웡..!"
"작은 버섯 잘잤니?"
"무쯘 일이얏?"

주머니에서 꺼낸 안놔를 엘사는 제 손바닥 위에 올렸어. 작은 손으로 눈을 비비며 말랑말랑한 몸을 손바닥 위에서 일으키려고 힘을 주는데, 에구. 실수로 몸이 옆으로 굴러버렸어. 엘사는 성녀가 나쁜의도가 없다는 걸 알아. 단순히 제게 흥미를 느끼는 거겠지. 엘사는 성녀와 말다툼하는 안나의 손을 꽉 쥐고 안나가 뒤를 돌아 저를 보자 고개를 양옆으로 돌려.

"안나. 저 사람 나쁘지 않아."
"엘사가 어떻게 알아?"

섹스녀는 뭘 좀 아는군. 그나마 말이 통하는 자가 있어 다행이야. 의외로 엘사의 말은 둘의 다툼을 사그러들게 했어. 엘사는 가끔가다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지만 안나는 엘사를 믿기로 했어.

안나는 아직 성녀가 못 미더워. 벌써 엘사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눈초리였으니까. 혹여나 어딘가에 고발해서 엘사가 마왕이라는 사실이 들키면 가만있지 않겠지. 물론 그들이 아닌 엘사가. 오지도 않을 일을, 아니, 와야해선 안 될 일을 걱정하며 안나는 뺨을 긁적거렸어.

무엇을 걱정하는 거지. 안나의 행동은 섹스녀를 가려주기 보다는 더 드러나게 하는 것처럼 보여. 대체 어디서 왔길래 부작용없이 얼음계열 마력을 쓰고, 용사라는 여자가 숨기려고 하는걸까. 이 여자가 진정 마법사라면 협회에서 한번쯤은 이름이 언급됐을텐데. 성녀는 제 이름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마법사에 대해 들은 적이 없어.

전에 술을 마시고 섹스녀와 얘기할때 했었던 얘기를 기억했으면 좋았을 것을. 중요한 얘기를 했던것 같으면서도 아닌것 같기도 하고. 괜히 추억에 잠겨서 희한한 소리를     지껄였겠지. 성녀는 안놔를 손바닥에 올려서 다른 손으로 밀어주며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돕는 엘사를 보다가 저와 눈을 마주친 엘사의 눈을 싹 피했어.

"어, 어쨋든! 엘사를 괴롭히면 혼내줄거야!"
"왜, 입다물게 죽이기라도 하게?"
"주, 죽이진 않고 때릴거야!"
"이런, 겁도 많으셔라."

안나는 주먹을 부르르 떨다가 엘사의 손을 잡아서 빠른걸음으로 성녀 옆을 벗어났어. 하마터면 안놔가 엘사의 손바닥에서 떨어질 뻔했어! 안나는 안놔에게 쓴소리를 들었어야 했어.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안나는 힘들어.

이정도면 그럭저럭 된건가. 성녀는 어두워지는 하늘을 올려다 보겠지. 이걸로 그녀는 안나일행의 파티에 일원이 됐어. 앞으로 그녀들을 관찰하면 섹스녀에 대해서도 알게 되겠지? 한숨을 쉰 성녀는 붉은 노을을 등으로 맞으며 앞으로 걸어나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