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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엘쨔와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 2모바일에서 작성

ㅇㅇ(60.28) 2016.02.05 05:02:25
조회 519 추천 23 댓글 5

헐레벌떡 성문이 닫히기 전에 마을까지 뛰어서 들어오니 긴장이 전부 풀린건지 안나는 바닥에 주저앉았어. 엘사는 꼭 잡고있던 안놔를 바닥에 내려놔. 손아귀에 쥐어져 있던 탓에 안놔의 몸엔 손자국이 남아있겠지. 미안하다고 사과하니 안놔는 쿨하게 넘어가. 엘쨔는 뭐든 용서될 수 있으니까.

대량의 금화와 대등한 값의 대왕버섯의 포자를 공짜로 얻은 성녀는 찝찝한 마음에 식사와 하루 숙소는 제가 사겠다고 하겠지. 짝퉁성녀에겐 빚을 지기 싫었던 안나는 콧김을 훅 불며 제 돈주머니를 뒤져. 짤랑. 안나는 생각 이상으로 가벼운 무게에 당황했어.

군말없이 축 늘어져서 성녀의 뒤를 따라가게 된 안나는 숙소에 장비를 내려두고 오랜만에 마을 안에서 저녁식사를 가지게 될거야. 안나의 몸에서 조금 냄새가 나긴 하겠지만 꽉 찬 식당 안은 갓 모험에서 돌아온 사내들의 땀냄새로 가득해. 악취라고 생각한 안나의 냄새가 향수로 느껴질 듯했어.

마침 구석자리에 자리가 있었어. 냄새도 덜 날테니 잘됐다. 안나일행은 구석으로 들어가 앉아서 메뉴판을 들어. 이 마을에서 자랑하는 메뉴는 기본. 성녀가 좋아할만한 주류도 주문해. 안놔도 작은 손으로 미트볼 그림을 꾹 짚는데, 성녀는 코웃음 쳤어.

"말랑이가 무슨 고기를 먹어."
"버쪗은 말랑이 아니닷! 닌겐!"
"시끄러워 말랑이. 넌 저기 나가서 풀이나 뜯으라고."
"뿔?!"
"그래, 풀. 잡초같은 것 있잖아."
"......"
"작은 버섯은 그거 좋아해."
                                                      
성녀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안놔가 좋아하는 음식을 못 먹게돼서 서러웠는지 말없이 울먹이니 엘사가 성녀에게 말해.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엘쨔의 손에 제 머리부분을 부비는 안놔를 보는 성녀가 메뉴판을 식탁에 탁. 소리가 들리게 내려놔.

안놔는 미트볼을 무려 세 개나 얻었어. 그것도 특대 사이즈였지! 제 몸뚱이만한 미트볼에 입을 벌리며 소리없이 감탄하던 안놔는 엘사의 손에 미트볼이 알맞은 크기로 잘라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제 그릇에 덜어진 미트볼을 먹어. 엘사는 인심좋게 안나도, 성녀에게도 미트볼을 나눠주는데, 안나가 제게 덜어진 음식을 엘사한테 줘.

"난 괜찮아! 많이 먹어, 엘사."
"안나도 많이 먹어야 해."
"근데 이건 좀 큰..."
"놀고 있네, 아주."

아암. 엘사와 안나의 두 포크 사이 간당하게 매달려서 왔다갔다하던 미트볼 조각은 맞은편 성녀의 입으로 들어갔어. 질좋은 소고기로 만들어서 그런지 맛이 일품이야. 말랑이가 맛있는 걸 아네. 품격없이 으적으적 맛을 음미한 성녀는 방울토마토 하나를 입에 쏙 넣어.

"이봐, 방금 그 미트볼 조각은 내꺼였다고!"
"이미 서로 소유권을 포기한 것처럼 보여서 내가 잡쉈는데, 불만이라도?"

뭐 저런 예의없는! 안나는 포크를 들고 부들 치를 떨다가 제 입에 들어온 음식을 받아먹어야 했어. 정성스레 입에 넣어준 엘사는 밀어넣느라 입술에 묻은 소스를 손가락으로 닦아주기까지 하는데, 소스라치게 놀란 안나 덕에 성녀는 덜 불쾌해졌어.

섹스녀가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도 용사 쪽에서도 아끼는게 보여. 성녀는 턱을 괴고 안나가 떨어트린 포크를 바꿔오겠다는 엘사와 그 팔을 붙잡아 제가 가겠다는 안나를 지켜보겠지. 참 좋을때지. 저 또한 저랬을 시절이 있었는데. 벌써 까마득해.

"...까망닌겐!"

얼굴 밑에서 들리는 혀짧은소리. 안놔는 미트볼을 시켜준 성녀가 고마웠는지 그릇을 끙끙 밀고 큰 숟가락으로 제 몸뚱이만한 미트볼을 성녀의 그릇으로 데구르르 굴려. 요것봐라. 성녀는 피식 웃었어.

"뭐하냐."                      
"까망닌겐이 찌낀거니까 까망 닌겐도 먹어야햇!"
"다 먹으면 살쪄. 안 먹어."
"닌겐 짤 없쪄!"
"내가 살이 있는지 없는지 말랑이가 어떻게 알아. 너 때문에 시킨 거니까 다 안 먹으면 다음엔 국물도 없다."
"...!!"

성녀의 장난스런 말투는 안놔에게는 진심으로 닿았겠지. 이 커다란걸 전부 먹지 않으면 다음엔 국물이 없대. 국물 음식도 안놔가 제일 좋아하는 인간의 음식 중 하나인데! 뿌쨕뿌쨕 다급하게 뛰는 안놔는 커다란 미트볼에 달려들었어. 쬐그만게 귀엽게 굴긴. 성녀는 푸스스 웃음을 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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