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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엘쨔와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 3모바일에서 작성

ㅇㅇ(60.28) 2016.02.06 04:11:38
조회 572 추천 22 댓글 6

성녀의 뱃속에 술이 속에 조금 들어가면 분위기는 빠르게 무르익겠지. 맛만 보려고 했던 달짝지근한 술이 안나의 입에 맞다보니 연신 홀짝거리던 안나도 얼굴이 금새 빨갛게 변해버렸어. 미트볼을 먹어치운 안놔의 몸은 또 커져버리고 말았고.

"그래서, 그쪽이 용이라도 잡았다는 거야?"
"마을을 습격해서 나섰지! 힘든 전투였어."
"희한하군. 그런것이 민간인 마을에 활개를 치다니. 무리에서 버림받은건가."
"불도 빰빰 쏘는게 어찌나 뜨거운지! 머리카락이 타들어 갈 뻔 했다고!"

정상범위에서 벗어난 안나가 불에 타버릴 뻔 했던 제 양갈래 머리를 잡다가 식탁에 두 손을 두고 용이 정말 입으로 불을 뿜는 시늉을 하는데, 엘사는 말도 않고 안나를 쳐다보기만 하겠지. 엘사에겐 전부 낯선 이야기들 뿐이야. 지금 앉아있는 이 자리들도 그렇고. 취한 꼬맹이는 들어가서 자라! 성녀가 안나에게 손가락질하며 킬킬 웃어.

"안 취했어, 아니라고! 이 무식한 짝퉁아!"
"하! 네가 드디어 미쳤군! 창피하지도 않냐, 섹파앞에서!"
"엘사는 그런게 아니라니까는!"
"부끄러워하긴, 하긴 너같은 꼬맹이가 어른들의 대화를 어찌 알겠다고."
                                                      
놀려먹는 족족 반응을 하니 성녀는 안나를 놀리는 맛에 푹 빠져버렸나봐. 격하게 반응하던 안나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다짜고짜 화장실을 가겠다며 쌓인 그릇들을 손등으로 치고 식탁을 박차고 나왔어. 화장실 저기 있다. 성녀가 얘기해주자, 흥! 안나는 고개를 처들고 화장실에 가.

"하여간 웃긴 녀석이군."
                                                
성녀는 빈 잔에 또 술을 따르겠지. 배가 불러 움직일 수도 없는 안놔를 쿡쿡 찌르고 있던 엘사의 잔에도. 옛다. 마지막 한방울까지 내주며 엘사의 잔에 가득 채워준 성녀는 제 잔을 딱. 부딪고 시원하게 원샷하겠지.

엘사는 술을 별로 안 좋아하나봐. 주는 족족 다 마셔버리고도 멀쩡한 걸 보면 많이 마셔본것 같으면서도 아닌 엘사는 술잔을 저만치 밀어버려. 모험의 즐거움 중 하나를 아깝게. 성녀가 검지 손가락으로 엘사를 가리켜.

"너, 술 안 좋아하냐."
"이건 써서 싫어. 난 단게 좋아."
"술은 곧 모험에서 약이야. 단비 같은거지! 단식기도 하면서 무엇보다도 날 가장 미치게 했던게 이거였다고! 이 맛있는걸 왜 금지시키는지 원! 마실 놈은 다 마실거면서!"
"약? 비? 이게 하늘에서 내려?"
"......"

이 정도면 정말 세상물정 모르는게 분명해. 성녀는 급하게 몰려오는 짜증에 맨얼굴을 박박 쓸겠지. 진짜 어디 갇혀있다 나오셨나 시골출신 풋내기도 아는 술을 비라고 하질않나, 성녀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멍청이는 처음이었어.

"넌 아는게 뭐냐."

성녀가 턱을괴고 입을 쭉 내밀며 엘사에게 물었어. 단음식. 초콜렛! 엘사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야. 아니 그걸 물은게 아니잖아. 애초에 얘기를 시도하려고 했던 제가 멍청이지. 같이 다니다가 지능이 떨어지는건 아닌가 모르겠어.
                                  
멍청이? 앞에서 고뇌하는 성녀와 안놔를 두손으로 잡고 꾹꾹이 하는 엘사를 맞은편에서 진득하게 보던 사내 하나가 일어나더니 새 술병 하나를 사서 쩔그럭 쩔그럭. 소리를 내며 걸어와. 한참 기분이 나빴던 성녀는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험악하게 대답했어.

사내는 움찔. 놀라다가 의자 하나를 끌어 앉는데, 한동안 갑옷을 벗지 않은건지 몸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났지. 저를 위아래로 쳐다보는 성녀의 눈빛에 무안해진 사내는 먼저 사과하더니 하고싶은 말을 꺼냈어.

"어디서들 오셨는지요?"
"그건 알아서 뭐하게. 공짜 정보는 없다."
"하하, 들통났군요. 그값으로 술병 하나도 사왔는데."
"원하시는 정보가 뭔데? 돈이라면야 가능하지. 술은 배터지게 마셔서 생각이 없거든."

가끔가다 파티끼리 정보도 공유할 때가 있는데, 몬스터의 둥지나, 아직 공식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지역 등 고급 정보는 비싸게 팔아서 넘길 수도 있었어. 혼자서 곳곳을 누벼본 성녀도 꽤 많은걸 듣고 알고있었어. 정보가 곧 돈이란 것도.

"싸게 달라는 협상은 하기 어려울것 같으니 본론부터 말하죠. 나는 이 근방 기사길드에 속해있습니다."
"호오..."
"저같은 경우는 정보수집을 맡고있지요. 북쪽산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길드와 북쪽산. 잘만하면 거액을 뜯어낼 수도 있을지도. 근데 북쪽산은 공식적 정보가 극히 적어서 성녀도 알지 못하는 것이 많아. 부르는게 값일텐데. 쩝. 아쉽게 됐어. 성녀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어.

"북쪽마녀를 공략하는건가? 미안하지만 그것에 대해선 아는게 별로 없어."
"조금이라도 없는 겁니까? 꽤 노련해 보이셔서 기대하고 왔는데."
"그건 분명히 알지. 방한마법을 겹겹이로 쓰고 가도 얼어서 팔다리가 잘린다는 걸."
"거기 별로 안 추워."

엘사는 대화에 끼어들었어. 하아? 성녀가 엘사를 어이없단 듯이 쳐다보겠지. 사내가 무언가 알고있어 보이는 엘사에게 연이어 질문하려다가 성녀가 막아서. 또 희한한 소리만 지껄이고. 성녀는 엘사가 부끄러운가봐.

"멍청이. 넌 좀 조용히 해."
"진짜야. 거기 이제.."
"이봐, 기사. 어쨋든 북쪽산 공략은 포기하는게 좋을거야. 요즘 희한한 일이 자주 나타나거든. 가기도 전에 전멸할지도 모르지."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물론 아니지. 개죽음은 면하라는 조언이야. 술병이나 다시 가져가라고."
"하하하! 조언은 들었으니 이건 두고가지요. 감사했습니다."

성녀의 말투에 심기가 불편해질만도 할텐데 웃어넘긴 사내는 술병을 두고 제자리로 돌아가더니 동료를과 짐을 들고 가게를 나갔어. 아깝게 됐어. 길드라면 짭짤하게 뜯어낼 수 있었을텐데. 놓고간 술병을 새로 뜯은 성녀가 제 잔을 채우려고 술병을 기울이다가, 엘사를 흘끔 봐.

"근데 넌 거기가 지금 추운지 안 추운지 어떻게 알아?"
"이제 추울 이유가 없어."
"...어째서?"
"내가 여기 있으니까."

헛소리로 넘기며 술이나 한잔 더 하려고 잔에 따르는 성녀는 다시한번 북쪽마녀의 특징을 떠올려 볼거야. 엘사와 공통점이 있다는 것도 깨닫을테지. 무언가 알아챈 성녀의 잔은 이미 가득 찼음에도 멈추지 않고 넘쳐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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