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끝에 엘프는 나무 위에서 내려왔지만 엘사는 엘프가 못마땅해. 안나의 것이라고 해서 오해를 했었나봐. 엘프는 칼을 바닥에 내려놨어.

"나한테 주는 줄 알았어."
"이건 안나꺼야."
"...이 인간꺼야?"
"맞아!"

엘사는 힘이 없는 안나를 꼭 안으며 대답했어. 엘프는 힘없는 안나에게 관심이 생긴건지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무릎꿇고 앉았어.

"이 인간. 마력없어."
"없어?"
"여긴 엘프족들만의 결계가 있어. 마력이 없는 생물은 있기 버거워해."
"이 숲은 엘프족이 살만한 숲이 아닐텐데 어째서 엘프가 있지?"
"이사왔어."

지도상이라면 엘프족들이 살만한 숲은 더 크고 웅장할텐데. 이사왔다는 말에 성녀는 기가찼어. 어이없다는 듯이 하! 숨을 내뱉은 성녀가 안나를 뚫어져라 보는 흰머리 엘프에게 말해.

"그럼 이 근처에 서식지라도 있단 소린가?"
"그건 인간들에게 가르쳐줄 수 없어."
"넌 왜 여깄는건데?"
"인간이 신기해서 구경왔어."

라며 흰머리 엘프는 마력이 조금도 없어 보이지 않는 결계의 힘에 몸이 짓눌려 끙끙거리는 안나의 손을 톡 찔렀어. 엘사가 안나를 제쪽으로 끌어당기는데, 엘프는 눈을 깜빡거려.

"또 안나 괴롭히려고 저거 가져갈거야?"
"인간의 것이니까 안 가져가."
"그럼 안나 건들지마!"

평정심을 잃은 엘사가 검을 가리키며 수상해보이는 엘프에게 소리쳤어. 안놔는 심각해보이는 분위기에 차마 껴들지 못하고 안나를 툭 건드려는 흰머리 엘프의 손을 밀기만 하는데, 엘프는 안놔의 몸뚱이를 폭. 감쌌어. 귀여운 버섯 안녕. 엘프는 상냥하게 인사했어.

"귀여운 버쪗?! 이몸은 거대버쪗 안놔다!"
"안놔라니. 정말 멋진 이름이야."
"멋쪄?!"

거창하게 소개한 안놔는 멋지다는 말에 몸을 베베 꼬았어. 아무에게나 칭찬을 들으면 저리 좋아하니. 섹스녀는 으르렁대고 용사는 쓰러져서 헤롱대고. 성녀는 왠지 바보들의 모임에 낀 것 같아서 한숨을 푹 쉴거야.

"인간 도와줄게."
"안 돼. 안나는 내꺼야!"
"너꺼야?"
"안나랑 나랑...뽀뽀도 했어!"
"너희도 마력을 나눈거야?"

엘프들은 마력을 공유할 때와 인간들이 친근감과 사랑을 표현할 때의 행동이 같아. 뽀뽀했다는 말에 엘프는 안나를 이상하게 봤겠지. 마력도 나눴으면서 힘도 못 쓰고 늘어져있다니. 고개를 갸우뚱 하던 중 엘프는 깨닫겠지. 아직 마력이 부족해서 버티지 못하는 것이라고!

"이 인간 마력 좀 더 필요해."

라며 흰머리 엘프는 엘사가 꽉 안은 안나를 잡아당겨서 안나의 얼굴을 보이게 했어. 엘사가 보고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진하게 입맞춤을 할거야. 엘사도 성녀도 작은버섯 안놔도 깜짝 놀라 입도 못 다물겠지. 한바탕 놀란 성녀는 입을 막고 큭큭 웃을거야.

"저런. 너무 저돌적인데."

충격을 받아 안나를 놓은 엘사를 두고 흰머리엘프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입맞춤 삼매경에 빠졌겠지. 뭐 엘프들 사이에선 충분히 할만한 행위인데 그걸 용납 못하는 건 용사를 좋아하는 전직마왕 뿐이겠지.

입을 떼고 입가를 쿨하게 슥슥닦은 흰머리 엘프는 안나의 입술 옆으로 귀를 대. 정신이 든건지 안나가 스르르 눈을 뜨면 처음보는 얼굴이 너무 가까워서 흠칫 놀라고 울기 직전인 엘사를 보며 두 번 놀랄거야. 뭔데 뭐야? 벌떡 일어난 안나가 엘사를 안아줬어.

"엘사 왜 그래?"
"안나...뽀뽀..."
"뽀뽀? 뭐! 누가 그랬는데?"
"내가 너랑 했어."

엘프는 안나를 가리키며 말했어. 몸을 좌우로 피해도 손가락이 저를 향하고 있는데, 소스라치게 놀란 안나는 제 입을 틀어막아. 누구랑 뭘했다고?

"뭐야 이 여자! 뭔데! 나랑..!"

설명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만 성녀는 낄낄 웃고있고 안놔는 울기직전 엘사앞에서 뛰고, 엘프는 무슨 상황인가 눈만 깜빡이니. 안나는 제 머리만 감싸다가 엘사를 안아줘야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