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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2) 안놔와 뾰족귀 닌겐 4모바일에서 작성

ㅇㅇ(43.226) 2016.02.29 00:06:33
조회 508 추천 23 댓글 7


흰머리 엘프는 가지않고 끈질기게 안나네 파티를 따라왔어. 길이라도 알려주든가 하면 좋을테지만 이사온지 얼마 되지않아 잘 모른다고 하네. 엘프라고 하면 지혜가 돋보이는 똑똑한 종족이랬는데 아닌가? 정말 의심스러워지는 존재야.

몸이 나름 가뿐해진 안나는 흰머리 엘프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고 엘사에게 설명을 해야했어. 엘프식 대화법이라나 뭐라나. 횡설수설하는 안나도 당황스러워 보였지만 저만의 것이라고 낙인찍은 엘사에겐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어.

뒤로 쫄랑쫄랑 쫓아오는 흰머리 엘프는 안놔에게 이것저것 물어봐. 어디서 왔냐니 뭘 하고 다녔냐니. 이런 잡다한 것들을 질문하는데 통통한 혀로 대답할 수 있는 건 전부 할거야. 이미 한번 추켜세워진 안놔는 입이 수도꼭지라도 된 것처럼 쉴새없이 나오는데 엘프는 작은버섯이 신기했어.

"안놔는 대단한 버섯이야!"
"엣헴! 버쪗 중에쪄 가장 멋쪄!"
"사실 나 마법버섯은 처음 봐. 아직 어려서 인간들도 처음봤어!"
                                                
엘프는 수명이 길어. 웬만해서는 외모로 나이를 구분할 방법이 없었지. 흰머리 엘프는 생각보다 나이가 적은가봐. 그렇담 정말 다행인게 이 엘프가 만일 나쁜 인간에게 다가갔다면 꽁꽁 묶여서 노예상에 팔려갔을 수도 있었겠지.

싱글벙글한 엘프는 작은버섯과 노는데 정신이 팔리고 성녀는 저 엘프를 어찌할까 고민하겠지. 겁줘서 쫓아버리면 서식지로 돌아가던가 할까? 하지만 어떻게? 길잡이로도 쓸모 없는데 쫓아내기도 뭣하고. 엘프를 잘못 건드리면 그 원한은 죽을때까지 쫓아와. 성녀는 신중하게 고민해.

"너 이리와봐."

성녀가 부르면 엘프는 즉시 쪼르르 와서 앞에 서. 작은버섯을 무서운 눈빛으로 보니 흠칫 놀란 안놔는 엘프에게서 떨어져 안나의 주머니로 가겠지. 엘프는 이 험악하게 생겼지만 따뜻한 마력을 가득품은 인간을 빤히 봐. 성녀는 그 시선이 싫었어.

"너. 집에 가. 길도 모르는게."
"싫어. 인간 옆에 있을래."
"해코지하는 수가 있어."
"해코지?"
"그래."

라며 무기도 은근슬쩍 보여주면 엘프가 주춤. 뒤로 물러날거야. 엘프는 인간들과 더 놀고싶었어. 근데 마력없는 인간이나 무서운 마력을 가진 마왕이나 험악한 인간은 작은 버섯처럼 저와 놀기 싫은가봐. 뾰족귀를 추욱 내린 엘프는 울것같은 얼굴을 해.

"내가..싫어?"
"그건 아닌데 쓸모없어."
"나도 도와줄 수 있어!"
"무엇을? 어떻게? 길도 모르면서!"

윽박 지르는 것처럼 엘프를 타박하니 엘프는 몸을 수그려. 안나는 혼나는 엘프가 안쓰러워졌어. 엘사가 저 엘프에게 가지말라고 안나의 옷깃을 꾹 잡으면서 고개를 양옆으로 젓는데, 안나는 엘사의 손을 꼭 잡아주고 같이 오겠지.

"저기..."

안나가 말을 걸자 엘프는 귀를 쫑긋거려. 아까 마력이 없어서 끙끙대던 칼주인 인간이야. 엘프는 제게 그나마 호감있어하는 안나의 곁에 가서 엘사의 반대편에 꼭 붙었어. 성녀는 천년묵은 고목나무수액처럼 딱 달라붙어버린 엘프를 가리켜.

"저거 당장 떼버려. 돌려보내라고!"
"그렇다고 기를 죽이면 어떡해."
"사실을 말한 건데 잘못한 거라도 있나?"
"칼주인 인간 착해."

안나가 마음에 든 엘프가 안나의 팔을 꽉 붙들고 몸에 비비적댔어. 엘사가 용서하지 않겠지만 괜찮다는 안나의 중재로 엘프는 터치가 허용돼. 짐덩어리가 또 늘어버렸어. 안나와 얘기를 나누는 성녀의 목소리엔 짜증이 가득해 보였지만 이 숲 내에서만 동행을 허락한다는 결론에 따르는 것처럼 보여.

머리를 박박 긁어대는 성녀는 먼저 작은 단검으로 덩쿨을 자르며 앞으로 갈거야. 도리어 짐이 늘어난건 안나였겠지. 양옆으로 두 여자가 붙어 떨어지지 않으니 안나는 양옆에서 떨어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두 여자의 말에 난감해하며 하하 웃기만 할거야.

엘프가 엘사에게 혀를 빼죽 내미니 그걸 또 이겨보겠다고 엘사도 혀를 내밀어. 엘사는 이렇게 상대방을 놀리는 표현법 한가지를 배웠어. 그게 꽤 오랜시간 계속돼 안나를 힘들게 했겠지만 둘의 신경전은 쉽게 끝나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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