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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2) 안놔와 뾰족귀 닌겐 9모바일에서 작성

ㅇㅇ(60.28) 2016.03.03 23:37:34
조회 481 추천 25 댓글 7

안나는 엘프랑 수다를 떨던 엘사에게 물어봤어. 무슨 얘기했어? 물어봐도 안놔만 꼭 안고 걷기만 해. 별로 안 좋은 얘기라도 했나. 지도를 들고 방향을 가늠하던 안나가 성녀에게 지도를 주고 엘사를 톡. 건드려.

"엘사 아까부터 얼굴빛이 안 좋아보여. 엘프랑 무슨 얘기 했어?"
"......"
"엄... 말하기 싫으면 안 말해도 돼!"

문화적 차이 때문에 엘프가 실례되는 말이라도 한건가. 성녀랑 여기를 가야한다 저기를 가야한다 의견이 갈려서 지도를 붙잡고 열변을 토하다보니 엘사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전혀 짐작 안 가겠지. 안놔도 제 주머니에 잘 들어가 있었기에 엘사가 시무룩한 이유를 모를거야.

안놔는 엘쨔에게 힘이 돼주고 싶었어. 특별히 찐쭉쩡?(신축성)이 뛰어난 자신을 잡아당겨도 된다며 제 몸을 팡팡 두드렸는데도 가만히 들고만 있네. 엘쨔가 우울하니 안놔도 우울해. 왠지 졸린 것 같기도 하고. 안놔는 쩌억 하고 하품을 크게 했어.

전직마왕의 뒤를 졸졸 쫓아오던 눈사람은 돌멩이를 발랄하게 뛰어넘고 나무도 잘 피하며 창조주를 따라오겠지. 창조주가 기쁘지 않아보여. 뭐라도 해보려는지 엘사의 앞에서 계속 폴짝 뛰어다니겠지. 정신사납다는 성녀의 짜증만 아니었으면 눈사람의 발엔 불이 붙었을거야.

"뭔 소릴 들었길래 저렇게 조용해? 너한테 붙지도 않고."

성녀는 참다못해 안나에게 엘사의 상태를 물어봤어. 안나는 잘 모를테지. 계속 저랑 실랑이만 했을테니까. 눈사람이 말을 할 줄 알면 참 편리했을텐데. 지도를 괜히 구깃거리던 성녀가 엘사에게 한마디 했어.

"무슨 말을 들었는진 몰라도 어설픈 엘프의 말은 그냥 넘겨버려. 아직 어려서 사리분별도 제대로 못하는게 엘프 노릇을 한다니."

마법 실력이 뛰어난 성녀도 엘사를 위협한 엘프의 본성까지는 꿰뚫어보지 못했나봐. 엘사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어. 안나에게 말하면 안나가 무슨 말을 할까. 그것보다 혹시 제 마법이 사라진다고 하면 쓸모없어져서 버림받진 않을까 라는 생각부터 들거야.

엘사가 조용한 덕에 안놔도 잠들고 오글거리거나 속이 뒤집어질만한 애정행위도 없었지. 숲의 끝에 닿은 그들은 평야로 나가기 전에 아직 결계의 효력이 있을 숲에서 머무를거야. 꾸준히 걸어 마을에 가거나 사냥하면 바로 얻을 식량 걱정은 하지 않은 채 거의 굶다시피 저녁을 보내겠지.

떠들지도 않고 서로 모닥불만 쬐고 있으니 성녀는 분위기를 망쳐놓고 간 어린 흰머리 엘프가 괘씸하기 까지 했어. 사실을 말하자면 수상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야. 멀쩡한 일반숲에 결계를 쳐놓고 이사왔다고 하질않나 소동이나 부려놓고 길은 모른다고 하지. 꼭 염탐이라도 온 것처럼 보인단 말이야. 어설픈 어린 엘프로 연기하면서.

좀 더 나가면 너무 소설같은 얘기가 돼버릴 것같아 성녀는 머리를 박박 문지르더니 모포를 덮고 옆으로 누웠어. 피곤한 안놔는 모닥불 가까이에서 제 몸뚱이보다 조금 작은 장작을 하나씩 밀어넣더니 자리를 잡아 데구르르 누웠지. 불까지의 거리는 꽤 되니 바람이 불지 않는 이상 버섯구이가 되진 않을거야.

안나는 엘사 걱정에 이만저만이 아니야. 기운도 없어보이고. 말도 않고 작은 눈사람이 빙글빙글 돌아도 쓰다듬는 것 없이 모닥불만 보고있고. 안나는 물을 데우기 위해 모닥불 안으로 작은 냄비를 넣고 엘사의 옆에 앉아.

"내일이면 침대에서 잘 수 있을거야. 길바닥에서 자는건 너무 불편해. 안 그래?"

라며 평소 하던 얘기를 자연스럽게 꺼낸 안나가 주근깨 가득한 제 뺨을 손가락으로 긁더니 자신의 손으로 바닥에 놓인 엘사의 손을 덮었어.

"고민이 있으면 바로 말하는게 좋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지거든."

안나는 엘사의 손을 감싸쥘거야. 그 따뜻함에 엘사가 안나의 쪽으로 고갤 돌렸어. 눈이 마주치니 조금 창피한 안나가 괜히 나무위를 보고 땅을 보고 다른쪽을 보며 호들갑을 떨겠지. 얼굴이 빨개져버린 채로.

"안나."
"...응?"
"어느날 갑자기 내 능력이 사라져버리면 어떻게 할거야?"
"갑자기 그건 왜?"
"아무것도 못하고 안나 옆에 있으면 안나가 힘들거야."
"...엘사."
                                              
안나의 표정은 안 좋아 보였어. 저의 손까지 놓은 안나를 본 엘사도 덩달아 표정이 안 좋아지겠지. 그러다 안나는 두 손으로 방금 놓았던 엘사의 손을 꽉 잡아 올리겠지. 안나의 눈은 왠지 모닥불처럼 불타는 것 같아.

"나, 나는! 엘사처럼 마법도 못 쓰고 강하지 않은데도 잘 있잖아! 그러니까..!"
"안나 목소리 커."
"그러니까...하고 싶은 말은..엘사가 차갑든 따뜻하든 엘사는 엘사니까.. 그런 이상한 생각 하지마."
"내가 차갑고 따뜻해?"
"아? 진짜로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에 대해선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나도 잘 몰라서..."

달래주려다가 횡설수설한건 아닌건 몰라.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엘사의 장갑낀 손을 꽉 잡고있던 안나가 입술을 앙다물었어. 엘사는 안나가 진심으로 말하고 있단 사실을 알거야. 혼자 외치고 부끄러움을 타던 안나가 웅얼거려.

"꼭..같이 바다보자."
"바다?"
"기가막히게 깨끗한 바다가 남쪽에 있대. 난 거기서 돈 많이 벌고 집 하나 사서 바닷가에서 살거야! 엘사랑 같이! 엘사는 어때?"

바다에서 놀 생각이라도 한건지 생글거리며 웃는 안나에 놀란 엘사가 눈을 크게 뜨다가 잔잔하게 웃었어. 안나가 있다면 어디라도 좋을테니까.

"안나가 좋으면 나도 좋아."

엘사는 금새 웃음을 되찾았을거야.



두분 행쇼해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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