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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외전) 용짜 안놔의 고뇌 2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03.54) 2016.10.09 04:26:09
조회 435 추천 21 댓글 5


용사 일행은 아침도 거르고 마을에서 나와 흙탕물 강을 따라서 쭈욱 남쪽으로 걸어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저만치 앞으로가는 전직마왕이 뒤도 안 돌아본다는 거야. 안놔는 겨우 조물락거려서 돌아오긴 했지만 뭉개진 충격으로 아직까지 기절 중이야.

"엘사! 우리 얘기 좀 하..."

하아. 저 차갑고도 차가운 눈빛을 어찌 이길쏘냐.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어. 뭣때문에 저렇게 불.., 아니 얼음같이 화내는거지. 발자국 소리 몰라줘서 그런건가? 전직마왕의 토라짐 원인도 모르는 용사는 아직 한참 더 혼이 나야 하나봐.

쫄래쫄래 뒤를 쫓아가다가도 한번 뒤돌면 다리가 얼어붙으니 안나는 계속 거리만 유지하고 땀만 삐질 흘려. 밥 먹을 분위기가 전혀 아니라 밥도 굶었더니 돌아버리기 직전이야. 엘사가 저리 화가났는데 혼자 먹을 수는 없어. 안나는 정신 바짝 차리기로 했어.

커다란 강을 가로지르는 나무 다리를 건너는 엘사를 보던 안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려. 마침 꽃 한송이가 눈에 띄네. 엘사가 좋아할까? 꽃을 하나 꺾은 안나는 단 냄새에 하마터면 한 입 할 뻔했어. 하필 꺾어도 식용으로 먹는 꽃을 꺾었담. 배고픔에 무의식적으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어.

엘사도 많이 배고플거야. 벌써 다리 중간까지 걸어가는 엘사를 보면서 안나는 꽃 여러개를 꺾겠지. 여러가지 색을 섞어서 주면 분명 기뻐하고 화도 풀릴거야! 벌써 식용 꽃 몇개가 입속에 들어가 있는 듯했지만 안나는 한아름 따서 들판에서 나왔어.

후다닥 다리 위를 뛰어간 용사님은 딱맞춰 뒤 돌아본 전직마왕에게 꽃다발을 선물로 내밀겠지. 안나는 뒤늦게 입술 밖으로 튀어나온 꽃줄기를 퉷 흙탕물강으로 뱉을거야. 어색하게 웃는 용사 얼굴을 보던 엘사가 물었어.

"안나. 생각해 냈어?"
"어? ..그럼! 엘사의 발자국 소리 말하는거지?"

만족 할 만한 대답이 아니야. 꽃다발은 차갑게 얼어버리고 말았어. 안나가 차가움에 꽃을 놓치면 나무다리 위에 떨어져 깨져버릴거야. 엘사에 대해 알도록 더 노력할게! 라며 입술먹는 뽀뽀 한번만 해줘도 녹아내릴텐데, 지금 안나에게는 그런걸 떠올릴 여유가 없어.

야단났어. 이대로 가면 엘사가 영원히 자기랑 말을 안 할지도 몰라. 안나는 빨리 방법을 찾아야 했어. 곧 바닷가가 나올텐데 안나는 엘사랑 바닷가에서 발을 담그며 놀 계획을 갖고 있었어. 안나는 엘사에게 처음으로 바다는 신나는 것이라고 알려 주고 싶어했지.

지금 상황이 지속되면 놀기는 커녕 완전히 토라져서 북쪽산으로 돌아가겠다고 해도 할 말 없어. 어떻게 하면 엘사가 화를 풀 수 있을까? 안나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전부 해볼 셈이야. 다리 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안나는 다리를 다 건너고 들판을 걸어가는 엘사에게 전속력으로 뛰어갔어.

엘사를 불러세운 안나가 엘사의 발자국 소리를 맞춰보겠다며 헛기침을 하더니 탁타닥탁탁. 발을 리듬있게 굴렀어. 돌아온건 땅에서 솟아난 얼음송곳이야. 몸을 날려 피하지 않았다면 많이 아팠을거야. 안놔가 무사한지 확인한 안나는 앞머리에 붙은 풀잎을 떼어내.

발소리가 아닌가. 물어본 건 발소리 밖에 없을텐데... 수수께끼 괴물의 문제도 현명하게 답한 용사님은 토라진 전직마왕의 마음은 현명히 처리하지는 못 해. 엘사는 당연히 제가 좋아하는 만큼 똑같이 자신을 좋아해 줄거라 믿었던 안나가 무관심해서 화가 난 걸텐데 그걸 알 리가. 말만 사랑이지, 서로 많이 좋아하는게 아니니 이건 사랑이라고는 성립되지 않아.

엘사는 엘무룩 우울해졌어. 전직마왕의 많은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 안나는 실망만을 낳았지. 모든걸 이해해준 안나가 제 마음까지 잘   알아줬음 행복했을거야. 입술 먹는 뽀뽀도 안 하고. 저를 향한 안나의 감정은 사랑까지는 아닌가봐.

상처받은 불쌍한 전직마왕은 결국 눈물 한 방울이 눈에서 떠나버렸어. 뒤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걸어오기만 하는 안나가 야속하기까지 했지. 오면 공격만하니 올 수가 있나. 전직마왕의 공격을 한번만 맞아도 골로 갈테니 신중해야 했지.

공격 해도 토라진 전직마왕을 위로해주러 오는 건 안나 용사 뿐이야. 엘사도 일찍 깨달아야 할텐데. 무슨짓을 해도 지금도 안나는 자신을 달래러 따라오고 있다는 걸. 딱히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해 보다 더 생각해주고 있다는 건 언젠가는 깨달아야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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