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도 중요하고 안놔도 딴짓하고 있겠다. 뽀뽀하기 좋은 타이밍이란 말이지. 이제 없는 용기 전부 들춰내서 입술 박치기만 하면 해결일텐데 그걸 못해서 또 부들부들 떨고만 있어.

엇흠! 헛기침 한번 한 용사님은 마음먹은 건지 조금씩 얼굴을 가까이 할거야. 전직마왕은 다가오는 안나의 얼굴을 빤히 봐. 눈을 감고 있네? 눈감고 오면 어디가 입술인지 코인지 모르고 그냥 하게 될거야. 낭만적인 용사님의 첫키스는 어디로 하게 됐는지도 모르게 끝날 수 있다는 소리야.
              
뒹굴거리던 안놔가 조용해진 둘이 뭐하나 눈을 동그랗게 떠. 입술 쭉내밀고 눈 꽉감은 안나랑 코에 닿을 듯한 입술을 보는 엘사가 보이더라지. 으닛! 코에 뽀뽀를 하려고 하네. 안놔가 소리쳤어.

"봐보 안놔! 거긴 코닷!"

안놔가 치고 들어오니 주름지게 꽉 감긴 눈이 떠지더니 엘사와 딱 마주쳐. 다가간 덕에 완전히 그늘진 엘사의 얼굴이 매우 가까이 보였지. 전직마왕이 마법을 쓴것도 아닌데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어. 뽀뽀는 뺨에다 하는거라며 안나를 놀리는 작은버섯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거야.

"안나."
"......"
"...안나?"
"응?"
"안나 방금 내 코에다 뽀뽀하려 했어."

알려주는 친절함에 부끄러움만 느껴질 뿐이지. 이게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덜덜 떨고만 있는지! 그래도 키스란건 보는 눈이 있으면 불편하단 말이야. 그냥 뽀뽀도 아니고 키스인데. 그러니까, 꼭 입술을 먹어야 하는 그런...

푸쉬쉬 머릿 속에서 김이 나오는 듯해. 안나의 삐죽 내밀어진 입술은 쏙 들어가서는 모양을 완전히 감추었어. 어깨에 올라간 손도 주르르 미끄러져서 전직마왕의 다리밑까지 내려가.

전직마왕은 안나가 뽀뽀시도를 포기했다는 걸 알았어. 작은버섯만 없었어도 했었을까? 창피해서 얼굴 가리는 용사님 앞에서 빛내며 뿌짝 제자리 뜀뛰기하는 안놔를 보던 전직마왕이 안놔를 콱. 잡아.

?! 한손에 잡힌 작은버섯은 들어 올려져서 엘쨔의 얼굴 앞까지 갔어. 작은버섯도 꽁꽁 얼어버린 듯이 전직마왕의 눈초리에 움직이지 못할거야. 말랑말랑 몸뚱이는 반죽처럼 양옆으로 늘어졌다가 쪼그라들어.
                                        
"엘쨔! 안놔 계쪽하면 눌어놔버령...!"
"작은버섯이 뽀뽀하는데 방해했어."
"봥홰? 코에다 뽀뽀하눈건 잘못된거돳!"
"코가 아니라 입에다 하는거였어."
"입?!"

안놔는 입에다 하는 뽀뽀는 잘 모르는지 조물딱 거려지다 깜짝 놀랐어. 엘쨔가 뽀뽀를 방해받아서 기분이 안 좋은가봐. 계속 늘어났더니 몸이 늘어날 지경이야. 안놔는 얼굴이 옆으로 늘어난 채로 말했어.

"엘쨔는 안놔랑 입쭐뽀뽀가 하고찌뻐?"
"응."
"안놔랑만 하꼬야? 안놔랑의 안 홰?"
"작은버섯도 입술뽀뽀 하고싶어?"

안놔는 입쭐뽀뽀를 굳이 안 해도 된대. 뺨 뽀뽀랑 입술 뽀뽀의 차이를 모르거든. 부위만 달라진 것 뿐이라며 가볍게 넘기더라지. 전직마왕은 작은버섯에게 안나는 뽀뽀하는데 부끄러움이 많다고 말해줬어. 뽀뽀는 기분좋은 건데! 안놔는 물음표 가득이야.

작은버섯은 방해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풀려났어. 바닥에 내려온 작은버섯은 양옆으로 늘어진 탓에 너비가 두 배야. 늘어진 몸뚱이가 중심을 잃고 부끄러워 고개도 못 드는 안나 옆으로 굴렀어.

전직마왕은 안나가 그나마 저랑 뽀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 작은버섯이 옆에 없었다면 정말 했을지도 몰라. 안나를 아무리 불러도 고개를 들 생각을 안 해. 엘사는 그대로 웅크린 몸뚱이에 기대었어.

엘사를 볼 낯이 없어. 하겠다 하겠다 마음먹어도 못 해버렸으니까. 창피함에 이대로 딱딱하게 굳어 바위가 되고싶다고 생각도 하게 되겠지. 엘사가 화를 내면 어떻게 달래나 앞일까지 예상하면서 밤은 깊어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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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애액 뽀뽀 좀 하란 말입니다

이번주내로 픽썰 여섯개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