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지휘자 엘사랑 바이올리니스트 안나랑 눈 맞았음 좋겠다(중)모바일에서 작성

ㅇㅇ(58.142) 2016.12.30 20:47:29
조회 964 추천 34 댓글 4


겨우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힌 안나가 다음날 연습에 가니, 오케스트라석은 텅 비어있고 무대 위엔 그랜드 피아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음. 어떻게 된 건가 당황하는데, 무대 반대편에서 엘사가 홀연히 걸어나오겠지.

"오늘은 우리 두 사람만 합을 맞추면 될 것 같네요."

셔츠 소매를 걷어올리고 피아노에 턱, 앉더니 댁뜸 연주를 시작하겠지. 다름 아닌 안나의 콩쿨 데뷔곡 중 하나인, 피아노와 바이올린 이중주 곡. 눈짓을 주자 자연히 바이올린을 치켜들고 연주를 시작하고, 두 사람의 멜로디가 청아히 울려퍼지며 합주가 시작되겠지. 처음으로 온전히 두 사람만의 음악을 듣고, 집중하는 시간이 될거야. 안나의 페이스에 온전히 맞추기도 하고, 또 엘사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그를 따라가기도 하고. 서로의 음악이, 그 음악을 듣는다는 것, 또 합주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땀이 흥건히 맺힐 정도로 각자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조금씩 알게 되겠지.

첫 합주가 끝나고서야 두 사람은 깨닫을거야. 이게 당신이란 사람이고, 당신의 음악이구나, 하고. 조금은 어색한 듯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이 살짝 미소짓고, 묘한 분위기가 감돌겠지. 그러다 안나의 리드로 다시 다른 연주가 시작되고, 엘사는 또 거기에 맞춰 합주하겠지. 장장 서너시간은 같이 맞췄을까,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음악에 집중하다가 안나의 바이올린 줄이 하나 끊어짐으로써 합주는 끝을 맺겠지. 아얏, 얼굴을 찌푸리며 손을 감싸쥐는 안나를 보고 놀라 달려간 엘사가 괜찮냐고 손을 잡고 살필거야.

"괜찮아요? 어디, 어디 잠깐 봐요."
"아, 괜, 괜찮...."

다행히도 손에 별다른 상처는 남지 않았지만, 안나의 양손을 눈으로, 또 열 손가락의 마디마디를 다 매만지며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 안나를 마주하는 엘사일거야. 처음으로 가까이서 마주한 엘사의 푸른 두 눈을 보고, 이상하게도 안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겠지. 이 사람, 눈이 이렇게 깊었었나. 하고 말이야. 어색하게 손이 맞잡힌 상태에서 말없이 서로의 눈만 빤히 바라보던 두 사람은 그렇게 묘한 분위기에 빠져들겠지.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합주가 끝났는지 확인하려는 직원이 불쑥 연습실 문을 열어제칠테고, 화들짝 놀라며 손과 눈을 떼어놓는 두 사람이겠지. 곧 정리하고 나가겠다고 하자 직원은 다시 사라지고, 어쩐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안나는 뜨거운 양 볼을 두 손으로 꾹꾹 눌러댈테고 엘사는 머쓱하게 두 손에 흥건한 땀을 옷에 슥슥 문지를거야. 오늘 연습은 이쯤으로 할까요. 그렇게, 처음 만난 날보다 더 어색하게 서로를 보낸 두 사람이었을 거야.  

그리고 그 날 이후 연습은 거짓말처럼 순조롭게 진행될거야. 물론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야 아직도 차고 넘치지만, 서로를 조율하는 방법이 뭔지 알게 된 두 사람이었으니까. 뭐랄까, 안나가 엘사에게서는 보다 열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낸다면, 엘사는 안나의 열성을 보다 정제되고 다듬어진 형태로 다스릴 수 있게 만들어갔지. 그리고 두 사람의 시너지로 오케스트라 또한 그 절정의 기량을 발휘해 보다 완벽에 가까운 음악이 서서히 만들어져갔어. 그리고, 연습이 끝나고서도 곡 해석을 두고 벌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는 끝이 없었지. 때론 단 둘이서, 때론 콘서트마스터 벨이나 이 대화를 흥미를 느낀 다른 단원들 몇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카페로, 또 와인바로 자리를 옮겨서까지 음악에 대한 대화는 도통 끝이 나지 않는 나날들이 계속 이어지겠지. 그건 서로에겐 더없는 즐거움이자 희열이겠지. 또한 그렇게, 자각하지도 못한 채 시나브로 서로에게 흠뻑 젖어들어갈 거야.


마침내 대장정의 막을 올리는 초연의 날이 밝았지. 결과는 당연히도 대성공. 세기의 협연이라는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이례적으로 공연 기간이 연장되기까지 하겠지.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 마지막 공연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겠지. 오케스트라와 안나의 마지막 활의 떨림, 그리고 엘사의 절제된 움직임을 끝으로 빈 자리 하나 없이 들어찬 객석에서는 기립박수와 탄성이 터져나올거야. 떨어져내리는 땀방울, 희열로 가득찬 표정으로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어보이는 두 사람이겠지. 단상에서 뒤돌아 객석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인 엘사가 보기 드문 환한 미소를 띠고 솔로이스트 안나에게로 성큼 걸어가 손을 꼭 맞잡아 들어보일거야. 귀가 먹먹할 정도로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환호 속에 가슴 벅찬 미소를 지으면서도, 이것이 마지막이란 아쉬움에 가슴이 더 먹먹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서로만 모른채로 말이야.

추천 비추천

34

고정닉 2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06 일편단심 안개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4 5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11:29 17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11:27 11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11:08 8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1 19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5:34 13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5:33 9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4:50 10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28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4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0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1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2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3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16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17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7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45 4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17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17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6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16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3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4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0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26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3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4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1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19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19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7] ㅇㅇ(115.138) 06.07 82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0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95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04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49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1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5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3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4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0 0
1123665 이럴 때 정신놓으면 갓반인 된다 [2] ㅇㅇ(223.62) 06.06 29 0
1123664 말라간다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2 0
1123663 단편이나 떡밥 내놔!!! ㅇㅇ(211.234) 06.06 22 0
1123662 점심때되니 [1] ㅇㅇ(211.234) 06.06 21 0
1123661 오늘 갓생사는척 함 ㅇㅇ(211.234) 06.06 19 0
1123660 그르릉 ㅇㅇ(110.47) 06.06 18 0
1123659 69날이 다가온다 ㅇㅇ(223.62) 06.06 20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