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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매직썰] 하룻밤의 인연으로 서로에게 코 꿰인 엘산나썰 17모바일에서 작성

파이리볼(112.144) 2019.10.30 23:00:56
조회 2541 추천 65 댓글 12

마음은 한 없이 멀리 도망을 택해. 선택했으니, 집중할 뿐.

"내 몸에 손 대지 말아요. 아주 불쾌해."
"미안해요."
"어차피 형식뿐인 식인데 이 이상 할 필요가 있나요?"
"엘사 편한대로 해요. 그럼."

가시 돋힌 말들에도 안나는 옅은 미소로 엘사를 대했어. 엘사는 그게 더 싫었지. 자신만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합리화 하기 쉬운 법. 엘사는 자신이 안나에게 왜 잘 해야하는 지 스스로 되물었어. 그럴 필요 없잖아. 비지니스 이즈 비지니스. 오직 그것뿐.


식은 빠르게 시작되었고. 주례의 말에 따라 움직였어. 별 거 없었지. 엘사에겐 특히나 별 게 아니게 느껴졌어. 식의 시작부터 축가까지. 남의 일처럼 느껴졌어. 영혼없는 인형처럼 엘사는 서있을뿐이었지. 반지의 교환조차 불쾌해서 엘사는 스스로 반지를 끼워보이곤 케이스를 안나에게 내밀었지. 안나 또한 당황치 않고 스스로의 손에 반지를 끼웠어.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사람들 앞에서 보이라는 주례의 말에 엘사는 서둘러 손을 내밀었어. 주례부터 많은 사람들이 당황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엘사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이었지. 더는 이 사람과 가까워지지 않을거야. 악수면 족해. 안나가 그 손을 마주 잡았으나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부족해 보였어. 키스해, 키스해! 키스하라고 짖궂게 외쳐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없이 불쾌해지는 지점에서 안나가 한쪽 무릎을 꿇은 건 순식간이었지.

"뭐하는 짓이예요?"
"이렇게 안하면 더 의심할거예요. 미안해요."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아주 조용한 목소리와 입모양으로 안나는 미리 양해를 구하고 엘사의 손에 살며시 입을 맞췄어. 부러 엘사가 뿌리치려했지만 안나의 손 힘은 생각보다 강했어. 그렇게 결혼식이 마무리 되었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다보니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밤이 되었어.

점점 불러 오는 엘사의 배에 신혼여행을 가지 않기로 진작에 합의한 두 사람은 일단 호텔로 이동했지. 멜리사의 제안이었고. 이것마저 거절할 재간은 없었으니까. 엘사는 자신이 결정한 부분에 대해 빠르게 움직였어.

"얼렁뚱땅 넘어가고 싶지 않아요. 오늘 밤에 정리하죠."

"혼인신고서예요. 얼마 안되겠지만 어쨌든 계약이니까. 그럼에도 나는 이 서류를 딱히 보고 싶지 않으니까. 당신이 서명한 후에 알아서 신고해줘요."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일어선 엘사는 방 안으로 들어가버리고.
안나는 한참 엘사가 들어간 방안을 바라보다 남겨진 서류를 보았어. 그리곤 펜을 들었지.
안나는 알아.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

엘사의 친필을 손으로 몇 번 쓸어보다, 안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어.
후회하지 않아.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네모난 각대 봉투에 서류를 넣은 안나는 이날까지 지었던 미소 중 가장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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