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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팩) 올라프는 먹는게 아니야 1모바일에서 작성

강니악갴ㅋㅋ(175.193) 2019.12.26 00:36:48
조회 2617 추천 127 댓글 25






"엘사?"


즉위식이 끝난 후 게일을 통해 약속한 날 저녁이였다. 함께 저녁을 먹고 제스처 게임이 모두 끝나고 난 뒤 모두가 잠을 청하러 가려할 때, 안나는 엘나를 붙잡았다. 안나는 아직 끝맺지 못한 얘기가 잔뜩이였다. 특히...


"응? 엘사. 정말 숲에서 지내겠다는 거야?"


안나에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아렌델을 떠나서 숲에서 살겠다는 엘사의 말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안나는 엘사의 두 손을 꼭 붙잡았다.


"우리 겨우 함께 지내게 된지 3년 밖에 안됐잖아. 응? 언니는 나와 같이 있는게 싫어?"


"안나... 그런게 아니야."


엘사가 곤란한 표정으로 안나의 눈을 피했다. 안나는 저도 모르게 버릇처럼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저 표정이다. 저 표정이 뭘 의미하는지 안나는 알고 있었다. 거절을 말하고 싶은 표정이였다. 자신에게서 멀어질려고 할때의 얼굴이였다.


"나 아직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 엘사."


"오, 안나. 너는 누구보다 아렌델을 아끼잖니. 너는 잘해낼거야. 나는 너를 믿어."


하지만 아렌델을 아끼는 마음 하나로는 부족한 일인 것을 안나는 알고 있었다.

퀸 안나 오브 아렌델.
몇 일전의 즉위식에서 들었던 낯설은 호칭이 귓가에 다시 맴돌았다. 그때의 긴장감이 떠오르자 손 끝이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여왕이였던 엘사의 옆에서 보조만 했던 시절과는 이제 모든게 다를텐데. 자신은 엘사처럼 똑똑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았다. 이 의견 저 의견에 휘둘려서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될까봐 안나는 두려웠다.

혼자서 그 모든걸 해낼 자신이 없었다. 다시 혼자서 이 아렌델 성에서 지내게 되는 게 안나는 끔찍하게 싫었다.


"매주 보러올게 안나. 응?"


"차라리 여기서. 아렌델에서 나랑 지내면서 가끔씩 숲으로 왕래하면 안돼?"


"안나... 아토할란에는 내가 필요해."


"나도 네가 필요해, 엘사!!"


안나가 결국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자신이 엘사였다면 옆에 있어준다고 말했을텐데. 떠난다는 말따위 절대 하지 않을텐데. 다시 한번 아랫입술이 잘끈 씹혔다.

서로가 떨어져 지낸지 13년이였고, 다시 서로가 만난지 고작 3년이였다. 그 3년이 엘사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시간이였던걸까. 자신은 아직도 함께 있는 시간에 목이 마른데.

왜 항상 자신을 혼자 두려고 하는건지 안나의 속에서 감추어 둔 무언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자신을 혼자 내버려두고 자신의 방안으로 숨어버리던 엘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13년 동안 그 닫힌 문만 수백번을 보았다. 자신에게서 멀어지던 모습 또한 질리도록 봤었다.

엘사의 얼음성에서도, 부모님의 배를 발견한 숲에서 자신과 올라프를 얼음배에 실어보냈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왜 항상 나와 함께한다는 선택지는 없는거야, 엘사?"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낸다고 함께 하지 않는게 아니야 안나. 나는 언제든 아렌델에 올 수 있고 너도 언제든 아토할란에 올 수 있잖니."


"... 나보다 숲의 사람들과 정령들이 더 소중한거야?"


"뭐? 안나. 아니야! 난 네가 가장!"


"그렇다면 내 옆에 있어주면 되잖아! 언니는 늘!!"


안나가 잡고 있던 두 손을 놓으며 엘사의 말을 끊었다. 가슴 얹저리가 텅 빈것 같았다. 찬바람이 통과하는 듯 서늘한 그 구멍안에는 뜨거운 뭔가도 함께 꾸물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쯤 나를 봐줄까. 언제쯤 나를 피하지 않을까. 매년 성탄절마다 정성스레 만든 올라프 인형들을 엘사의 방 문밑으로 넣으며 생각했다.

밀어넣은 올라프 인형들이 자신을 혼자 두지 말라는 말인걸 알아줬으면 했다. 저 닫힌 방문이 혹시라도 열릴까 문에서 두 어 발자국 떨어져서 한참을 기다렸던 그 시간들 속의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불쌍했다. 아니, 비참했다.

받지도 못할 애정을 구걸하는 자신의 모습이. 언제나 가까워졌다 싶으면 멀어지는 엘사의 행동에 화가 났다.


"아...안나?"


두 눈에 눈물이 고인 안나의 얼굴에 당황한 엘사가 당황해 손을 들었다. 그러나 안나의 얼굴에 채 닿기 전에 안나의 손이 거칠게 그 손을 쳐냈다.

두손을 허공에 멈춘채 기어코 엘사는 안나의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볼 수 밖에 없었다.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엘사는 창을 등지고 있었다. 달빛을 등진 엘사는 마치 사람이 아닌 무언가 같았다.

아, 정령님이지. 이제 평범한 자매가 아니라 더욱 더 자신의 손에서 멀어진 정령님. 자신은 아직 이곳에서 느리게 걸어가고 있는데 항상 엘사는 혼자서 저 멀리 나아간다.

같이 가자고, 자신을 혼자두고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대로 엘사는 더욱 더 멀어져서 영영 눈앞에서 사라질 것만 같이 느껴졌다. 이대로 엘사가 숲에서 지내면 점점 더 멀어지는게 아닐까 두려웠다.

아니, 어쩌면 엘사는 그게 좋은걸까? 나와 함께면 또 날 다치게하지 않을까 걱정이나 하고, 자유롭게 힘을 사용하면서 지내지도 못하니까. 하지만 자신은 엘사와 함께 지내고 싶었다. 또 다시 엘사로 인해 다치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있고 싶었다.

그게 그렇게나 이기적인 생각일까. 그 바램 하나가 뭐 그렇게 큰 것이라고 이렇게 가슴이 후벼파지는 것 처럼 아픈일인걸까.


"엘사. 나는... 혼자 인게 싫어. 계속 이렇게 애정을 구걸하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애타게 누군가를 걱정하는 것도 너무 싫어. 힘들어."


"....안나 ..."


"그런데 늘..."


텅 빈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안나는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였다. 그 모습에 엘사는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엘사... 네가 날 그렇게 만들어."


"..........."


"언니가 있어서 난 항상 외롭고 괴로워."


쿵. 엘사는 심장이 떨어져 저 바닥 아래로 내동댕이 쳐지는 기분이 들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아니, 정말로 그 순간은 숨을 쉬는 걸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안나는 흐르는 눈물을 훔칠 생각도 않은 채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엘사는 자신이 서 있던 바닥이 얼어버린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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