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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외전) 용쨔 안놔는 부끄럼쟁이얏앱에서 작성

ㅇㅇ(223.38) 2019.12.30 01:35:38
조회 318 추천 17 댓글 6




비싼 가격을 지불한 만큼 뽀송뽀송 해져서 돌아온 옷과 가방을 살펴볼거야. 가방 속 내용물을 확인해 보겠지. 언제나 습기와 추위에서 보호해주는 모포와 필수품인 물병, 치료 도구들 등 바닷물에 젖은 것들은 모두 새것처럼 돌아왔어.


응? 눈에 안 익은게 하나 나오겠지. 웬 책 같은게 여기 들어가있지? 혹시 다른 사람 물건이랑 섞인건가 꺼내서 제목을 살펴보면 목 뒤가 순간 싸늘해 지는거야. 전에 이상한? 사람에게 받은 뜨거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해 써놓은 책이었지.


물건을 말려야 하니, 세탁소 사람들은 이미 용사님 가방에서 들어있는 이 책을 봤을거야. 촤르륵- 매정하게 새 책처럼 펼쳐지는 페이지에 화끈한 얼굴을 처리할 새도 없이 감사 인사도 못하고 후다닥 뛰어나왔어.


"잘가요, 아가씨! 애인이랑 좋은 사랑하고!"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창피해서 전력질주로 달릴거야. 받은 옷과 가방을 정리하지도 못 하고 팔에 거의 끼다시피 여관입구로 돌아오겠지. 여관입구에 기댄 용사님은 숨을 돌렸어.


이걸 어떻게 들고 방으로 들어가! 책을 얻은 날은 엘사의 독심술이 봉인 돼있었고, 입술 뽀뽀의 참맛?도 모르고 있어서 어떻게든 변명을 하며 넘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말랑말랑 천국에 직접 밀어넣는 수준까지 발전했으니...


만약 엘사가 이 책의 존재를 기억하게 되면 어떻게 흘러갈지 아찔함이 몰려왔어. 강렬한 인상은 오래가는 법이야. 말끔하게 넘어가는 페이지 사이사이에서 안나가 본 그림들을 엘사라면 흥미롭게 볼테니까. 말랑말랑 천국에서 더 아래쪽으로 얼굴을 밀어 넣을지도 몰라.


위급한 상황에는 평정심을 되찾는게 최고야. 동굴에서 길을 잃었을 때도, 숲 속에서 고블린 떼를 만났을 때도 침착함을 유지해서 벗어났으니까. 하지만 상대는 밀물처럼 거침없이 다가오는 전직 마왕이야. 심지어 속마음까지 읽어.


거절을 할 수야 있겠지. 마음이 약해서 문제이지만. 용사님이 거절을 하지 않으니 더 과감히 달려드는 걸 모르고 있는거야. 과감한 시도 후 결과가 좋으면 바로 다음 코스로 넘어가는 식 인거지.


용감하고 때로는 무모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부끄럼쟁이 용사 안나에게는 연애와 스킨십 관련은 거대한 절벽을 맨손으로 타고 넘는 수준이었어. 더 나아가서 이 책을 전직 마왕에게 들킬 바에는 밤까지 맨손으로 절벽에 오를 자신도 생겨나는거야.


숨을 한 다섯번 길게 뿜으니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아. 얼마나 정신없이 달렸던건지 머리카락도 바람에 휘날린 것처럼 엉망이었지. 가방에 온갖 물건들을 집어넣은 안나는 머리카락을 대충 눌러댔어.


"후우... 좋아. 안 들키게 하는거야. 할 수 있다." 마음을 다잡은 안나는 아무 일도 없는듯 차분히 발을 내딛었어. 이마에 흐르고 있는 땀은 순전히 더워서 그런거라고. 가슴이 뛰는 건 운동해서 그런거야. 난 괜찮아, 괜찮다고. 용사님의 머릿속 말은 거의 스스로 최면을 거는 수준이었어.






- - -


뉴 에피-소-드

무슨 책이길래? 위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적 있으니 참고하새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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