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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올라프는 먹는게 아니야 8

강니악갴ㅋㅋ(121.161) 2020.01.08 17:44:44
조회 1604 추천 86 댓글 20



안나 시점의 이야기



사실 그건 어린 안나의 오래된 습관같은 거였다. 중앙 홀의 가족 초상화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 초상화가 잘 보이는 쇼파 위에서 어린 안나는 딩구르르 구르다가 인사했다.



"Hello Elsa."



똑딱똑딱. 시계 초침이 대신 인사를 받아주었다. 사실은 아까도 안나는 엘사의 방문 앞에서 한바탕 눈사람을 만들자며 소란을 피우다 쫒겨난 후 였다.



"엘사 언니. 나랑 왜 안 놀아주는거야. 내가 뭔가 잘못했어?"



초상화에 작게 그려진 어린 엘사를 보며 물었다. 우리 원래는 아주 친했잖아. 어린 안나는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쇼파에서 일어났다. 내일 다시 한번 가보지 뭐. 안나는 이번엔 쪼르르 성 안을 내달려서 집무실로 향했다. 커다란 문을 안나는 다시 두드렸다.



"Come here~"



집무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안나는 웃으며 까치발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무실 한쪽 서재에 서있는 이두나가 안나를 반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엘사의 방을 찾아가기. 시무룩하게 중앙홀의 초상화에게 쫑알거리기. 그것도 더욱 시시해지면 집무실의 서재에 놀러오기. 정해진 안나의 하루일과였다.

집무실에 찾아오는 건 항상 엘사에게서 거절당한 후 라는 걸 알기에 이두나는 항상 안나를 꼭 안아주고는 했다. 그 포옹이 안나는 외로운 성 안에서도 밝게 웃을 수 있는 이유였고, 15살에 이두나와 아그나르를 잃기전까지는 그것이 유일한 온기이기도 했다.

그 이후. 엘사가 즉위하고 서로간의 갈등이 해소되기까지 3년 동안은 안나에게 별로 기억에 남는 일이 없었다.

엘사가 있으니 후계자로써 크게 제왕학을 배울 일도 없었고, 성 문은 닫혀있어서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도 어려웠다. 그저 기초적인 학문 수업이 끝나면 서재에서 좋아하는 모험 서적을 읽거나... 또 뭘했더라. 엘사의 방 문이 열리거나, 성 문이 열리는 상상따위를 했던것 같았다.

그것말고 지난 3년은 안나에게 공백같이 의미 없는 시간들이였다.

아무런 의미도,
아무런 사랑도,
아무런 위로도,
아무런 교류도 없는 시간들.

해가 지고나면 어둠에 휩싸인 아렌델은 더 조용했다. 고용인들은 모두 퇴근해서 한밤중에는 두세명의 측근들 빼고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두나도, 아그나르도. 기댈대라고는 한명 밖에 없었지만 그마저 저를 피하기 급급한 언니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였다. 그것이 제 마음을 병들게 한것일까?



"...감옥 같아."



아니면 지옥이거나.
안나는 제 치마자락을 잡고 있는 어린 환영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대게 기분이 많이 나쁜 날이면 보이는 것이였다. 뭔가 달달한 거라도 먹어야겠다. 안나는 식당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어어."



야식이라도 먹을 생각으로 식당으로 가려던 안나는 닫힌 엘사의 방문 앞에 멈춰섰다. 이 새까만 세계에 자신과 함께 있는 유일한 사람. 거절당할걸 알지만 그래도. 안나는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혹시나했지만 오늘도 역시나. 안나는 쓰게 웃으며 혼자서 식당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래도 괜찮아. 엘사가 있으니까.



"엘사!"



안나가 환하게 웃으며 엘사에게 안겨들었다. 눈뭉치를 든 올라프가 웃으며 뒤에서 자신을 따라왔다. 카일과 서류를 보며 이야기하던 엘사가 놀란 얼굴로 쳐다봤다.

퍽! 그리고 보기좋게 올라프의 눈뭉치가 엘사의 목덜미에 명중했다. 안나가 엘사의 등 뒤로 냅다 숨어버렸으니까. 떨어진 눈덩이들이 서류 위로 조금 떨어진거 빼고는. 큰일이 아니였다. 아마도...



"헉. 폐... 폐하..."



"안나! 올라프!"



엘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결국 안나와 올라프는 벌로 복도청소를 해야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살면서 가장 즐거운 나날들이였으니까. 사랑도, 위로도, 사는 것의 의미도, 사람들과의 교류도 모두 엘사가 주었으니까. 엘사가 있으니 괜찮았다.



"매주 보러올게 안나. 응?"



"차라리 여기서. 아렌델에서 나랑 지내면서 가끔씩 숲으로 왕래하면 안돼?"



"안나... 아토할란에는 내가 필요해."



"나도 네가 필요해, 엘사!!"



혼자서 아렌델 성에서 지내게 되기까지는. 이 새까만 세계에 자신과 함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자신을 두고 떠난다. 엘사가 떠나면 나는? 안나는 필사적으로 엘사를 붙잡았다. 설득도 해보고, 버럭 화도 내보고, 눈물도 흘려봤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또 혼자 남게 되었지만.

아. 아니네.



"Hello darkness."



안나는 제 치마자락을 잡아당기는 환영에게 인사했다. 엘사의 대관식 날 이후로 사라진줄 알았던 어둠은 3년 만에 다시 조용히 나타났다.

3년 만에 나타는 어둠이 세 달을 잡아먹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아렌델 성은 다시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익숙지 않은 업무에 치이고, 유일하게 같은 어둠을 공유하던 엘사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결국 고작 세달만에 함락된 안나는 자신이 걱정되서 찾아온 엘사를 마구잡이로 헐뜯었다. 왜. 나만 두고. 왜 엘사 언니 혼자만 가는거야. 나 좀 봐. 나는 아직도 여기 있어 엘사. 나도 갈래. 나도 데려가. 내 옆에 있어줘. 그게 안되면...



"차라리... 깨어나지 않게 해줘, 엘사."



애원하듯 부탁하는 말을 끝으로 스위치가 내려지듯이 시아가 점멸했다.

어둠 속에서 어린아이가 혼자 우는 모습이 보였다. 그게 안나 자신인지, 엘사인지, 올라프인지 구별되지 않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쓰면서 사실 픽이긴 하지만 나는 어떻게 보면 실제로 엘사보다 안나가 더 꼬여 있을 거 같다고 생각을 함.


프로즌 1에서 사실 난 항상 밝고 명랑한 안나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 엘사야 마법을 숨기기 위해서 성 문을 닫고 갇혀 살았다고는 하지만, 안나는 이무것도 모르고 아무런 이유 없이 갇혀서 지냈다고 생각했어.


프로즌 1이 끝나고 엘사는 마법을 자유자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됬으니 가장 큰 문제가 사라졌고 이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프로즌 2에서 엘사는 결국 정령으로 거듭나면서 모든 문제가 환기되고 아렌델을 지켜낸 상왕으로써 명예, 지위, 민심을 얻고 자유까지 얻으면서 겉모습도 속모습도 완전히 변했다고 생각하는데.


안나는 과연 프로즌 1에서 부터 가지고 있었을 어둠이 해소됬을까? 그게 아니라면?


이라는 생각으로 쓴 픽이야. 잼게들 봐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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