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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썰)글핀엘사 슬덴안나 1

36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26 1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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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핀엘사 슬덴안나 1


-








9와 3/4 정거장.



보호자 없이 정거장에 도착한 안나는 불편한 분위기를 느끼며 홀로 서 있었어. 평생을 못 볼 것처럼 울먹이며 보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고 어느 기숙사로 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하는 아이의 부모도 있었으며, 사랑한다며 자식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부모를 보게 됐어. 관심도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보이는 모습들이 눈앞에 펼쳐졌지.



자신을 제외한 정거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감정적으로 변하는 상황들을 무심하게 바라봤어. 문득 안나는 제 주변엔 아무도 없다는걸 한 번 더 기억하며 손에 쥐고 있던 캐리어의 손잡이를 꾹 잡았어. 힘을 준 손바닥은 하얗게 질려있었지. 그들처럼 애정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혼자임을 인식하자 시선을 돌려 정거장 철도를 내려봤어. ‘안나, 고개 숙이지 말아라.’ 언뜻 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지. 지겨워-. 지겹고, 재미없어.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들어 올려 위를 바라보자, 파랗게 물들어있는 하늘은 안나의 마음과 정반대로 화창했어.



어느덧, 지루한 시간이 흐르자 수증기를 내뿜으며 정거장으로 달려오는 열차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어. 앞머리엔 5972의 숫자가 박혀있는 열차는 점점 속도를 줄이면서 안나의 앞에서 정차했지. 푸 쓱-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수많은 예비 마법사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문이 열린 안으로 들어갔지.



천천히 특실 문에 달린 유리창을 훑어보며 비어있는 공간을 찾아다녔어. 그리고 그렇게 찾아다닌 공간을 발견했지. 텅 비어있는 특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한쪽에 자신이 끌고 왔던 캐리어를 두고 다리를 꼬아 의자에 앉아. 창문에 팔을 기대고 풍경을 바라봤어. 그렇게 보고만 있었을까 경적이 들려오면서 거슬리는 쇳소리를 내며 천천히 움직이는 열차의 움직임에 기대고 있던 팔을 내리고 눈을 감았어. 호그와트로 도착하기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거야.



한참을 그렇게 있었을까. 안나 혼자뿐인 특실에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어. 눈을 감고 있던 안나는 잠이 이제 막 몰려오는 순간이었는데 갑자기 난입한 방해꾼의 등장이 불쾌한 마음이 일렁이자, 인상을 찡그리며 시선을 돌렸지.



“안녕, 혼자야?”



몸은 문에 가려져 얼굴만 내보이며 어색함 없이 인사를 건넨 학생은 이 공간이 안나 혼자뿐인 걸 확인하고는 같이 앉자며 물어왔어. 꽤 보기 힘든 백금 발을 지닌 여학생이야. 그것을 보며 머리카락 색으로 어느 가문인지 짐작해봤어. 화이트? 노덜드라? 일단 두 개의 가문을 생각해낸 안나는 탐탁지 않은 얼굴을 애써 풀어내곤 고개를 끄덕였지. 노덜드라는 아니었으면 좋겠어.



다른 곳을 살펴봤더니 자리가 다 꽉 차 있어서 어쩌나 했더니 다행이라며 해맑게 다시금 인사를 하며 들어오는 여학생을 무시했어. 아니, 무시하고 싶었지만, 재수가 없었는지 안나에게 말을 걸어왔어. 안나의 캐리어의 근처에 자신이 들고 온 가방을 내려놓고 반대편에 앉은 여학생은 안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어.



“너 예쁘게 생겼다, 이름이 뭐야?”



이제 막 11살이 된 여자애의 얼굴이 예쁘면 얼마나 예쁘겠어. 못생겨도 귀엽기만 하겠지. 저렇게 혀에 꿀 발린 말을 하는 상대방을 무심히 지켜보던 안나는 한숨을 내쉬었지.



처음부터 들어오지 말라고 거절할 걸 그랬어.



“아, 나부터 말해야겠네.”



엘사 노덜드라야!








-








[아렌델- 오, 아렌델! 정말 고귀한 가문이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완벽한! 미래에서도 위대한 업적을 쌓을 가문이야. 생각해보자고-. 아렌델의 가장 잔혹하고 냉철하며 야망 적이었던 루나드 아렌델의 자손이군. 안나, 정말 완벽한 아렌델이야. 확실히 슬리데린에 어울리는 야망을 지녔어. 소름이 끼칠 정도로.]



그렇다면 슬리데린으로 가면 되겠네.



[그렇지만, 과연 네가 슬리데린에 어울릴까? 아냐, 어울리겠지만 스며들진 않겠지! 그래! 너의 그 똑똑한 머리로 래번클로로 갈 수 있어. 이곳이 너에게 더 어울-]



내가 어디에 어울린다고.?



[지혜로운 아렌델이 생기는 것도 나쁘지 않아. 네 야망은 무척이나 무섭지만 조그만 욕심을 버린다면 더 편해질 수가 있단다.]



무언의 압박으로 분류 모자는 안나를 회유하고 있었어. 내가 슬리데린에 안 어울린다고? 정말 말도 안 되는군. 건방진 모자를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지. 하지만 호그와트의 전통과도 같은 존재를 없앨 수는 없을 거야. 여전히 자신에게 래번클로를 추천하는 모자를 무시하며 슬리데린으로 가겠다고 말했어.



내 길은 내가 정해.



[아쉽군, 아쉬워. 루나드는 여전히 순수혈통을 중시하는군. 조금만 욕심을...]



‘닥쳐.’



“그렇게 원한다면 기꺼이-. 안나 아렌델, 슬리데린!”



분류 모자의 외침에 슬리데린 기숙사 좌석에선 환호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들려왔어.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완벽하고 순수한 혈통인 아렌델의 핏줄이 자신들의 기숙사로 들어왔다는 게 좋았으니깐. 가문에서 태어난 모든 마법사는 그들의 세상에서 저마다 옳고 그름으로 역사에 한 획을 그었으니. 안나 아렌델이 여유로운 자태로 당당히 슬리데린의 자리에 앉자 주변의 어린 마법사들이 그녀를 반겼어. 안나는 그들의 상징인 녹색에 완벽히 어울리는 존재야.



원하는 기숙사에 들어간 안나는 오만한 웃음을 흘리며 주변의 어린 마법사와 마녀들을 바라봤지.



난, 슬리데린이야.

난, 완벽해야 해.



근처에 있던 학생들이 안나에게 인사를 하고 있을 때, 분류 모자의 외침이 들려왔어. 무시하고 싶었지만, 모자가 외친 이름에 안나는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



‘엘사 노덜드라, 그리핀도르!’



노덜드라-. 한때는 아렌델과 동등한 최고의 순수혈통 가문이었지만 어느 순간 혼혈을 인정함으로써 더러워진 가문이 된 노덜드라, 열차에서 만났던 엘사 노덜드라. 확실히 노덜드라 가문의 상징인 하얗고 금빛이 띠는 머리카락 색이 가장 눈에 들어왔어. 단정히 땋아진 그것을 바라보던 안나는 열차에서 있었던 일들을 기억해냈지. 지긋지긋한 일들이었어.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안나는 엘사를 봤지.



분류 모자에게서 무언갈 듣고는 부끄러운 듯 볼에 살짝 홍조를 띤 엘사는 서둘러 의자에서 일어나 자신을 반겨주는 그리핀도르의 기숙사로 달려갔지.



마음에 안 들어.



무엇이 불쾌한 것인지, 안나 본인조차 몰랐어. 혼혈의 핏줄이 자신과 같은 열차 안에 타서? 친한 척을 하며 말을 걸어서? 그것도 아니면-.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이유를 찾아내고 싶었지만, 안나는 애써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던 생각을 가라앉혔어. 별로 알고 싶지 않아. 그래,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어린 마법사들의 환영식은 시작됐어.











*

저번에 삭제했던 썰들 리메이크로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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