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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올라프는 먹는거야 27모바일에서 작성

강니악갴ㅋㅋ(175.193) 2020.01.28 11:09:48
조회 943 추천 78 댓글 20






"뭘 도와달라고요?"



나뭇가지 위에 누워있던 허니마린이 나무 아래에 찾아온 작은 손님을 보며 물었다. 트롤의 장로. 패비가 인상을 찌푸리며 나무 위를 올려다봤다.



"...그 전에 네가 정말 옐레나의 후계자냐? 차기 노덜드라 부족의?"



허니마린은 옐로나에게 미리 들었지만 정말 다루기 힘들어보이는 특이한 아이로 보였다. 이런 망아지 같은 아이에게 트롤의 소중한 아이인 크리스토퍼의 이야기를 해도 되는 것인지 패비는 잠시 고민했다.



"맞는데. 방금 내가 제대로 들은게 맞나요? 당신네 트롤의 아이와 아렌델 여왕폐하를..."



결혼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게 아니라. 아름답게 헤어지게 해달라고? 허니마린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너무 꿈속에 사시네요 패비. 이별에 아름다운건 없어요."



게다가 이미 엘사에게도 충분히 질색팔색 미움 받고 있는데. 그녀가 가장 아끼는 동생의 약혼을 깰 수 있게 해달라니. 드디어 노망이 났나. 허니마린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었다.



"...작은 예언을 봤다."



패비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얼어붙은 엘사가 녹은 뒤, 그녀는 안나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진다는 예언을. 그리고 그 예언의 끝에 크리스토퍼가 어떻게 되는지도.



"...재미없는 예언이네요."



"부탁하마. 크리스토퍼를 도와다오."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게. 패비가 간절한 얼굴로 다시한번 부탁했다. 허니마린은 질린다는 얼굴로 기지개를 한번 쭉 펴고 하늘을 쳐다봤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아 푸른 하늘색은 엘사의 눈 색과 어딘가 닮아있었다. 낮에는 항상 밝은척 굴면서 모두가 잠이 든 밤이 되면 숨어서 울기만하는 작은 정령의 얼굴이 떠올랐다.



\'또 울고 있네요.\'

\'...나 좀 내버려둬요.\'



울고 있는 엘사는 항상 날이 서 있었다. 그녀가 낮 동안 꽁꽁 숨겨온 감정들이 밤에는 여과없이 터져나왔으니까.



\'내가 안아줄까요?\'



물론 안아준다는 게 그 안아준다는 말은 아니지만. 나도 사람인데, 예쁜 얼굴에 끌리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 하지만 엘사는 한번도 곁을 내주지 않았다.



\'...아니면 당신 동생한테 찾아가서 울던가요.\'



그게 사랑하는 동생 아래에서 우는거면 더 좋겠네요. 안 그래요?

윽. 엘사의 손이 허니마린의 뺨을 내리쳤다. 눈물 젖은 얼굴이 퍽이나 사나워보였다. 싸운 동생을 찾아갈 용기도 없고, 그렇다고 고백할 수 있는 용기는 더더욱 없고.

그때 맞았던 뺨을 한번 매만진 허니마린이 허, 허탈하게 웃었다. 눈물로 젖어든 벽안 속에 보였던 그녀의 동생을 향한 깊은 애정이 다시 떠올랐다. 과연 그 끝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허니마린이 나무 아래에서 대답을 기다리던 패비를 향해 해사하게 웃었다. 아까 말 취소에요.



"재밌겠네요. 도와줄게요 패비."



대신 조건이 있어요. 허니마린이 손가락을 세 개 꼽았다. 첫번째.



"방식은 내 식으로 할거예요."



다소 거칠더라도 당신이 이해해요. 패비는 어쩔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니마린이 웃으며 두번째 손가락을 꼽아들었다. 패비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마지막 세번째 손가락을 꼽으며 말했다.



"크리스토퍼의 미래가 아니라, 엘사와 여왕님이 정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인지 궁금해요."



"...두분의 앞날을 보여 달란 거냐?"



"조금만이라도요. 저에게 크리스토퍼를 구해달라고 했잖아요. 저도 아는 것이 더 많아야 당신을 돕죠 패비."



패비가 한숨을 쉬며 두손을 공중에 흔들었다. 두번째 예언의 뭉게 구름이 허공을 갈랐다.



"...여기까지가 나와 패비가 함께한 이유에요."



허니마린의 손에 크리스토퍼는 얼음길 안쪽으로 질질 끌려가다싶이 했다. 크리스토퍼는 상당히 낙담한 얼굴이였다. 반쯤 잘려나간 얼음 종류석 앞에서 허니마린은 손을 놓아주었다.



"결국 패비가 말해줬던 예언의 끝까지 다 보고 말았네요, 크리스토퍼."



안나는 결국 엘사를 선택한다는 예언. 크리스토퍼는 두손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허니마린은 허리띠에 걸어둔 팔뚝만한 길이의 단도를 만지작거렸다. 아토할란은 계속 울고있었다.



"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자신있나요, 크리스토퍼."



".......아니요."



"그러니 포기해요."



사실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엘사가 지난 3개월 간 아토할란으로 떠나고 난뒤, 자신과 안나의 관계도 얼어붙은 듯 멀어졌다는 걸. 둘이서 함께 할 시간도 없이 안나는 일에 매달렸고, 무의식적으로도 그를 피했다. 엘사가 떠난 뒤 사랑스러운 안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결국 나는... 두번이나 안나에게 진정한 사랑이 아니였군요."



"아뇨. 그저 저 둘은 서로가 아니면 안될뿐이예요."



그저 그뿐인 이야기인거죠.
알면서도 속이 쓰리고 자꾸만 눈길이 간다는건 어쩔수 없지만요. 허니마린은 잠시 크리스토퍼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아토할란의 울음소리에 그의 흐느낌도 조용히 섞여들었다.

허니마린의 입에서 작게 한숨이 뿜어졌다. 그나저나 걱정인데. 허니마린의 눈이 아까 두고 온 두 왕녀님들 쪽을 바라봤다. 크리스토퍼의 예언은 끝났다. 이제 두 사람의 예언이 시작될 때였다.











두 사람은 아직도 열기 속에 엉켜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엘사의 손이 안나의 어깨를 밀어내고 있다는 것 정도.



"안나, 읏..."



쇄골을 깨물어대는 행동이 거칠었다. 엘사의 목과 어깨는 이미 울긋불긋한지 오래였다. 안나. 잠깐.



"잠깐만 안나!"



하아. 하아. 숨을 몰아쉬며 엘사가 안나의 어깨를 붙잡았다. 멍한 청록색의 눈동자가 엘사와 맞주쳤다.



"하아, 방금... 방금 크리스토퍼가 있지 않았어?"



"...크리스토퍼?"



안나가 멍한 얼굴로 허공을 보며 중얼거렸다. 모르겠어. 머리아파. 안나의 옆에서 작은 손이 치맛자락을 당기며 얼음길 저 끝을 가리켰다. 아니야. 잘 생각해봐 방금 저기에 있었잖아.

크리스토퍼... 그러고보니 아까 그런 얼굴을 본것 같기도 했다. 왜 여기있지? 아, 같이 왔지. 허니마린도, 패비도, 올라프도 같이.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런 사람."



엘사 말고는 다 필요없는걸. 안나가 빙긋 웃으며 품에 안겨왔다. 뭐? 엘사의 눈이 커졌다. 방금. 뭐라고...



"안나... 너....."



엘사가 안나를 품에서 떼어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안나.



"크... 크리스토퍼라니까? 무슨 상관이 아니라 네 약혼자잖아!"



"무슨 소리야 엘사."



내 약혼자는 한스잖아. 엘사가 멈칫 안나를 다그치던 손길을 멈췄다. 얼어붙은 벽안이 안나에게 박혔다. 한스? 서던 제도의 한스 웨스터가드? 무슨 말을 하는거야. 안나.



"...내가 죽여버렸지만."



이어진 안나의 말에 엘사는 숨이 멈추는것 같았다. 혼란에 찬 벽안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지금.....무슨......말..."



"한스가 엘사를 잡아서 탑의 감옥에 가뒀잖아."



내 부탁이긴 했지만. 안나가 덧붙였다.



"그런데 계속 엘사를 죽이라니, 왕이 어쩌느니 시끄러워서... 한스가 나를 죽이려했다는 누명으로 단두대형을 내렸어."



목이 잘리니 더이상 시끄럽지 않게 되더라구. 안나가 쿡쿡거리며 웃었다. 그러다가 문뜩 고개를 갸웃하고 엘사를 쳐다봤다.

오싹. 엘사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귓가에서 현악기 따위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온몸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엘사. 왜 여기있어? 나... 감옥에서 너를 꺼내준적이 없는데."



"...안... 나..."



언제부터인가 아토할란에서 들리던 울음소리가 멈춰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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