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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올라프는 먹는거야 29모바일에서 작성

강니악갴ㅋㅋ(175.193) 2020.01.30 16:48:15
조회 1008 추천 65 댓글 18






아. 머리 아파. 안나는 얼음 기둥을 붙잡으며 잠시 이마를 기댔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머릿 속이 뒤죽박죽이 된 기분이였다. 단도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건 또 왜 이래.

흔들흔들. 안나의 치맛자락을 옆에서 어린 안나가 잡아당겼다. 안나가 고개를 들고 단도를 쥔 손을 고쳐쥐었다. 흐릿한 시아가 다시 선명해졌다. 넋이 나간 얼굴로 저를 보며 울고있는 엘사가 들어왔다.



"너... 도대체 뭐야..."



엘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입술이 달싹였다. 어린 안나는 그 질문이 제게 던진다는 걸 깨닿자 안나의 뒤로 슬금슬금 몸을 숨겼다. 그런 아이의 머리를 안나가 가만히 도닥였다. 어라.



"얘가 보여? 신기하네."



모든 기억을 가진 강. 아토할란의 힘인가. 안나는 제 어린 시절의 아이를 부드럽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 어둠. 엘사를 잃어버린 어릴적 나.



"내 오랜 친구야."



인사해. 안나는 어린 아이를 끌어 제 앞에 세웠다. 엘사와 눈이 마주친 아이의 얼굴이 울것처럼 새빨갛게 변했다. 왜그래. 웃어야지. 줄곧 만나고싶어 했잖아. 안나는 무릎을 꿇고 아이의 뒤에서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얘는 언니를 아주. 아주. 좋아해. 너무 너무 좋아하는데, 언니도 오지 않고 믿었던 친구한테 버려져서 지금 화가 좀 나 있는 상태거든."



그리고 나는. 이 아이가 자란 모습이지. 안나는 빙긋 웃었다. 엘사가 숲에서 돌아오지 않았을때의. 엘사와의 교류가 영영 끊긴 채 혼자서 아렌델 성에서 살았을. 그래서 크리스토퍼를 죽이고, 한스를 죽이고. 엘사를 탑 안에 가둔 미치광이 여왕.



"...원래 안나는......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된건지 알면..."



흐음. 그건 아마 내 어둠이 알겠지만. 안나의 눈빛이 어둡게 침착됐다. 질문이 맘에 들지 않았다. 눈 앞에 내가 있는데 누굴 찾는거야 엘사.



"또 날 버리고 갈거야, 엘사?"



엘사가 할말을 잃은 듯 입술을 깨물었다. 안나가 히죽거리며 웃었다.



"아니지? 언니는 나를 상처주지 못하잖아."



내가 아무리 언니에게 칼을 휘둘러도, 이렇게 잠시 가둬두는 것 밖에는 못하니까. 바보같이 착하고 유약한 엘사.



"원하는 게... 뭐야."



내가 뭘 어떻게 하면... 안나를 돌려줄거야? 엘사의 눈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돌려줄 생각 같은건 없지만, 이번 질문은 마음에 들었다. 마치 유괴범에게 애원하는 것 같이도 보였지만, 상관없었다.



"돌아가자 엘사. 아렌델로."



네가 있어야 되는 곳으로. 안나가 이쪽으로 오라는 듯 손을 뻗었다. 엘사의 눈이 흔들렸다. 눅눅하고 어두운 감옥 탑이 다시 떠올랐다. 아까전에 안나에게 머리채를 잡힌채 질질 바닥을 기었던게 떠오르자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안돼요, 엘사. 아마 돌아가면 당신 정말..."



탑 속에 갇힐지도 몰라. 허니마린이 엘사를 말렸다. 안나가 얼굴을 찌푸리며 일어섰다.



"아까부터 느낀건데, 맘에 안드네 당신."



눈에 거슬리게. 엘사한테 말 걸지마. 가까이 가지마. 네가 뭔데 엘사를 보호하려고 하는거야. 그건 내껀데. 엘사는 내 언니고. 내것인데. 안나의 눈이 다시 날카로워졌다.



"저도 아까부터 느꼈지만, 지금의 폐하는 좀 무섭네요."



손에 든 것 좀 내려놔 줄래요? 허니마린이 피 묻은 단도를 보며 말했다.



"...그럼 거기서 꺼내줄게요."



뭐? 아하하. 재밌는 말을 한다는 듯 안나가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협박? 나를 상대로?



"방금 그 말 진심이야?"



내가 지금 여기 갇힌게 곤란할거라고 생각하는거야? 키득거리는 안나의 얼굴에 조소가 서렸다. 바보같은 말을 하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어련히 엘사가 자신을 꺼내줄텐데.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안나의 손이 천천히 올라갔다. 이렇게. 쉽게. 칼 날이 안나의 목에 닿았다. 날카로운 것은 너무나도 쉽게 여린 목을 파고 들었다.



"폐하!"



패비가 놀라 소리쳤다. 엘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허니마린이 가만히 주먹을 쥐고 안나를 노려봤다. 거봐. 이렇게나 쉽잖아. 엘사를 다루는건 이렇게나 쉬운일인데. 목덜미가 따끔거렸지만 만족스러운 반응에 안나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 협상하는 실력이 영 꽝이네."



협상이던 협박이던 가지고 있는 패가 좋아야 할수 있는 건데. 물론 내가 가진 패는 당신들이 가진 것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여왕이 가진 가장 큰 패는 엘사가 목숨보다도 아끼는 바로 저 자신이니까. 안나가 제 목숨을 함부로 던질때마다 휘청거리는 건 이쪽이였다. 달달달 떨리던 엘사의 손이 이내 주먹을 쥐자 붕대 사이로 피가 비쳐나왔다.



"이리와 엘사, 마지막으로 말할테니까."



돌아가자. 아렌델로.

사랑스러운 내 언니. 날개 잘린 새처럼 새장 안에 가둬두고 싶은 마음이 다시 꿈틀거렸다. 이번에야말로 다시는 날아가지 못하게 할테니까. 안나는 결국 서서히 녹아 사라지는 얼음 기둥을 보며 웃었다.



"엘사!"



비틀거리며 일어난 엘사가 천천히 안나에게 다가가자  허니마린이 다급하게 손을 붙잡았다. 엘사는 눈물로 엉망인 얼굴로 허니마린을 돌아보고는 잡힌 손을 빼냈다. 절망을 비치던 벽안이 이제는 정말 체념한건지, 아니면...



"아까 소리질러서..... 미안해요. 허니마린."



"엘사..."



엘사는 허니마린을 지나쳐 안나의 앞으로 다가갔다. 어느 새 얼음감옥은 모조리 녹아내려서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는 것은 더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어린 안나는 가까이 온 엘사를 피해 안나의 뒤로 숨어버렸다. 안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목을 긋던 단도를 내렸다. 엘사의 손이 안나의 얼굴에 닿았다. 맨살이 아닌 붕대의 감촉에 괜시리 안나는 입안의 여린 살을 씹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으니까. 안나가 엘사의 손에 제 볼을 비비적거렸다.



"안나."



붕대를 삐져나온 피가 안나의 얼굴에 묻어났다. 엘사가 안나를 품에 안았다. 새장을 떠났던 새가 다시 품안으로 돌아오는 기분이였다. 하하. 참 쉬웠다. 이 목숨 하나만 걸면 엘사는 순종적으로 변하니까. 만일 내가 제 날개를 꺾는다고 해도 아무런 원망도 못하겠지. 날 미워하지도 못하고. 날 죽이지도 못하는 엘사. 이대로 엘사와 함께를 이곳에서 벗어나서 아렌델로 돌아가면 모든게 정상으로... 안나가 손에 든 단도를 다시 고쳐들었다.



"...미안해."



"?!"



우드드득. 안나와 어린 안나 사이로 얇은 얼음벽이 뻗어나왔다. 읏. 치맛자락을 잡고 있던 어린 안나가 뒤로 쿵하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놀란 안나가 뒤돌아보기도 전에 엘사가 체중을 실어 벽으로 안나를 밀어냈다. 쿵. 아프게 벽에 등을 부딪힌 안나가 충격으로 손에 든 단도를 떨어트렸다. 차가운 날붙이가 소리를 내며 얼음바닥을 뒹굴었다.

쩌적. 얼어붙는 소리따위가 안나의 귓가에 들렸다. 윽. 차가워. 얼어붙을 것 같은 냉기가 안나의 양손을 뒤덮었다. 푸른 얼음이 안나의 두손을 뒤덮었다. 허니마린과 패비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게 보였다.

.....아아. 한방 먹었네.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가까이 온거였나. 안나가 헛웃음을 흘렸다.



"뭐야..... 이번엔 언니가 날 가두려고?"



얼어붙은 손이 묶여있어도 여유있는 웃음을 지으며 안나가 물었다. 엘사가 안나의 품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일그러진 얼굴은 끊임없이 안나에게 사과를 말하고 있었다. 아프게 해서. 차갑게 해서 미안해. 이렇게 묶어놓아서 미안해. 하지만...



"미안해 안나. 나는..... 나는 너를 포기할 수가 없어."



네가 니 목숨을 함부로 하려고 하는건 더더욱 볼 수가 없어. 엘사가 피가 흐르는 안나의 목을 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옆에 있어줄거니까. 계속 있을거니까..."



놀라 주저앉아있던 어린 안나가 그 말에 움찔하며 엘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짓은 이제 하지마. 제발. 부탁이야. 엘사가 울면서 안나를 끌어당겼다.



"네가 원하는대로... 아렌델로 돌아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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