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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tolen Ice 23-1 (해커엘사, 사기꾼안나)

설공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8 17: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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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주의. 제인의 성경험 살짝 언급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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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 A for Addiction

(중독의 A)




“아-…A, 하아, A, A, A—!”


제인은 주먹 쥔 오른 손의 손가락관절을 깨물면서 왼손의 엄지 마디로 음핵을 내리눌렀다. 암스텔 호텔 침대의 회색 시트 위에서 그녀는 자기 안에 손가락을 한 개 더 밀어넣으며, 엉덩이를 위로 젖혀 올리며 손과의 접촉을 늘렸다. 제인은 다시 낮게 탄식을 내며 옆으로 몸을 틀었고, 헤어라인과 이마의 경계에서 땀이 스며나왔다. 그녀는 눈을 감았고, 신경다발과 신경 끝에서 A의 손길이 되살아났다. 제인의 손가락은 암단자인 자신의 몸 안으로 비틀어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숫단자였다.


“A—“ 신음을 흘린다.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의 창문은 열려 있었고, 강물 위에 가로등이 반사된 빛이 보였다. 그녀는 A의 모습을 계속 떠올렸다. 그녀가 프롤로의 둥근 무대 중앙에 설치된 기둥에 몸을 기대 원을 그리며 문지르던 모습; 그녀의 코르셋을 덧대는 안감을 고정시키던 단추 훅을 푸는 모습; 옷을 거칠게 집어던지며 드러낸 햇볓에 그을려진, 농익은 살갗; 클럽 유토피아의 어둠 속에서 둘의 유두가 서로를 희롱하는 가운데 자신의 입술을 헤집던 그녀의 혀놀림을. 그 표정. 그 표정 하나로 제인은 자기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쿠아마린 빛의, 반쯤 감긴 눈꺼풀과 욕정어린 눈길. 그 시선 하나로 소녀를 간식으로 탈바꿈시켰다. A가 맛보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각별한 디저트로.


저도모르게 A의 환영이 제인의 뒤에 서서 소유욕 가득한 두 열의 치아로 금발의 귀 연골부분을 깨무는 모습을 상상했다.


제발 상상 좀 그만해.


제인은 흐느꼈다.


그녀는 자기자신이 역겨웠다.


A는 제인이 한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었다. 그 정보 때문에 자칫 잘못했다간 그들은 심각한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제인은 자기자신의 품위를 떨어뜨렸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친구에게 많은 굴욕을 주었다. 프롤로가 그의 지퍼를 채우면서 탈의실로 들어오는 모습에 그녀는 토할 뻔 했다. 그러던 그녀가 일어나지 말았어야할 기억에 기대 몸을 비틀며 자기를 위로하고 있다.


쉽게 외면하게 되는 느낌들.


그들이 다시 스위트룸으로 돌아왔을 때 제인은 피곤한 척하며 A와 헤어졌다. 무대조명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며 중얼거렸는데, 물론 완전히 개소리였다. 조명을 조종한 건 그녀였고, 낮에 잠이 더 잘 오는 그녀다. 시차적응은 차치하고서라도. 진실은 제 얼굴에 전부 쓰여져 있었고, A는 그것을 알아채기 위해 숙련된 독심술사가 될 필요조차 없었다. 제인은 A가 30달러짜리 칵테일을 섞는다며 미니바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제인도 그녀의 방에 셀렉션을 가져갈까 고민했고, 그녀의 혈관은 제발 알코올로 절여달라며 간청하고 있었다.


그녀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그 일이 일어난 날 밤이었다. 그녀가 처녀성을 잃어버린 날. 처음에는 (육체적인, 감정적인) 감각들을 되살리기 위해 마셨었다. 그러다 그녀는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일어났어야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결합 이후에도 완전한 느낌을 받지 못했을 때, 그녀는 잊기 위해 알코올을 취했다. 7개월 간의 안개 속에서 수십 건의 스파크가 튀는 사건들이 일어났고, 그 중 여러 건은 방화사고, 2건은 가벼운 교통사고, 1건은 비행기의 비정상적인 착륙, 1건은 팔 골절,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고한 행인 한 명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세 아이의 아버지였던 점잖은 신사는, 캄캄한 시카고의 거리에서 누더기를 걸치고 갈색 종이 자루를 한 손에 들고있는 영상실조로 앙상하게 마른 10대 소녀를 발견했다. 그는 무슨 문제가 있는 지 알고 싶어했다. (“내가 누구를 좀 불러줄까?” 그는 말하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남자가 그녀를 만지는 순간, 인사불성이었던 그녀는 무심코 그의 손바닥을 검게 태울 정도로 강한 전류를 쏘아냈다. 그의 녹색 눈은 그을러졌고, 입을 떡 벌려지고 혀는 밖으로 튀어나와 보도블럭 틈의 물웅덩이에 담그고 있었다. 그는 오리가 그려진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5시에 그림자. 왼쪽 귀 밑에 흉터. 안경. 벗겨진 머리. 그의 피부는 프라이팬 위의 계란노른자처럼 지글거렸다.


그녀는 911을 부르고 구석에 몸을 숨겨, 경찰이, 구급차가 (너무 늦었어,라고 생각했다.)와서 의료진이 사망한 얼굴 위로 하얀 천을 덮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지갑을 쥐고는 그 안에 두명의 소년과 한명의 소녀가 학교에서 찍은 듯한 사진과, 그와 그의 아내로 보이는 금발의 여성 둘이서 찍은 사진을 바라보았다. 지갑에는 세 개의 신용카드, 현금 68불, 자동차정비기사의 명함, 일리노이 주의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이 있었다.


이런 것이 평범함이었을 것이다. 이런 것이 가족이었을 것이다. 이런 것이 사랑이었을 것이다.


제인은 미시간 호수에 술병들을 죄다 던지고는 ‘다시는’이라고 다짐했다.


6년 전이었을까? 7년?


그녀는 아직 아이였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이. 청소년기에도 고집불퉁이었던 그녀에게 재활치료는 없었다. 되돌아보면 누구의 도움도 없이 갑자기 끊으려했던 자신을 걷어차고 싶을 정도였다. 떨림. 오한. 발열. 충동이 일고, 전기도 인다. 그녀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알코올을, 죽음을, 회한을, 우울감을 떨칠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항상 더플백 안에 그의 지갑을 넣어두었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말라고, 억지로라도 계속 앞으로 밀어붙여 나아갈 것을 상기시켜주는 물건. 과거는, 그녀의 신체의 틈새에 고이면서 엉겨 계속 곪아가면서 그녀를 질식시킬 것이었기에.


영혼의 결핵.


이전까지는 취미였던 컴퓨터가 집착으로 변해갔다. 그녀는 뉴욕으로 이사했다. 비행기를 한 대 더 구입했다. 거의 8개월 가까이 들여서 올라프의 코드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이전처럼 외출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야행성이 되었다. 도둑질은 정밀했다. 그녀에겐 목적이 생겼다. 한 생명을 앗아간 것에 대한 영원한 속죄. 매 분기마다 세 명의 아이를 둔 과부의 계좌에 추적불가능한 자금이 나타났다. 먼나라에서 고아원들이 봄에 난 새순처럼 불쑥 나타나기 시작했다. 버려진 이들의 곤경을 걱정하는 자애로운 익명의 기부자가 나타났다.


그녀의 ‘연인이 될뻔한 이’의 배신은 그녀에게 버림받은 느낌을 더욱 민감하고 불안정하게 악화시켰다. 맨정신으로는 외로움에 잠겨 허우적거렸다; 그래서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그녀는 이윽고 자신의 역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녀에겐 가족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했다. 그 무엇이라도. 그녀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한 명의 사람이라고 증명해줄 무언가를.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할 만큼 성장하고 냉정해진 그녀는 자신의 기록을 찾기 시작했다. 의료기록, 출생기록, 지문, 무엇이든간에. 21세기에 진입한 시대의 소녀는 으레그러듯 자신이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옛날에 멤피스의 병원에 입원했었고, 의료기기들에 이상반응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예전에 있었어야할 기록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간호사들이 그녀에게 준 정보들은 전부 압수되었거나 봉해졌거나 불타없어져 있었다. 한 여자가 작은 금발 아이가 혼자서 병원에 들어오던 것을 본 기억을 떠올린 것 정도만이 남아있었다.


부모 없음. 형제 없음. 10촌도 없음.

아무도.


5년동안 그렇게나 노력해왔는데…


제인은 과거의 기억을 떨쳐내고는 다시 암스테르담의 자기 방으로 주의를 되돌렸다.


그러니까 어쩌면 해와 달의 공연을 정당화해도 되지 않을까? 유리벽 너머에서 남자들(혹은 여자들)이 일을 치루는 동안, 자기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서라며 옷을 벗어던지면서 자신의 유일한 친구를 희롱하는 것을. 제인은 그 정보가 필요했고, 자신의 주의를 하나의 목적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자신이 그 작은 런던 진 병들을 뜯어내 목구멍 안에 들이붓는 것을 막아주었으니까. 그녀는 정신적으로 매말라있었고, 진이라면 태우고, 얼얼하게 희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제정신이 버린 사막을 적셔줄 것이었고, 망각의 손길을 빌려줄 터였다.


제인은 다시 오른쪽이 위를 향하게 털썩 몸을 다시 옆으로 틀었다. 다리 사이에 손가락들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젖가슴을 손바닥으로 감싸기 위해 오른손을 움직였다. 그것은 만족을 위해서가 아닌, 끝을 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결국 달과 태양의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프롤로를 더욱 효과적으로 끌어냈다. 그녀들은 (비교적) 생채기 하나없이 무사했다. 정보도 얻었다. 그리고 계속 한스의 추적을 이어갈 갈 수 있다.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있어야만 했다.


제인은 손가락으로 안쪽을 휘젓더니 찌릿한 전류를 아주 살짝 내보내, 안쪽의 근육이 그녀의 손을 물고 놓기를 반복했다. 절정은 짧았다.


좋아. 내겐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


그녀는 손가락에 묻은 액체를 침대시트에 닦아내고는 바닥까지 내려오는 얇은 커튼이 밤바람에 흩날리는 창문 밖을 응시했다.


다시 눈을 감아보지만 A에게 키스했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역병. 저주. 사기꾼의 DVD 중하나가 결정적인, 색정적인 장면을 화면이 얼어붙을 때까지 끊임없이 정지하고, 되감고, 재생하기를 반복했다. 예술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림이었고, 깊이도 없었으며, 거슬릴 정도로 선정적일 뿐이었다. 그 안에 진실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으니까.


무대 뒤에서의 어색함과 그 뒤에 있었던 협상에 비하면 쇼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전에는 없었던 망설임과 의식적인 거리감이 나타났다. 이전에는 신경쓰지도 않았던 것들. 이제 제인은 자신이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육체적인 이끌림. 감정적인 애정. 널 좋아해-좋아해 같은 느낌의 연결. 술로는 결코 해결하지 못할정도로 A는 자신을 가득 채워주었다. 그녀는 세인트존 섬에서 익사할 뻔했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그럴 것만 같았다.


삽시간에 그녀는 A의 품 안에서 반라로 신음하던 때로 되돌아갔다.


----------------


제인은 A의 윗입술을 자기 입술 사이로 빨아들였다. 머리 위 망가진 조명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그녀의 창백한 피부 위에 내려앉아 머리카락을 조금 그을리고 의상의 금속장식에 검은 숯자국을 만들었다. 타는 플라스틱 냄새와 땀의 소금기가 느껴졌다. 물 가에 발자락을 살짝 담구듯, A의 혀가 호기심에 재촉하듯 쿡 찔러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며 입술을 열어 A의 입에 자신의 것을 가져다 넣었다. 머리 위 불빛도 A도 치밀어올라, A의 손이 그녀의 등을 타고 내려가 엉덩이를 감싸 굴렸다. A는 이빨로 제인의 실한 입술을 딱 놀랄만큼만 깨물었다. 침입에 능숙한 A의 무릎이 그녀의 다리 사이로 기어올라가자, 제인이 숨을 들이켰다. 제인은 두 팔을 A의 허리에 감아 더욱 깊숙히 끌어당겼다. 무대는 암전했다.


무대의 끝을 알리는 버저 소리가 크게 울렸다. 음악이 멈췄다.


그들의 입술이 떨어졌다. 거의 나신에 가까운 상태로, 여전히 끌어안은 채로. 땀을 흘리면서. 숨을 헐떡이면서. 서로의 코가 맞닿아있었다. 제인의 오장육부는 들끓고 있었다. A의 가슴이 사실상 뒤섞이듯이 금발의 것을 눌러왔기에, 제인은 A의 심장이 룸바 박자만큼이나 빠르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절절한 압력감을 갈망하여 서로를 붙잡았기에, 여성스러운 둔덕들이 서로를 마사지하듯 달라붙었다.


A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와, 입술을 스치듯이 붙이더니 속삭였다. “미안해.”


A는 몸을 비틀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제인은 자신의 뺨에 눈물 한 방울을 느꼈지만, 자신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더듬어 무대바닥에 떨어진 천 조각들을 회수했다. 그녀는 그것들을 머리 위로 두르고는 탈의실로 향했다.


그녀가 탈의실에 들어갈 때 마침 A는 회색 슬랙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마주치는 대신, 화장실로 성큼성큼 걸어가 떡진 화장을 지워냈다. 화장실의 밝기가 무대의 것과 부딪혔다. 무대의 조명은 안정된,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냈었는데 화장실의 전구들은 부검실의 조명처럼 쨍쨍하고 냉담한, 무기질적인 빛을 내고 있었다.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는 쌍꺼풀에 뭉쳐져 있었다. 그녀의 립은 턱에까지 번져있었다.


A가 한 일이다.


제인의 머리카락을 비죽비죽 튀어나왔고, 뺨은 화끈거렸다. 그녀는 수도를 틀어 얼굴에 철벅철벅 물을 묻히며 문질렀다. 그녀는 클럽에 들어설 때 입고 있었던 회색 드레스를 다시 입고는, 프롤로가 찾아올 것을 대비해 다시 ‘캐릭터 만들기’에 들어갔다. 다만, 몸의 열기에 이 이상 피부가 상기되는 걸 막기위해 머리만큼은 높은 포니테일로 묶었다. 뒷목은 땀에 젖은 잔머리와 송진가루로 끈적했다. 제인의 시선 안에 A가 들어오자, 자신의 파트너가 뒷목에 낸 손톱자국의 얼얼함이 다시 되살아나는 듯 했다. 흰 칠판에 그어진 붉은 색 분필 선처럼, 있어서는 안되었을 것이.


A는 단호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 팔을 등 뒤로 돌리며 고른 숨을 쉬며 차분하게 있었지만, 결코 편안해보이지 않았다. A는 제인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채로, “내 옆에 앉아.”라고 말했다.


“뭐라구?”

“그는 곧 나타날거야. 우린 이걸 몇번이나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해야해.”


제인은 그 말대로 따르며, 막 희롱한 여성과의 적절한 거리를 자기 나름대로 가늠해 앉았다. 충분히 가깝지 않았는지, A가 몸을 더 붙여와 얼굴을 그녀를 향했다. 살짝 감긴 눈에 눈동자 색이 짙어졌다.


“나—“

“나—“


똑 똑 똑.


“숙녀분들,” 프롤로 판사는 살짝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A의 얼굴에 드리워진 걱정의 그림자가 태양아래 얼음처럼 녹아사라졌지만, 제인은 경멸하는 눈빛이 향하는 걸 지울 수가 없었다. 그의 남대문이 아직도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A는 자세를 다시 조정해 서로의 상체를 붙여왔다. 커플석에 비좁게 붙어온 접촉에 제인의 뼈가 끓어오르는 듯했다.


“우리는 서로 협의한 것으로 이해했습니다만,” 그가 말했다.

“저희는 저희가 제의한 것 전부를 보여드렸어요,” A는 다시 프랑스 억양을 섞어가며 말했다. “저는 늘 한결같죠. 그리고 그건 잠그는 게 좋겠네요.”


프롤로는 자기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지퍼를 올렸다. 그는 태연하게 말을 계속 이엇다.


“마담은 그렇지요. 왜 우리 미스터 웨스터가드를 찾는지 이유를 말해주시지요”

“이유는 오롯이 제 것이에요, 판사님. 제가 당신의 일에 대해 묻지 않는 것처럼요.”

“물론 그래서도 안되지만, 어른에 대한 예의라는 게 있잖습니까?”


제인이 무심코 코웃음이 비집고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자제했다.


“판사님, 저는 더 이상 당신이 예전에 따던 작은 꽃이 아니랍니다. 제 힘은 당신만큼 멀리도, 강하게도 미치지 못하지만 제발 제 일에 대해선 묻지 마시기를 부탁드려요.”

“감히 내게 위협을—“

“단연코 그렇지 않답니다.” A는 소파에 기대며 팔을 제인의 어깨위에 미끄러지듯 얹었다. A는 대화의 텐션이 오르자, 제인을 안심시키려는 듯 금발의 팔을 강하게 쥐었다. 아니, 어쩌면 A가 안심감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서로간에 지지해주는 것. 무대 위에서 그들 사이에 무엇이 있었던 간에, 제인은 삼켜야했고 억눌러야 했다.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을 해결해야만 했다. 중요하지 않은 순간들을 영원히 곱씹는 것이 아니라. A는 이미 그녀에게 경고했었다.


“그건 우리가 아냐,” 주근깨 소녀가 말했었다.


그렇기에 제인은 자신의 왼손을 A의 무릎 위에 올렸다. 손에 힘을 주고는, 무표정한 시선을 프롤로에게 던졌다.


“저는 그저 우리는 협의를 했고, 당신도 약속을 지켜줄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을 뿐이랍니다.”


“아니면 어쩔겁니까?” 프롤로가 물었다.

“아니면 전 이곳을 나가, 동쪽의 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할 수 밖에요. 프롤로 드보쉐 판사는 자기가 한 맹세조차 번복하는 자라고요. 저는 당신이 아시아시장도 노리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프롤로 판사님, 제가 이 5년동안 일본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내가 여기서 못나가게 한다면 어쩌실겁니까?” 프롤로가 말했다.


노골적인 협박.

제인은 쉬익소리를 내며 야유했다.

A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시다면 이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야쿠자 여러분의 방문을 기대하셔도 좋을거에요. 그들이 아끼는 붉은 머리를 건드렸다간 그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죠.”

“허풍은.”

“Non. 어디 해보시던가요.”


A는 뒤로 기대며 기다렸다. 프롤로는 그녀를 세심하게 살폈다. 제인은 감히 숨을 쉬지 못했다.


“마담, 저는 최근에 한스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프롤로는 입을 열었다. “그는 새로운 사업을 한다며 연락을 제게 했죠. 그는 제게 실력있는 댄서들을 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특히나, 신인을 선호했죠.”

“그런가요? 무엇을 위한 거죠?”

“그것은, 말할 수가 없군요. 그를 알고 있다면, 그에게 꽤나 환상적인 꿍꿍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을테지요. 그는 때가 되어서야 자기 패를 내보이는 자니까요. 내가 원한다면 그가 주식을 줄 수 있다고 했지요.”

“투자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투자하기로 하셨나요?”

“그 건은 쉬쉬하면서 진행하고 있는지라, 그는 몇 주 후에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장담을 하더군요. 제대로 된 내용을 주기 전에 다른 동료들과 먼저 확인할 것이 있어보이더군요.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나와 당신이라면 잘 알테지만 그는 상황판단이 매우 빠른 이죠. 내 조수들이 그에게 여자들을 건내는 대가로 통상요금을 받았을 겁니다.”

“여자들만 찾던가요?” A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다른 정보는 없나요? 가능하면 위치라던가.”

“글쎄요. 그는 이틀 전에 내게 여기를 뜰 거라고 말하더군요.”

“그는 이곳을 떠나….”

“영국입니다, 마담.”

“런던인가요?”

“거기까진 말하진 않더군요.”

“그는 따로 누구를 만나고 있다던지 말하진 않았나요?”

“나는 그대에게 그가 어디를 오가는 것까지 말할 수 있지, 그의 비서가 아닙니다.”

“용서하세요, 판사님.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요.”

“그럼, 내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인 것 같군요.”


프롤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위엄있게 몸을 돌려 치명적인 우아함으로 문을 열었다. “만약 여기에 잠시 머물 생각이 있으시다면, 비공개 공연을 몇 개 낙찰할 용의가 있습니다. 한 열성적인 후원자님께서는 소프트 S&M에 터무니없는 돈을 지불하겠다며 연락을 한 바가 있지요. 그도 같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그 대신 저는 중개료를 받고 싶습니다만—“


“감사하지만 저희는 이제 충분하답니다.” A는 돌려주었다.

프롤로의 약에 절은 얼굴이 조금 뒤틀렸다. “확실합니까? 당신은 늘 관능보단 감각적인 공연자에 가깝긴 했지만, 이건 쉽게 벌 수 있는 돈입니다.”

“저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A는 이번엔 좀더 힘주어 말했다.

“그러시다면야, 그럼 즐거운 저녁이 되시길.”

“판사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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