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매직썰]하룻밤의 인연으로 서로에게 코 꿰인 엘산나썰 2부-7화
식재료가 떨어진 건 가봐. 너무 놀라 주저앉긴 했지만. 감싸쥔 배부터 확인하는데, 아이는 괜찮은 거 같아. 아가, 너도 많이 놀랐지. 배 위에 올라와있는 손으로 도닥이며 이제 자신을 확인해볼거야. 자신은 괜찮아. 흙때문에 옷이 좀 더러워진 거 빼고는. 털면 더 괜찮아 질거야.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다 이사람 덕분이야.
제 앞에 있는 사람의 감싸안음 속에서 엘사는 안도감을 느꼈어. 이런 감정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건데... 혼란스러워.
어린 시절, 멜리사에게 느끼던 감정이었고, 한 때 웨스터가드와 같이 있을 때 느끼던 감정이었지. 그런 감정을 내가 당신에게 느낀다고...?
그런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안나도 몸을 낮출 거야. 눈과 눈이 같은 높이에서 만나.
엘사 괜찮아요? 하고 묻는 진중한 눈매가 이내 구겨지며, 처음보는 표정으로 바뀌네. 괜찮다는 대답이 이어짐에도 표정은 풀어지지 않을 거야.
"누가 이렇게 높은 곳에 위험한걸 올려놓은 거야."
자신이 쉽사리 깨질 유리인 양, 조심스럽게 일으키는 다정한 사람.
쓰읍하는 소리를 내며 인상을 쓰는 모습. 가까이 있는 요리사 복장의 너, 당신.
이미 닿아있음에도, 혹시 몰라 있을 상처를 보겠다며 더 다가오는 모습에, 접촉하는 손길에, 그 사이로 묻어나오는 알파 냄새에 엘사는 고개를 돌리지만 깨달아.
그 호르몬 변화의 어리석음에 굴복하고 말았구나.
나, 당신에게 흔들리고 있구나.
아니, 흔들리는 건 진작에 흔들렸지...
인정하기 싫었을 뿐...
그래도 사람의 마음이란 건 쉬이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엘사는 제 앞의 안나를 마냥 때리고 싶을 거야. 언제부터 그랬지? 당신은, 나를 흔들어놓았어. 그렇게 부정하고 물러서고 도망쳐도 왜 자꾸만 가까이에 있는 거야. 미운 사람.
나는 이렇게 복잡한데, 당신은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애.
아이때문일까. 그래서 이렇게 헌신적인것일까. 그래, 그런 거 겠지.
스쳐지나간 생각들에 쓰게 웃은 엘사가 일어나 안나에게서 멀어지려는데, 손에서 느껴지는 축축함이 이상해 돌아보겠지. 붉은 액체. 피야.
자신은 괜찮아. 자신이 느끼기에도 이상 없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이상은 없댔어... 그럼, 누구의 피야?
그제야 엘사 또한 안나를 살필거야. 엘사가 다가가자 얼굴이 붉어진 안나가 슬쩍 물러섰지만. 다가가고 다가가 그녀를 확인해보겠지. 안겨 있을 땐 잘 알지 못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보여. 어깨쪽부터 시작된 혈흔이 옷을 언제 물들였는지, 피가 잔뜩이야.
그걸 아는 지 모르는 지,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 당황스러운듯 눈을 이쪽저쪽 굴리다가 벽안과 마주친 녹안.
"어... 음... 엘사가 괜찮은 거 같으니 일단 됐고... 스위-, 아니 배는 괜찮아요...?"
어쩜 이래. 당신은 아프지도 않아...?
이제야 생각이 났는지, 스위티라고 부르지 말랬다고 자신의 눈치를 살짝 보다가 아이에 대해 묻는 당신의 눈에. 엘사는 정말 자신의 감정을 형언할 수가 없었어.
내가 뭔데, 당신에게 당신보다, 당신의 아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
바보-, 멍청이, 해삼, 말미잘... 같은 사람. 참을 수 없는 감정이 몰려들어.
요리사복의 목깃을 꽉 잡아봐. 웨잇, 왓? 당황한 아렌델의 눈이 다시금 이쪽저쪽을 굴리고, 멱살을 쥔 채 엘사는 안나를 계속 벽 쪽으로 몰아갈거야. 에, 엘사. 아니. 왓슨 씨. 화, 화난거예요? 아까 전 잔뜩 화가 나 있던 알파는 온데간데 없고, 평상시의 안나야. 그렇게 한동안 안나의 녹빛 눈동자를 바라보다, 엘사는 더 가까이 다가갈거야.
제 앞에 있는 사람이 너무 당황해 저를 쥐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놓지도 못하고 손은 허공에 뜬 채로, 혀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지만. 엘사는 순간적인 본능에 충실했어. 더, 더 파고들었지.
자신도 자기가 왜 이러는 지 모르겠어. 하지만 해야할 거 같아서, 자꾸만 제 안에 있는 본능이 그러라고 시켜서 하는 거야. 자신을 합리화해가며 안나를 리드해 나가겠지. 조금 정신을 차렸는 지, 혀가 조심스럽게 자신을 따르고 안나의 손이 자신을 붙잡아올거야. 그렇게 얼마간 이어졌을 지 모를 입맞춤이 이어졌어. 제정신으로 돌아온 엘사가 먼저 닿아있는 입을 뗐지. 제 앞의 아렌델이 뭐라고 한다한들, 할 말이 없어. 처분을 기다리는 아이마냥 반응을 기다리는데. 너무도 조용했지.
"안나?"
고개를 푹 숙이던 엘사가 고개를 들어 안나의 눈치를 살필거야.
순간 밝은 녹빛 눈이 암녹빛으로 가라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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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받습니다. 단, 스포일러가 강한 질문-대답은 제가 피하고 있습니다.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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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 감정선은 원래 저렇게 잡은 거고, 너무 이해가 안 가면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에 흔들리고 있다고 보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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