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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23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2 06:09:53
조회 330 추천 2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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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여기 대령이요!”


  어느새 차와 초콜릿이 그녀의 앞에 놓였다. 엘사는 주점 주인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차를 음미했다. 씁쓸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기분 좋은 씁쓸함이었다. 그 사이로 초콜릿을 얹자, 달콤함이 차의 향과 섞여 아름답게 피어올랐다.


  '안나도 초콜릿을 참 좋아하는데.'


  순간 우울해지려는 감정을 붙잡았다. 아직 독단하기에는 일렀다. 초콜릿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안나에게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한 번씩 했다.


  '아저씨가 많이 늦으시네.'


  찻잔이 절반 정도 비워졌다. 만나기로 한 사람이 나오지를 않자 내심 걱정됐다. 사고라도 난 것은 아닐까? 센트니세에서 사고가 난 적은 이때까지 한 번도 없었다는데. 센트니세를 생각하니 지난 두 달간 겪은 신기한 일들이 떠올랐다.


  센트니세는 특이한 곳이었다. 처음 오게 될 때부터 신비로운 느낌을 물씬 풍기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겪어본 센트니세는 더욱 특이했다.


  센트니세에서는 글이 무슨 문자로 쓰여있든 아무 문제없이 읽을 수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글자라고 해도 자연스럽게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또, 여기선 다른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던지 모두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마치 그 사람의 머릿속을 살펴본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곳은 낮과 밤의 구분이 없었다. 하늘은 항상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또, 이 곳의 사람들은 전부 생전 기억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생활 습관 같은 것들을 제외한 개인사를 전부 도려낸 것 같았다. 그럼에도 모두가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처음엔 기억이 없다는 게 대체 무슨 축복이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떤 의미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만약 이곳에 올 때 기억을 잃었다면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을까?


  '아니야.'


  엘사는 고개를 흔들어 이상한 방향으로 빠져나간 생각을 털어냈다. 어두운 목소리가 폭소하는 것 같았다.


  "어이,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에요."


  평소와 같은 안부인사가 오가고, 찻잔이 바닥을 드러냈으나 기다리는 사람은 얼굴을 비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간신히 수소문해서 알게 된 사람이었다. 이 사람 말고는 센트니세를 둘러싸고 있는 숲을 나가 본 사람이 없었다고 전해 들었기에, 불안함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내가 말했잖아. 너랑 엮이면 불행해진다니까?


  어두운 목소리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목소리의 말대로 자신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수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자, 결국 엘사는 마음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가득 찔렀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뭐라도 들으려고 기다리는 것보다 무작정 숲에 들어가서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어이, 아가씨!"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자 주점 주인이 누가 봐도 낡아 보이는 종이 뭉치를 들고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전해달라고 했는데 까먹었구려, 미안하오!"


  그는 종이 뭉치를 엘사에게 건네준 뒤 다시 주점을 향해 바삐 달렸다. 손에 느껴지는 낡은 종이뭉치의 묵직함이 이상하리만큼 불길함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뒤적거리며 종이를 살펴보자 생전 처음 보는 문자가 가득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의미를 알아낼 수가 없었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모험가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엘사는 이두나를 만나기 위해 한시바삐 걸음을 재촉했다. 불안과 걱정 뒤로 이게 안나에게 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숨어 있었다.




  “어머니!”


  천막 입구를 가리던 천을 옆으로 제치고 엘사가 다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천막 안을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던 이두나에게 종이 뭉치를 전하며 말했다.


  “이것 좀 봐주실 수 있으세요?”


  이두나는 흔쾌히 종이를 받았다. 하지만 한 장 한 장이 넘어갈 때마다 그녀의 얼굴이 심각해지는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엘사는 그 이유가 궁금했으나 이두나가 종이 뭉치를 다 읽을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고 있었다.


  부스럭거리며 종이를 넘기는 소리를 들으며, 엘사는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했다. 그 여행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사람이 저 종이 뭉치를 남기고 간 걸까? 도대체 그 숲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그녀는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만 늘어놓고 있었다. 그래도 숲의 비밀을 알게 되면 안나에게 갈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그녀를 설레게 만들고 있었다.


  “엘사, 이건 누구한테 받은 거니?”


  “주점 주인분이 건네주셨어요.”


  엘사의 말에 이두나는 무언가를 고민하며 미간을 좁혔다.


  "이건… 일기 같구나. 몽환의 숲을 떠돌아다니다 우연히 그 바깥에 나갔던 일을 적은 것 같은데."


  "그 바깥으로 가면 안나에게 갈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거기까지는 적혀 있지 않구나. 이 사람은 뭔가에 쫓겨서 다시 돌아온 것 같은데…"


  이두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했다.


  "엘사,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걱정이 되는구나. 네 마법도 너무 약해졌고, 그곳에는 어떤 위험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제가 뭐라고 답할지 아시잖아요."


  이두나의 걱정이 담긴 우려에도 엘사는 눈에 열정을 담으며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같이 가자꾸나. 몽환의 숲 속 길을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야."


  “어머니에겐 너무 위험할지도 몰라요.”


  “어미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단다, 엘사. 널 혼자 보내게 하지 말아 주렴.”


  아토할란을 향한 위험한 항해를 했을 때도 똑같은 생각이었을까, 거듭된 설득에도 이두나는 마음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엘사는 이두나에게서 절대로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 아닌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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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


다음편이 3부 끝!

혹시... 궁금한 부분이라도? (기대)


항상 봐준 쥬미들 너무 고맙고 추측, 질문, 지적 언제나 환영하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댓글로 알려주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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