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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REMAKE/ 운전교육 -3-

화로불판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03 02:31:41
조회 265 추천 2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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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말한거 그대로 하시면 돼요, 알았죠?”
 “..네에..”


 이런저런 인사말들을 나누고, 안나가 엘사의 미모에 빠져있기도 잠시. 본격적으로 운전교습은 시작되었다. 안나는 엘사가 타고왔던 스포츠카의 운전석에 앉고 엘사가 조수석에 앉은지 십오분 즈음. 여러 복잡해보이는 자질구레한 설명을 끝내고 실전에 들어서자 엘사는 그제서야 본성을 드러내었다.


 인간미인 것인지, 안나가 단단히 착각을 했던것인지. 엘사는 의외로 꽤나 남성적인, 정확히는 중성적인 여자였다. 조수석에 앉고 안나가 스티어링 휠을 잡을때부터 방금 인사를 나눳던 사람이 같은사람이 맞나 싶을정도로 그녀의 목소리톤은 다운되어있었다. 약간은 허스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이것 저것을 명령하듯이 안나에게 쏘아대었고 그 탓에 안나는 잔뜩 몸을 움츠리고는 기가죽어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아 좀 똑바로..하 다시 해볼께요”


 드륵, 푸르륵. 또다시 엔진이 꺼졌다. 이 작은 맹수같은 자동차는 어찌나 예민하던지 대충 기어를 넣고 발을 떼면 앞으로 가야 할 것을. 아직도 출발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 만남의 인상은 이제 사라지고 근엄한 판사와도 같은 모습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던 안나의 행동 하나, 하나를 꼬집으며 지적질과 명령을 했고 그에 안나도 적잖이 기가 죽고는 이젠 점점 신경질이 나있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하지않던가.


 ’얼굴만 이쁘면 뭐해. 성격이 개차반이구만.‘


 “방금 내 욕했죠.”
 “네?! 아,아니에요! 하하하..”


 헙, 안나는 급하게 이런저런 말들을 둘러대며 머쓱하니 웃었다. 살짝은 경멸이 섞인듯하면서 쩝 하고 입맛을 다시고는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순서를 잘 기억해야돼요. 중립에서 시동걸고, 클러치 밟고, 기어 넣고, 클러치 떼고. 방금말했던 것처럼 클러치는 부드럽게 떼어주면서...”


 말을 잘 들으면 뭐하는가. 결국엔 할 수가없는 것을. 그렇게 귀를 쫑긋세우고 들어도 정작 운전대 앞의 안나는 하얀 백지가 되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마치 밑 빠진 독처럼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였다.


 전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해보이는 안나를 보며 엘사도 슬슬 열이 오르고 있었다. 이건 뭐 운전석에 실어놓은 더미인형도 아니고, 시키기만 하면 멈춰서 멍청하게 쳐다만보고있으니 꿀밤이라도 한 대 쎄게 쥐어박아주고싶은 심정이였다. 목구멍 밖으로 욕지거리가 올라올뻔한 것이 여러번, 그래도 강사료는 받아야 했기에 어떻게든 무난하게 끝내려는 엘사는. 무거운 심정에 한숨을 폭, 내쉬었다.


 이런 차 안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나의 핸드폰은 연신 웅웅, 울려대었다.


 “아, 저 잠깐 핸드폰좀 볼께요. 급한일이 있는 것 같아서..”
 “넵, 편하실대로.”


 카톡, 하고 또다시 울리는 알람에 간헐적으로 떨리는 손을 붙잡고 액정을 보았다.


 ’안나야 강사님 오셨니?‘
 ’수업은 잘받고 있어? 대표님께 오늘 스케쥴 올려드렸다.‘
 ’내일 뮤뱅녹화는 이틀 뒤로 미뤄졌다더라 알고있으렴.‘
 ’이번주 주말에 싱글 레코딩 들어갈껀데 괜찮을꺼 같아?‘
 ’안나야 교육은 잘받고있니? 바쁜가 보네. 끝나면 답해줘‘


 나긋나긋한 매니저의 어조를 보자 서글픔이 차올랐다.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 옆의 여자는 나를 이렇게나 쏘아대는데, 나름 소중한 아이돌인데. 라고 생각하며 더더욱 시무룩해진 안나는 스티어링 휠에 이마를 맞대고는 발 밑을 보며 토독토독 액정을 두드려 답장을 보냈다.


 ’아니, 어디서 이런사람을 섭외한거에요?!‘


 ’왜, 마음에 안드니?;; 나름 잘 가르친다고 하길래 섭외했는데‘


 “하...”


 들리지 않을정도 짧게 한숨 쉰 안나는 다시 토독토독 액정을 두드렸다.


 ’아니 아닌거 같기도 하고..좋은거 같기도 하고..‘


 ’그래 그래, 못된사람은 아니니까, 면접때 말씀하시더라. 조금 감정에 서투르니까 너가 오해할수도있다고. 그러니까 우선 오늘은 수업 다 받고 숙소 도착하면 자세하게 이야기 해보자‘


 매니저의 나긋나긋한 설득에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쁘니까 봐준다 진짜.‘


 ”왜 자꾸봐요.“
 ”네?!, 아니,아니에요“


 어느샌가 눈을 마주쳐버렸다. 안나는 당황함을 감추기 위해 태연하게 대답을 했지만, 목소리의 떨림은 어쩔수 없었다. 이제는 자신을 가늘게 뜬 눈으로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엘사를 슬쩍 눈을 피했다.. 별안간, 무서운 여자다.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안나는 잡고있던 핸드폰의 액정을 다시 바라보았다.


 ‘후..가면 두고봐요 ㅡㅡ;’


 ‘나름 이 바닥에선 솜씨 좋다고 소문난 강사님이던데.. 거기다 여자여서 섭외한거란말이야.’ 


 마지막 매니저의 답장을 끝으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안나의 행동을 지켜보던 엘사역시도 다시 자세를 고쳐앉았다. 적어도 오늘은 주행까지 해봐야 하는데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니, 이 두사람의 적막감은 오래갈것만 같다.


 “자, 다시 해볼께요. 벨트 매시고”
 “네, 했어요.”
 
 벨트를 만지작거리고, 브레이크를 밟은체로 자신을 바라보는 안나에게 엘사는 몸을 그녀쪽으로 돌린 뒤 불안하다는 듯이 미간을 찡그린체로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시동 버튼을 가리켰다.


 “브레이크 밟았고, 시동 걸어봐요.”


 부우웅, 잠시 낑낑거리던 엔진이 힘을 받고는 우렁찬 시동음을 내뱉으며 돌아간다. 곧 소리가 가라앉고 근엄하면서도 웅장한, 낮은 배기음이 지속적으로 들려왔다. 사방에서 차체를 타고 올라오는 미약한 진동에 간질간질한지 안나는 다시 자세를 고쳐앉았다. 그에 반해 엘사는 불안함도 잠시 계속된 실패에 또 한번 실패할것이라는 것을 예감했는지 지루한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시트를 조금 뒤로 젖히고는 자리도 넓혀 다리를 꼬았다. 건들건들 발끝을 까딱거리는 것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였다.


 “그 다음에 뭘 하라고 했죠?”
 “기어를..넣는다?”


 클러치를 밟고 기어봉을 잡았다. 기어를 넣으려던 찰나. 1단이였는지 2단이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안나는 잠시 그대로 멈춰선,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잠시 생각을 해보았지만 지금까지 엘사가 말해주었던 말들이 모두 뒤죽박죽이 되어선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기어봉을 잡은 손이 1단 과 2단 사이에서 움찔거리는 것을 본 엘사는 눈을 슬며시 감고 보이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하하..몇 단 이였...죠?”


 머쓱하니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안나에게 살작금 송곳니를 드러내며 침을삼킨 엘사는 자신의 손을 뻗어 기어봉위에서 갈등하는 안나의 손을 턱, 하고 잡았다.


 “핫!..뭐 뭐하시는..?”
 “제가 몇단이라고 그랬죠?”


 갑작스럽게 손을 잡힌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거리고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도 잠시. 엘사의 낮고 끓는듯한 목소리에 입을 닫고 말았다.


 “몇다안?”
 “이..이단?”
 “일단”


 안나의 손을 쥔 엘사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는 기어봉을 앞으로 밀쳤다. 부드럽게 들어가는 기어봉, 엘사의 손이 다시 떨어지자 안나는 기어봉을 잡고있던 자신의 손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클러치 놓고, 이제 제발 앞으로. 좀. 갑.시.다”
 “네..네에..”
 “제발.”


 기가죽은 안나의 목소리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그녀는 다시 다리를 꼬더니 자신 앞의 공간에 손을 넣고 뒤적뒤적하더니 자일리톨 껌 통을 꺼냈다. 하나 씹을래요?. 잠시 껌 통을 보더니 불안한 눈빛으로 고개를 젓고는 비장하게 앞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웃겼던지 엘사는 입꼬리를 올렸다. 


 “앞으로 꼬우!”


 척, 손을 뻗어 앞을 가리키자 안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클러치를 놓았다.


 푸르륵, 앞으로 살짝금 꿀렁거리더니 또 다시 시동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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