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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REMAKE/ 운전교육 -5-

화로불판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03 19:21:43
조회 258 추천 2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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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지마요.”
 “히끅!..네..넵..!”


 훌쩍임은 계속되었다. 무슨일이 있었냐고? 물론, 일이 있기는 했다. 엘사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결국 폭발한 그녀는 안나에게 갖가지 욕설과 인신공격을 퍼부어 대었다. 차안에서 뜨겁게 한바탕 하기 직전까지 분위기는 과열되었고, 서로 처음 본 사이에게 못할 말들을 내뱉더니. 결국에는 안나의 마음에 상처가 되어선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흘러내려서야 막을 내렸다.


 티슈를 꺼내어준 엘사는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나는 소중한 것을 잡는 듯이 그 티슈를 꼬옥 움켜쥐고선 자신의 얼굴 이곳저곳을 슥슥 닦았다. 코는 벌겋게 달아올라 숨을 쉴때마다 콧물이 흘러내리기 직전이였고, 눈가에는 눈물로 따가워져선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가끔 안나의 히끅거리는 딸꾹질 소리와 엘사의 짧게 쉬는 한숨을 제외하고는 차 안은 어떠한 말들도 오가지 않았다.


 물론 엘사가 안나를 달래주려고는 했었다. 두 손을 부들부들 떨어대며 끓는 주전자 마냥 씨이익 씨이익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보며 섬뜩하니 등뒤가 서늘해짐과 동시에 엘사는 어쩔줄몰라 마른침만 삼키며 입만 다셨고 나름 위로의 말을 건내볼까 하며 –힘들어요? 라는 한미디를 던졌을 뿐이다. 


 안나는 엘사의 위로의 한마디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 한마디를 시작으로 더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차 안의 완벽한 정적속에서 서럽게 우는 여성의 흐느낌은 그 무엇보다도 치명적이였다. 무슨 정극 연기라도 하듯, 안나는 정말, 정말로 서럽게 울었다. 자신의 모든 인생의 서운함을 눈물 한 방울 방울에 담아 떨어트리기라도 하는 듯이.


 엘사 자신도 성인이 되기 전에는 운적이 없지는 않았건만, 남의 눈물을 받아주기엔 너무도 그릇이 작았다. 펑펑 물방울을 쏟아내며 간헐적으로 어깨를 떨어대는 그녀의 모습은 아마 엘사가 보기엔 조금은 흉측한 모습이였을 것이다. 토닥여주려고도 해보았지만 운전대를 꽉 붙잡고는 머리를 콩콩 두드리며 울어재끼는 안나의 모습에 실색을 하고는 손끝도 대지 못한체 어쩔줄을 몰라 어버버 눈만 끔뻑였을뿐이다.


 “...다 울었어요?”

 “흑..흐윽..!..히꾹!..”
 
 조립이 잘못된 기계마냥 덜덜 떨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안나를 보니, 엘사는 타오르는 흡연욕구에 니코틴을 충전하려 안전벨트를 풀었다.


 “..흐어엉!! 나 안해! 안할래에!! 흐아앙!”
 “아,아니! 잠,잠깐만! 뚝해! 뚝!”


 필사적으로 안나는 입을 꽉 깨물고 눈물을 멈추려 노력했다. 이건 무슨상황인가. 눈과 코에는 갖가지 물들이 다떨어지고있는데 입을 꽉 다물고는 넘어갈 듯이 숨을 쉬어대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엘사 본인도 모르게 입꼬리가 스윽 올라가고만 말았다. 


 “푸훕!”
 “흐으윽!..웃,웃겨요?!..흐읍!..”


 “그래 웃긴다.”
 “웃..웃지 마요오..씽..”


 “담배피고 올테니까 눈물이나 닦아”


 이제는 될 대로 되라지, 달래주기는커녕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는 엘사를 보며 안나는 다시 씩씩대며 엘사를 노려보았다. 엘사는 그 모습에 손을 들어 휘적거리고는 아직은 훌쩍이지만 겨우내 눈물이 멈춘 안나를 뒤로 차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곤 자신의 애마 옆에 걸터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지나가는 차는 없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조용하니 한적하게 지져귀는 어딘가의 참새소리만 있을뿐. 어디론가 사라진 구름들 뒤로 따사로운 햇살이 그녀를 비추었다. 따듯하게 감싸오는 햇빛을 받으니 답답했던 마음이 살작금 풀어지는 듯 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흰 연기를 바라보다 한 모금 시원하게 빨았다. 


 “후우..쓰읍...후..”


 뭉게뭉게 날아가는 연기들과 함께 봄날의 살가운 바람이 볼을 핥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엘사는 괜스래 필터를 만지작 거리며 곰곰이 생각했다.

 ‘아니 겨우 몇 마디 던졌다고 우네..하..이제 어떡하니..’


 자신도 어릴 때 는 시원하게 울었다. 화가 나고 분에 못 이기면 울어서라도 풀어야지, 어찌하겠는가. 하지만 나이도 먹으면서 남들 앞에서 우는 모습은 자신이 생각하기엔 너무도 추한 꼴 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남이 우는 모습이 볼만한 것도 아니였다. 어린아이가 우는 모습은 어느 정도는 귀엽고 봐줄만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아무리 귀여운 아이라도 떼쓰며 악악 거리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그녀의 성격에 다 큰 어른이 저렇게 필사적으로 눈물을 떨어트리면 어떤 미인이여도 추하게 보였다. 


 껄끄러운 표정을 하고선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던 엘사는 어느샌가 필터 가까이 타들어간 담배를 빤히 바라봤다. 꽤나 매혹적인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와 코끝을 간지럽혔다. 마지막 한 모금을 들이킨뒤 탁탁, 손가락으로 능숙하게 담배 끝을 털어 내고는 저 멀리 배수구에 꽁초를 던졌다.


 “아싸 골인.”


 찌뿌둥한 등허리의 느낌에 두 팔을 들어 스트레칭을 한 뒤, 몸을 돌려 손잡이를 잡으려던 찰나. 설마 하고는 허리를 숙여 안을 바라보았다. 짙은 선팅 너머로 보이는 안나의 실루엣. 다행이 감정을 추스렸는지 조신하게 앉아서는 두손을 맞잡고 바닥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어렴풋이 보이는 그녀의 손가락들이 꾸물거리는게 조금은 귀엽기도 하지만 우선은 그녀가 울고, 안 울고 가 중요한게 아니였다. 어떻게든 이 초보운전자를 길가에 내다버려도 살아나올수있게 가르치는게 자신의 할 일 이였으니까.


 “아직도 울어요?”


 “아뇨..”

 눈시울은 붉었지만, 안나는 애써 밝게 미소지었다. 


 ‘화나지도 않나..나였으면 주먹먼저 나갔을 텐데’


 아직은 히터의 따듯한 공기가 남아있는 차 안으로 들어와 시트에 몸을 뉘인 엘사는 빤히 그녀의 이곳 저곳을 훑어보았다. 


 자주색 져지와 푹 눌러쓴 하늘색 빵모자. 워싱이 없는 진청색의 청바지. 꽤나 귀염상의 얼굴의 아이돌이라니. 조막만한 얼굴에 그에 걸맞는 조그마한 두 주먹을 보니 울만도 하겠다 싶었다.


 안나가 들리지 않게 낮은 한숨을 쉰 엘사는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안나를 응시했고, 안나는 그 눈빛에 간헐적으로 불규칙한 짧은 한숨을 내뱉을뿐 눈을 마주치지는 못한체, 손가락만 꼼지락거릴뿐이였다.


 “왜 갑자기 그래요, 사람 무섭게..”
 “죄송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 몇마디 했다고 그렇게 울어버리면. 제가 심한말 했어요?”

 “..개새..”


 “그만해요, 갑시다.”


 머쓱하니 고개를 돌리는 엘사를 흠칫 흘겨본 안나는 이젠 능숙하게 시동을 걸었다. 다시 자신의 벨트를 메었고, 엘사 역시도 그래도 다행스럽다는 듯이 벨트를 몸에 둘렀다.


 “이젠 못해도 뭐라고 하진 않을께요, 다만. 차하고 발끝하고, 아니. 안나씨하고 차하고 한몸이 되었다고 생각해봐요. 알겠죠?”

 “네에..”

 “자, 기어 넣고 클러치 떼요.”


 드륵, 기어가 맞물리는 소리가 작게 들리곤 그녀는 조심스럽게 클러치를 떼었다. 엘사가 말한 것처럼 한 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주 살살. 발끝의 신경을 곤두세우며 조금씩 조금씩 발을 들었다. 


 자동차는 그런 안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이제는 꿀렁이지 않고, 조금씩 자신의 앞발을 움직여주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풍류를 즐기는 맹수와도 같이. 느리지만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는 듯 했다. 


 “어?...어어?!!”
 “거봐요 되죠!”


  처음으로 둘은 같이 웃었다. 안나는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에, 엘사는 그런 해맑은 표정의 안나를 보고. 어느샌가 밝아져서는 헤헤 웃으며 자신과 앞을 번갈아 바라보는 안나의 모습에 한켠에 흐뭇한 보람이 느껴졌다. 


 속도가 조금씩 붙어 RPM이 적절하게 유지되고 이제 기어가 맞물린체로 설렁설렁 자신의 걸음걸이를 찾아가고있었다. 아직은 느리긴하지만. 옆을 봐도. 앞을 봐도 자동차는 정말 나아가고있었다. 안나는 운전대를 꽉 쥐고는 정말로 신난지 여태껏 보여주지 않았던 보조개까지 내보이며 미소지었다.


 엘사는 그런 안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자신의 첫 드라이브를 되새기며.


 “자 이제 속도가 붙었으니까 뭘 해야죠?”
 “에?”
 
 “갓길에서 나가야죠! 왼쪽으로~”
 “에? 네?!, 왼쪽이요?”


 드르륵.

 어버버거리며 당황하던 안나는 두 눈을 크게 뜨며 힘껏 스티어링 휠을 틀었다. 오른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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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내려온다~ 말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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