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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tolen Ice 31 (해커엘사, 사기꾼안나)

설공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05 09:34:55
조회 507 추천 47 댓글 18

왜...주말도 바쁜가..........orz


참참못해주는 쥬미들, 댓글, 추천 해주는 쥬미들, 읽어주는 쥬미들 늘 고맙게 생각해.

너희들이 있어서 즐겁게 번역하고 있다. 설갤 오래오래 가자.


링크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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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 Breaching Fears

두려움을 부수다




안나는 이브닝 드레스 차림으로 오페라 하우스에서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안나만큼이나 정신이 없어보였던 말괄량이 역 여배우의 변칙적인 노랫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리고 있었다. 도어맨은 그녀가 웃옷을 챙길 수 있게 도우려 했지만 안나가 극심하게 움찔하여 친절을 베풀려던 콧수염의 신사도, 그녀 자신도 놀라고 말았다.


지난 24시간은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제인?” 안나는 보행자도로에서 말을 걸었다.


EP(이어피스)에서는 스티로폼이 삐그덕거리는 듯한 거슬리는 잡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제인은 거리가 충분히 가깝지 않으면 그리될 거라고 이미 경고했었지만 안나는 약속한 시간보다 더 빨리 도착해버렸다.


안나는 재빠르게 맨해튼의 모퉁이를 돌아, 화려한 바에 고개를 수그리며 들어가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마티니 한 잔을 시키며 이쑤시개를 집어 올리브 하나를 불만스럽게 찔렀다. 매끈하게 진열된 양주 위에 있는 플랫 스크린에 뉴스 자막이 지나갔다. 교통 체증이란다. 웨스트사이드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어떤 유전자 회사에서 잘라낼 수 없었던 유전자를 잘라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검사관들은 오하이오의 슈퍼마켓에서 칸탈루프 메론에 리스테리아 균을 검출했다고 한다. 그리고 방금 90대 노인이 첫 마라톤을 완주했다고 한다. 삶은 그 특유의 진부함과 놀라움 속에서, 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자신들을 제외하고서.


제인의 수색에 더 좋은 수확이 있기를 바랐다.


“A?” 이어피스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나더니 소리의 파동이 귀 안을 깊숙이 파고들어가 달팽이관을 두드렸다.


안나는 남은 마티니를 원샷하고는 바텐더가 바쁜 틈을 타 조용히 미끄러지듯 바에서 빠져나갔다. 10 달러짜리 칵테일을 먹튀하는 것 쯤이야 오늘 밤의 걱정거리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


“제인? 나 여기야.”


안나는 초소형 스피커를 통해 가볍게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다.


“난 빌딩 몇 개 정도 떨어져있어. 네 쪽은 좀 어땠어?” 제인이 물었다.


“아무것도. 네 쪽은?”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있어. 그래도 거긴 위험해 보이진 않았어.”


제인은 잠시 말을 멈췄고, 안나는 그녀가 고층빌딩 틈새를 뛰어넘으며 액션 영화 속의 스파이처럼 어깨로 앞구르기를 돌고는 그대로 뛰는 모습을 상상했다.


“만나면 얘기해줄게. 난 더 이상 이 짧은 주파수도 못 믿겠어. 모든 데이터가 해킹되었을지도 몰라.”


안나는 울퉁불퉁한 인도를 계속 걸어갔는데, 미숙함이 아닌 불안함으로 인해 구두의 힐이 도보의 틈새에 자꾸 걸렸다. 평소의 그녀라면 힐이 더 높고 날카로운 펌프스를 신고도 유유히 걸었을 텐데 기진맥진한 밤이 그녀를 짖눌러와, 마른 시멘트 위에서 서성이는 거북이보다도 발걸음이 느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제인이 그녀의 시야에서 벗어나있다…는 점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골목으로 들어섰고, 끔찍한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면의 창살에서 증기가 쉭쉭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히치콕 영화를 찍기에는 좋지 않은 조명, 그리고 배경과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삐걱대는 단조의 음악이 부족했다. 지금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이는 화재비상탈출구는 여러 층계 위에서 달그닥거리며 퉁퉁소리를 내고 있었다. 쓰레기통은 그녀의 길을 가로막고 있었고, 만약에 누군가가 그녀의 뒤를 쫓고 있었다면…뭐, 어쩌면 길고양이 오줌의 악취 덕에 안나에게 먼저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A?”


안나는 하늘을 향해 올려보았다. 다이아몬드빛 하늘처럼 푸른 눈이 두 층 위의 정글짐처럼 생긴 지지대 사이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인의 신체 대부분은 비상 화재탈출구의 수평으로 뉘어진 금속실린더에 가려져 있었다. 안나는 그 순간, 자신이 죽는 한이 있어도 제인이 그 어떤 종류의 철창 안에 갇힌 모습을 보지 않겠노라 맹세했다.


감금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맴도는 수많은 두려움 중 하나였고, 나머지 다른 두려움들은 가택침입에 대한 정보와 한스의 계획,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둘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장 큰 두려움은,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자기 머리 위에 있는 여자가 다치거나 고통받는 것이었다.


“제인,” 그녀는 말하며, 약간은 가볍게 숨을 쉬었다.


“귀에서 이어피스 꺼내서 밟아. 장소 옮기자.” 제인이 무표정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며 아래로 벽을 타고 내려오면서 지시했다. 그녀는 벽돌 벽을 단단한 두 다리로 밀어내며 착지하기를 반복하며 내려오는 모습은 흡사 군인 같았다. 안나는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사소한 점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들이닥친 위협이 그들의 삶을 모욕했고 태평했던 자신의 성격도 히스테리로 몰고 간 탓도 있었다. 한스는 그녀를 안다. 그녀를 가르쳤다. 그녀는 은닉하는 것만큼은 그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는 그녀에게 모든 속임수를 보여줬었다. 그녀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었다.


모든 걸 차지하고서도, 그들은 계속 방어전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추적은 하되 공격하지는 않았고, 뒤쫓아가되 대립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유일한 무기는 기습뿐이었다.


그것도 유효하냐고? 이제 더 이상 아니다.

그리고 제인은…


제인은 꽤나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녀의 모든 시스템, 저장된 파일들, 외장하드들, 백업, 그녀가 해변의 집에서 전송했던 모든 데이터들이 삭제되었다. 그녀, 그 뒤틀린 천사가 데이트를 하는 중에도 지나고 다녔던 USB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왜 갖고 있었냐고 물어본다면, 뭐, 제인이니까. 하지만 그것 안에는 모든 것이 들어있지는 않았다. 둘은 60%의 한스정리본이라도 수중에 남아서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었지만, 햄튼에서 모으고 정리했던 정보는 전부 날아가고 없었다.


그들은 집을 샅샅이 뒤진 후 해변가로부터 빠르게 빠져나갔다. 그들은 람보르기니를 타고 롱아일랜드를 고속으로 가로질러 뉴욕 주(州)로 들어가는 중에 순찰차 3대로부터 쫓기기도 했지만 빠르게 따돌렸다. 그들은 펜실베니아 주의 경계부근의 시간제 모텔에서 몸을 숨겼다. 제인이 나이아가라를 지나 곧장 산지로 운전하려는 것을 막기위해 안나는 온 힘을 짜내어 설득해야만 했다.


“자기야,” 안나는 제인의 발이 골목의 지면에 닿자마자 그녀를 바짝 끌어당기며 웅얼거렸다. 다른 소녀는 포옹을 마다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대했던 것만큼의 활기를 띠고 있지는 않았다.


“가자, 안전이 제일이니까.”


그들은 뒷골목을 지그재그로 계단을 그리듯이 이동했고, 격자배치의 도시는 도움이 되면서도 방해가 되었다. 모퉁이와 작은 도로들이 많아, 그들이 두 번이나 길을 되돌아가는 일 없이 단순하게 패턴을 따라 움직였다면 그들의 위치를 3블록 안에 유추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안나는 모퉁이의 식품 잡화점 주인과 빠르게 스페인어로 주고받더니, 주인이 안나를 직원 화장실로 들여보내 안나가 이브닝 드레스를 갈아입을 수 있게 해주었다. 제인은 가게 밖에 남아있었다. 그녀가 입은 검은 옷은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기에는 신뢰를 주지 못하는 차림새였기 때문이었다. 안나는 자신의 손을 제인의 장갑낀 손에 미끄러뜨려 잡았고 그들은 다시 길을 걸었다. 안나가 더 이상 파티용 구두로 발을 헛디디지 않으니 걸음을 더욱 빠르게 옮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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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째선지 커피숍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대학생이나 젊은 회사원들이 노트북이나 노트를 널부러지듯 늘어놓으며 과제인지 보고서인지 모를 것을 정신없이 작성하고 있었다. 안나는 모카를 한 모금 마셨고, 제인은 더블에스프레소를 식히기 위해 두유를 살짝 더했다.


“난 네가 차만 마시는 줄 알았어.” 안나가 말했다.

“이게 내가 스스로에게 허락한 음료 중에 가장 독한 거야. 그리고 난 지금 그게 필요해.” 그녀는 비니를 벗고는 손으로 앞머리를 한 번 쓸어넘겼지만 백금발은 더욱 정돈이 되지 못했다. 콜롬비아 스웨터를 입은 한 남성이 두 명으로부터 두 자리 떨어진, 도로를 바라보고 있는 창가 바 좌석에 앉으려다 정전기가 그의 손을 때려 살짝 떨었다. 그는 철제 의자를 벙찐 표정으로 쳐다보다 이내 구석에 있는 소파 좌석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제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 연락책은?”

“암것도 없었어.” 안나가 대답했다. “한스는 그에게 접근하지 않았어. 그는 뒷세계에서 투자자금이 오가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말야. 그래도 그가 한스가 최근에 ‘아직 미정인 사업 프로젝트’를 위한 정부대출을 받기 위해 서류를 제출했다고 얘기해주더라.”

“대출? 왜 대출이 필요하지?”

“글쎄,” 안나가 답했다. “내 다른 연줄은 정보는 없었지만 그럴듯한 해석을 내놓더라구.”

“그리고 그 내용은?”

“양동인 것 같대. 나도 그 의견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양동이라고? 양동이라니 무슨 소리야?”

“우리는 여태까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거야.” 안나는 설명했다. “이건 한스야. 우린 지금 한스 얘길하고 있다구.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세계적인 범죄자 4명을 모아서 뒷통수를 치는 놈이라고! 그런 그가 갑자기 합법적인 루트를 탄다? 아니. 이 카지노 건은…그가 이걸 제대로 굴리고 있는 이유 뒤에는 분명 더 큰 건수를 숨기고 있기 때문일거야. 카지노는 눈속임이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실마리기도 하지.”


“그리고 네 지인인 그는 그게 뭔지는 모른다는 거고?”

“그녀는 짚이는 데는 없는 것 같더라구.” 안나는 답했다. 그녀는 불안과 수면부족으로 인해 뱃속이 부글거리면서 메스꺼움을 느꼈다. 어쩌면, 위장 속에서 마티니와 섞인 모카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목구멍에 올리브가 걸려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 제인이 물었다.

“그래, 그녀는 금융 시장에서 일해.” 안나는 무시하듯 말했다. “마사 스튜어트가 마더 테레사로 보이게 할 정도로 내부자거래를 많이 했지.”

(*마사 스튜어트: 미국의 기업인이자 살림의 여왕. 주가조작에 휘말리고 위증죄에 감옥까지 감.)

“그녀의 이름이 마사야?”

“아니 그게 무슨—아니. 그녀의 이름은 그게 아니…아무래도 좋잖아.”

“그래…알았어, 됐어.” 제인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질투했어?” 묻는 안나의 목소리가 히스테릭한 속삭임이 되어갔다.

“아니!” 제인의 목소리톤이 안나의 것에 맞추면서 방어적인 기색이 담겼다.

“맨해튼 고층빌딩에 사시는 제인 전기 도우(Jane Electricity Doe)씨! 완전히 질투하고 있잖아!” 안나는 24시간 만에 처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팔로 제인을 쿡 찔렀다. “이거 봐. 누가 우리 쪽을 향해 시선을 둔다싶으면 바로 전기쏘려고 하고 있고. 점점 소유욕을 드러내고 있는 걸!”

“그런 거 아니거든. 난 그저 그 정보가 믿을만한 것인지 의심스러웠을 뿐이야.”

“한스가 우릴 쫓고 있다는 생각에 하수구 안을 배회하는 쥐처럼 터벅터벅 돌아다니면서도, 내 여자 지인들한테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구만.”

“지금 이럴 때도, 장소도 아니야.” 제인이 나무라듯 말했다.

“그럼 언제 어디에서 하면 되는데? 난 이거 제대로 스크랩해서 기록해둘 거야.”


제인은 눈을 굴리더니, 카키빛이 도는 두유-에스프레소 혼합물을 신중하게 한 모금 마셨다.


“내 집은 들키지 않았어. 그들은 내가 전송한 것들은 전부 확보하긴 했지만, 아파트의 물리적 주소는 찾지 못했어. 놀라운 일은 아냐. 난 그 곳의 보안을 매달 업데이트하고, 매 분기마다 시스템 점검을 하고 있으니까. 그들이 침범한 건 가상영역에 가까워.”

“좋아, 잘됐네,” 안나가 말했다. 그녀는 바의 의자에 무겁게 뒤로 기대었는데, 그것은 그녀의 폐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해방된 흐느적거리는 무게였다. 그녀는 목을 양 옆으로 한번 굴리고 관절을 까득까득 소리를 냈다. 의자에 기대어 한 모금 마시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솔직히, 누가 우릴 뒤쫓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누가 뒤를 밟고 있다는 느낌이 안들었거든…그냥 좀 곤두서 있을 뿐이야.”


제인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은 에스프레소 잔의 음료를 꿀꺽 삼켰다.


“그는 그의 일을 잘했어.” 안나는 계속했다. “그는 정보가 있었고, 우릴 제대로 놀래켜 주었지. 근데 네가 장소를 확인했으니까, 이제 우리 제대로 멀쩡한—어, 사태를 파악할 동안 지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거지?”

“난 지금 피곤하고 신경세포들도 지쳐있는 상태기 때문에, 방금 네가 내 집을 멀쩡하지 않다고 한 걸 넘어가줄게. 근데 왜 우리 네 창고 집에서 지내면 안되는 거야?”

“한스는 그게 어디있는지 알아. 누가 우리 뒤를 진짜로 밟을 수 있으니까. 세상에, 나 왜 이렇게 피해의식이 생겼지?”

“넌 한번도 누가 네 집에 침입당한 적이 없었어?” 제인이 말했다. “좀 아쉽다. 네 창고, 아니 내 말은, 네 갤러리를 구경하고 싶었거든.” 제인은 안나와 눈이 마주쳤고, 다시 생각에 잠긴 듯이 흐려진 시선을 창 밖으로 향했다. “물론 내 집의 시스템에 접속을 하는 편이 좋긴 해. 전에도 얘기했지만 시스템이 해킹당한 건 아니거든. 네트워크 폴더만 그런거지.”


안나는 상황파악이 어려워, 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클라우드나 드랍박스 같은 거야. 그것들보다 낫지만.” 제인이 설명했다. “그렇게 생각했지만…이젠 상관없어. 예비 USB에 있는 거 전부 정리해두고 검색 좀 한 다음에 5 테라바이트 외장에 전송시키면 되니까. 그래도 난 아직 내 원 계획이 더 맘에 들지만.”

“넌 내 조건 알지,” 안나가 도전하듯이 말했다. “나 없이 너 혼자 한스의 사무실에 침입하지 말라는 거.”

“거기엔 경비가 있어, A. 난 내 자신을 보호할 수 있지만,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아.”

“먼저 말해두지만, 난 내 손을 잡아줄 네가 없을 때에도 거길 멀쩡히 다녀갔었어.”


자기회의감에 기름이 부어져, 안나가 의도한 것보다 쌀쌀맞은 말투였다. 그녀는 계속했다:

“근데 거기서 네가 처음부터 목표로 하던 정보를 얻어버리면 어떻게 해? 네가 찾아다니던 모든 정보를 찾아버리고 네가…” 재가 옮겨와 그녀의 눈이 뜨겁게 타는 것만 같았고, 올리브가 여전히 기도를 막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안나는 초조함에 고개를 흔들었다.


좋아, 이해할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지금 같은 때에 불안해하고 감정적으로 굴고 있네, 나.


“뭔데? A, 내가 뭐?

“네가 네 자신이 누군지 알아내고, 그거에 충분히 만족해버리면 어떡해? 넌 네 이름, 네 가족을 알아내서, 나도 몰라…그들을 찾으러 가버리면. 난 그럼 뭐가 되는데?”

“A—”

“나도 지금 말도 안되는 소릴하고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지난 하루가 정말…바보같이 스트레스가 많았단 말야, 알아?” 안나는 속삭였다. 보이지 않는 재와 불씨가 눈가에 눈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우린 여태까지 과민반응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잖아! 사람들이 우릴 뒤쫓는다니, 우리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씨발, 미안해, 내가 과민반응하고 있네.”


울지 않을거야. 씨발, 난 징징대는 찌질이가 되지 않을거라구! 난 절대로 울지 않아! 제인이 사무실에 가는데 날 데려가지 않는다고, 해변에서 약속했던 것처럼 날 평생 곁에 두고 싶다고 한 걸 안 지킨다고 해도.


“어떻게 하면 내가 널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널 안심시킬 수 있을까?” 제인이 손을 잡으며 물었다. 그녀는 여전히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에스프레소 잔에 의해 데워져 손이 따뜻했다. “내가 질투한다고 네가 놀린 게 불과 3분 전 일이야.”


“그럼 인정하는 거구나.” 안나는 울음섞인 웃음을 지으며 검지 손가락으로 흘러내리는 라이너를 닦아내기 위해 눈 아래를 쓸어냈다. “제인, 네가 선택한 사람은 이렇게 지저분하게 질척거리는 사람이야. 밝게 놀리는 것처럼 보여도, 그 이면에는 사랑받고 싶어서 미쳐버릴 것 같아. 바꾸겠다고 약속해 줄 수 없어.”


제인은 마주잡은 손을 보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녀는 결의를 다지는 건지 아니면 곤란한 건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안나는 어느 쪽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녀는 안나의 손가락을 놓아주고는, 손의 장갑을 벗어내기 시작했다. 나일론이 살갗을 스치면서 새어나오는 작은 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는 안나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자신이 며칠을…혹은 몇 주나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자신조차 모르고 있었다. 제인은, 안나의 재촉없이 자발적으로 드러낸 자신의 맨손을 안나의 손 위로 포개었다. 그리고 그녀가 주근깨가 뿌려진 태닝된 손가락 사이로 자신의 것을 엮어 거미줄처럼 깍지를 끼는 동작에는 놀라울 정도의 단호함이 느껴졌다. 레고들이 딱 끼워지는 것처럼. 제자리로 맞아들어가는 링컨 로그처럼. 사포질된 기둥의 홈에 단단하게 박힌 못처럼 단단하고 안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쌓아올리는 것 같았다.

(*링컨로그: 통나무 모양의 장난감 블록)


아무런 장벽없이 손을 마주 잡는다는 단순한 행동은 제인조차도 따지 못하는 자물쇠였고 연결이었다. 너무나도 단순한 (동시에 중요하고, 치명적이며, 의미있고, 결정적이고, 중대한) 행위를 하기까지 용기를 내는 데에 몇 주가 걸렸다.


그녀가 먼저 움직이기까지


안나의 머릿속이 암전했다.


맙소사, 난 정말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년이야.


제인이 믿지 못했던 것은 안나가 아니었다. 제인은 자기 자신을 믿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널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네게 보여줄 수 있을까? 라고 제인이 말했었다.


내가 선택한 여자를 믿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믿음으로써.


제인을 그것을 혼자서 알아냈다. 그 행동에는 합리적으로 계산된 정확한 논리가 있었다. 반면에 감정에 능해야 했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종하고 이용할 줄 아는 소녀였을 안나는 아무런 감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천재와 사랑에 빠져있었다.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욱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사람과.


“난 네게 변해달라고 절대로 부탁하지 않을거야,” 제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너는…너야말로 이대로 괜찮겠어?”

“뭐?” 안나는 사색에서 빠져나오며 혼란스럽단 듯이 물었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곳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무척이나 당황스러워. 어릴 때 털었던 집들을 생각하니 미안해지더라.” 제인의 깊은 한숨에 어깨가 크게 떨어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지금이라도 그만둘 수 있다는 거야. 그만두고 이대로 우리의 삶을 시작할 수 있어. 우린 아직 돈이 있고, 난 비행기도 있지. A, 네가 장소를 고르면 우린 거기에 도착해 있을거야. 말만 해.”

“그럼 네 이름은 어떡해?”

“내 이름? ‘제인’으로도 충분히 잘 지냈어.”

“네게 가족이 있으면? 큰 오빠가 있으면? 정신나간 이모는? 집에서 키우는 개가 있으면?”

“난 그게…내 말은, 주제넘게 말할 생각은 아니지만…널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어.”

“어떻게 내가…”


안나는 제인의 부드러운 살갗의 감촉에 매료되었다. 황홀하다. 그녀의 피부는 수채화보다 부드러웠다. 그래, 그들은 키스를 하고, 껴안고, 포옹하고, 애무도 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안나가 항상 시작을 했고, 제인에게 움직이게끔 안심시켜줘야만 했다. 이제 제인이 적극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에게 접해오는 것을 보고 있으니, 마치 자신이 제인의 행복과 인생의 산 증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족처럼.


“지금 감정적으로는 네게 키스를 정신없이 퍼붓고 싶은 기분이지만, 네가 내게 변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나 또한 절대로 네게 수색을 포기하라고 하지 않을거야.” 안나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안나는 제인의 손을 아주 조금은 너무 강하게 쥐었다. 금발의 두 눈은 피로에 번들거리고 있었고, 지붕 위를 뛰어다닌 탓에 상기되어 있던 뺨도 점차 제 색을 찾고 있었다. 안나는 제인의 맨손을 자신의 입 가로 가져가 그녀의 중지와 약지사이의 틈새에 입을 맞추었다.


“네가 원하는 만큼 나도 원하고 있어. 행복은 나누는 거잖아, 기억하지?”

“그럼 계획대로 진행하자.” 제인의 낮은 허스키한 음성에 권위가 살짝 서려 있었고, 안나는 그것이 무척이나 섹시하게 느껴졌다. “우리 한스의 사무실에 침입해서 한스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찾아보자. 내 정보도 겸해서. 맹세컨대, 거기엔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예감은 틀릴 수 있어. 난 널 처음 봤을 때 로봇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건 타당한 평가였어.”

“그럼 우리 내일 밤에 거길 가는 거지?” 안나가 물었다. “네 아파트가 안전하다는 걸 알았으니, 그 매트리스에 곧바로 쓰러질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그래. 내게 정신없이 키스를 퍼붓고 싶다는 네 부탁을 들어주고 나서 말이야.”

“그건 감정이 매우 고양된 상태에서 내뱉은 말이야.” 안나는 투덜댔다.

“농담이든 뭐든, 넌 분명 말했어. 게다가 방금 에스프레소를 마신 탓에 아마 몇시간 동안은 깨어있을거야.”

“널 심심하지 않게 할 뭔가를 찾아낼 수 있을거야.” 안나는 속삭였다.


그들은 손에 손을 잡고 맨 살이 맞닿은 채로 이전보다 느긋하게 커피숍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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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버리고 갈까봐 불안해하는 안나를 안심시켜주려고 용기를 낸 엘사인데...

작가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프2도 연상되고 캐릭터도 잘 해석된 거 같아서 좋다.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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