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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tolen Ice 33-1 (해커엘사, 사기꾼안나)

설공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15 15:08:34
조회 409 추천 34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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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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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3*: Trust Issues

(신뢰의 문제)


33-1




“아, 젠장!” 한 명이 저음으로 고함을 질렀고, 다른 하나는 바리톤으로 조소를 날렸다.

“돈 내놔, 브루스.”

“지랄하네, 아직 이닝 두 개 남았어.”

“순찰 돌?”


안나의 눈이 커졌다. 사기꾼은 자기에게 주어진 탈출구가 하나뿐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기를 칠 때면 그녀는 훔치다가 걸리거나 있어서는 안될 곳에서 발각 당하더라도 수십 개의 거짓말을 만들어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만약 오늘 밤에 잡히게 되면, 올블랙에 허리춤에 하네스에 몸에 USB를 지녀, 온 몸으로 “저는 지금 당신의 보스의 사무실에서 정보를 훔치고 있어요. 제발 저를 놓아주시면 안되요?”라고 말하는 상태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들키지 않고 다시 -제인이 가장 효과적인 잠입방법이라고 칭한- 좁아터진 공간 속으로 꿈틀거리며 되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는 무지의 영역인 상황에서 안나는 입을 꾹 다물고 코로 깊게 숨을 쉬면서 진정하려 했다.


그녀는 이런 수동적인 상황을 혐오했다. 아무런 컨트롤도 없이 무력하다. 환풍구 안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말그대로 구석에 몰린 기분이 들었다.


“됐어. 이닝 끝나는 거나 보자구.” 바리톤의 경비가 의자 등받이에 기댔는지, 날카롭게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문 틈으로 흘러들어왔다. “몇 주나 조용했잖아, 오늘이라고 다를 것 같진 않은데.”


제인은 손을 흔들었고 안나는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 금발은 구석의 경보기들을 가리키더니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저것들을 죽였어,라는 뜻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가리키더니 안나를 가리켰다. 스위스 아미제 시계가 혐오스럽게도 그녀의 팔에서 가장 예쁜 부위를 집어 삼키고 있었다. 제인이 시계의 사이드버튼을 누르자 안나의 손목시계에 불이 들어오면서 카운트다운을 시작해 이미 9분 58초를 지나가고 있었다. 안나는 이에 씨익 웃었다.


우리 손목시계 동기화 해둘래?


안나는 끄덕이고는 자신이 사기치기 위해 연마한 기교들을 최대한 끌어내, 책상 아래의 직사각형의 공간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그녀는 아슬아슬하게 전화기를 밀치지 않을 수 있었고, 그 성과에 조용하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제인은 이미 가장 중앙에 자리한 컴퓨터를 붙잡고는 가능한 조용히 타이핑을 하기 시작했다. 무음의 공간은 결코 해킹을 하기에 바람직한 공간은 아니었다: 제인이 빠르게 타이핑을 하면 할수록 타자 치는 소리가 크게 울리기 때문이다. 그녀는 계산된 은밀함을 위해 속도를 포기했고, 어찌보면 당연하게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을 희생할 셈이었다. 안나는 어깨 너머로 정신을 집중했고, 로비 문 뒤의 남성들이 중계 중인 야구 경기의 재개와 함께 환호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제인은 데스크탑의 홈스크린으로 해킹해 들어갔고, 아쿠아빛 물결친 바탕화면에 WGT라는 글자가 화면 가득하게 메우고 있었다. 화면에는 디스플레이의 왼쪽 위 구석에 파일 하나가 보일뿐이었다. 안나는 컴퓨터 연결단자에 드라이브를 밀어넣었고, 제인은 파일을 클릭했다.


액세스 없음.


제인은 씩씩대며 보안을 우회하기 위해 명령어 인터페이스 창을 열어 명령어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안나의 손목은 수도꼭지의 물처럼 똑똑 흘러내리고 있어, 안나는 긴장감에 안절부절 못했다. 안나가 알기론 제인이 야구경기를 본 것은 고작 한 번일텐데 무엇을 근거로 제인이 타이머를 이렇게 세팅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반 이닝에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서 평균을 예상한 걸까?


다른 소녀가 일하고 경비들이 거무칙칙한 TV를 보는 동안 멍 때리면서 서 있을 생각으로 같이 동행하겠다고 안나가 고집피운 것은 아니었다. 환풍구에서 앉아있을 때처럼, 그녀는 지금 상황을 통제할 수단이 없었다. 그녀는 그녀의 모든 신뢰를, 자신이 사랑해마지않는 금발 소녀에게 맡기고 있을 뿐이었다. 안나의 손바닥은 장갑 안에서 축축했고, 입 안은 바짝 말라오고 근육은 팽팽하게 당겼다. 자기 역할이 없다는 것은—그게 누구던지 간에—상상했던 것보다 견디기 어려웠다.


그녀는 제인을 신뢰했다, 그렇지? 안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믿음은 분명 감정에 있어 일종의 전제조건일 터였다.


그녀는 나를 믿는다고 했어. 나도 제인을 믿어, 그치?


그렇지?


제인은, 왼손으로 타이핑을 하면서도 안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오른손은 양갈래머리 소녀의 허벅지 위에 올려두고 있었다. 강철과도 같은 두 눈은 마치 플라스틱 너머의 전자제어판을 해체하려는 듯이 뚫어져라 지루한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제인이 데스크탑의 파일을 해킹해 여는 순간, 불투명한 유리문 뒤로 다시금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파일 안에는 수 백개의 프로젝트로 분류되어, 또 그 안에 다양한 이름, 크기, 포맷의 작은 파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제인의 입술 끝이 꿈틀대더니 이내 패배를 인정한다는 듯이 사무실 의자에 몸을 맡겼다. 자신들의 탐색 범위를 좁힌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들이 ‘제인 도우(Jane Doe)’라고 입력한들, 일치하는 결과를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안나는 그녀의 손가락이 재빠르게 ‘아이스퀸’을 타이핑하는 것을 지켜보았지만, 일치하는 파일을 찾을 수 가 없었다. 그녀는 ‘제인 도우’도 시도해봤고 다른 단어들도 전부 검색해보았지만 수확이 없었다. 저장된 정보량을 보아서는 드라이브에 옮기는 데만 한참 걸릴 것이었고, 제인의 업로드 네트워크는 이미 들켰다. 그녀는 자신에게 보낼 수도, 물리적으로 옮길 수도 없었다. 그것도 경비원들이 순찰을 돌며 켜져있는 컴퓨터를 발견하기 전에 완수하기란 어려웠다. 제인의 정보를 찾으려면 파일을 살펴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럴 시간은 그들에게 없었다.


안나는 그녀를 밀어내곤 아무거나 클릭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뭐라도 있는 게 나을 테니까.


안나가 ‘웨스터가드, 한스’라고 입력하니 탐색기 위로 여러 파일들이 드러났다. 그녀는, 자신의 특기대로, 빠르게 그것들을 훑었다.


그녀는 이야기를 구성했다.


주연: 한스 웨스터가드

설정: 뉴욕 시, 맨해튼 11층 사무실. 맨해튼뿐이 아니다. 파일들은 뉴저지, 발전소, WGT가 어딘지는 몰라도 그들이 소유주로 나오는 미지의 시설. 활동기록. 암스테르담, 스코틀랜드, 베가스, 그리고…캐리비안?


안나는 파일을 클릭했다: 자메이카, 세인트존 섬


안나가 읽어내려가면서 머릿속은 음모론으로 가득했다.


캐롤 가? 이게 지금 세븐시즈 주식회사까지 연루된 거야?


플롯: B4로 명명된 임시 프로젝트. 여자. 알코올. 베가스 도박. ‘미정인 사업 프로젝트’를 위한 정부지원 대출금.


잠깐….


안나는 ‘거북이’라는 이름의 폴더를 클릭했다.


여기까지 와서 내가 잃을 게 어딨어?


그 파일과 함께 다른 13개의 파일들이 알파벳 순으로 나란히 정열되어 있었다. 첫번째 파일은 B4라고 작성되어 있었다. 안나는 그것을 열고 읽기 시작했다. 합법적인 비즈니스 인프라, 직원 급여목록 (거기에 프롤로와 그의 여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허가증, 알코올관련 등록증들, 맥주, 와인, 스카치 위스키 재고량, 5개년 계획…그 어느것도 활성화되어있진 않았다.


가장 최근에 수정된 파일의 수정 시각은 이틀 전이었고, 안나의 햄튼 해변 별장을 털고 난 직후였다. 보아하니 한스는 그녀들이 그의 계획을 눈치챘다는 사실을 알아내, 베가스 미팅일정을 일주일 앞으로 앞당긴 상태였다.


하지만 그 파일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단지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해보이는 미확정의 이론적인 프로젝트의 계획만이 있을 뿐이었다. 자금기록은 있었지만, 그것뿐이었다: 한낱 기록일 뿐, 실질적인 자산이 아니었다. 회사는 쇼를 위한 것이었고, 텅 빈 것이 마치…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거북이.


유령회사(Shell companies).


그녀의 연락책이 말했듯이 명의뿐인 간판회사.


유령회사: 필요할 때까진 비활동적인 기업들로, 모회사가 파산의 벼랑 끝에 몰렸을 때 금융 절벽으로부터 빠져나가기 위한 수단이다. 그리고 이 파일 안에 그런 것들이 적어도 13개나 된다는 얘기다. 재벌이 몰락하게 될 경우 그들의 주인을 구제해 줄, 사재기를 위한 자금들.


그리고 B4를 보았을 때…


회로를 완성하는 전선처럼 그것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짜여졌다. 자메이카. 그리고 세인트존 섬, 미국령 땅: 연안.


조세 피난지.


한스는 경제적이든 어디든 간에 양심의 가책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독일인 범죄자의 평소 전법을 고려하면 탈세를 위해 굳이 유령회사를 만든다는 행동이 맞질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사업을 세우려했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신중하게 진행했다. 그리고 한스 같은 사람이 이렇게 시간과 사람을 쓴다는 것을 보면…


큰 돈. 거대 그룹사들, 대기업들, 포츈 지 500대 기업, 국제 금융시장과 억만장자 금융가들.


한스가 책임자가 아니야.


그리고 그 생각은 크랭크에 매달린 밧줄이 끊겨 바닥으로 곤두박치는 것보다도 안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한스야, 감당할 수 있다. 한스가 안나를 잘 아는 만큼, 안나도 그를 알고 있으니까. 반대급부는 근본적으로 상호교환적이며, 이용해먹는 것 또한 주고받는 관계다.


하지만 그의 뒤에 정체불명의 배후가 있다?


단발의 외침과 리놀륨 바닥을 긁는 의자소리에 안나가 추론에서 벗어났다. 제인은 전자 문을 향해 빠르게 방을 가로질러가 입구의 키패드를 손으로 감쌌다. 그녀는 표정으로 버리고 가자,고 명령하는 투였지만 안나는 이 수수께끼의 편린을 풀 때까지 떠나기를 거절했다. 그녀는 정신없이 클릭을 해댔고, 창이 여러 개가 띄워져, 글자가 날뛴다. 그녀의 머릿속은 끓는 기름과도 같이 불안과 혼란스러움으로 부글부글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USB폴더에 무작위로 파일들을 끌어다 넣었다. 산재한 파일, 도식 및 그래픽들은 희미한 인상을 남겼다:


유가증권선물…빙판기 코일…WGT…자가발전모터…컴퓨터 칩…녹색에너지 발전소…WGT…줄기세포연구…ECT 기록…게놈 지도…WGT…투자자금 구매이력…공장매출 조정…국내 및 해외 파이프라인…WGT…


그러다 안나는 찾게 되었다: ‘관찰대상 베타’라는 이름의 파일을. 화면에는 자신과 빼닮은, 완벽하게 관자놀이까지 뒤덮은 주근깨가 덮인 얼굴과 그녀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의료기록이, 볼드체 Arial로 크게 그녀의 이름, 안나 아렌데일이 헤드라인으로 된 문서에 나이, 몸무게, 생년월일과 함께 작성되어있었다.


눈물이 비죽 흘러나왔고 그녀는 화면을 만지며 자신의 생일을 들여다보았다. 이 파일에 따르면, 안나는 여태까지 잘못 알고 있었다. 태어난 일자만 맞았을 뿐, 태어난 달은 알고 있던 것과 몇 달 차이가 났다. 그들이 루이지아나에 도착했을 두 달 전에, 그녀는 열 아홉이 되었다.


내 생일. 내…내게 생일이 있었어. 진짜 생일이—


“A!”


누군가가 소리치듯 속삭일 수 있다면, 제인은 이를 성공시켰다. 그녀는 환풍구 해치 위를 향해 고갯짓을 했다. 안나는 눈물에 앞이 흐릿한 가운데, ‘관찰대상 베타’ 폴더를 USB 폴더로 끌어다 넣었다. 그들이 이 사무실로 침입한 목적이 제인의 정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안나는 이기적이게도 자신의 기록을 챙기고 있었다.


푸른 색과 흰색으로 된 진행 바가 데스크탑에 떠올랐다: 10% 전송됨.


안나는 문 쪽에 몸이 붙는 소리를 들었다.


“브루스, 센서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뭔데 그래?”

“문이 열리지가 않아. 너도 레티나 스캔해서 되는지 확인 좀 해봐.”


제인은 독수리처럼 낮게 쭉 펼쳐 한손으론 전자 키패드를 다른 손은 문틀에 붙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감겨 있었고 문틀은 그녀를 뒤덮는 에너지의 파동에 더운 여름날의 뜨거운 아스팔트처럼 지글거리고 있었다.


“씨발, 뭔가 이상해, 카메라 확인해봐.”


제인은 눈을 번쩍 뜨더니 빠르게 바닥을 가로질러 안나의 손을 덥썩 잡았다. 안나는 고집스럽게다운로드 중인 파일에 집착하면서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침입자가 있어!”

“총을 챙겨!”

“A, 우리 가야 돼,” 제인이 말했다.

“아니, 아직이야, 조금만 기다려봐. 나 이거—”

“그럴 가치가 없어, 그게 뭐든 간에, 우린 시간이 없—”

“이거 챙기게 좀 내버려두란 말이야!” 안나가 외쳤다.

“A—”

“아니, ‘A’가 아냐, 네가 뭘 알아! 그들도 아는데, 어떻게 넌 모를 수가—"


문이 뜯기는 소리에 안나의 말이 끊겼다. 문 너머에서 새어나오는 빛을 가로막은 거구의 남성이 권총을 안나의 가슴을 향해 겨눈다.


“자,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섣부른 짓은 안하는 게 좋을거다.” 땅딸막한 경비가 말했다.

“브루스, 컴퓨터.” 다운로드 진행 바가 100%를 갓 채우는 순간, 다른 경비가 컴퓨터를 향해 손짓을 했다.


“찰리, 쟤네 뒤져봐.” 땅딸막한 사내가 키 큰 쪽을 향해 끄덕였다.

“물론이지. 시꺼멓게 뒤덮어도 보니까 여자구만.”


찰리라고 불린 경비는 두 명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고, 안나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주머니 속에 무기를 넣어두긴 했지만, 수색을 당한다면 그마저도 빼앗겨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가 될 것이었다. 그녀는 말빨로 총구를 피한 적이 두 번이나 있었지만, 그 때는 상대를 그럴듯하게 속여넘길 수 있는 배경스토리가 있었다. 지금은, 그녀는 무력했다. 지금처럼 이렇게나 무력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 점이 존나 살떨리게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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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른 아이스에선 안나 본명이 Anna Arrendale이라 원발음살려서 '아렌데일'이라고 붙였어.

아렌델은 나중에 따로 나오거든ㅇㅇ


그리고 32화 야하지도 않았는데 왜 내려갔누...알바가 정말 섬세한듯ㅋㅋ


그리고 표현관련해서 조언 준 쥬미들아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맙다고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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