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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카페인 - 1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10 02:08:49
조회 1349 추천 37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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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서러워서 살겠냐고."


깡- 발에 차인 쓰레기통이 힘없이 날아갔다. 왜 나한테만 그러는데? 나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거야? 길거리에 굴러다니던 애꿎은 깡통만 뻥뻥 차대며 한탄해 보아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리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다. 가끔 가다 들려오는 네온사인의 전기 소리가 아니었더라면 사람 한 명이 족히 미쳐버리기에는 충분한 장소였다.


“오, 젠장.”


발에 걷어 차인 음료수 캔이 하늘에서 막 몸을 비틀 무렵, 안에서 흘러나온 음료가 옷을 적셨다. 빌어먹을, 이거 오늘 아침에 세탁했는데.


“악!”


캔이 자신의 임무를 다하기라도 한 듯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갔다. 그래, 이제는 이런 일도 익숙하지. 애써 위안을 하며 손으로 옷을 박박 비벼봐도 주황색은 줄어들기는커녕 그 크기를 넓혀갔다. 대체 왜 흰 옷을 입고 나왔을까. 의미 없는 푸념과 헛웃음만 반복하며 계속 걸었다.




[당신의 편안한 생활을 위한 환상-복권! 지금 당장…]


“쯧.”


확성기를 통해서 선전 소리가 텅 빈 뒷골목에 울려 퍼졌다. 지나다니는 것 하나 없는 뒷골목에서 누가 듣는다고 저렇게 크게 틀어대는 것일까. 되지도 않을 걸 왜 헛돈 날리면서 하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적어도 나는 저런 미친 짓은 안 해야지, 또 다른 위안이었다.


[당첨되는 즉시 승격이…]


“안 해.”


전부 부질없는 헛소리였다.


[꿈꾸던 이상향을 눈앞에…]


“안 한다고.”


젠장, 저놈의 선전 소리는 왜 이렇게 큰 건지. 두 손을 들어 귀를 막았다.


[당신의 적극적인 참여를…]


“하.”


아무리 애를 쓰고 용을 써봐도 귀를 파고드는 선전 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 네가 이겼다. 고개를 저으며 골목길을 계속 걸을수록 선전 소리가 멀어져 가는 게 느껴졌다. 드디어 한결 나아졌네. 선전 소리가 사라지자 텅 빈 골목은 다시 조용해졌다. 가끔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번쩍번쩍 빛나는 광고판의 전기 소리, 그리고 쓰레기가 바닥을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소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발걸음 소리가 쓸쓸함을 완성시켰다.




“아, 망할…”


문득 낮의 기억이 떠올랐다. 거기서 그렇게 행동했으면 안 됐는데. 골목 한복판에서 쭈그려 앉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내가 미쳤지 진짜…”


낮의 기억을 떠올리기만 하면 자신이 한탄스러웠다. 한 번만 꾹 참고 넘기면 될 일이었는데, 그 한 번을 못 참아서 이런 사달을 일으키다니. 손에 잡힌 이 스트로베리 블론드를 전부 잡아 뜯어버리고 싶었다.


“아아아아아악!!!”


괴로운 비명이 골목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차라리 쓰레기통이라도 괜찮으니 어디 숨을 공간이 있다면 당장 찾아서 들어가고 싶었다.




[똑- 또독- 똑- 똑-]


익숙한 전화벨 소리였다. 아, 제발 제발 제발. 간신히 손을 들어 발신인을 확인해 보니, 절대 보고 싶지 않던 그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여보세요.”


[안나 양, 맞습니까?]


오늘이 내 사형선고일이구나. 두 눈이 질끈 감겼다.


“... 네, 맞습니다.”


[자기 잘못은 잘 알 테니 긴말 않겠습니다. 내일, 출근하자마자 내 방으로 오세요.]


하.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일인데도 심장이 철렁이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러게 미리 잘했어야지, 이 멍청아.


[대답, 안 하십니까?]


“... 예, 알겠습니다.”


진심으로, 쓰레기통 말고 박스라도 있으면 당장이라도 들어갈 수 있었다.


[참나, 어떻게 들어온 거야? 이래서 근본 없는 놈들은 받아주면 안 된다니까. 어디서 감히 기어 올라?]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누가 옆에서 건들기라도 하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얼굴이 시뻘게졌다. 하지만 금세 가라앉았다. 참아, 안나. 익숙한 일이잖아. 입술을 꽉 깨물며 차오르는 분노를 겨우겨우 진정시켰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끊었다.


“... 진짜로 복권을 사야 하나.”


그리고 다시 길을 걷고, 걸었다.




“아, 깜빡했다…”


굳게 닫힌 자물쇠 앞에 다다르자 그제야 사기로 했던 것들이 생각났다. 아, 초콜릿은 진짜 필요한데… 삶의 괴로움을 유일하게 위로해 주던 초콜릿 없이 하루를 지낸다? 당장 미쳐 버릴지도 몰랐다.


“... 사야겠지.”


이 늦은 새벽에 열린 가게를 찾는 것도 고된 일이지만, 초콜릿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보단 훨씬 덜 고통스러울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어떻게 열린 곳이 단 한 곳도 없을 수가 있지? 양손이 텅텅 비어 있었다. 당장 이틀 동안 챙겨 먹을 분량 뿐인데... 눈앞이 깜깜했다. 축 늘어진 두 팔은 기운을 차릴 기미조차 없었다.


"하아…"


한숨을 쉬며 녹이 슬어 삐걱거리는 자물쇠를 간신히 풀고 칭칭 감겨있던 쇠사슬을 풀었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오르고 부러질 듯 말 듯 하는 문을 열자 단칸방 안에 가득 차 있던 매캐한 냄새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아오, 창문 조금 열어둔다는 걸 깜빡했네. 손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세상에, 세탁도 해야 된다니. 얼룩이 잔뜩 번져 있던 옷을 벗어서 아무 데나 휙 던지고, 간단히 세수를 한 다음 낡은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시간아, 멈춰라."


영혼 없는 외침과 함께 허공에 손을 휘저어 본다. 역시나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소설에서는 이렇게 하면 마법이라도 일어나던데.


후- 탄식을 담은 한숨이 절로 내쉬어졌다. 꿈꾸던 삶이 오긴 할까, 항상 침대에 눕게 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고민이었다. 하루하루가 계속 반복된다. 어디를 가게 되든 간에 눈초리는 항상 자신을 향했다. 온갖 힘겹고 더러운 일은 전부 자신의 몫이었다. 그런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없다는 것도 이 우울함을 한층 더 고조시키고 있었다.


“내일은 괜찮아지겠지.”


하루하루 반복되는 위안 속에서 체념이 그 몸집을 불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을 버리고 간, 얼굴도 모르는 부모님을 마음속에 떠올렸다.


이럴 거면 차라리…


속으로 차오르는 뜨거운 원망에 울컥해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에이 씨. 눈가를 타고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을 훔치며, 제발 내일이 오지 않기를 빌며 잠에 빠져들었다.






"죄송합니다..."


바로 앞에서, 건너편 자리에서, 심지어는 창문 밖에서도 자신을 노려보는 눈초리가 자신의 고개를 강제로 숙이고 있었다. 자신에게 노발대발 성이 나 있던 여인은 씩 씩 콧김을 뿜으며 숨을 돌리는 듯싶더니, 자신에게 자리로 돌아가라 턱짓했다.


"하아…"


적어도 잘려 버리진 않아서 다행이네. 터덜터덜 걸어서 자리로 돌아오자 책상에 와르르 버려진 쓰레기가 자신을 반겨주었다. 익숙해진 지 오래여서 그런 것일까, 몸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주워 담고 있었다.


"앗차, 이걸 깜빡했네."


의자 위에 와르르 쏟아져 있는 압정을 하나하나 주워 담았다. 그리고 나서야 간신히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할 수가 있었다. 무려 출근한 지 네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자리를 청소하는 데에 열중했던 탓일까? 어느새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먹으러 떠나 있었다.


"아, 안나!"


얘만 빼놓고 말이지.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자 푸석 마른 금발의 여인이 빤히 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못 도와줘서 미안해. 내가 말렸다간…"


"알아, 데이지. 괜찮아."


삐걱거리는 의자에 털썩 걸터앉았다. 낡디 낡은 의자는 부서질 듯 말 듯 잔뜩 흔들거리며 간신히 버텼다.


"밥은?"


"그냥 넘기려구…"


역시나. 삐쩍 말라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모습인데도 이번에도 안 먹는다고 한다.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 그리고 우리를 향한 괴롭힘이 커져갈수록 - 데이지는 말라비틀어져갔다.


후, 안 되겠다.


집에서 챙겨 온 간단한 요깃거리를 꺼내 데이지의 손에 덥석 쥐어줬다. 자기는 괜찮다며 극구 사양했지만, 계속해서 손에 쥐어주자 데이지는 포기하고 주변 눈치를 보며 급하게 먹기 시작했다. 아직 다른 사람들이 오려면 멀었다고 말해줘도 데이지는 일분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다 먹어버렸다.


“고마워, 안나…”


“별말씀을.”


그렇게 화사하던 아이가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수척한 모습을 보자 불쌍하면서도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속에서 열불이 나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초콜릿. 다급하게 품에서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초콜릿을 꺼냈다. 단 두 알.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한 알을 꺼내 먹는다. 입에 착 감기는 초콜릿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차오르던 화가 내려간다. 좀 살 것 같네.


그러면서도 한 알밖에 남지 않은 모습을 보자 다시 우울함이 차오른다. 당장 새 카페를 찾을 때까지 어떻게 버틴단 말인가?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19/81


예전에 1화데이때 올린거 연재 시작! (예전에 올린 글 링크)

아... 룰라비 본편 연재는 안하고 이게 뭐하는짓이지 ㅋㅋㅋㅋㅋㅋ

궁금한점 질문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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