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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tolen Ice 37 (해커엘사, 사기꾼안나)

설공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05 15: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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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7*: One Small Step for a Queen

여왕에게는 작은 한 걸음



“하느님 맙소사, 정신 차려.” 제인은 부티크의 유리문 앞에서 서성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재빨리 이 구역에서 가장 좋은 ‘여성 정장’ 가게의 탐색을 마친 제인은 목표한 쇼핑 스트리트의 주차장으로 돌진하듯 진입했다. 급하게 밟은 브레이크에 ‘대여한’ 포르쉐의 타이어가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절대적인 원칙인, 운전 중에 검색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깨버렸지만, A를 위해서라면 이번 한번만은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금발은 양손을 꽉 쥐고는 장갑을 다시 꼈다. 뭐, 그녀도 한낮 인간일 뿐이니까. 아니면 적어도 그랬으면 했다.


“업무라고 생각하자,” 손가락들이 뿌리처럼 반대쪽 팔꿈치로 기어오르는 가운데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래, 머릿속으로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안다고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만. 잘한다, 제인.


제인은 손목시계로 시선을 떨구었다.


5:35


망할


좋아, 넌 할 수 있어. 45분 안에 빌어먹을 옷을 골라서 여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해보자고. 2초라도 좋으니까, 좀 평범한 사람처럼 행동해봐.


제인은 가게 앞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용서를 구해보았지만, 근심 가득한 표정이 창 너머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바꾸는 중이던 소녀의 어안이 벙벙한 표정과 겹쳐졌다. 제인은 식겁하며 돌아서서 충격받은 다람쥐처럼 손을 겨드랑이 사이에 파묻었다. 정신 사납게 서성이거나 횡설수설하면서 자기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은 영락없이 새하얗게 질린 다람쥐처럼 보였다.


5:38


시발


“좋아, 진정해.” 읊조리며 문을 활짝 열어제낀 제인은 화성이라고해도 좋았을 것 같은, 향수 향이 나는 할로겐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오아시스로 걸어들어갔다. 제인은 침을 삼켰고, 두 눈은 튀어나갈 것만 같았다.


“못하겠어….”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창가에 있던 점원이 다가왔다. 어안이 벙벙하던 기색을 호기심이 이긴 것 같았다. 겁이 많은 고양이의 부러진 다리를 고치려는 수의사처럼 그녀는 제인에게 접근했다. 분명 아플 게 뻔했고, 발톱에 긁힐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모든 게 끝나면 예쁜 고양이는 다시 걸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저,저,저드레스를찾고있는데요,” 제인은 쉼없이 음절을 쏟아냈다. 가게 안의 조명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점원은 제 머리 위를 의아한 듯이 쳐다보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다면 제대로 찾아오셨어요. 차단기 다시 내리러 나가기 전에 괜찮은 게 있는지 찾아봐드릴게요. 어젯밤도 조명이 전부 맛이 갔었거든요.”



미국 원주민 혈통을 짐작케하는 어둔 빛의 피부색과 각진 얼굴형을 가진 이 소녀는 분명 꽤나 좋은 패션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제인을 가게의 중심으로 안내했다.


“그래서 어떤 종류의 드레스를 찾고 계세요?” 소녀는 물었다.


제인은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침묵을 내뱉을 뿐이었다. 턱은 까딱거렸고, 입술은 이질적이고 완성되지 않은 비말어를 만들 뿐이었다. 그녀는 끙 앓는 소리이든, 글자든, 소리라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세상에, 뭐라도 말 좀 해봐—


“섹스가 하고 싶어요!”


겨우 내지른 한마디에 스스로 놀라 두 손으로 입을 급하게 틀어막았다.


점원 소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저희 가게에서는 그런 걸 취급하지 않아요. 관심이 있으시면 저기 아래로 내려가서 전당포 가게 옆에 가시면 있긴 한데, 아 방금 제가 한 말은 못들은 걸로 해주세요—”


“아뇨,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니라—미안해요, 저는 사실 그게—저 정말 내성적인 사람이거든요. 저는 그게…” 제인은 닌자마냥 당수를 내리치는 동작을 어색하게 반복해, ‘저는 정말로 정상적인 대화를 할 줄 몰라요.’를 만국공통어로 표현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점원은 슬쩍 장갑을 보고 제인의 헝클어진 땋은 머리를 보더니 천천히 뒷걸음 치기 시작했다.


“아니, 잠시만요! 그게—이거요!”


제인은 주머니에서 폰을 불쑥 꺼내 사진을 빠르게 넘기더니, 코네티컷 야구경기장에서 A와 같이 찍었던 사진을 내밀었다.


“여기,” 쉼없이 스크린을 손가락으로 넘기면서 제인이 말했다. “그녀를 사랑하고 있어요,” 제인이 말했다. 그 한마디는 마치 그녀가 언제나 담담하게 사랑을 고백해 온 것처럼 흔들림 없이 입에서 떨어졌다.


“저 멀리 베가스까지 그녀를 데려와, 해바라기를 선물했어요…이해돼요?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허니문 스위트를 예약했다구요! 저는 그냥 특별한 날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오늘 저녁 식사하러 나가기로 했구요, 5성급의…이름이 아마 엘리시움?인데… 저는 사실 그런 분위기는 좋아하지 않는 달까, 되려…그렇게 전기—사람!이 많은 곳은 불편하기까지 해요. 하지만 그녀는 정말 좋아하니까, 그래서 춤도 추러 갈거고 그러고나면…어…”


제인의 폰 화면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던 점원은 무언가를 꾸미듯이 입술을 입 안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녀의 관심에 제인은 낯설어했다. 그녀는 A가 롬콤의 마지막 십 분을 보고 있을 때처럼 눈망울이 반짝이고 있었다.


“저희 처음하는 거라서요.” 제인은 한심하게 마무리지었다. 그녀는 다른 사진으로 손가락을 놀렸다. “이것들을 보면 바로 아시겠지만, 제가 현대 패션은 전혀 몰라요.” 제인은 자신의 브이넥을 손가락 하나로 잡아당기며 스스로의 행세를 평가하려는 듯이 시선을 던졌다. 그녀는 자신이 입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는 까맣고 매끈한 게 좋아요. 그리고 신발은 창틀에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걸로 부탁해요.”


“네?”


“뒤에 껀 무시해주세요.” 제인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문장을 치우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저…그녀에게 섹시하게 보이고 싶어요. 혼자서 할 능력은 전혀 없기 때문에 전문가인 당신의 조언을 구하고 싶어요.”


“마치 장기이식을 부탁하는 것처럼 말하시네요.”

“저희 관계에서 사회성을 담당하는 쪽은 제가 아니라서.” 제인이 대답했다.

“그래 보여요.” 소녀는 무례하지는 않게 말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제인이요.”

“만나서 반가워요, 제인. 저는 앨리슨이고, 여성분들의 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드레스를 파는 것이 제 일이죠.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쯤이야 간단하죠.”

“일곱 시까지 괜찮은 드레스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일곱 시요? 그 분을 뵙기로 한 시간이 일곱 시인가요?”

“네.”

“화장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어—”

“이런 망할. 안되지, 안돼! 시일라쌤! 브리트니! 여기 긴급사태에요!” 앨리슨은 제인을 붙잡고 강제로 부띠끄의 내부로 끌고 들어가며 고함쳤다. 소녀는 삽시간에 진심어린 이해자에서 백화점 미치광이로 돌변해 서러브레드와도 같은 힘과 속도로 다양한 사이즈와 보양의 드레스들을 옷걸이와 디스플레이에서 잡아채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가 지노한테 연락해서 M.A.C 케이스 좀 준비해두라고 얘기해줘요. 그쪽으로 보낼테니까, 30분 안에 이 애를 여자로 만들어야 한다고요!”


자신의 팔 위로 드레스들이 쌓여갈 때마다 제인이 움츠려 들었다. “그렇게까지 소리지르지 않으셔도—”


“당신—" 앨리슨은 제인을 향해 삿대질을 하더니, 탈의실 쪽을 가리켰다. “—진짜 존나 귀여운 거 알아요? 당신이 그녀에게 하는 것의 반만큼이라도 제 남자친구가 노력했더라면—” 앨리슨은 보호막인 것 마냥 제인의 손에 꼭 잡힌 전화기를 보며 말했다. “—그는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겠죠. 요즘같은 때에 로맨틱한 사람 찾기 어려운데, 다행히 적어도 노력하는 사람이라도 있기는 있네요.”


그녀는 양 손에 드레스를 한가득 안고 있는 제인을 탈의실에 밀어넣었다.


“그것들은 전부 사이즈, 길이, 트임이 전부 달라요. 어떤 게 제일 어울릴지 보자구요. 당신의 의견을 기꺼이 반영할 생각이 있지만, 당신이 여태껏 한 말을 보아선 그다지 의견이 없을 것 같네요.” 앨리슨이 평했다.


“그…검정이요. 신발은 검은 색으로 해도 되나요?”

“물론이죠. 신발은 브리트니가 담당할 거에요. 제가 몇 가지 옵션을 달아서 당신을 그녀에게 보낼게요.”

“앨리슨?”

“네?”

“고마워요.”


앨리슨은 다가와 제인의 어깨 위에 한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게 A의 영향인지, 아니면 앨리슨 자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인이 발작을 일으키진 않았다.


“당신이 이렇게까지 해주는 걸 알게 되면 그녀도 자랑스러워할 거에요. 저도 결벽증이 있는 어린 남동생이 있어서, 한 단계씩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축하하곤 해요. 제인, 당신은 이상하지 않아요. 그냥 어떤 것들은 어떤 사람들에겐 자연스럽게 습득되기가 어려울 뿐인거죠.”


“소매점 직원뿐만이 아니라 상담사로도 일하세요?”

“소매점 점원이요? 제발요. 전 네바다 대학에서 디자인 전공하고 있어요. 인테리어든, 패션이든, 그래픽이든 말만 하세요. 전 AmBeyoncé라는 이름의 회사를 창업하려고 준비중이죠. 모든 사람들의 인생에서 한번쯤은 레이디 B처럼 살 수 있게 해주고 싶거든요.”


“전 당신이 한 말이 이해가 잘 안되지만, 어째선지 제 여자친구랑 죽이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제인이 답했다.


“갈 길이 머니 잡담은 이쯤에서 줄이자구요. 그리고 여기 일이 끝나면 지노가 있는 곳으로 보내드릴게요.”


“지노가 누군데요?”


클리셰와도 같은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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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노는 앨리슨의 부티크에서 두 블럭정도 떨어진 미용실 The Cutting Edge의 수석 스타일리스트였다. 제인이 가방과 신발을 악착같이 움켜쥔 채 문을 열고 치맛자락으로 들어오자 그의 손이 극적으로 털썩 떨어졌다. 그는 슬림한 넥타이에 숯검정색의 베스트, 로얄 퍼플 셔츠에, 제인의 등반 장비보다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거뭇거뭇한 수염자국을 자랑하고 있었다.


“자 어서 와요, 빨리, 빨리.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는 고대의 고문기구를 힘차게 흔들면서 지시했다. 그것에는 금속 봉들이 모든 각도에서 튀어 나와있었고, 가벼운 손놀림에 360도 회전했는데 마치 이탈리안 마피아가 고문으로 손톱이나 치아를 뽑아내기 위해 만든 것처럼 보였다.


“자, 이 머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보자구요.” 지노는 말하면서 제인을 의자 위에 털썩 주저 앉게 한 다음, 발로 금속 봉을 밟으며 펌프질을 했다. 그녀가 앉은 의자는 위로 올라가, 시선이 거울과 마주하게 되었다.


아. 고문기구가 아니라 미용실 의자구나. 그런 걸 내가 어떻게 알아?


“어디 어디, 어머 자기야,” 지노는 땋은 머리를 풀어내더니 손가락으로 머리를 빗어내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 톤에는 동정만이 담겨 있었고, 제인의 손가락은 팔거리에 파고들어 가죽을 뚫으려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가 제인의 몸 위로 두른 검은색 망토가 공포에 질려 까무러치기 직전인 상체를 가려주었다.


넌 할 수 있어. 넌 할 수 있어. A는 늘 접해 오잖아. 와, 어떻게 넘겼었지? 그거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야. 그냥 말을 멍청하게 하지만 않으면 돼—


“마지막으로 관리를 한 게 언제죠?”

“전 매일 아침 요가를 하고, 이틀에 한번씩은 유산소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 말에 호탕하게 웃던 지노는 입을 쩍 벌리고는 무슨 말이라도 하고싶은지 이리저리 손짓을 하다가 이내 헛기침을 했다. “쯧쯧, 이거보니 할 일이 태산 같이 많네요. 이 양 좀 봐. 마지막으로 머리 자른 게 언제였는지 감히 예상도 안되요.”


제인 또한 기억이 나지 않았기에 짐작할 수 없었다. 이전에 코펜하겐의 보석상에서 보안 레이저에 의해 머리가 3인치 정도 태워버린 후로는 신경조차 쓰지도 않았었다. 그녀는 정기적으로 머리를 감았고, 머리를 땋으면 얼굴에 걸리적거리지도 않아 좋았다. 그녀는 여태껏 머리카락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지금와서는 그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중이었다.


“우리 마리아 이모님의 가슴보다도 숨이 죽어있는 것 좀 봐. 신이시여, 그녀에게 평안을.” 그는 다시 손을 들어 이제 떠난 마리아를 배웅하듯 애도했다.


이 남자 좀 특이하네.


“그래도 머리색은, 와, 진주 같네요.”

“어…고마워요?” 제인이 말했다.

“머리는 좀 다듬으면 될 것 같아요. 앨리슨이 워낙에 당신에 대해 엄청 쏟아내기도 했구요. 그래서 머리랑 페어로 어떤 거랑 맞출거죠?”

“네?”

“얘, 네 옷 말이에요. 뭐 입을거냐구.”

“아, 네, 그쵸. 저기에 있어요.” 제인은 문 옆에 있는 선반을 가리켰다.


지노는 힐이 높은 부츠로 성큼성큼 살롱을 가로질러 가, 빠르게 옷에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나서 그는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제인을 자세히 살폈다.


“그래…이건 올려야 쓰겠네.” 지노는 마음을 정했다.

“뭘 올려요?” 제인이 물었다.

“내가 내 역할을 하면 매력을 한껏 끌어올려질거에요. 당신의 특별한 사람에게 말이죠.”


헤어 드라이어가 굉음을 내며 살아났고 면도기는 지노의 자신만만한 선언과 제인의 굴욕에 고무되어 진동하며 날카로운 윙윙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스타일리스트들은 이전에 더 이상한 일도 체험했다는 듯이 전기코드를 뽑았다.


베가스에 사는 사람들은, 전기 괴기현상엔 그다지 신경쓰지 않나보네.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우린 시간이 촉박해요.” 제인에겐 아무리봐도 합법적인 고문기구들로 밖에 안보이는 기구들을 양 손 가득 가지고 지노가 다가왔다. 게다가 뜨거운 고데기는 무슨 외계 봉으로 보였다. “일곱 시까지 팰리스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셨죠?”


“네.”


“그럼 자, 제 마법을 보여드리죠!” 환상적인 화장 기술을 화려하게 움직이며 지노는 말했다. “말하지 마요. 최적의 효율과 스피드를 위해, 캔버스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거든요. 저는 예술가고 제 숙련된 손길로 당신이라는 슬픈 찰흙 덩어리를 다시 태어나게 만들어주겠어요.”


“저 접촉하는 걸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요—”


“조용히! 이제 시작이에요,” 그러더니 그는 그녀의 머리를 뒤로 젖혀 크게 벌어진 빗으로 머리를 빗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헤어 드라이기에 생명이 불어넣어졌지만, 적어도 이 터무니없는 스타일리스트가 바닥을 구르며 경련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빗은 다시 그녀의 머리 사이로 통과했고 헝클어짐과 엉김에 머리가 아팠다. 그녀는 A를 생각하며, 그녀를 위해 이 시련을 감내하고 있었다.


지금 고문에 가까운 걸 견뎌내고 있는데 정신을 날리는 오르가즘을 보여주겠다는 약속, 제대로 지키지 않기만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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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때요?” 제인은 손을 끊임없이 꼼지락거리며 물어보았다. 브리트니가 권한 검은색 ‘따먹히는’ 펌프스(제인은 상스러운 명칭에 무심코 뒷걸음쳤었다)를 신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예전에 A를 처음 만났을 때 분명 말하기를…검정 힐은 어느 것과도 어울린다는 게…이런 의미였어?!


“전 화살만큼이나 스트레잇이지만, 당신이라면 바로 섹스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앨리슨이 말했다. 제인은 4명의 수호천사들인(패셔니스타? 스타일의 고수? 사랑 전문가들?) 앨리슨, 지노, 브리트니 그리고 시일라 부인 앞에 마치 첫 등교를 앞둔 4살배기처럼 서 있었다. 도시락을 놓고 갈 걱정을 하지 않더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무언가를 잊어버릴까 불안했다.


머리, 체크. 메이크업, 체크. 드레스, 체크. 구두, 체크. 란제리…


그녀는 제자리에서 움찔 떨었다.


좋아, 끈팬티는 제대로 제자리에 있어.


“난 토니 시상식의 사회자인 닐 패트릭 해리스보다도 더한 게이지만, 들이댈 수 있을 것 같아,” 지노는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정말 예쁘구나, 얘야.” 시일라 부인이 말했다.


브리트니는 엄지를 들어올렸고, 시일라 부인은 제인을 부티크 앞의 전신 거울 앞으로 데려갔다. 제인은 지노의 정검 이후에 다시 부티크로 돌아왔었다.


(“혹시라도 저 핀들을 뺄 생각 추호도 하지 말아요!” 제인이 탈의실에 들어가 머리 위로 셔츠를 벗어내고 있을때 지노가 소리쳤다. 그는 완전한 변신을 보기 위해 10분 쉬는 시간을 주었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 따끔하게 혼내 줄 테니까!”)


제인은 몸을 틀어 거울에 비친 낯선 얼음과 같이 푸른 시선을 마주했다. 보라, 자주 그리고 라벤더빛 쉐도우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감돌게 했고 아이라이너에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한껏 강조하고 있었다. 입술은 마젠타빛으로 칠해져, 화려하면서도 도전적이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더 이상 잊혀진 액세서리 마냥 매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땋아져 왕관처럼 머리에 둘러져 있었다.


그리고 드레스.


오, 시발, 드레스는.


검은 색, 레이스로 된 앤 여왕 넥라인이 사각형의 오닉스 스팽글이 있는 아른거리는 보디스로 아찔하게 내려가 부적절하게도 (그러면서도 너무나도 적절한) 계곡을 드러낸다. 드레스는 짧으면서 그녀의 굴곡에 달라붙어 있었고, 흑단 주름과 루치가 엉덩이에서 허벅지까지 이어지는 곡선에 바짝 붙어가다가도 아연하게도 허벅지 중간즈음에서 슬릿이 벌어지며 제인이 여태껏 드러낸 것 중에서 다리를 가장 길게 드러냈다. 드레스는 등이 완전히 드러난 백리스에, 레이스로 어깨를 가리면서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가리킨 방향에는…


아. A가 왜 그렇게나 엉덩이에 집착하는지 알겠어.


딱 맞네.


“한 바퀴 돌아봐요, 어디 핏 좀 봅시다.” 지노가 명령했다.


그대로 따랐다.


“자기, 이 정도면 섹시가 다시 돌아왔다고 해도 되겠어. (Honey, you are definitely bringing sexy back.*)”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노래 ‘Sexy back’의 가사에서 생긴 말)


지노의 코멘트에 앨리슨이 하이파이브로 응수했지만, 제인은 시일라 부인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을 띨 뿐이었다.


그녀의 어깻죽지는 희고 고운 피부로부터 튀어나와, A의 능숙한 입술이나 매니큐어로 칠해진 그 손톱으로 새겨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스트랩으로 고정한 힐은 정말이지 뾰족하고 너무 높았다. 제인은 볼품없이 불안하게 휘청거렸지만, 자신이 지닌 균형감각이라면 A를 대면할 즈음에는 밸런스를 잡을 수 있을 터다. 만약에 걷는 폼이 약간 엉성하더라도, 다음 기회를 위해 힐을 신은 채로 요가 연습을 하면 될 일이었다. 그녀는 구두가 뒷태를 환상적으로 살려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점도 A라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눈치채겠지만.


제인은 키득 웃었다.


“제 예전 모습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 것 같아요.” 그녀는 네 명을 향해 멍하니 말했다. “고마워요.”


봉사활동을 끝의 만족감에 한층 부드러워진 일동의 얼굴에는 동시에 만족스런 한숨이 흘렀다. 브이넥 티셔츠 차림에 간단한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던 제인은, 해비타트 건설 현장과도 같았다.


(*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 International)는 열악한 조건의 주거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 주는 국제적, 비영리적 비정부 기구)


“당신은 환상적일 거에요!” 브리트니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혹시라도 일이 잘 안 풀리면, 여기 제명함으로 연락해줘요. 당신에게 뭐라도—”

“좀 그만 집적대, 브릿!” 앨리슨이 핀잔을 줬다.

“두 분에겐 특별한 밤이 될 거에요.” 시일라 부인이 말했다.

“잘 해보라구요!” 지노가 말했다.

“그녀를 위해 정말 좋은 일을 해줬어요, 사회불안장애 씨.” 앨리슨이 말했다. “그래도 신데렐라, 이젠 서둘러야겠는걸요, 5분 남았어요.”

“뭐라구요? 아니, 잠시만 기다려줘요.” 제인은 포르쉐 방향을 향해 서두르며, 뭐, 헛디디면서도 휘청거리며 걸어갔다. 트렁크에서 검은 색 가방을 꺼내더니 빠른 걸음으로 불안정하게 다시 부티크로 들어왔다.


“여기요!” 그녀는 말하며, 가방을 그들의 발치에 던졌다. “그리고 고마워요, 정말이에요. 당신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제게 해주었어요!” 앨리슨이 전부 세기도 전에, 제인은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가 주차장에서 차를 끌어내 출발했다.


“예야, 그녀는 이미 신용카드로 계산을 마쳤단다,” 시일라 부인이 말했다.

“오 시발 맙소사.” 지노가 숨을 들이켰다.

“가방에 2만 달러가 들어있어요,” 브리트니가 말했다.

앨리슨은 현금에 입이 떡 벌어졌다. “여자친구가 그만큼 쩔어준다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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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은 마치 두 시간 전 방을 나설 때부터 계속 숨을 헐떡인 것 같은 기분으로 스위트룸의 문을 쾅 닫았다. 7시 20분이었고, 그녀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녀가 만약에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지각한 것만으로 A가 예전에 설명했던 관계들처럼 소파에서 자는 신세가 되었을 지 궁금해졌다.


“언제 오나 했다!” 침실에서 A가 소리쳤다. “돌아왔더니 넌 어디에도 보이지도 않지, 컴퓨터는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 있지, 네가 살아있다는 걸 겨우 알려주는 바보 같은 문자 하나로 내가 용서해 줄—”


소녀의 질책이 벽을 너머 계속해서 이어지는 동안 제인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대공개’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구글이 충고했던 것이다: 유혹적인 태도로 대해라.


문 가로 갈까? 아니.


그녀는 목적도 없이 서성이며, 긴장한 듯 장갑을 낀 양손을 비틀었다.


마음에 안들어하면 어떡하지?


오늘 이미 충분하게 자기자신을 괴롭혔기 때문에, 제인은 바 스툴(bar stool) 위에 털썩 앉아 한 쪽 다리를 꼬고는, 한 손으로 턱을 고았다.


아니, 그녀를 대할 때 장갑은 필요하지 않아.


제인은 자신의 청소년기의 유일한 동반자였던 자신의 장갑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제 진실된 무언가, 좀 더 나은 것을 위해 이것들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장갑이 힘들었던 때나 기억조차 하기 싫은 때를 견딜 수 있게 해줬다는 사실까지 버릴 생각은 아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에서 각 장갑의 끝을 잡아당겨, 경건함과 안도가 뒤섞인 채로 손을 해방시켜주었다. 그녀는 다른 쪽 손도 같은 의식을 치루며 한숨을 뱉었고, 양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비수와도 같은 불평이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제인이 A가 있을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악어보다도 크게 입을 벌린 채 침을 줄줄 흘리는 A를 발견했다.


매 아침마다 볼 수 있는 침범벅과는 달랐고, 오히려—


제인은 자신의 다리 쪽을 내려다보았다. 트여진 쪽의 다리로 꼬았으니, A의 입이 떡 벌어질 수 밖에. 그녀는 사실상 엉덩이의 상당한 부분을 A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A는 불평할 생각이 없어보였지만.


목을 가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겸연쩍어 하며 미끄러지듯 다가섰다.


“A?”

“제인—정말…달라보인다. 좋은 쪽으로 말이야.”

“고마워,” 수줍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온 대답이었다. “넌…옷 입는 도중이었던 것 같네.”

“하하, 그렇지.”


A는 움직이지 않았고, 대신 두 눈이 바쁘게 제인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있었다. A의 시선이 쌍안경처럼 집중하는 것이나 피부, 무릎의 뒷편, 목이나 허벅지 사이까지 하나하나 찬찬히 몸을 훑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폭력에 가까운 시각적 추행. 키가 작은 쪽 소녀의 시선에서 탐욕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슬슬 준비해야하지 않아?”

“뭘?” A가 멍하니 되물었다.

“마저 갈아입는 거.”


A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침실로 돌아갈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얇은 슬립에 딱 붙는 갈색 바지를 입고 있었던 A는 손에 쥐고 있던 퍼프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딸그락거리는 소리나 툭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하게 소리없이 떨어져 굴러갔다. 침묵이 두껍게 내려앉은 공간에서 제인은 맹세컨데, A의 두 눈이 면밀하게 정독하는 소리가 들렸다. A는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슨 말이라도 해 봐.” 제인은 탄식했다. 이제 거리는 수 인치정도다.

“넌 내게 과분해.”

“그거 말고,” 초조한 듯 제인이 말했다.

“아니, 넌 정말 너무—”

“만지지마!” 제인은 손길을 피했다. “고정하는데 엄청 고생했단 말야, 잠시간은 유지해두고 싶어.”

“아무것도 안 만질게.” A가 말했다. 그녀는 숨을 내쉬더니 마지못해 몸을 돌려 바닥에 떨어진 퍼프를 주웠다. 그녀는 어깨너머로 제인을 슬쩍 보고는 침실에 들어가기 위해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조용하게 말했다. “이것저것 준비해줘서 고마워. 오늘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어.”

“내가 배려심이 부족했나봐, 어땠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아냐, 그냥…네 덕에 난 행복해.” A는 손가락으로 문 틀의 몰드를 두드리며 망설이듯 생각에 잠겨있었다. “오늘 네게 주려고 준비한 게 있어.”


“정말? 선물?”

“오늘 밤을 크리스마스라고 친다면 말이지…”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됐었는데. 넌 이미 내게 값진 네덜란드제 걸작 두 품을 선물했었잖아.”

“나도 알아,” A는 생각에 여전히 잠긴 채 말했다. “그치만 이건 너만을 위한 게 아니라, 그, 내 이기심에 사버렸다고나할까. 한편으론, 네가 나를 위해 이렇게나 애쓴 걸 생각하면…제인, 네가 이렇게 준비하려면 남들이 널 만지게 했단 거잖아. 그게 네게, 그리고 우리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한 걸음인지 알아?”

“넌 그만한 가치가 있어.”

“제인…”


금발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성큼성큼 방을 가로질러 걸어가 A를 두 팔로 안았다.


“그러지마!” A는 젖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 립이 번질거야.”

“추가로 사뒀어,” 제인이 말하며, 도자기 인형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키스했다. 열정적으로 혀를 섞지는 않았지만, 기교와 정교함을 요구하는 특별하고, 섬세한 무언가가 키스 안에 있었다.


손바닥에 닿는 새틴처럼, 입술에 닿는 사랑이.


나를 구원하기 위해 그저 존재하는 것처럼.


“자, 옷 갈이입어,” 제인이 숨을 들이켜, A의 젖은 숨결이 입 안을 채웠다. A는 엄지로 제인의 입술 바로 아래를 닦아 번진 자국을 정돈하고는, 자신의 입술은 그보다는 대충 정돈했다.


20분이 지난 뒤에 나타난 A의 모습은, 여태껏 보여준 모습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우아함을 겸비해, 때때로 보여지는 앳됨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반짝이는 금빛으로, 제인만을 위한 햇살이자 해바라기, 그리고 유일하게 그녀가 두려워하지 않을 빛이었다. A는 클러치를 긴장한 듯 잡고 감상을 기다렸다.


“아름다움 그 이상이야,” 제인이 말했다.

“농담두.”

“형용사가 더 필요해? 아니면 상세히 읊는 편이 좋을까? 더도 말고, 덜도 아닌 정교한 미의 전형이야,” 제인의 손이 미끄러지듯이 A의 손을 잡았다. “자…” 마주잡은 손에 힘을 준 그녀는 마음 속 깊이, 그리고 영혼 깊이 모든 것이 이 소녀와 함께 변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만 허락해준다면, 이제 저녁식사하러 널 에스코트할게,” 제인의 말을 마지막으로 두 명은 손을 맞잡은 채 스위트룸에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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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어ㅠ

빡센 현퀘에 덩달아 찾아온 내 글구려 슬럼프까지...늦어져서 미안.

그리고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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