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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tolen Ice 38-1 (해커엘사, 사기꾼안나)

설공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19 12:22:12
조회 310 추천 29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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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 One Giant Leap for a Con

사기꾼에게는 커다란 도약



38-1



안나는 뭘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녀의 감정은 이미 적당한 긴장감에서 신경질적으로 전전긍긍하는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제인의 손짓 하나하나에 위가 미친듯이 뒤틀리고 조여오거나 내려앉는 통에 무언가를 먹는다는 건 현명한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


이제부터 자신의 정체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에게 밝히게 된다는 점에서 떨려온다. 안나는 늘 그녀가 아름다웠고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드레스를 더한 것만으로 이미 있었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끌어올려주었다.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으로 위배한 범죄 리스트를 가졌을 뿐, 온전히 안나만을 위해 정교하게 조각된 다재다능한 존재.


저 힐에 엉덩이가 채찍 저리가라할 정도로 바짝 붙어있다는 게 기가 막힌단 말야.


제인이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얘기해줄 거라는 걸 알기에, 안나는 히죽거리는 걸 멈추기가 어려웠다. 금발 아가씨가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온 게 이미 수 주가 흘렸다. 안나 또한 마찬가지로 목이 매여왔다. 왜냐하면 안나는 이제부터….프러포즈,까지는 아니어도 반지를 샀기 때문이었다.


샀다. 그것도 훔치지 않은 돈으로. 캐나다에 있을 때 변덕처럼 찾아온 연민에 반년 동안 일해서 번 돈이었다. 안나는 아이들을 인솔하는 데이 캠프에서 일하면서 정당한 대가로 돈을 받았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했다는 점은 도둑질이나 알게 모르게 슬쩍 송금한 돈과는 다른 특별한 감각을 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정당하게 구매한 것을, 그것이 설령 영원을 약속하는 상징이든 증표든 간에, 제인이 껴 준다면 안나는 남은 여생을 도둑과 함께 보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앞의 인생이 굵든 가늘든, 좋든 나쁘든, 지명수배를 당하든 감옥에 갇히게 되든 말이다.


물론 프러포즈가 많이 이르다는 건 알고 있다. 인내심은 단 한 번도 안나의 장점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맺어진다는 가능성은 르누아르나 마네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자신은 영원히 회자될 필생의 역작을 탄생시킬 예술가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고카트와 조명으로 만든 고백과 풀장 즈음의 어느 기점부터 서서히 깨달았다.


안나는 그저 걸작의 반쪽이라는 것을.


그녀와 제인은 의도치 않은, 우연으로 캔버스에 그려진 관계는 키츠주의적이고 서사적 가치가 높은 하나의 걸작이라해도 좋지 않을까. 크로넛을 사랑하는 달과 태양, 화자와 타자에게 바치는 시. 미스터리와 잃어버린 정체성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미 충분히 어려운 관계였다. 그렇기에, 사랑이(안나는 자신들의 관계는 사랑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순수하고도 날것의 사랑은 이미 상당한 성과라고 생각했다. 사랑은, 증오 못지 않게, 그토록 관심을 기울였음에도 무척이나 어려웠다. 사랑이라고 하는 연결, 위업, 혹은 성취는 서로의 마음을 은밀하게 그리고 정교하게 훔치는 것과 같았다.

(* 키츠주의, Keatsian: 18세기 영국 낭만주의 전성기의 3대 시인 중의 한 사람인 John Keats의 영향을 받은 작품)


네 마음을 가져갔으니 어쩌겠어, 네 것을 가져갈 수 밖에.


안나는 이미 머릿속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그려내며, 그녀의 맹세와 함께 엔딩롤이 올라가며 관객들이 눈물을 훔치며 행복을 기원하고 있을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이젠 그녀에게 이름이 생겼다: 안나 아렌데일. 그리고 제인이 자신의 이름을 찾아내고 나면, 두 사람은 생애 처음으로 법적으로 다툴 여지도 없이 단단한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이었다.


혼인 서약서를.


물론 제인이 준비가 된다면 말이지만.


역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안나가 여지껏 법과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 무시하고 살아왔던 것만큼 법적인 효력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늘 법을 어겼지만, 더 나은 사람들은 법을 지켰다. 그녀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길 원했고, 제인이 자신의 소원을 들어줄 것이다.


안나가 신분증을 위조해 등록하거나 제인이 하나 훔쳐,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있다. 그들의 진짜 신분은 소실되었기에, 지우기 어려운 기록이나 낙인 또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직 남아있는 소년원 기록이나 범죄이력, 지문이라면 제인이 지워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명은 깨끗한 상태로 합칠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의 흠을 알아볼 사람이라곤 두 사람이 함께 작업 중일 때 마주친 표적들 정도일 것이다.


함께.


안나…안나는 가터, 베일이나 의식보다도 맹세나 의미를 원했다. 어떤 이들에게 결혼은 그저 종이 한 장일지도 모르지만, 안나에겐 결혼은 종속하는 계약서였고, 그 영구성을 추구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며, 욕구에 가까운 애타는 갈망. 단 한번도 안나에게 허락된 적이 없었던 안정감이라는 이름의 사치. 뒤따를 단점도 결혼의 매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녀는 과거, 제인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오웬 무어 박사와 그의 아내, 그리고 그들이 합의 하에 함께 있을 뿐 잠자리는 따로 처리하는 것도. 그녀와 제인은 절대로 그렇게 살진 않을 것이다. 상대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묵살하고서 굴러가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비슷한 상처를 주기에는 상처가 너무 깊었고, 서로에게 비밀로 두기에는 비밀을 평생 끌어안고 살아왔다.


우리의 결혼은, 결혼이 아니더라도, 우리 약속, 우리 삶은—잘 될 거야. 절대 우리 사이에 비밀도, 상처도 없을 거야.


문화에 의해 터득한 지식과 불확실함이 가득한 삶은 영원에 대한 개념을 묘하게 매력적으로 만들 뿐이었다. 그리고 안나는 결혼에 대한 세간의 인식에 기여하는 요소들을 알만큼 똑똑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종류의 약속이 주는 장점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들의 관계에 제인이 한 발짝, 조금씩 내딛고 있음에도 안나의 머릿속 한 켠에는 괴로운 시련 하나로 제인이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지만 지속적으로 쿡쿡 찌르고 있었다. 총성을 마주하기도 하고, 맞거나, 섹슈얼한 퍼포먼스를 하라고 협박 당하거나 그리고 좋았던 순간들에도 정신적인 고통을 감내해왔다. 세인트존 섬 우르술라의 사무실에서 스파크가 튀었을 때 제인은 도망쳤다. 말그대로 창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남들을 보호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그놈의 고결한 정신과 자기희생정신 때문에. 안나는 그 점을 이용당하기 딱 좋은 허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A를 원망했다.)


약속으로 묶이지 않은 관계 안에서 고결함이라함은 곧 상대를 배려해 떠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고결함에 다른 변수(이를테면, 프러포즈, 결혼, 약혼)를 더하게 되면, 설령 안나를 위해서가 아니라하더라도 맹세한 약속 때문에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머릿속 한 켠으로는 안나는 이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었다.


외로움에 대한 비이성적인 두려움 때문에 프러포즈를 한다니. 일을 하다보면, 간접적으로라도 결혼이 늘 헌신과 일치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프러포즈를 하는 이유들에 비중을 매긴다면, 외로움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많아도 10 퍼센트 정도일까. 그녀는 제인을 사랑했고, 제인을 원했다. 영원히. 안나의 로맨틱한 망상 속에서는 이미 그녀와 함께 해바라기와 밤나팔꽃이 가득한 가운데 사랑받는 삶을, 비극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안나의 성격을 제인은 제대로 짚어냈고, 심지어는 좋아한다고 말해주었다. 안나가 (혹은 A가) 일을 처리하기 위해 사람들을 능숙하게 조종하는 (혹, 속여먹는) 일도. 널리 회자되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한 일도. 안나는 이전에도 제인을 사회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조종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제인을 살짝 밀어주거나 재촉하거나 도발해, 제인이 장엄하면서도 어설프게나마 자신의 첫 교제에 한 발 내딛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제인이 그 많은 곳 중에서도, 미용실에 간 것이다. 사람들이 그녀를 만질 수 있게, 말을 걸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성과를 감히 조종했다고 폄하하는 놈들은 지옥에나 떨어지라지.


안나는 조금 이카루스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인의 작은 성과에, 그녀가 어떻게 해서든 기여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자부심으로 하늘로 붕 뜬 기분이 들었다.


걸작이고 말고!


안나가 자기자신을 필요로 해주는 걸 좀 좋아하면 어떤가? 그게 그녀를 영악하게 만들었나? 그래 그럴 수도 있지만, 그녀는 그 탓에 동시에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다. 이토록 몽롱한 상태니 무엇이든 간에 자기 자신을 용서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인의 반응이야 신경쓰이지 않았다. ‘좋아’라는 한마디라면 예상 못한 즐거움이 될 것이고, 딱 잘라 ‘싫어’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예상 못한 상실감이 될 것이다…안나는 제인의 마음을 믿고 있었기에, ‘싫어’라는 대답을 들을 가능성은 신경쓰지 않았다. 어쩌면, ‘좋아’에 ‘조금만 시간을 줘.’라는 대답이 가장 현실적일 것 같았다. 그 '어쩌면'이 안나가 그토록 원한 단단하고, 깨지지 않는, 변함없는 사랑으로 다가가게 하는 한 걸음이 되어 주지 않을까.


그녀는 그저 멍청한 짓을 해서 다 망치지 않기를 빌었다.


예를 들어, 너무 성급하게 프러포즈를 한다거나.


제인은 아직 내 이름도 모르는데 난 프러포즈 비슷한 걸 하려고 하네. 세상에, 이것부터 빨리 처리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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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이 오링나서 여기까지....읽어줘서 고마워!

지적은 달게 받음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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