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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카페인 - 18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03 21:34:31
조회 198 추천 15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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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은 거겠지. 나는 다시 한번 데이지에게 되물었다. 


  “데이지, 어디를 가야 된다고?”


  “... 황궁.”


  제기랄. 다시 들어도 똑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별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긴, 방법이 그것뿐이니까…”


  사실, 생각해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다. 엘사는 군인들에게 끌려갔음이 분명했고, 그 행방을 찾을 수 있을 만한 곳은 황궁뿐이었다. 그 군인들이 황궁 소속은 아닌 듯 싶었지만, 그러니까 오히려 황궁에서 그들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엘사를 찾으려면 방법이 그것뿐이더라도 갈 거야. 그런데…”


  어떻게 가더라?


  과거의 일을 머릿속으로 회상했다. 자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황궁에 갔었을 때, 무엇을 타고 갔었는지 떠올렸다. 


  “... 맞아. 회사에서 캡슐을 타고 갔었지. 근데 우리는 캡슐이 없잖아. 이 정도로 안 나갔으니 회사도 잘렸을게 뻔하고.”


  “그치, 만에 하나 캡슐을 산다고 마음을 먹어도 우리가 살만한 금액은 아니잖아. 등급 때문에 살 수도 없고…”


  “끙…”


  캡슐을 사려면 적어도 2등급 이상이어야만 했다. 나와 데이지는 2등급은커녕 그 근처에도 못 미치는 5등급이었다. 


  그 방법 말고도 황궁에 갈 방법이 있을까? 나와 데이지는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보았다. 


  “걸어서?”


  “... 미쳤어?”


  “헤헤, 농담이야…”


  뜬금없이 터져 나온 데이지의 농담은 마치 엘사를 보는 듯 했다. 하루 종일 걷는다고 해도 족히 반년은 걸어야 될 거리인데, 거길 걸어서 간다고? 그동안 엘사가 멀쩡히 있을지부터가 걱정이었다. 


  “음, 차를 타고…?”


  “차… 데이지, 우리 근데 차도 없잖아.”


  “아.”


  그래도 캡슐보다는 훨씬 더 현실성이 있어 보였다. 어쨌거나 캡슐보다는 무척 저렴했으니. 


  “끙, 차를 어디서 구한담…”


  새 차는 자신에게 팔 리가 없을뿐더러 살 돈도 없었다. 자신이 가진 돈을 탈탈 털어 봐야 구할 수 있는 것은 폐차 직전의 고물뿐일 터였다. 


  “... 진짜 걸어가야 되나.”


  몇 번째인지도 모를 한숨을 푹 쉬었다. 


  망할. 빨리 가 보고 싶은데.


  앞길이 막막했다. 왜 사람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 걸까? 나도 나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엘사가 보고 싶어. 


  그런 와중에도 내 마음은 오로지 엘사를 향해 가 있었다. 엘사를 처음 봤던 그때부터, 아니, 내가 세상에 나오기도 전부터 그랬던 것만 같았다. 


  “어, 안나?”


  데이지가 갑자기 내 상념을 끊고 말을 걸었다. 정신을 차리고 데이지를 바라보자, 그녀는 내 머리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나도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아까 보았던 얼어붙은 샹들리에뿐이었다. 


  철푸덕.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또 들렸다. 그와 동시에 카페 한 구석이 번쩍 빛났다. 나도, 데이지도 화들짝 놀라 그곳을 바라보았다. 


  “불!?”


  그곳에서 발라당 뒤집어진 브루니가 불길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다급하게 그곳으로 다가갔다. 


  “안나! 위험해!”


  뒤에서 데이지가 나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브루니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본 브루니는 심통이 나 있어 보였다. 나는 여전히 불길을 뿜어내는 브루니를 뒤집어 내 손에 올렸다. 브루니의 머리에 난 혹 옆으로 또 다른 혹이 나 있었다. 


  “... 미안해.”


  저 머리에 난 혹이 내 마음을 쿡쿡 찌르고 있었다. 나는 브루니의 머리에 난 혹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자 브루니는 그제야 불길을 멈추고 나를 한번 흘깃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내 머리 위에 올라가려 용을 썼다. 


  “... 네가 또 다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브루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끙끙거렸다. 팔을 타고 올라가려 방방 뛰지를 않나, 어떻게든 머리 위에 올라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내가 조심할게, 미안해.”


  나는 손을 올려 브루니를 머리 위에 올려주었다. 그제야 브루니는 만족한다는 듯이 내 머리를 자기 발로 툭툭 치고 그 자리에 벌러덩 누웠다. 


  “어휴…”


  “안나, 괜찮아?”


  옆에서 데이지가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안절부절못하고 당장이라도 내게 달려들 것만 같은 모습은 엘사를 떠올리게 만들고 있었다. 


  “응, 멀쩡해.”


  나는 작은 미소를 얼굴에 드리웠다. 그럼에도 데이지는 아직 안심이 되지 않는 듯 싶었다. 


  “...”


  데이지는 여전히 불안한 듯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걱정 안 해도 돼.”


  “불길에 뛰어들면 어떡해!... 하마터면 너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고!”


  데이지는 내게 소리쳤다. 왜일까, 나는 이 상황이 낯설지가 않았다. 


  “...”


  “날 따라서 불길에 뛰어들면 어떡하니!”


  “내가 위험에 빠지지 않길 원해? 그럼 언니부터 불길에 뛰어들지 마!”


  이상한 환청이 내게 들렸다. 목소리는 분명 엘사와 내 목소리였다. 하지만, 내 기억에는 없는 말이었다. 


  휘청, 순간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데이지의 말처럼 불길에 뛰어들어서 이런 걸까? 


  아니, 잠깐만. 이런 적이…


  불과 몇 주 전에 일어났던 일을 다시 떠올렸다. 우연찮게 엿듣게 된 엘사의 전화, 그러다 들려온 이상한 환청, 그리고 쓰러졌던 그 일과 조금 비슷해 보였다. 그저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아니, 우연이라고 믿기에는 무언가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안나…”


  옆에서 데이지가 애처로운 얼굴로, 애처로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 진짜로 괜찮으니까, 걱정 마.”


  왼쪽 다리가 욱신거렸다. 잠깐 욱신거리기만 하고 곧바로 잠잠해질 터였다. 그래야만 했다. 


  톡톡-


  “어, 브루니? 왜 그래?”


  내 머리 위에서 대롱대롱 매달리고 있던 브루니가 나를 불렀다. 뭘 하고 싶은 걸까? 나는 브루니를 다시 손 위에 올렸다. 그러자 브루니는 앞발을 들어 주방을 다시 가리켰다. 


  “주방?”


  브루니는 재차 주방을 향해 몸짓했다. 


  “주방은 아까 봤을 텐데…?”


  나는 반신반의하며 주방에 다시 들어갔다. 역시나, 아까와 별다른 차이는 없어 보였다. 나는 실망스러운 마음을 내색하지 않고 주방을 나오려 했다. 


  톡톡-


  브루니는 내가 주방을 나가려 할 때마다 내 손을 계속 건드렸다. 


  “무슨 일이야, 안나?”


  “아니, 브루니가 여기로 와 보라길래… 응?”


  브루니는 내 손에서 폴짝 튀어나가 엘사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깜짝 놀라며 브루니를 쫓아서 방에 들어갔다. 


  “어디 가니!”


  브루니는 텅 빈 한쪽 벽을 자기 발로 툭툭 치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나는 일단 브루니를 집어 들어 손 위에 얹어놓았다. 그러자 브루니는 앞발로 벽을 가리켰다. 


  “벽? 이 벽이 왜?”


  브루니는 계속 벽을 가리켰다. 나는 그 몸짓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곧이어 데이지가 나를 뒤따라 방에 들어오고, 나와 브루니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 너네 뭐 해?”


  데이지는 우리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데이지를, 브루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브루니가 계속 여기를 가리켜서.”


  “... 저 벽을?”


  “응, 근데 대체 뭘 봐야 할지 모르겠어서.”


  “음…”


  데이지는 잠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나도 덩달아 잠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브루니는 엘사랑 같이 지냈었잖아. 그러면 뭐라도 알고 말하는 게 아닐까?


  나는 데이지를 잠시 두고 브루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 뒤에 뭐가 있는 거야?”


  브루니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 뒤에 무언가가 있는 듯 했다. 


  “끙.”


  나는 다시 한동안 고민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땅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저기, 안나?”


  “응?”


  때마침 데이지가 내게 말을 걸었다. 뭐라도 떠오른 게 있을까? 나는 작은 기대와 함께 대답했다. 


  “막, 이 벽에 숨겨진 단추라도 있지 않을까?”


  “... 장난이지?”


  “헤헤.”


  데이지는 배시시 웃으며 말을 흐렸다. 


  “때릴 수도 없고, 씨.”


  “헤헤… 그것 말곤 도저히 생각나는게 없어서 말이야. 이 벽을 강제로 뚫을 수도 없고…”


  “...”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벽을 이곳저곳 건드려 보았다. 


  “앗, 안나! 진짜로 해 보는 거야? 농담이었는데…”


  어라?


  벽에 튀어나온 무언가가 문득 내 손에 걸렸다. 나는 힘을 주어 그 부분을 꾹 눌렀다. 


  콰르릉-

  

  청각을 앗아갈 정도로 커다란 굉음과 자세를 유지하기도 힘들 엄청난 진동이 방을 한가득 흔들었다. 


  “꺅!”


  “이게 대체 무슨…!”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겨우 눈을 떴다. 벽이 있던 곳에는 캄캄한 공간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 진짜였어!?”


  “... 진짜였어?!”


  데이지와 나는 동시에 한마음으로 외쳤다. 브루니는 그런 나를 보고 다시 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꿀꺽, 나는 침을 한번 크게 삼키고 어두운 공간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그 발걸음 소리에 두려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꺅!”


  앞이 어두워서인지, 나는 무언가에 발을 걸려 그 물체 위로 엎어졌다. 


  “안나! 괜찮아?”


  뒤에서 그 소리를 들은 데이지가 내게 달려왔다. 


  “뛰, 뛰지 마!”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나 그 소리를 듣지 못한 건지, 아니면 못 들은 척 한 건지 데이지는 여전히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꺅!”


  데이지는 나와 똑같은 소리를 내며 내 옆에 엎어졌다. 


  “데이지! 괜찮아?”


  무언가에 부딪힌 얼굴이 여전히 얼얼했다. 나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데이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빛 하나 없이 캄캄한 탓일까, 발이 무언가에 걸린 나는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꺅?!”


  “아아악!”


  다만, 내 발에 같이 걸린 게 데이지인 것 같다는 것이 문제였다. 







47/81


덤앤더머를 넘어선 무언가...

웬지 모르게 이번 편이 개그편이 됐다!


질문 언제나 환영! 적극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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