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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후랑 밥 먹은 썰

노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7 23:01:17
조회 395 추천 11 댓글 7

때는 바야흐로 2023년 어느 비 내리는 봄날,

23학번 신입생 뻔후로부터 연락이 왔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23학번 뻔후배 OOO입니다! 같이 식사할 수 있을까요?"


23학번이면 도대체 몇 살이지.. 왜 나한테 대뜸 연락을 한 건진 모르겠으나

화면 너머로 녀석이 '23학번'을 '이십삼학번'이라 묵독하면서 내게 문자를 보내오는 것이 느껴졌다.

새내기 때 뻔뻔에 뜨는 모든 선배에게 인사를 돌렸던 내 모습이 떠올라 어렴풋이 웃음이 나왔다.


"OOO님 반가워요, 입학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제 시간표 보고 편한 날짜에 점심 한 번 먹어요."


"네 감사합니다 ㅎㅎ 3월 OO일 O요일 점심 어떠세요?"


"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그렇게 뻔후와의 식사 약속이 성립되고, 아침 수업 후 학교에서 만나게 되었다.

3월 봄날의 캠퍼스 감성으로,

약속 장소에서 허공을 바라보고 있으니 갓 입학해 과잠도 없지만

누가 봐도 새내기인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저기.. 혹시 OOO 선배님 맞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OOO 후배님 맞으신가요?"


"아 네! 안녕하세요~"


"네 반가워요, 배고프시면 바로 식사하러 갈까요?"


"네~ 저희 뭐 먹으러 가나요?"


"음 오늘따라 지지고가 땡기네요. 지지고 먹으러 갈까요?"


내가 입에서 지, 지, 고 세 글자를 발성하는 순간 녀석의 놀란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 혹시 이 안에 있는 거기 맞나요..?"


떨리는 손가락으로 곤자가 플라자를 Pointing하며 녀석이 되묻는다.


"네, 제가 뭐 하나 꽂히면 그것만 먹는데 요즘 지지고가 맛있더라고요."


"아.. 네! 좋아요 ㅎㅎ"


그렇게 우리는 곤자가 플라자 안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 몰린 학우들 때문에 줄 서서 주문을 했다.

누들누들 하나를 광속으로 누른 뒤 결제 버튼을 누르자, 녀석이 당황해서 말했다.


"어..! 선배님 제 메뉴는.."


"네? 왜 그러시죠?"


"아.. 아니에요.."


나는 분명 식사 약속을 잡았을 뿐이고,

밥을 사준다고 사전에 약속한 적이 없다.

새내기는 선배에게 무조건 밥을 얻어 먹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가진

녀석이 조금은 한심했지만, '어려서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참았다.


그렇게 식사를 기다리며 다시 통성명을 했다.


"다시 한번 제 소개를 드리자면.. 저는 OO대학 이십삼학번으로 입학하게 된 OOO입니다! ㅎㅎ"


"반가워요, 저는 OOO이에요.

이 학번이면 단과대는 같을 테니 굳이 단과대학까진 말 안 하셔도 돼요."


"그리고 이십삼학번이 아니라 보통 이삼학번이라고 한답니다. 저도 이공학번이에요.

오랜만에 몇십 몇 학번이라 말하는 거 보니 귀엽네요. ㅎㅎ"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귀엽다고 한 것인데,

순간 흉측하게 변한 녀석의 미세 표정을 Catch했다.

"아.. 네.. ㅎㅎ"


그러고 난 뒤 식사가 나오고 다 먹을 때까지 우리는 단 한 마디도 안 했다.


"아.. 맛있다. 후배님, 이제 카페라도 갈까요?"


"어, 네? 아... 네! 좋아요 ㅎㅎ..."


무슨 이유에선지 녀석이 밥도 남기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남의 인생에 과한 참견을 해서 좋을 게 없다.


"선배님! 여기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 갈까요?"


"아니요. 스타벅스 비싸요. 제가 교내에 저렴한 카페를 알고 있으니까 따라오세요. 알려드릴게요."


우리는 그렇게 로욜라 도서관에 있는 Cafe ING로 향했다.

카페 입구쪽으로 가자 녀석이 앞장을 서서 포스기로 먼저 갔다.


"음~ 저는 카푸치노 차가운 걸로~.."

(띡, 띡, 띡)


"오, 맛있겠네요. 먼저 결제하세요."


"네? 아, 네..? 네! ..."


대답은 한 번만 하면 되지, 아까부터 왜 두세번씩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려서 그럴 수 있지..' 다시 한번 되뇌인다.


주문을 하고 메뉴를 기다리는데, 녀석이 갑자기 열심히 휴대폰을 보고 있다.


"뭘 그렇게 열심히 봐요?"


"꺅! 아!! 아.. 아무것도 아녜요; ㅎㅎ.. 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ㅋㅋ."


그렇게 잠깐 기다리니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저희 이제 무슨 대화할까요?"


"어 선배님.. 저 정~~말 죄송한데.. 점심 먹고 동기들이랑 약속이 있었는데 깜빡했어요..

지금 바로 가봐야 할 것 같은데 혹시 나중에 얘기할 수 있을까요?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ㅎㅎ.. 너무 재밌고 유익했어요!!"


"네? 아.. 알겠습니다. 카페 오기 전에 말씀해 주시지.. 돈 아깝네.. 그래요. 다음에 봐요."


"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새내기 때는 원래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예요. 나중에 나이 먹고서 안 그러면 돼요."


"아.. 네..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네~ 들어가세요."


그렇게 인생 첫 밥약이 마무리되었다.


참 어린데도 먼저 연락해 온 녀석이 기특하기도 하였고,

다음에 보면 더 맛있는 거 먹으러 가야지 생각했다.


녀석도 지금쯤이면 다른 뻔후배와 식사 약속을 마무리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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