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한지 5년 넘어, 생각나서 인터넷에 자대를 검색해봤습니다.
그랬더니 무슨 경찰갤에서 군인깔때 쓰는 짤이라는 둥 하며
대추리 사건 때 사진이 올라와있더군요. 굴욕이라면서요.
그거 링크타고 여기 들어왔는데 좀 그렇더군요.

암튼, 당시 직접 투입됐기 때문에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데요.

부대서는 여명의 황새울이라는 작전명으로 평택에 간다고 했습니다.
임무는 간단했고요. 공병대가 공사를 할텐데, 그 전에 미리 가서
철조망을 쳐놓고, 그 후로는 경계근무만 서면 된다고 했습니다.
17사 수색대와 우리 부대가 제일 먼저 가서 철조망을 쳐놨고,
이후로 공병대 분들하고 각 군단 특공들이 거의 총집합 했습니다.
강습대대도 온 거로 기억이 나고요. 철조망 라인이 기니까
근무 설 인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충 위수지역 없는 부대들 다
긁어모은 느낌이었죠.

전혀 이걸 위해서 뭐 전문적인 훈련을 받거나
하다못해 돌아가는 상황조차 제대로 들은 적이 없습니다.
충정훈련이랍시고 5~6시간 받은게 다였고
무장도 총도 없이 급조한 몽둥이에 급조한 방패가 다였죠.

그런데 어느날 전의경분들 밥먹으려고 논두렁 가서 앉아있는 틈에
갑자기 시위대가 새까맣게 몰려오더군요.

철조망 밖에 해자를 파놨기 때문에 별 문제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사다리같은걸 갖고 오더니 그걸 넘어오더라구요 ㅋㅋ
유일한 진입로는 시멘트 농로 하나였는데, 시위대가 1열 종대로 서서
3미터 정도 되는 대나무 몽둥이를 동시에 아래로 내려치면서(벽이 쓰러지는듯)
앞으로 서서히 밀고 나왔구요.

당연히 우리 장비가지고 뭘 막을 수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하여간 시위대가 막 들어왔는데 그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명료한 명령이 전달이 됩니다. '절대 때리지 마라'였고요.

솔직히 저도 걔네 대가리 다 깨놓고 싶었어요. 삼촌뻘 되는 행보관님
싸대기를 막 날리면서 너도 때려보라는 대학생 새끼들 이빨을 다 뽑아버리고
싶었고요. 그 옆에서 때리면 사진찍으려고 카메라 들이대고 있는 년들
눕혀놓고 군화발로 얼굴 짓밟고 싶었는데
절대 때리지 말라고 해서 안때렸습니다.
대신 그 왜 만화에서 돼지잡으면 줄줄이 엮는 것 처럼 몇 놈 묶어놓긴 했고요.

암튼 거기 간 부대중에 '진압' 훈련받고 간 부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명령에 따라 가만있었던 건데 그거 가지고 굴욕이니 하는게
좀 그런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