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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랑 깎던 노인

ㅁㄴㅇ(221.158) 2013.10.11 15:47:30
조회 1241 추천 44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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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人造人間)-


벌써 사십여 년 전이다. 내가 세간난 지 얼마 안 되서 타이탄즈 타워에 내려가 살 때다.

리그 왔다 가는길에 코스트시티로 가기 위해 고담에서 일단 비행기(飛行機)를 내려야 했다.

웨인 저택 안에 앉아서 버드랑을 깎아 주는 노인이 있었다. 버드랑을 한벌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버드랑 하나 가지고 값을 깎으려오? 비싸거든 렉스콥에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더 깎지도 못하고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체 한다. 비행기 시간이 바쁘니 빨리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체 대꾸가 없다. 비행기 시간이 바쁘니 빨리 달라고 해도 통 못들은 체 대꾸가 없다.

점점 비행기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더 깎지 아니해도 좋으니 그만 달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슾이 되지, 가루를 재촉한다고 슾이 되나?"

하면서 오히려 야단이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단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려. 비행기 시간이 없다니까......"

노인은

"렉스콥 가 사우. 난 안팔겠소." 하고는 퉁명스런 대답이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비행기 시간은 어차피 늦은 것 같고

해서, 투명비행기나 얻어 탈 수 밖에 없다고 체념(諦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깍다가 놓으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투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책상위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전화기에 여자 번호를 눌러 데이트를 잡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 노인은 또 깎기 시작한다. 저러다가는 버드랑이 다 깎여 없어질 것만 같았다. 또 얼마 후에 버드랑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되어 있던 버드랑이다.


비행기를 놓치고 투명비행기를 얻어타야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자경단을 해 가지고 자경단이 잘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本位)가 아니고 자기 본위다. 불친절(不親切)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노인은 태연히 코스튬을 입고 고담시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다. 그 때, 어딘지 모르게 어두워 보이는, 그 바라보고 있는 옆 모습, 그리고 뜬금없이 치는 번개와 하늘에 보이는 배트마크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심도 조금은 덜해진 셈이다.


집에 와서 버드랑을 내놨더니, 로빈은 예쁘게 깎았다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 것 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로빈의 설명을 들어 보면, 배가 너무 부르면 유틸리티 벨트에 잘안들어가고 무거워 힘이 들며, 배가 너무 안부르면 버드랑빵을 놓을때 살에 잘 박히지 않고 힘없이 날아간다는 것이고,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인조인간은, 바이러스가 걸리면 부팅 디스켓을 넣고 V3로 바이러스를 잡아내고 깔았던 파일을 지워내면 다시 동작해서 좀처럼 고장나지 않는다. 그러나 요사이 인조인간은, 그리드 바이러스가 한번 걸리기 시작하면 따로 떨어져 나와 악당이 되어서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인간에 기계를 붙일때, 질 좋은 강철을 잘 녹여서 몸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지 확인 한 뒤에 비로소 붙인다.


장비(裝備)만 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유틸리티 벨트를 사면 안에 별에 별 물건이 다 들어 있었으며, 우주, 수중, 어디에서도 만능이였고, 배트카는 3배 이상 만능이였다. 배트카란 배트맨이 타고다니는 자동차를 말 하는 것이다. 눈으로 보아서는 이게 비행기가 되는지 잠수함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말을 믿고 보는 것이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바다나 강에 가지도 않는데. 그냥 스포츠카로 만들지 또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탈것을 만든다.


옛날 사람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生計)는 생계지만, 물건을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훌륭한 물건을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율여 공예 미술품을 만들어 냈다. 이 버드랑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노인이 나같은 뉴비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물건이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 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 레이븐 전화번호와 호텔이라도 대접하여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상경하는 길로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는 알프레드밖에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쪽 고담경찰본부의 옥상을 바라다보았다. 까만 저녁으로 녹아들 듯한 라이트 끝으로 박쥐모양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때 그 노인이 저 배트라이트를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버드랑을 깎다가 유연히 하늘 끝의 라이트를 바라보던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안에 들어갔더니 울트라맨이 나이트윙을 패고 있었다. 전에 악당들을 팰때 "boom!" "pang!"하던 효과음이 나던 시절이 생각이 난다. 효과음을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사이는 구름모양 말풍선으로 생각 하는 것도 잘 볼 수가 없다. 애수(哀愁)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문득 버드랑 깎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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