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형 선임하사는 흔들리는 의료선의 의자에 앉아 자꾸만 떨리는 자신의 오른손을 움켜잡았다. 도무지 떨림이 가시지 않자 신형은 살며시 일어나 의료선의 옆 해치를 열었다.

"선임하사님, 아직 낙하명령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옆에있던 일등병이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진정하게 일등병. 가끔은 전장의 상황을 스크린과 레이더가 아닌 두눈과 피부로 느껴봐야 하는 법이니까."

신형은 강화 전투복의 초경화 유리덮게마저 열어 버렸다. 곧 늘상 시끄러운 기계 수백대가 돌아가는 테란의 기지에서는 맡을 수 없는 너무나도 신선한 공기가 그의 폐를 가득 채웠다. 인간의 손에 더럽혀지지 않은 푸르른 자연그대로의 생태계, 그리고 그 전인미답의 땅을 온통 뒤덮은 보라빛의 점막. 신형은 의료선의 조종수에게 음성통신을 보냈다.

"이제 곧 저그 본진 깊숙히 들어간다. 포자촉수 지대를 피해서 높이 날도록."

곧 점막 위에 자리잡은 수많은 부화장들이 보이고 그 주위를 기어다니는 애벌레들의 꿈틀거리는 모습까지도 확실히 보였다. 하늘을 날고 있는 의료선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저글링 무리가 의료선의 밑으로 달려왔다. 다행히도 의료선을 격추시킬만한 퀸이나 히드라는 근방에 없는 모양이었다. 의료선에 탑승하고 있는 해병들은 모두 신형과 같은 베테랑 들이었지만, 오늘에 와서야 저그의 모습을 실제로 보게된 몇몇 신병들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기괴한 괴물들의 모습을 힐끔힐끔 곁눈질할 뿐이었다.

'없군.'

한참이나 저그의 진영을 살피던 신형은 고개를 저었다. 현경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반년전, 의료선을 조종하던 그녀는 레이더의 고장으로 그만 히드라 무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격추당하고 말았다. 또다른 의료선에 탑승하고 있던 신형은 현경의 의료선이 저글링 무리 한가운데로 떨어지던 광경을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흉폭한 저글링들이 이미 부식된 의료선의 동체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찢어발기던 광경이 그가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언젠가는 저그와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게될거라 막연히 생각해오던 이신형 선임하사 였지만 그녀의 최후는 그에게 있어서도 너무나도 가혹한 것이었다. 주체없이 떨리는 오른손 때문에 가우스 소총조차 잡지 못할 지경이 되자 상부로 부터 근신처분을 받았다.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한 훌륭한 군인을 신형의 한심한 태도가 모욕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그녀는 마지막에 자신이 명예롭다는 생각을 하며 죽었을까?

일주일뒤 저그 본진의 스캐너 탐색에서 저그의 진영을 걷고 있는 현경의 모습이 관측되었다. 저그의 초월체들이 가끔 인간의 의식을 파고 들어 저그의 지도자로 만든다는 사례는 학계에도 수차례나 보고된 전례가 있었다. 곧바로 이곳 '행성 베타'의 기지를 책임지고 있는 사령관은 그녀를 no.0로 명명 하였다.

넘버 제로. 행성 베타의 저그를 이끄는 수장으로 판명난 여왕 하나에 붙여진 코드가 no.1, 일급제거 대상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현경은 테란에게 있어 최우선 제거대상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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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스네상스를 맞아 전에 쓰던거 수정해서 다시 시작해봄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