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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갤문학] 납치문학 12

애플민트(175.117) 2015.11.08 20:07:19
조회 1059 추천 13 댓글 8

* 제목 납치당하는 문학에서 납치문학으로 수정됨





납치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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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얼마쯤 걸었을까. 


그들은 점막이 깔린 숲을 벗어나 흙먼지가 뿌연 길로 들어섰다. 그 길을 걸어 다시 다른 숲으로 들어섰을 때쯤 일행은 마침내 걸음을 멈췄다. 성주를 부축한 채, 성욱이 턱으로 가리킨 곳은 나지막한 언덕이었다. 그들이 언덕 쪽으로 다가가자 윙윙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언덕 위로 올라간 세 사람은 이내 그리 크지 않은 낡아빠진 의료선을 볼 수 있었다.




“야, 김준호!”


성욱이 소리쳤다. 그러자 쿵쿵하는 발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달려들었다. 


“김유진! 조성주!”


덕분에 성주는 성욱에게 부딪쳐 쿵 소리를 내며 넘어졌고, 유진은 이내 저를 향해 달려든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느 때처럼 두 눈이 휘어져라 웃고 있는 그는 바로 준호였다.



“나야, 나.”


준호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와, 이렇게 만나니까 다행이다. 고생 많았지? 몸은 좀 어때?”

“여긴…….”

“음, 일단은 집? 성욱이랑 나랑 여기서 지내고 있어.”


유진의 말에 준호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그렇고, 일단 좀 씻던가 하자. 나도 그렇고 너네도 그렇고 꼴이 이게 뭐야.” 


성욱이 툴툴대며 땀이 흥건한 제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준호가 걱정스런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너 또 무리한 거야?”

“무리는 무슨. 스톰 조금 썼어. 조성주 업고 뛰느라고 그래. 쟤 완전 무겁더라.”


성욱은 씩 웃으며 제가 데려온 두 사람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



씻고 나온 두 사람은 준호가 가져다 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품이 헐렁한 셔츠는 성주에게는 컸지만 유진에게는 그런 대로 맞았다. 바지도 마찬가지라, 성주의 작은 키에는 너무 길어서 밑단을 접어야 했다.



“……여기서 자고, 밥도 여기서 먹고.”


성욱이 그들이 있는 곳의 구조를 정말로 대충 설명했다. 유진은 눈이 안 보이는 성주를 위해 손을 잡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눈, 완전히 안 보이냐?”


한참 돌아다니던 성욱이 불쑥 물었다. 성주는 대답 대신 고개를 주억였다. 



“좀만 참아. 우리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성욱이 낮게 말했다. 



“그런데 아까 그건 어떻게 된 거야? 그…… 저글링들.”


유진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때서야 성욱은 두 사람이 아직 아무 것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 말주변이 없는 그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좋을지 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음…… 야, 너 아까 내가 스톰 쓰는 거 봤지?”

“응.”


유진의 대답에 성주가 흠칫했다. 귀에 익었던 파지직 하는 소리의 정체를 깨달은 것이다.



“그게 내 스킬이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래.”

“스킬?”

“그게 사실은…….”

“야, 밥 먹자!”


성욱이 무언가 덧붙이려는 순간 저만치서 달려온 준호가 크게 외쳤다. 그때서야 유진은 자신들이 지난 며칠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준호의 안내로 마주한 식탁은 풍족하진 않았지만 허기진 두 사람을 만족시키기엔 충분했다. 음식은 무언가 과일즙처럼 보이는 것과 빵, 그리고 통조림이었다.


“사람도 늘었는데 고기 좀 먹자.”


성욱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그의 손은 몹시 빠른 속도로 숟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뭐가 나와야 먹지. 저글링이라도 잡아다 먹으려고? 아님 히드라?”


준호가 키득거리며 성욱을 놀렸다. 


“이게 다 뭐예요?”


다람쥐처럼 입 안에 빵을 가득 문 채 성주가 웅얼거렸다. 그는 눈을 아예 감고 있었고, 옆에는 준호가 엄마처럼 붙어서 그를 챙겨주고 있었다.


“빵이지. 빵하고 통조림은 테란 놈들 창고에서 털어왔어. 나머진 가다가 보이는 곳에서 닥치는 대로 쓸어온 거고. 열매도 따고 동물도 죽이고 아주 원시시대가 따로 없다니까.”


준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여기가 어딘진 대충 알지?”

“당연히.”


유진이 짧게 대답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짐작은 했지만, 한 달 전에 실종된 게 그럼 역시…….”

“몰라. 그날 쟤 만나러 가다가 정신 차려보니까 여기던데.”


성욱이 말했다. 배가 고팠던 모양인지 그는 쉴 새 없이 먹고 있었다.



“깨어나 보니 이제부터 널 무슨 실험체로 쓰겠다잖냐. 그냥 죽긴 아까워서 도망쳤지. 그리고 그때 알게 된 거야. 우리한테 힘이 있다는 걸.”

“그 힘?”


유진이 물었다.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듣고 웃지 마. 준호는 점멸을 쓸 수 있어.”

“뭐?”


성욱의 말에 유진은 저도 모르게 픽 웃었다. 점멸 추적자를 유독 좋아하는 준호의 플레이 스타일이 생각난 탓이었다. 그런 유진을 본 준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입을 비죽 내밀었다.


“야, 점멸이 어때서! 그걸로 우리 도망친 게 몇 번인데…….”

“알아, 인마.” 



성욱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준호는 특유의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장난스럽게 얼굴을 구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성욱은 지금까지의 생활에 대한 설명을 계속했고, 모자라는 부분은 준호가 채웠다. 식사를 하는 내내 유진은 진지한 얼굴로 둘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래서 여기로 오는 내내 계속 그걸 연습했고, 쫓아오는 놈들하고 싸웠지.”

“여기?”


유진이 물었다.



“제4연구소. 듣기론 여기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어. 우리를 납치하거나 돌려보낼 수 있는 그 장치가 여기에 있다는 얘기지. 그런데 와보니 이 모양인 거야.”


한 박자 늦게 숟가락을 내려놓은 준호가 대답했다.



“그래서 지금은 목표를 선회하려고 해. 좀 떨어져 있지만, 제7연구소가 있다고 들었어. 확실치는 않지만 그곳에도 장치가 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거든.”


그의 말에 유진은 순간 멈칫했다. 제7연구소. 어디선가 분명 들어본 이름이었다. 다음 순간 유진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야, 왜 그래?”


성욱의 말에 유진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거기, 태수가 잡혀 있어.”

“뭐라고?”


성욱이 놀라 물었다.



“그래. 그리고 어쩌면 신형이도 거기 있을지도 몰라.”

“……김유진, 그게 무슨 소리야?”

“이신형이 납치됐다는 말, 기억해? 내가 물었었잖아, 같이 있냐고.”

“신형이가?”



유진의 말에 성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그 말을 처음 들은 준호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유진은 가까스로 침착한 말투를 유지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처음 실종된 사람은 셋이야. 나랑 성주랑 태수는 두 번째고. 그 ‘첫 실종자’라는 게 바로 너희 둘하고 이신형이었어. 너희는 뭐 아는 대로겠고. 신형이는 그 전날 휴가를 받아서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았다고 그러던데. 경찰에서 조사해 본 결과 너희가 실종된 곳 근처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고 했고.”


“……그럴 수가. 하지만 우린…….”


“들었어. 신형이는 못 만났다면서. 아무튼 그래서 나는 여기 와서부터 생각했어. 어쩌면 이건 그 납치사건의 연장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기 어딘가에 너희들과 신형이가 있을 거라고. 또 범인이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세 사람을 납치했을 거라고.”


“…….”


“그리고 그 생각이 맞아서, 나는 성주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았어. 태수도 그렇고. 성주랑 나는 경기장에 같이 있었는데, 납치되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게 태수였거든.”


“태수 형…….”


태수를 떠올린 성주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유진은 계속 말을 이었다.




“지난번에 저그가 연구소에 쳐들어왔을 때, 연구원들이 그러더라. 이제부터 실험체들을 제7연구소로 이송한다, 고.”

“그 다음에 태수가 잡혀갔다는 거지?”


성욱이 물었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너희 중에 아무도 신형일 찾지 못했다면…….”

“우리가 처음 있었던 제2연구소는 없어졌어. 얼마 전에 만난 놈들이 증언해줬지. 거기 있던 놈들은 모두 죽었다고.”

“그럼 이신형도 결국 거기 있다는 얘기네. 제7연구소에.”



준호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유진은 잠깐 머뭇거렸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물론 그는 성욱이나 준호가 태수나 신형을 버릴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하는 것과, 그 생각을 말로 내뱉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지금처럼 그 자신이 누군가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7연구소로 가자.”



그가 망설이고 있을 때, 성욱이 먼저 말했다. 마치 ‘언제 한 번 밥이나 먹자’ 라고 하는 것처럼 태연한 말투였다. 



“가서, 걔네 데리고 돌아간다.”

“당연히 그래야지.”



준호가 기꺼이 동의했다. 유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들의 말에 성주는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었지만, 어쨌든 네 사람의 앞일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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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넷이 만났고 분량은 좀 짧다
다담주 주말에 주웅요한 시험이 있어서 그때까지 쉰다
RUN 아니고 2주뒤에 분량 잘 채워서 갖고오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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