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갤러들아. 내가 오랫만에 새로운 팬을 질렀어. 때마침 디시 문구갤러리도 생겼으니 여기다 똥글 좀 싸보려고 한다. 우선 만년필에 입문한지 얼마 안된 갤러들은 이런 모양의 닙은 처음 봤을거라고 생각한다. 당연한게 요즘에는 이런 형태의 닙을 채용한 만년필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야. 주로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전세계 다양한 만년필 회사들은 네일닙이라고 부르는 형태의 닙을 사용하는 만년필들을 생산했어.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일종의 디자인적 경향이라고 보는게 좋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60-70년대 일본 만년필들은 사진처럼 조그만 사이즈와 네일닙을 갖춘 만년필들이 대거 출연하기 시작했다. 셔츠에 있는 앞주머니에 쏙 들어가기 좋은 사이즈로 말이야. 또한 닙에 금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저가의 만년필에도 금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3사의 미칠듯한 경쟁 끝에 세일러가 24K닙을 만들면서 이런 바보같은 경쟁은 종식됬다. 사실 금 함량의 닙의 성능을 결정짓는게 절대 아니거든. 파이로트의 엘리트, 세일러의 미니, 플래티넘의 포켓 라인업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살아남은건 파이로트의 엘리트 라인업뿐이다. 물론 데스크펜들은 아직 이런 형태로 만들기도 해. 오늘 내가 소개할 것은 세일러의 미니 라인업 제품중 하나야. 내가 포켓펜 라인업에 큰 상식과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이래저래 오류에 가까운 정보를 많이 말할수도 있어.
각설하고, 오랫만에 네덕 카페를 둘러보다가 만년필을 파는 카페에서 뭔가 재밌어보이는 매물이 눈에 들어왔다. 18K 화이트골드를 사용한 세일러의 포켓 만년필이더라고. 원래 여러 번 펜쇼에 참여해서 여러 네일닙을 봤지만 너무 작은 닙 때문에 빈티지 포켓펜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가격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고. 근데 웬걸 요놈은 닙도 꽤 큰거같고 미사용품에 가격도 겨우 4만원인데 속는 샘치고 사본거지. 셀러가 나름 국내 만년필 커뮤니티에서 꽤 유명한 편인 것도 지름에 도움이 됬다. 14일날 바로 입금하고, 오늘 16일날 택배를 받았다. 꽤 만족스러운 지름이 된것 같다.
<캡과 만년필을 합체!>
본래 포켓팬은 캡과 합체하여 사용하는 물건이야. 이 캡은 플라스틱, 알루미늄, 스테인리스등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졌는데, 이 놈은 딱봐도 스테인리스지. 스테인리스에 음각으로 문양을 넣고 거기에 도료로 도색해봤어. 전면에 갈매기처럼 갈라지는 부분이 꽤 보기좋다. 첫번째 사진에서도 보이겠지만, 캡과 분리하면 너무 짧기 때문에 성인들이 사용하기 어려워.
어느정도로 짧은지 사진 한장만 보면 감이 안올거야.
그래서 사진 몇장을 더 첨부해봤어.
<정말 작다!>
<국민 볼펜 모나미 153과 함께.>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모나미 153과 비교해봤다. 정말 짧지? 닙크기도 정말 작다. 저 길쭉한 캡을 뒤쪽에 끼우면 비로소 쓸만한 사이즈가 된다. 캡 같은 경우 안쪽의 돌기에 뒷쪽 배럴이 꽉 끼워지는 방식이야. 그러나 이런 체결 구조 때문에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섹션과 배럴에 기스를 남기게 돼.
<중결링, 그리고 201?>
이 중결링에 경우 장식적인 요소도 있지만, 축으로서 역활을 하고있어. 섹션과 배럴을 이으는 축 말이야. 힘이 많이 들어가는 부위기 때문에 금속으로 제작되어 있어. 사진상에는 잘안보이지만 섹션에 201이라고 양각되어 있어. 혹시 이게 모델 넘버링인가 여러 자료를 찾아봤다. 그리고 한 일본 블로그에서 이 만년필의 일부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어. 근데 이상한 점이 있다.
<그 당시 카탈로그.>
그 당시 제품 카탈로그야. 이미지 화질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한자는 정확히 식별이 안되고, 넘버링은 확인이 돼. 이 만년필은 저기 6번에 위치하는데, WG 18K에 F와 M모델로만 나왔던 모양이야. 이 때 가격은 2000엔인데, 후에 3000엔으로 상승했었던거 같아. 6번의 넘버링은 221이야. 내가 가진 녀석의 배럴엔 201이라고 각인되어있고. 이 카탈로그에는 201이란 넘버링을 가진 녀석이 있어. 그림 3번의 녀석인데, 21k닙을 채용했고, 가격은 2000엔. 하지만 디자인은 전혀 달라서 서로 부품이 호환될 가능성은 없어보여. 201, 이건 대채 뭘까?
<2000엔이라 적힌 스티커>
비록 번역기를 돌렸지만, 그 일본 블로그를 참고하여, 나는 새로운 결론을 내렸어. 같은 디자인이지만 초기-중기-후기로 미미하게 변화가 있던 모양이야.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은 초기형일거야. 그 일본인은 중기형과 후기형을 가지고 있는거고. 염두할 것은 내가 세일러 스티커의 변화를 잘모르는 상태에서 성급하게 내린 결론이야. 그러니 사실과 다르면 지적해줘. 사실 웹상 자료가 너무 적어서 교차 검증이 힘들어.
1. 카탈로그 상의 가격은 현재 이 녀석의 스티커 가격과 일치한다. 2000엔.
2. 그 일본인은 3000천엔이라 적힌 스티커가 붙은 이 녀석을 2자루 가지고 있다. 스티커의 디자인은 검정색 바탕에 금색으로 중후하게 꾸며져 있다. 한 자루는 닙, 섹션과 캡은 기존의 것과 같은데, 뒤쪽 배럴에 금색 링이 들어가있다. 그러나 2000엔이라 적힌 카탈로그에는 뒷쪽에 링이 없다.
그리고 두번째꺼는 3000엔이라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으나, 나머지는 내꺼와 똑같다. 일본덕후는 물가와 금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기에, 공정을 단순화하여 가격을 지키고자 뒷쪽 링을 제거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3. 물가와 금가가 상승하고 있고, 공정을 단순화하여 가격 방어를 시도했을 정도면 후기에 2000엔으로 가격을 낮췄을 가능성이 낮아진다.
고로 내가 가진 모델은 비교적 초기의 것이다. 라고 결론을 내렸어.
<왼쪽 면>
<전면>
<오른쪽 면>
닙 사진이야. 닙은 정말 잘 갈려있어. 팁도 마모된 흔적도 없고, 잉크가 전혀 묻어나오지 않는 것을 보아 실제로 사용된 적이 없는게 맞는거 같아.
닙 바디에는 큰 글씨로 18K-WG라고 각인되어있다. 만년필 덕후들은 알겠지만, 전형적으로 닙 재질을 표기하고 있는거야. 이 녀석은 18K 화이트골드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어. 18K 화이트골드는 75%의 금과 백색의 알로이를 합금하여 만들어진 금이라나봐. 일부로 하얀 금색을 내려고 사용하는 방식인데, 아무리 그래도 금 함량이 높아서 실제로는 살짝 누렇다나봐. 그래서 위에 로듐 도금을 한다나..하여튼 단가 문제로 현대에는 화이트골드로 닙을 만들지 않는다는 듯 해. 23K 제품이 아니지만 내가 만족하는 이유가 바로 이 점이야. 현대에는 안만드는 화이트골드 닙이라는 점이지. 다만 각인 글씨체가 그다지 이쁘진 않다. 개인적으로 몽블랑 221처럼 조그만하게 750-wg이라고 각인해뒀다면 좀더 품격있었을텐데.
왼쪽 면에는 브랜드 마크가 각인되어 있고, 생산연도 혹은 공장번호를 의미하는 걸로 보이는 조그만 번호가 적혀있어. 조그마한 세일러 마크가 퍽 이뻐보인다. 오른쪽 면에는 닙 크기를 나타내는 각인과 @같은 동글한 각인이 있어. 아마 이 닙은 2호 닙 인듯해. 슬릿은 그럭저럭 잘갈려있고, 팁은 매우 조그만하게 달려있어. 아마 글씨도 굉장히 얇게 나오지 않을가 싶어.
피드와 측면 사진은 보고싶어하는 갤러가 있다면 나중에 올려볼께. 여기서는 간단히 설명한다. 대충 닙 아래로 보이는 피드 형상을 보면 알겠지만, 피드는 굉장히 납작하고 조그만해. 웬지 살짝 투명하다는 느낌의 유광 플라스틱 재질이야.
사실 이 부분에서 무게중심, 닙의 흐름이나 필기감등을 통해서 종합적으로 평가해야하는데 아직 내가 잉크를 안넣어봐서 이것에 관련된 내용은 다음에 한번 언급을 할께.
쓸모없이 긴 똥글을 읽어주느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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