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에전에 오도바이로 유라시아 횡단 간다고 올렸던 애송입니다. 돌고 도는 중에 벨기에도 들렀는데, 여기서 수도원 맥주를 조져봤습니다.

수도원에서 제조하는 맥주 중 기준치를 충족해서 인증 받은 것을 트라피스트라고 하는데, 전세계에 10군데쯤 있고 그 중 7개가 벨기에에 있다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중에 베스트 블레테렌 맥주를 만드는 식스투스 수도원에 갔어요.

24병 한 궤짝으로 파는건 1년 전에 차량 번호판으로 예약해야 받아갈 수 있고, 방문객들을 위한 식당에서는 6병 세트 판매 및 시음을 하고 있었습니다. 6병 세트 사니까 전용잔도 두 잔 끼워줬는데, 가방에 자리가 없어서 잔은 버렸습니다..

베스트블레테렌은 6,8,10의 세 가지 넘버가 있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알콜 도수가 높습니다. 제가 산건 제일 유명한 10인데 10.8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넘버 10은 수 년 동안 맥주 통계 사이트에서 부동의 랭킹 1위를 먹고 있는 커피계의 게이샤, 와인계의 로마네 콩띠라고들 합니다. 바로 조져봤습니다.

술도 커피도 잘 몰라서 기똥찬 맛 표현은 못하겠고, 일단 탄산이 거의 없어서 꿀떡꿀떡 스무스하게 넘어갑니다. 뭔가 코젤 다크의 상위호환이랄가요. 도수도 높아서 한 병 비웠는데 알딸딸합니다. 근데 뭐 기대했던 것만큼 존나 천상의 맛은 아니었어요. 저는 게이샤 먹을 때도 그랬습니다. 잔에 만이천원짜리 게이샤보다 벤사랑 코케 허니가 더 맛있었어요..

아무튼 직접 가서 먹어보니까 재밌었습니다. 산지에서 먹으니까 가격도 5유로 정도로 싸구요. 국내 이마트에서 이걸 파는데 병당 6만원 받는다구 합니다. 관심있으시면 한 병 업어다가 좋은 날에 까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글구 모레 귀국하는데 오슬로 경유 코스로 잡아서 들보네를 가보려합니다. 추천 메뉴 있으시면 추천좀 앙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