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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장문) 회피로 만든 우연, 나비효과앱에서 작성

감상단역(116.37) 2019.11.15 10:00:02
조회 2943 추천 56 댓글 10

할 것도 없고 심심하기도 해서 오늘 회차 복습겸 감상문 가지고 왔다 마춤법파개 많고 3줄요약없는 장문

내가 봤던 거 위주로 적을 거라서 쟤는 저렇게 봤네 정도로만 봐주셈 사실 나도 무슨 말 썼는지 몰라서 이해 안 가는 게 당연함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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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하루는 ​'나비효과'​가 언급된 순간이 꽤 되는 편이다. 몇 화 전만 해도 도화는 주다에게 나비효과를 언급하면 운명을 바꾸려 했다고 하지 않았나. ​'지구상​ 어디에서인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처럼 주인공 사이의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반면교사'이자 단역 치고는 가혹한 설정값을 가진 엑스트라 5번 은단오와 아무리 노력해도 매번 최선이 아닌 차선인 서브남 도화, 이름조차 없던, 그저 지나가는 13번이었던 하루가 모여 만화 속에서 사소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나아가서는 작가가 짜놓은 운명을 바꾸는 게 이들의 목표이다.


단오는 모든 패를 다 쓰고도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의 저항, 도화는 전력으로 뛰어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닿지 못하는 사실에의 저항으로 운명을 바꾸려고 한다. 그렇다면 하루는 무엇을 위해 스토리를 바꾸려고 하는가?


작 초반의 하루는 단오에게 제 의지를 기대며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단오와 함께라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한 모습이 드물었다. (모진 말하던 백경에게서 단오가 피하도록 돕던 것을 제외.) '스테이지를 바꾸는 것에 대한 의지'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갓 태어난 새끼 오리가 처음 본 대상을 어미라고 인식하듯이, 13번에서 탈피한 하루에게 단오는 어쩌면 세상이라고 각인됐을지도 모른다. 집도 가족도 친구도 없는 하루가 지닌 유일이 단오였고, 그가 가진 의미는 전부 단오가 만들어줬거나, 단오와 함께하며 생긴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단오의 의지를 따르기로 한 게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자아를 잃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물론이고 자신의 존재마저 뚜렷하지 않은 이전보다 지금이 훨 낫거니와, 어느 누가 자신의 유일을 부정하려 들겠는가.


내게 초반의 하루는 단오가 바라니까 운명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를 품은 아이로 보였다. 중간에 자아가 사라지는 일이 생기기는 했지만, 어쨌든 가면 갈수록 하루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운명을 바꿔야 하는 저만의 이유를 찾게 된다. 단오가 바라니까, 단오를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죽는 건 싫으니까, 과거(능소화)의 이야기가 반복돼서 이번에도 이별을 죽음이라는 방식으로 맞이하기는 싫으니까. 이런 흐름으로 하루는 자신만의 이유를 품게 됐다. 그래서 자신을 이 운명 바꾸기에 끌어들인 단오가 바꾸는 것을 포기하자고 했을 때도, 뜻을 굽히지 않고 운명을 바꿔야 한다고 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내 관점에서 하루가 운명을 바꾸려는 이유는 대강 다 설명했으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운명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무리 만화라고 해도, 운명은 억겁의 시간과 생명이 움직이는 하나의 방대하고 정교한 틀이다. 맞물리는 톱니바퀴처럼, 그런 틀은 사사로운 변화(균열)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나는 스테이지 조작단이 행하는 운명에서의 회피가 만들어낸 변화를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틀을 건드려 뒤집고, 우연히 반작용을 받는 시간이 늦춰진 것이라고.


각자의 회피가 만들어낸 우연, 그 변화로 인해 일어난 예측 못한 일은 모두가 알다시피 하루의 자아상실이다. 그렇다면 하루의 자아상실-복구 이후로 일으킨 모든 변화의 나비효과는 무엇인가? 오늘 방영됐던 28화가 그 답이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운명 바꾸기에 개입한 백경을 포함해서 모두 회피가 부른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단오는 정해진 운명마저 바꿔가며 피하고 싶던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하루는 좋아하는 사람마저 피할 정도로 자책하지만, 제일 피하고 싶던 과거의 반복 즉, 단오의 죽음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리고 자신을 두 번씩이나 무채색의 반복되는 생활에서 다채로운 일상으로 이끌었던 단오가 무채색의 만화 속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까지도 보았다.


백경은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 그토록 부정해왔던 사랑을 자각했다. 그는 자아를 찾았을 때부터 좋아하는 사람의 외면과 불신을 받고 그 사람의 감정을, 바라는 것을 애써 무시해왔다. 백경도 그쯤이야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단오가 하루를 좋아하는 것도, 단오가 바라는 것이 생의 유지보다 하루와의 행복한 시간인 것도 기민하게 알아채지 않았던가.


백경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현실과 감정을 덮어두며 단오와 어머니의 죽음이 겹쳐지는 순간을 벗어나고자 했지만, 그가 맞닥뜨린 것은 그보다 더 가혹한 무기력이다. 바꿀 수 있다고 믿었지만, 결국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끝까지 단오의 손을 붙잡지 못한 백경이 피하고자 한 것은 소중한 존재의 상실이었지만, 그는 여러의미에서 상실에 짓눌린다. 백경은 자신이 생각하던 유일한 진짜를 스스로 지우려고 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자기파괴 욕구, 혹은 자책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참 우습게도, 그들이 바라는 행복에 근접한 순간 대가는 폭풍우처럼 속절없이 들이닥친다. 그들이 일으킨 사소한 변화, 작은 날갯짓이 목표에 근접한 순간 그들을 좌절로 인도한다. 잠깐의 시련이겠지마는,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할 거라 생각한다. 이 다음에는, 단오의 심장병이 완전히 낫고 자아까지 되찾은 다음에는 어떤 나비효과가 일어날까? 부디 그때는 행복만이 있기를 바라며 잡소리로 길어진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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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쩌다 발견한 하루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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