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들어온 스웨덴의 양조장 브루스키.

영상 편집이 길고 지루하게 되어서 이번에는 글에 좀 더 설명을 붙혔음.

브루스키는 스웨덴에 2014년 설립된 양조장임.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다면 브루어인 마르쿠스가 양조장을 설립하기 전까지 양조 경험이 전혀 없었다는 건데,

그냥 맥주 좋아하는채로 살아가다가, 37살에 '아 나 애도 있고, 직장도 있고, 돈도 적당히 모았고한데. 다음주부터 맥주나 만들어볼까?' 싶어서

그냥 회사 때려치고 양조장을 차렸다고 함.

구라같은데 리얼이라고 여러 인터뷰에서 강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튼 그래서 그 전에 양조 해본 적은 없지만, 여러 책을 읽으며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았기에

상업 장비로 처음 양조를 시작하고, 첫 2년 동안은 혼자 맥주를 만들며 외로운 싸움을 해왔다고 함 ㅇㅇ.

브루스키 양조장의 가장 큰 특징을 뽑으라면 과일의 사용이라고 생각함.

스웨덴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그리 퀄리티 높은 홉을 받을 수 있는게 아니기에

홉 품질에 만족 못한 마르쿠스는 어떻게 만들어야할까 고민하다가 실제로 과일을 더하는 것을 생각해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시그니쳐 맥주인 망고피버는 망고가들어간 더블 IPA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 ㅇㅇ.

그 외에도 다양한 곳에 과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는데, 몇 인터뷰를 보면 얘가 과일 사용에 심혈을 많이 기울였다는게 느껴짐 ㅇㅇ.

이번에 국내에 수입된 4종도 전부 과일이 들어간 맥주들인데, 현지에서 브루스키가 유명한 과일 ipa는 오히려 안들여왔고

사워랑 스타우트라는, 상태빨을 덜 받는 맥주들 위주로 수입이 되었음.

KnR쪽이 유럽 IPA를 수입했다가 실패한 경험도 꽤나 있고, 현재 국내에서 신선한 ipa 싸움이 정말 피튀기기 때문에

그냥 리스크를 줄이고 평 좋고 상태빨을 덜받는 맥주들을 들여온게 아닌가 싶음 ㅇㅇ.

여튼 국내에 수입된 맥주들은 다음 네 종류.

1.테이크 미 투 더 라이트하우스

-스타일 : 베를리너바이세

-가격 : 7,900

망고랑 라즈베리가 들어간 베를리너 바이세임.

체급이 가장 낮음에도 불구하고 제일 풍성한 마우스필을 지니고 있어서 좋앗음.

쥬시하고 달콤한 과일의 느낌도 잘 살아있고,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맥주.

2.크리미 캐러셀

-스타일 : 베를리너바이세

-가격 : 7,900

라즈베리 라임 레몬그라스 아욱꽃이 들어간 베바.

조합이 꽤나 신선한데, 어디에서 영감을 받은 조합인건지 궁금 ㅇㅇ.

레몬그라스+아욱꽃이 더하는 독특한 향이 꽤나 재미있었는데

향이 엄청나게 조화롭고 하나의 노래를 연주한다는 느낌은 아니였음.

네 맥주 중에서는 조금 아쉬운 편인데 그래도 맛있었음 ㅇㅇ.

3.시베리 퓨리케인

-스타일 : 고제

-가격 : 7,900

시벅톤베리라는, 유럽 맥주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베리와 망고가 들어간 고제임.

앞의 두 맥주가 과일 캐릭터가 꽤나 직선적이여서 얘도 그런 느낌일거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얘는 굉장히 드링커블하고 마시기 편한, 청량감 넘치는 스타일의 고제였음.

과일 향도 굉장히 절제되어 있어서 은은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앞 두 맥주 다음 얘를 마신게 조금 미스였음. 얘를 먼저 마셨어야했는데.

과일 캐릭터는 약하지만 음용성이 굉장히 좋았던 맥주로, 진짜 하루종일 마실 수 있겠다 싶더라 ㅇㅇ 좋앗음.

4.더 리프트 오프 게임

-스타일 : 임페리얼 스타우트

-가격 : 11,000

바틀로직이라는, 미국 최고의 임페리얼 스타우트 양조장 중 하나와 콜라보를 한 임스임.

바틀로직 스타일이 어떤지 약간 알고 가면 좋은데

Fundamental Observation이라는 바닐라 버번 배럴 임스로 굉장히 유명해졌고

그 외에도 다양한 배럴, 다양한 부재료, 다양한 베이스 스타일의 맥주들을 만들어냄 ㅇㅇ.

스타일은 부재료나 배럴이 강렬하게 지배하는 맥주를 만들기보다는, 원주-배럴-부재료의 조화가 고려된,

어떻게 보면 지금 씬에서는 살짝 클래식한 스타일의 깜장물들을 만드는데(파라볼라-KBS-버번카운티로 대표되는 1세대 배럴맥주와 플로리다 맥주의 사이정도?)

그런 점을 고려하고 맥주를 마시도록 하자.

이 맥주는 나폴리탄 아이스크림 조합의 임페리얼 스타우트, 한국에서는 '고깃집 아이스크림 조합'이 더 와닿을듯.

3 Sons라는 양조장과 Cycle 양조장의 콜라보레이션, Rare Scooop이라는 맥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조합인데

초콜렛, 딸기, 바닐라를 조합시켜 삼단 아이스크림 같은 느낌을 만들어내는 조합임.

이 스타일의 핵심은 자연스러운 부재료 향을 살리기보다는, 인공적이고, 싸구려틱하게 살리는 것. 

이견이 있을수는 있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싸구려틱함이 어릴 때 먹은 고기집 아이스크림(서양애들은 아스트로넛 아이스크림으로 기억하는 편)의 추억을 살리기에

최상급 퀄리티의 카카오 닙스, 바닐라 빈, 딸기 퓨레를 쓰기보다는 플레이버와 적당히 섞어서 만드는게 낫다고 생각함.

여튼 맥주를 딱 까고 향에 듬뻑 취했는데, 바닐라-초콜렛이 잘 조화되어 밀크 초콜렛 느낌도 나고, 엄마는 외계인 같은 느낌, 초코 퍼지 같은 느낌은 잘 느껴졌는데

아쉽게도 딸기 향이 못 받춰주고 있더라. 이 조합은 세 향이 3:3:3으로 딱 맞춰져야하기에 구현하기 어려운건데, 역시 완벽히 재현해내지는 못했음.

맛은 향 만큼 달지 않았고, 아니 정확히는 어느 정도 달기는 한데 알코올에 단 맛이 잡아먹혀서 드라이하게 느껴졌음.

알코올도 결국 가려지지만 존재가 느껴지는것 역시 이 맥주의 아쉬운점. 진짜 잘 만든 임스는 알코올이 오비지도 않게 가리는데

얘는 알코올이 존재하고, 그걸 가리는 과정이 느껴진다는 느낌.

그래서 퀄리티 적인 측면에서 조금 아쉽기는 했는데, 향을 잘 뽑아냈고, 나폴리탄 조합이 국내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레퍼런스 용으로 좋을듯.

무엇보다 가격이 상당히 좋은편이라 ㅇㅇ 돈이 아깝고 그렇진 않앗음.

정리하자면 가성비가 매우 좋고 퀄리티도 최소 평타 이상인 만족스러운 시음 경험이었음.

특히 사워가 세 종류인데, 자칫 다 겹쳐서 서로를 팀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맥주가 다른 느낌을 지니고 있어서 겹치는 부재료가 있는 사워들임에도 각각의 유니크한 장점이 있었음.

임스야 체급이 크고 향도 좋아서 이번 겨울에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느낌.

여튼 맛있었으니 함 마셔보셈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