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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번역) 행복의 꽃 제 5화 - 귀멸학원 이야기

아노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11 17:00:03
조회 7103 추천 37 댓글 13




중고등 통합교 귀멸 학원.

귀멸 마을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지극히 평범한 학교다.

특별히 인문계 학교도 아니고, 불량 학교도 아니다.

그러나 단 하나, 보통의 학교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어째서인지, 문제아들만이 모이는 것이다…….






"선도위원을 그만두고 싶다고?"

"......으응."


점심 후의 휴식시간, 교실 뒷편에서 친구에게 절실한 마음을 털어놓은 젠이츠는 기운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도 여느때와 같이 이 문제학교에서 아침 복장체크를 한 그는 넝마짝 같은 꼴이었다.


늑대..가 아니고, 멧돼지에게 키워진 소년으로 미디어를 떠들썩하게 한 하시비라 이노스케 (셔츠 풀어헤침&맨발&도시락 이외의 짐 없음)나,

배구부 부장인 스사마루 (항상 강철로 만들어진 공을 소지)나,

제일 두려워하는 인물인 우메 (못생겼다고 미움받음&교복개조. 게다가 에로하다) & 그 오빠 (극도의 시스콘&싸움 무진장 잘함)들에게 당한 불합리한 처사로,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이었다.

"더는 싫다고...... 애초에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우연히 학교를 쉰 날에 위원회가 있어서 멋대로 결정됐을 뿐이야......"

젠이츠가 코를 훌쩍인다.

"내가 이 학원의 선도위원이라니, 어차피 무리였다고......"

탄지로가 양 눈썹이 처진 얼굴로,

"나는 젠이츠가 선도위원이랑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라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이래저래해도 젠이츠는 상냥하잖아. 봐봐, 여기 이 아버지의 유품인 귀걸이도 젠이츠가 있어줘서 묵인되고 있는거고───"

그런 마음씨 착한 친구를, 젠이츠는 째릿 노려보았다.

"그럼 네가 하지그래!? 나 대신 선도위원 하라고!"

"으음......난 아침에는 가족을 도와줘야 해서......"


탄지로의 가족은 인기있는 빵집을 하고있어서 매일 아침 천개정도의 빵을 굽는다.

하지만 그는 빵보단 밥파였고, 매일 일본식 아침을 먹고 온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여담이지만 그의 여동생 · 카마도 네즈코는 엄청난 미소녀인 데다가 항상 바게트 빵을 물고 있기 때문에,『카마도 양이랑 길모퉁이에서 부딪치면 "빵을 문 미소녀와 길모퉁이에서 부딪치기" 라는, 마치 소녀만화같은 시츄에이션을 이룰 수 있다……!』라고 입소문이 나있지만, 아직 꿈을 이룬 사람은 없었다.

그녀를 열렬히 사모(일방적으로)하여, 등교·하교 할 것 없이 전봇대 뒤에서 지켜보는 어떤 인물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겁쟁이인 그가, 왠지 카마도 네즈코에 관한 일에는 마치 귀신과도 같은 강함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럼 적어도, 내가 선도위원을 무사히 그만둘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

"평범하게 토미오카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안 되는거야?"
탄지로의 소박한 의문에, 젠이츠가 이 이상은 있을 수 없을정도로 싫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인간이 순순히 들어줄 리가 없잖아! 내가『그만두고 싶어요』라고 말하려 할 때마다『머리 까맣게 염색하고 오랬지』라던가 엉망진창인 말이나 하고선 날 후려친다고!? 진짜 뭐야? 그 인간?"

선도위원회의 고문으로 있는 체육교사 · 토미오카 기유는 언제나 무뚝뚝하며 심기가 좋지 않았고, 게다가 입보다 손이 먼저 나오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탄지로나 극히 일부의 학생을 제외한 대다수 학생들의 두려움을 받고 있었다.


그에 대한 대책으로 열린 학부모회(PTA) 총회는 셀 수 없을 정도여서, 페런츠 · 티쳐 · 어소세이션이 아닌, 페런츠 · 토미오카 · 어소세이션화 되고 있다던가…….

애초에 다분히 천연 기질이 있는 토미오카 본인은 퇴출 위기감이 희박했다.

옛날에 비오는 날 주운 새끼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의외로 좋은 사람?' 같은 소문이 돌았던 적 있었지만 진위 여부는 확실치 않았고, 덕분에 이미지 업으로 연결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토미오카 선생님을 통하지 않을 수는......"

"그, 러, 니 까, 몇번이나 말했다니까!"

애가 탄 젠이츠가 목소리를 높인다.

"몇번이나 말했는데 전혀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그 인간! 말할 때마다 후려친다고!! 말하려고 하기만 해도 후려친다고! 진짜 뭐야!? 그 인간!! 왜 그런게 교사인거지!? 토미오우읍"

"젠이츠!?"

마침내는, 토미오카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 만으로도 넘어오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이건 이미 토미오카 알레르기 수준이다.

이렇게나 자신의 마음 속 어둠이 깊었나 하며 젠이츠가 놀라고 있는 중, 슬슬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한 것인지, 탄지로가 "──알았어." 라고 말을 꺼냈다.

"이러는건 어때? 젠이츠. 토미오카 선생님의 기분이 좋을 때 말하러 가는거야. 나도 같이 갈테니까"

"기분이 좋을 때? 그런 때가 있어?"


월급날?

아니면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매월 한 번 일찍 퇴근하는 날)?

그것도 아니면 데이트 약속날?

'애초에 상대가 있긴 한가?'

어느쪽이 됐든 기분이 좋은 토미오카는 상상할 수 없었다.

아니, 상상하기 싫었다.

젠이츠가 자신의 상상에 부들부들 떨고 있자,

"연어 무조림이야"

탄지로가 단호히 말하였다.

"하?"

"연어 무조림을 좋아하셔. 토미오카 선생님은"

"뭐야, 그거? 왜 그런걸 알고 있는거야? 너. 무섭지 않아?"
"사실은 내가 이 학원에 들어오기 전부터 기유씨──토미오카 선생님은 우리 집 단골이라 알고 있었거든."

그런 이유로, 단골끼리의 대화에서 우연히 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어떤 확실한 소식통에게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연어 무조림을 먹었을때 한정으로, 살짝 웃으시는 것 같아."

"기분나빠!! 웃는다고!? 그 인간이, 웃는다고!?"

"......알겠지? 젠이츠"

과장되게 몸을 떠는 젠이츠에게 탄지로가 참을성 있게 얘기한다.


"토미오카 선생님은 매일, 학식에 나오는 '오늘의 생선정식'을 드셔. 그리고, 오늘의 메인은──"

"......설마"

겨우 진지한 얼굴이 된 젠이츠가 탄지로를 응시한다.

친구는 굳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연어 무조림이야."

"! 탄지로오오오오오오오!!!!!"

감격한 젠이츠가 의기양양한 얼굴이 된 탄지로를 껴안았다.

폭포같은 눈물을 흘리며,

"나의 진정한 친구여!!"

"아파. 젠이츠"

"그렇게 정해졌으면, 즉시 식당으로 가자구!"
젠이츠가 친구를 재촉했다…….



의기양양하게 식당으로 가보니, 토미오카는 창가자리에 혼자 앉아 있었다.

앞에 있는 그릇에는 오늘의 생선정식이 담겨 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위치는 정확히 토미오카의 대각선 뒤였기에 표정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본 적 없을 정도로 행복해 하고 있는 그의 얼굴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탄지로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젠이츠 또한 고개를 끄덕인다.

토미오카의 곁으로 다가간 젠이츠가,

"토미오카 선생님! 드릴 말이 있습니다!"
필사적으로 구토가 넘어오지 않게 노력하며 그 이름을 부르자, 토미오카가 뒤돌아 보았다.

"아가츠마......"

"저, 이제 선도위원을 그마──"

"너는 대체 언제쯤 되야 머리를 까맣게 하고 오는거지!!"

젠이츠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전에 없던 빠르기의 우 스트레이트 펀치가 젠이츠의 뺨으로 향하였다.

연어 무조림의 행복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펀치였다.

그러긴 커녕 분노감마저 느껴지는 표정으로,

"선도위원이 그 모양이어서는 본보기가 안 된다. 지금 당장 까맣게 염색하고 오도록."

"............"

냉철한 교사의 말에, 젠이츠가 소리없이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어, 어째서......왜............연어 무조림의 날에는 웃는다고 했는데......?'

몽롱한 머리로 자문한다.

그런 그의 시야에, 황급히 달려오는 친구의 모습과, 토미오카가 먹고 있던 그릇의 모습이 비쳤다.


그러나 물결무늬가 그려진 사기그릇에 담겨져 있던 것은, 연어 무조림이 아닌───.


'서......설마했던, 방어 무조림.........'


가슴 속에 친구에 대한 원망을 품고, 젠이츠는 의식을 잃었다…….






"정말 미안해. 젠이츠!! 이렇게 사과할게!"

"......아니......어쩔 수 없었잖아"

방과후, 보건실에 찾아 온 탄지로가 깊이 머리를 숙였지만 젠이츠는 침대 위에서 힘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좋은 연어가 안 들어와서 급하게 방어로 바뀌었다니, 딱히 네 탓은 아니고...... 어느 쪽이냐 하면, 내 운이 나쁜거지...... 아하하하하"

"젠이츠......"


먼 산을 보는 듯한 눈길로 창밖을 보는 젠이츠를 보고, 친구가 애처로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선 힘을 내어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있잖아. 젠이츠.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응?"

"토미오카 선생님 말고 다른 선생님한테 얘기해보지 않을래?"

"토......으웁── 그 인간 이외의 선생님이라니"

하마터면 토할 뻔한 젠이츠가 황급히 바꿔 말한다.

"예를 들면?"

"으음.."

탄지로가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미술 담당인 우즈이 선생님이라던가?"

"기각!! 깡패선생만은 기각!! 극혐! 나, 그 인간 개싫어!!"

"그럼 쿄우가이 선생님. 음악 담당인"

"쿄우가이 선생님은 네 얼굴만 봐도 기분 안 좋아지시잖아!?"

"?"

자신이 상상을 초월하는 음치라는 사실을 조금도 모르는 탄지로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선 다시 음- 고민하다가, 표정을 환하게 하였다.

"맞다! 렌고쿠 선생님이 있어!"

"! 그거다!!"


그렇게 외친 젠이츠가 침대에서 뛰어 내렸다.

"렌고쿠 선생님이라면 토미──그 인간 못지 않게 독특한 사람이고! 그리고 비교적 좋은 사람이기도 하고!!"

렌고쿠 쿄쥬로는 교육 열정과 역사 사랑, 그리고 학생 사랑이 넘치는 역사교사다.

다소 남의 얘기를 듣지 않는 점이 있긴 하지만, 학생들에게서 인기는 많았다.

귀멸 학원 좋아하는 선생님 랭킹 부동의 1위이다.

그 중에는,

『소매를 걷어 올린 와이셔츠 밑에 뻗은 근육질 팔 때문에 참을 수가 없다』

『선생님의 넥타이 핀이 되고 싶다』

『계속 강하고 젊은 채로 있어주면 좋겠다......』

라는 다소 마니아적인 의견도 있다나 없다나.

그 호청년스러운 모습 때문에 맞선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나와서 거절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시간에 렌고쿠 선생님이 어디에 계실까?"

"교무실 같은곳 아닐까?"

"──렌고쿠 선생님이라면 도서실에 있다."

"!?"

갑자기 옆 침대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젠이츠는 그 자리에서 튀어 오를 뻔 했다.

침대 사이의 커튼이 살짝 열리고, 남학생의 언짢은 듯한 얼굴이 보였다.


"아......가, 감사합니다."

위축된 젠이츠가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시끄럽게 해서"

탄지로가 착실하게 사과한다.

하지만 남학생의 언짢은 듯한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알았으면 빨리 나가. 난 타마요 선생님이 계신 이 보건실에서 이렇게 혼자, 타마요 선생님이 일하시는 낌새를 커튼 너머로 느끼며 누워있는 시간이 방해받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밉살스럽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선, 그는 샥, 커튼을 닫았다.

그리고 바톤터치 하듯이 반대편의 커튼이 열렸고, 타마요 선생님이 얼굴을 비쳤다.

"──어머, 아가츠마군. 눈을 뜨셨네요. 다행이에요"

"네, 넵. 덕분에."

"안색은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무리하지 말고 앞으로 30분은 더 누워있으세요?"
타마요가 자애로운 얼굴로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그 순간, 새하얀 커튼 너머로『빨리 돌아가』라고 하는 듯한 원한 같은 것이 느껴져 왔다.

거의 살의와도 가까운 그것에,

"이, 이제 다 나았으니 돌아가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두 사람은 황급히 감사의 말을 전하고선 도망치듯 보건실을 뛰쳐나갔다.


저건 틀림없이『보건실의 주인 · 유시로』였다.

교실에 있는 시간보다 보건실에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긴 그는, 설령 중환자일지라도 보건실에 접근하는 사람을 용서치 않는다고 한다.


그가 몇학년 몇반인지도, 몇살인지도, 정말 귀멸 학원의 학생인지도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두 사람이 도서실 앞에 도착하자, 때마침 예의 교사가 나오고 있었다.


"렌고쿠 선생님──"

"오오, 왜 그러지! 나에게 용무라도 있나! 소년들!"


호감이 가는 밝은 미소로 역사교사가 대답한다.

그 팔에는『노려라! 도시락 남자』『완전 맛있는 도시락 365일』『아이가 좋아하는♥도시락』

라는, 뭐라 태클 걸기도 힘든 제목의 책들이 안겨있었다.


".........(네가 물어봐!)"

".........(아니, 여기서는 젠이츠가 물어봐야 하잖아?)"

젠이츠와 탄지로가 말없이 서로에게 눈치를 줬다.

더군다나, 두 사람의 미묘한 표정을 렌고쿠가 알아차리는 일은 없었다.

결코 무신경한 것은 아니었지만, 뭐랄까 세세한 것을 잘 못한다고 할까, 그는 분위기를 잘 읽는 편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탄지로가 "──저기" 라며 말을 건다.

"선생님은 분명, 가족과 같이 살고계셨죠? 그......결혼은.."

"맞아! 아버님과 어머님, 동생과 같이 살고 있다! 결혼은 하지 않았어! 그게 어쨌다는거지! 카마도 소년!"

"......도시락은 직접 싸시는 건가요?"

"아아, 이거 말인가"

겨우 눈치 챈 렌고쿠가 새하얀 이를 드러낸다.

"최근 어머님의 일이 바빠져서 말이지."

자신이 대신 동생의 도시락을 만들어 주려고 한 것이라고 말한다.

"어머님만큼 잘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센쥬로가 기뻐할 만한 것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말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별것 아니었다.

오히려 호감도가 상승하는 대답이었다.

입을 열 때마다 호감도가 내려가는 토미오카와는 엄청난 차이다.

"그렇지, 두 사람도 같이 만들지 않겠나? 괜찮다면 같이 우리집에 오면 좋겠군!"

"아, 아뇨. 저희들은 선생님께 상담할게 있어서──"


교사의 담백한 권유에 탄지로가 황급히 말한다.

"젠이츠."

"아, 아아. ──무슨 일이냐면, 실은 토미오카 선생님에 관련된 일로......"

"토미오카? 나의 동료인 토미오카 기유 말이냐!"

"네. 실은 저, 선도위원 그만두고 싶은데 토미오카 선생님이 전혀 얘기를 들어주질 않아서......"

젠이츠가 아까 전의 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자,

"음."

여느때와는 다른 복잡한 얼굴로 듣고 있던 렌고쿠가,

"무조림도 괜찮겠군!"

라며 호쾌한 감상을 말했다.

"생선과 야채의 조합은 몸에 좋고, 무엇보다 지금은 무가 제철인 계절이다. 제철음식은 몸에 좋아!! 영양가가 높으니 말이다!!"

"헤?"

"저, 저기......"

"두 사람 다, 슈퍼에 들렀다가 우리 집에 가도록 하자. 아니, 무는 야채가게. 연어는 생선가게 쪽이 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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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게 아니라──"

"앞치마라면 내 것을 빌려주지. 사양하지 마라!"

"아니"

"선생님, 연어 무조림은 도시락에 적합하지 않아요. 칸막이로 잘 나누지 않으면, 밥이 조림 국물때문에 흠뻑 젖어버려요."

"!? 아니, 너도 아니거든!"

"그런가, 그러고보니 밥도 만들어야 하는군! 메인반찬 만으로는 밸런스가 나쁘니 말이야!"

"타키코미 고항(※일본식 스까듶밥)은 어떤가요?"

"그게 좋겠군! 좋았어!! 쌀 가게에도 들르자!"

"그러니까, 아니.."

"그렇게 사양하지 마라! 학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야!"


"그러니까 저는 그저 선도위원을 그만두고 싶을 뿐이라니까요!!"


이렇게, 어떤 교사 이상으로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역사교사와 의외로 바보같은 친구에게 농락당하며, 젠이츠의 방과후는 깊어져만 갔다…….






"나 말이야......렌고쿠 선생님이 그렇게나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지 않는 사람일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귀멸 학원으로부터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는 정식집 아오이에서 아이스커피와 과자를 주문하고, 젠이츠는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

결국, 무엇이든 실수 없이 해낼것같던 이미지의 렌고쿠는 설마했던 요리치였다.

게다가 조금의 악의도 없이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에 화내지도 못했고, 렌고쿠가 만든 음식의 맛보기 만으로 입안이 이상해져 버렸다.

한 번은 진심으로 죽음을 각오해야했던 맛이었다.

연어도 무도 당분간 보고싶지 않았다.

"게다가 겨우 다 만들었다고 생각했더니, 선생님의 아버지가 하시는 검도도장에서 엄청 굴렀고......"

"자, 자. 센쥬로군도 아버지도 좋아해주셨으니 결과적으론 잘 됐잖아."

탄지로가 우등생처럼 젠이츠를 북돋아주었다.

그런 친구를 젠이츠가 원망스러운 듯 노려본다.

"그것보다, 내 고민은 어떻게 된거야!?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어!!"

"아, 그게 있었지. 미안, 잊고있었어"

역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또 내일 아침부터 지옥 시작이야......하아......어딘가로 도망치고 싶다. 토미──그 인간이 없는 세계로 가고 싶어"

아이스커피와 과자가 나온 후에도 젠이츠는 징징대는 소리를 하였고, 탄지로가 위로해 주고 있는 중, 가게의 간판인 칸자키 아오이가 선배인 코쵸 시노부와 같이 돌아왔다.

"어머어머, 탄지로군에 젠이츠군도 와있었네요."

"어서 오세요. 차 내올게요. 시노부 선배도 그쪽에 앉아 계세요. 크림 경단 안미츠 괜찮으신가요?"

"네. 시럽많이 해서요."

2학년인 아오이는 꽃꽂이부. 3학년인 시노부는 약학 연구부와 펜싱부에 동시에 소속되어 있다.

둘 다 예쁘장한 얼굴이었으나, 특히 시노부는 연예기획사에서의 권유가 끊이지 않을 만큼의 미소녀였다.

게다가 성적은 항상 학년 1등.

펜싱부 대회에서도 우승하는 등, 귀엽기만한게 아닌 여자로서 매년 미스귀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편, 의아한 점도 있었다.

약학 연구부에서 무미무취의 위험한 약을 만들고 있다던가, 교사들 사이에서도 그녀에게 고개를 들지 못하는 사람이 여럿 있다던가, 그 중에는 그 토미오카조차 포함되어 있다나 없다나…….


극히 일부에서 불려지는 별명은, 독 공주.

그러나 물론, 젠이츠는 그 소문을 진심으로 믿지 않았다.

이유는 첫 번째로,

'이런 예쁜 사람이 악인일리가 없지이......'

였다.

"무슨 일이에요? 그런 어두운 얼굴 하고선. 저라도 괜찮다면 얘기해주시지 않을래요?"

같은 테이블에 앉은 시노부가 걱정스러운 듯 다가왔다.

젠이츠의 인중이 헤벌쭉해진다.

이런 상냥한 사람이 그런 무서운 사람일리가 없다.

분명히 그녀의 귀여움과 재능을 질투한 사람들이 퍼뜨린 유언비어다.

틀림없었다.

"사실은──"

젠이츠가 고민을 털어놓았고, 시노부는 응,응 이라며 친절하게 들어주었다.

그리고,

"토미오카 선생님은 젠이츠군에게 기대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해요."

"기대......?"

생소한 말에, 젠이츠가 눈살을 찌푸린다.

시노부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토미오카 선생님은 아시다시피 그 모양 그 꼴이니까요. 뭔가 오해를 받아 학생들에게 미움받는 일도 많이 있고, 선도위원도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하지만, 젠이츠군은 토미오카 선생님의 뒤를 잘 따라주고 있잖아요? 사실은 기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니 별로, 좋아서 따르고 있는건......"

폭력이라는 목줄로 억지로 말을 듣고 있을 뿐이다.

"전에 토미오카 선생님이 툭 내뱉은 말을 들은 적 있어요.『아가츠마는 잘 해주고 있어』라고."

"그......토미오카 선생님이요?"
믿기지 않는 말을 들은 젠이츠가 시노부를 쳐다본다.

시노부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시노부의 입에 오르내리는 마치 다른 사람같이 엄청난 토미오카 때문인지, 그 이름을 입에 올려도 구토가 넘어오지 않았다.

"선도위원은 정말로 힘든 일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젠이츠군 같은 선도위원들이 있기에 이 학원의 평화가 유지되고 있는거랍니다."

학원의 여신이 아름다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젠이츠의 손에 자신의 손을 살짝 올렸다.

샴푸 냄새인지 뭔진 몰라도, 말도 안 되게 좋은 냄새가 났다.

"힘내주세요 젠이츠군. '제일' 응원하고 있답니다."


"네엡!!!!!!!!!!!!!!!!!!!!!!!!!!!!!"


시노부에게 손을 꼬옥 붙잡히고 코피를 쏟을 듯 흥분한 젠이츠가,

"이 젠이츠에게 맡겨주십시오!!"

라며 맡겨달라는 시늉을 한다.

마음 속에서는,

'행복해라!! 우와아아아 행복해라!!'

라고 외치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거기에, 차와 크림 경단 안미츠를 들고 온 아오이가 뭐라 할 말이 없는 얼굴로 시노부와 젠이츠를 보고선 작은 소리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좀 뭣하긴 한데......이번달 들어서, 시노부 선배가 '제일' 응원해준 분은 젠이츠씨로 13명째에요. 그러니까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라고 속삭였지만, 물론 젠이츠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잘 됐네 젠이츠. 역시 젠이츠는 선도위원이 맞는 거야. 힘내"

라며 싱글싱글 웃는 탄지로에게도, 물론 그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아오이가『어휴......』라고 하는 듯 탄식하고 있는 옆에서,

'좋아, 해주겠어!! 난 시노부 선배에게 제일 응원받은 남자니까 말이야!'


근본이 단순한 젠이츠는, 그렇게──뜨겁게 가슴에 맹세하고 있었다.






"토미오카 선생님!!"


다음날 아침, 교문 앞에서 복장체크를 하고 있는 토미오카의 모습을 발견한 젠이츠는, 웃는 얼굴로 달려갔다.

오늘도 저지 차림의 토미오카는, 목에는 지도용 호루라기를 걸고, 애용하는 죽도를 들고 있었다.

"선생니임!! 저, 이번주 토요일에 미용실 예약 했어요!!! 까맣게 염색하고 한층 더 선도위원 일 열심히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지도 잘 부탁────"

다시 태어난 듯 두 눈을 빛내는 젠이츠가 큰소리로 선언하려는 순간,

"시끄럽다!!!"

"!?"
토미오카에게서 설마했던 일격을 얻어 맞고, 힘차게 날아갔다.


"교내에서 큰소리로 소리지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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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데, 이 불합리함............'


눈물조차 흐르지 않으며, 젠이츠가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점심 후의 휴식시간──.


"탄지로오오오오오!!! 나 이제 선도위원 때려칠래!!!!!! 더는 싫어!! 그도 그럴게, 토미오우읍.."

"젠이츠......"


아가츠마 젠이츠의 비통한 외침이 메아리친다.


──덧붙여서 훗날,

『귀중한 인재의 유출을 막아줬으니, 다음 달부터 저희 부의 체육관 사용 비율을 올려주시겠어요? 토미오카 선생님.』

이라며 벌레도 못 죽일것같은 얼굴로 교사를 협박하는── 정정, 부탁하는 시노부의 모습이 목격되었고, 그 얘기를 들은 젠이츠는 3일 밤낮을 앓아눕게 되지만, 그것은 별개의 이야기.



오늘도 중고등 통합교 귀멸 학원은 (한 사람 빼고) 그런대로 평화롭다.




- - - - - - - -


기유 취급이..






출처: 귀멸의 칼날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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