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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서울, 파리를 두 도시로 표현해 쓴 칼럼모바일에서 작성

ㅇㄱ(1.246) 2015.11.16 17:00:09
조회 3816 추천 82 댓글 10

지금 서울,파리를 두도시로 표현해서 쓴 칼럼인데 읽다가 소름돋았어... 이런 적절한 비유가 있나싶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5&aid=0002561467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고,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두 도시 이야기』, 창비)

 찰스 디킨스 소설의 첫 문장 그대로였다. 프랑스 파리와 대한민국 서울, 2015년 11월 두 도시의 풍경은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파리. 도시는 공포와 전율에 장악당했다. 극장 앞엔 희생자의 주검이 하얀 천에 덮여 있다. 보도 위 신발들이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생존자들은 부둥켜안고 서로를 확인한다. 축구 경기장의 관중은 스타디움 잔디밭에 우두커니 서 있다. 자유, 평등, 박애. 삼색의 국기는 불안하게 펄럭이고 있다.

 서울. 도시는 깃발과 차벽(車壁)에 점령당했다. 경찰버스들이 텅 빈 광장을 겹겹이 에워싼 가운데 시위대는 버스 바퀴에 밧줄을 걸고 줄다리기를 한다. 사다리, 쇠파이프로 차창을 두들기고 깨뜨린다. 경찰은 그들을 향해 캡사이신 물대포를 끊임없이 쏘아대고 있다. 도로는 온통 하얀 최루액 범벅이다. 그 위로 시위 참가자가 거센 물줄기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파리. “알라는 위대하다.” 테러범들의 외침 속에 인간의 삶은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신(神)을 신앙하지 않는 자는 혐오스러운 존재, 청소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이제 곧 프랑스인들은 2001년 9·11 테러 때 미국인들이 직면했던, 곤혹스러운 질문 앞에 서게 될 것이다. 톨레랑스(관용)를 지킬 것인가, 혐오를 학습할 것인가. 내 가족을 죽이려는 사람을 고문할 것인가, 고문하지 않을 것인가.

 서울. “박근혜 퇴진하라.” “폭력시위 중단하라.” 거친 목소리가 광장을 지배하고 있다. 나머지 목소리들은 설 곳을 잃었다. 공론의 장은 확신과 증오라는 두 개의 감정으로 압축돼 가고 있다. 한국 사회를 가로막은 물음은 이것이다. 대화는 가능한 것인가. 결국 힘과 힘으로 맞서야 하는가. 소통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단절된 것인가.

 파리. 아일란 쿠르디란 이름의 시리아 난민 시신이 터키 해안에서 발견됐던 게 불과 두 달 전이었다. 빨간 티셔츠를 입고 웅크린 채 숨진 세 살 꼬마의 조그만 몸이 휴머니즘의 불씨를 되살렸다. 이번 테러의 탄착점은 정확하다. 그 작은 불씨를 꺼뜨리려는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죽느냐 사느냐, 패닉(공포)에 빠지면 포유류의 뇌는 파충류의 뇌로 변하고 만다.”

 서울. 집회의 자유를 차벽으로 봉쇄하는 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은-시인 김광균의 표현처럼-망명정부의 지폐가 되어 거리를 굴러다니고 있다. 과격 시위에 물대포를 사용하는 것이 불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쓰러진 시위 참가자를 조준해 계속 물대포를 쏘는 건, 그를 구조하려는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직사(直射)하는 건 정당한 법집행이 아니다. 단순히 현장 경찰관이나 간부 한두 명의 잘못일까. 강경 진압만이 ‘진실한 대응’이란 믿음이 정부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기 때문 아닐까.

 파리, 그리고 서울. 두 도시는 묻고 있다.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가. 파리가 종교전쟁 시대로 돌아가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면 서울은 1970~80년대로 복귀하느냐는 기로에 서 있다. 분명한 건 ‘어리석음의 시대’ ‘불신의 세기’의 낡은 운영체제(OS)로는, 맹목과 혐오의 키워드로는 세상을 한걸음도 나아가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위정자라면 ‘퇴진’ 구호에 과민 반응하는 대신 그 안에 담긴 시민들의 절박한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의 진실이 중요하다면 그만큼 다른 이들의 진실도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두 도시 이야기』는 예언과 함께 막을 내린다. “나는 진정으로 자유롭게 되려는 그들의 투쟁과, 승리와 패배 속에서, 앞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이 시대의 악과, 그 악을 자연스럽게 낳은 앞선 시대의 악이 점점 스스로 속죄하고 사라지는 것을 본다.” 이것이 두 도시의 스산한 거리가 지금 우리에게 말하려는 위로이자 진실이기를, 나는 소망한다.

#Pray for Paris. #Pray for Korea.

권석천 사회2부장



출처: 연극, 뮤지컬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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