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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공연 추천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223) 2015.11.27 10:00:07
조회 1116 추천 25 댓글 27





* 긴 글 주의, 개취주의, 난독주의


극단 푸른달 박진신의 마임 모놀로그
<인생은 아름다워>

며칠전 어떤 개로리의 후기를 보고 다녀왔어.
왜냐하면 유진규 <같음과 다름> 마임공연 후 마임에 관심이 생겼고, 도대체 어떤 극이길래 보는 사람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지 매우 궁금했거든.

날이 매우 추웠고, 극장은 찾기 어려웠어.
그런데 도착하고 돼지저금통에 500원 넣고, 예쁜 티켓 받으면서 기분이 좋아졌어. 그리고 입구에 아기자기한 소품들 보면서 크리스마스 기분도 느끼고, 기다리는데 유자차까지 머그컵(종이컵도 아닌)에 타다 주시길래 감동.

감동후불제 500원.
결론적으로 나는 후불로 단 돈 1원도 지불하지 않았는데, 2가지 이유가 있었어.

- 그 누구도 미완성인 극에 돈을 지불하진 않는다.
- 나는 당신의 인생에 값을 매길 수 없다.

저금통에 넣었던 500원도 다시 꺼내오고 싶었어. 그리고 가능하다면 다음 극, 그 다음 극, 푸른달에서 올리는 공연에 관객으로 찾아가는것으로 보답하고 싶어졌어.

대화와 독백, 관객참여, 마임.
극 중 했던 말처럼 마음을 연다면 몸짓을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마음을 열었는데도 너무 산만하고 복잡했어.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길래, 얼마나 속에 담은 말이 많길래 그렇게 표정으로, 온몸으로 말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었어.

# 사냥꾼 이야기
도대체 의미도 없고 부산스러운, 결론도 없는 몸짓. 늑대 죽이는 사냥꾼? 춘천 마임축제에서 길게 줄 서서 있는 아이들에게 즉흥적으로 해주었다는 그 마임. 19년(?)동안 아무 의미도 없었다는 그 주제. 보다가 짜증났는데 만들어진 계기를 듣고 이해했어. 확실히 주제는 없지만 그 극적이고 과장된 표정과 몸짓들이 아이들이 좋아하겠더라고. 주제가 없어도 누군가의 기다림을 줄여준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었어.

새로운 주제를 찾으면 연락주면 모든 극 공짜?
어떤 분이 전화해서 주제 동물보호 어떠냐고 했다고 ㅋㅋ

나는 그 극에서 말 못하는 짐승과 말하는 짐승인 인간이 서로 숨소리로, 몸짓으로, 교감을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어릴적 친구(미미같은) 있냐는 질문에 있다고 하자 순수하거나 머리가 좀...이라고 했는데, 동화속에 나오는 빨간망토 차차도 생각나고. (극 보면서 내가 떠올린 친구는 호호아줌마임. 박진신배우가 자꾸 웃으니까 호호 아줌마 생각남)


# 무서운 이야기

들으면 3일동안 무서운 이야기와 일주일간 무서운 이야기. 거부했고, 사냥꾼 2탄을 해달라고 하자 그건 관객이 2명 필요한데, 그렇게 되면 관객이 1명만 남는다고 해주지 않았지. 나중에 관객 많아지면 해준다는데 그 날이 오길 바라. 어쨌든 무서운 이야기 안하고 다른 이야기 해주어서 고마웠는데, 나는 술 먹고 꽐라 된 적이 없어서 그 극도 별로였음.


# 사계, 인생

마지막 이 극이 아니었다면 추천하지 않았을거임.
어둠 속에서 움직이던 벗은 상체(나 변태 아님), 눈물 맺혔는데도 웃던 표정, 달리던 걸음, 태양.
미완성이라고 했는데 정말 미완성이었고, 아마도 끝까지 미완성이지 않을까. 인생은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고, 내 삶이 끝나도 누군가는 기억하고 이야기 할테니까. 연출님 말대로 언젠가 텅 빈 극장에서 자반고등어같이 생긴 애가 나오는 극을 봤다고 말이야.


# 매일 생일같이, 크리스마스같이

생일을 감사하며 보낸적이 있냐는 질문에 모두 대답하지 않았어. 난 정말로 없었어. 생일에 케이크나 미역국 챙기면서 선물 받던 기억이 언제쯤 있었던것 같기도 한데, 감사한적 없어.
그런데....예술이 뭔지 모르겠지만 행복해지는 방법을 안다는 극 소개에서처럼 나도 행복해지는 방법을 최근 깨달았어.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어서 감사.

내가 공연함으로 인해서 다른사람(가족)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거짓말을 20년을 했다고 했던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부모님이 텅 빈 극장 구석에서 우시는 모습을 보고 느꼈을 그 마음. 어쩐지 부채의식, 죄책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이기심. 그런게 느껴졌어. 연극을 그만두면 야생화농장을 하고싶다던 아들을 위해 야생화 공부를 했을 어머니. 그 사랑과 희생이 <아버지> 라는 극에 담겨있었어. 그 고단함. 그래도 눈물지으며 웃음 짓는 사랑.


많이 불편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젊은 얼굴.
조근조근한 목소리.
동화속 등장인물처럼 과장된 표정과 몸짓.
사라지지 않던 얼굴의 웃음.
분명 엉엉 울 것 같은데 절제된 그 눈물.


전혀 행복하지 않다. 느낌이.
315호에서 본 마슈칸같았다.
슬픔을 갈아넣고 묵직하게 끓인 스토브커피.
너무 강하고 씁쓸한 맛.
웃지말라고 하고싶었어.


그런데....
동시에 스티븐이었다.
과정, 어떤 과정을 거치는 사람.
어떤 모자가 어울릴지 찾아가는 사람.
이 연출님께 마슈칸같은 존재는 할아버지일까, 부모님일까.


어쨌든 감동받았지만 후불은 못하겠더라 도저히.


# 내가 행복해지는 법

공연을 보면 행복해지는 일개 덕후로서 내가 죽을때 떠올리고 싶은 장면이 3가지 있다.

- 음악극 오이디푸스에서 걸어서 극장을 나가버린 해수왕. 그 문틈 사이에서 들려온 음성. 그저 인간이기를 원했던 한 사람.
- 유진규선생님의 <한지>에서 처절하게, 그렇지만 아름답게 날갯짓하던 그 몸짓과 숨소리
- 뮤지컬 트레이스유에서 마지막 순간 쏟아진 하얀 빨랫줄 조명.

나는 죽을때 이걸 기억하고 싶은 본투비덕후.


그리고 이 공연을 보고 푸른달에 하고싶은말.

\'단 한순간만이라도 너 자신을 즐기렴(핏. 아마도 스티븐맘)\'


P.s. 얼마나 웃으면 얼굴자체가 웃는 얼굴일까 의문이 들던 연출님. 안 웃는 극에서 보고싶어졌다. 자반고등어처럼 망가져도.




푸른달 극 추천해.
내 감상과 후기가 불편한 개로리가 있다면 사과할게.












출처: 연극, 뮤지컬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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