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베르테르를 보고있는데, 어제가 조베르의 감정선이 가장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았나 싶어

베르테르가 롯테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설레이다가 알베르트의 존재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결국 그녀를 떠나기까지의 모든 감정들이

물흐르듯이 흘러서 관객으로 하여금 베르테르의 선택을 이해하도록 했다고 할까...

조베르는 롯테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기 보다는 처음엔 호기심에 보다가 한발 한발 그의 몸이 전체적으로 롯테라는 호수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

자석산 이야기에서 '열정'이라는 단어에 눈이 커지고, 롯테를 보는 눈빛이 달라지더라

(그런데 그렇게 넋놓고 입 살짝 벌리고 자석산과 롯테를 보는게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부리에서는 자꾸 웃어

울고 싶은데 울지는 못하겠고, 참으려고 입을 꾸욱 다물고 입꼬리만 올리는데 눈은 울고 있었어

눈물이 쏟아지는 건 아니었지만 그 먹먹함과 오르카에게 '그 돌부리가아~' 라면서 투정을 부리듯이, 원망하듯이 내뱉는 말이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더라구

이 씬은 고스란히 배우들의 연기가 드러나는데 그런면에서 엄베르도 조베르도 자기만의 개성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서 너무 좋고, 슬프고 ㅠㅠ

1막 마지막에 발하임을 떠날때에는 롯테가 알베르트와 잘 지내는걸 뒤에서 보면서 또 웃어

그녀가 행복해서 다행이다, 참 예쁘다 이런 표정이었어

그럼 그냥 갈 것이지 롯-알 커플이 들어가자 가방 놓고 쭈구리고 앉아서 왜 또 가슴을 부여잡고 우냐

ㅠㅠㅠㅠㅠㅠㅠ

어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부분은 무례와 사랑이었어

자신도 모르게 홀린듯 찾아온 롯테의 집

1막에서의 그 장면을 회상하는 듯이 살짝 둘러보더라고. 1막에서 호기심어린 눈빛과 총을 꺼낼때는는 많이 달랐어

그저 예전처럼 이름을  불러달라는 롯테의 말에 '롯테....?'라고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부르다 이내 정색하고는 롯테..라고 부르는데 심장이 막 두근두근

그리고 알베르트가 등장하고 그때부터 총을 든 손은 작은 움직임(손가락으로 총을 쓰다듬는 정도) 밖에는 없었지만 이미 눈동자와 영혼은 흔들렸던 것 같아.

결국 차가운 이성 운운 하는 말에 베르테르는 자신도 모르게 총을 들어올렸고, 놀란 롯테를 보던 조베르는 갈 곳을 잃은 아이 같더라

총을 들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이리저리 다니다 결국 총을 뺏긴 후에 앉아서는 자신의 오른손을 보며 본인이 더 놀란 것 같았어

조베르가 '다만 나의 고통, 나의 상처 치유할 길 없어서....'라고 하는 가사가 어제 처음으로 이해가 되더라고

그간은 다른 부분보다 그 장면은 알베르트에게 훨씬 감정이입이 되고, 베르테르는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가장 강하게 드는 장면이었는데

어제는 무례에 대해 묵직하고 강하게 질타하는 알베르트도 이해가 가고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럽고, 놀랍고, 걱정도 되는 롯테도 이해가 가고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버렸다며 이해를 구하는 베르테르도 이해가 가고....

그래서 번갯불이 더 절절했는지도 모르겠어

베르테르를 보다보면 참 다양한 슬픔이 있고, 그걸 표현하는 방법도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

이번 조, 엄 슬픔이들 때문에 먹먹한 겨울 보내게 생겼다.

오늘 첫공하는 규베르는 또 어떨지 두근두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