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인생은 아름다워 후기

ㅇㅇ(123.108) 2015.12.03 10:00:04
조회 705 추천 39 댓글 18


viewimage.php?id=39b5d527f1d72a8b&no=29bcc427b38177a16fb3dab004c86b6f1a1232ae65b3ad24328089e84c721408aafd8a68e3dd0aae53591d6fc623cc2693fedb61054811539eb3


후기 안쓰려고 했는데, 어젯밤 누워서 곰곰 생각하다 쓰고싶어졌어

하고픈 말은 많은데 표현이 미숙하다보니 자꾸만 글이 길어지네. 긴글미안ㅠㅠㅋㅋ


아 그리고 이 아래로는 스포주의

근데 스포당해도 글만으로 결코 표현할 수 없는 '마임'이니까 상관없을거 같...나?ㅋㅋ

이번주가 막공일텐데 아직 못본 개롤 있으면 꼭 한번쯤 보러가길 추천해

지난번에 봤을 때는 슬프고 괴로웠지만 이번엔 왜인지 행복해지더라.




관대날이기도 했고, 내가 이래저래 많이 힘들다보니 자둘하게 됐어

생전 안듣던 이쇼도 푸른달덕에 들어봤다.

그리고 정말 좋았다. 내 필력이 부족해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저 정말정말 좋았다.

역시 자둘에 느끼는게 더 많구나 싶어


처음 볼 때는 몰랐는데, 박진신 연출님 새까만 옷 입고 있으니 얼굴과 손 발만 동동 떠 있는거 같았다

그리고 마임 작품이 아니라 작품과 작품 사이에도 손이 꼼지락꼼지락, 작은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

열댓명은 온 것 같은데 그중에 반 이상은 처음 보는 사람들인거 같아서, 사소한 것에도 하나하나 반응해주고 놀라주는게 많이 고마웠다


 


0.5 시작


박진신 마임 모놀로그. 본격적인 극의 시작 전 '박진신', '모놀로그', '마임'에 대해 찬찬히 설명해줬어

박진신은 내 눈앞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 및 연출, 모놀로그는 한 사람이 나와서 이래저래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박진신과 모놀로그 사이에 뭐가 있지? 그래, 마임.

사실 마임이 관객들에게 그렇게 익숙한 건 아니잖아. 나도 이 극 보기 전에 마임은 이상한 뚱뚱보 아저씨가 나와서 창문 닦는 흉내낸다고만 생각했고.

하지만 내가 보고 느낀 마임은, 그러니까 마음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시선과 손짓으로 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고,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세상이 몸짓만으로 피어나듯 떠오르지

박진신 연출은 관객에게 계속해서 물어봐. 바닷속에 뭐가 있을까요?

심청이(...)가 있다고 대답하는 엉뚱한 관객도 있겠지만 보통 물고기 해초 상어 등이 나오고 이번엔 거북이도 나왔어ㅋㅋ

그리고 그 질문들에 하나하나 몸짓으로 다 대답해줘. 그때 새삼 느꼈어

관객과 배우의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정말로 마임극의 내용은 전해지지 않는구나. 그게 굉장히 신기하고 뭉클하더라.




1. <별 따러가기>

자다 깬 아이가 눈을 슥슥 비비며 일어나. 가스불 켜고 물 올려서 보글보글 끓는 커피 한 잔 마시고, 창밖을 내다봐. 아, 창문에 서리가 내렸네. 뽀득뽀득 비벼서 닦아내. 잘 안 닦이면 호오오 불어서 닦아야지. 창문 밖의 세상은 아름다워. 방글방글 웃던 아이는 창문을 열고, 잔잔한 바람 소리와 새 소리가 들려오지. 아, 창밖으로 별이 비친다. 아마 알고보면 이 아이는 낮동안 잠을 청하고 밤늦게나 깨어난 어린이 아닌 어른이였나보다. 자첫때부터 의심의 여지 없이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아이라고 생각했을까? 박진신 연출의 표정은 그만큼 맑았어 아무 의심 없이 아이라고 믿어버릴만큼의 깨끗한 웃음을 짓고 있어서. 아무튼 이 어른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환하게 웃어


그리고 거기에 대답하듯, 마치 극장을 가득 채울 것처럼, 별들이 샛노랗게 반짝거려!!

어둠에 익어 있던 눈은 갑작스렇게 쏟아지는 별빛을 차마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저 울컥하고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그런 순간!

별들이 가득 차오르듯 반짝거리고 내 마음도 벅찰 정도로 번쩍이는 그 때,

어른이는 밧줄을 후웅! 후웅! 훙!!! 하며 던져도 별을 따내리지는 못하지. 하지만 그래도 별을 향해 가고 싶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른이는 커다란 종이를 접기 시작해. 종이 윗부분을 삼각형으로 접고, 그대로 다시 접고, 그리고 다시 한 번 접고 또 접은 뒤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두어번 흔들면서 잘 날아갈까 가늠한 다음, 멀리 던지지. 종이 비행기는 멀리멀리 날아가

그리고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와. 어른이는 제자리에서 껑충 뛰어 돌아온 종이비행기 위에 탁! 앉게 돼.

비행기는 날아가... 하늘 높이, 높이. 그래, 별에게 닿을 때까지.


어른이는 결국 별에 닿아. 반짝, 반짝, 반짝.

별의 바다를 헤엄치던 어른이는 종이비행기에서 뛰어내려 진짜 바다에 풍당 빠지지

별처럼 빛나던 크리스마스 조명들이 단박에 훅! 꺼지고 핀조명만 비쳐서 어두운 바닷속같다는 느낌이 확 와닿았고.

숨을 콱 들이킨 채로 어푸어푸 헤엄치는 어른이 곁으로 바다 생물들이 스쳐지나가. 물고기, 해초, 상어, 인어공주ㅋㅋㅋ

보물을 얻고, 목걸이도 하고 왕관도 쓰던 어른이는 순간 푸학 웃어서 숨이 모자라게 돼

그래서 급히 어푸어푸하며 수면으로 떠오르지.

그리고 열심히 수영해서 해안으로 가. 땅에 가까워질수록 낮아지는 수면과 헤엄치다 걷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

물에 푹 젖은 옷을 쥐어짜 물기를 좀 털어내고 그 옷을 다시 입지. 그리고 또다시, 꿈을 꾸었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별을 따러 갔던 꿈에서 깨어날 때가 되었다는 걸까?

정말 따뜻하고 행복한 극이었어.




1.5

예술이 뭘까요?

자첫때도 자둘때도 대답하진 못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행복'이야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행복, 그리고 그 작품을 보는 사람의 행복.

그래서 내가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그다지 감흥 없었다 해도 피카소 자신은 그가 생각한 큐비즘을 구현해서 행복했을테니 그건 예술이고

내가 좋아하는 카라바조나 보티첼리 그림은 내가 그걸 보며 행복하니 그 또한 예술일테고

네 살 배기 아가가 마음가는 대로 낙서한 그림도 그 아이와 부모님과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예술이자 기적일테지


같은 논리로 푸른달 극도 나에겐 예술이야

행복을 주는, 혹은 행복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다 예술이지

상업성과 예술성은 사실 별개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이따 말할 내용이긴 한데 관대에서 박진신 연출이 '슬픔과 행복은 함께 갈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나도 '상업성과 예술성이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해

아무리 예술적이라도 안 팔릴수 있고 예술성이 넘치면서 엄청나게 잘 팔릴수도 있고.

만드는 이들이 행복하고 보는 이들이 행복하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예술이니 푸른달에게 그저 고마워.




다음으로 이어지는 <사냥꾼 이야기>, <아버지>, <무서운 이야기>, <학창시절>도 정말 좋았는데ㅋㅋㅋ

어 근데 이거 다 쓰다가 내가 박마모 레파토리를 다 털어내는거같아 진신연출님께 죄송해서 생략할게ㅋㅋ 궁금한 밥알은 극장에서!

특히 <아버지>는 직접 보지 않으면 얼마나 뭉클한지 몰라. 어휴 그 섬세한 손짓하며 눈짓하며ㅠㅠ 처음과 끝이 이어지는 이야기하며ㅠㅠ

<무서운 이야기>는 여전히 안무서웠지만, 귀신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면 나름 무서울지도?


그래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인생>은 쓸래.

말 한 마디 없이 몸짓만으로 진행되는 마임이라서 이건 안 써놓으면 까먹을거같아

사계 부분과 인생 부분에 다른 노래가 나오는데, 사계는 카우보이 비밥의 blue야. 곡 이름 알려준 개롤횽 다시 한 번 감사

사실 지금도 듣고 있는데ㅋㅋ 정말 좋다ㅠ

내가 능력만 된다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서 계속계속 돌려보고 싶을정도ㅠㅠ







암전 속에서 윗옷을 벗고 무대 앞으로 나와

조명은 서서히 강해지고, 그 쏟아지는 빛 속에 가만히 서 있는 진신연출.

어린 여자아이들이 입모아 부르는 성가같은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함께 씨앗은 싹트기 시작해

마치 새싹이 터오르는 순간을 빠른재생으로 돌려 놓은 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다

꼭 다물어진 손은 마치 떡잎처럼, 팔은 흔들리며 자라는 여린 줄기처럼.


그리고 폭발하듯 피어나는 꽃. 단지 웅크리고 있던 손을 펼친 것 뿐인데도 무언가가 일렁였어

그 손바닥 안에 새하얀 꽃이 핀 것을 본 것만 같았다.

반대편에서는 한 마리 나비가 파닥이며 헤매다가 그 꽃 위에 살짝 앉고.


남자는 길을 걸어. 그리고 땅을 바라보지

한 손으로 똑, 꽃을 따고 부드럽게 웃다가 향기를 맡는다.

남자가 꽃을 꺾은 바람에 놀라 달아났던 나비는, 남자가 들고 있는 꽃 위로 팔랑팔랑 날아들어,

날개를 접고 가만히 내려앉는 순간.

 

free...


꽃이었던 오른손과 나비였던 왼손이 합쳐져 한 마리 새가 되어 날아가기 시작했다

카타르시스라는 단어 말고는 이 순간을 표현할 말이 없어

허리를 숙이고 헤엄치듯 두 팔을 착 착 움직이는 부분은 처음 볼 때는 의문이었는데 새의 자유로움을 표현하려 한 거였을까...

사실 아직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왜 어깨가 나갔는지는 알 것만 같았다...


다시 새는 날아갔다. 온전히 자유롭게 날던 새가 남자의 가슴에 내려앉았어

남자였던 것은 이내 나무가 되고 뻗어진 팔은 가지가 되었지


그리고 허공에서 팔랑, 팔랑 흔들리며 지는 낙엽.

책을 읽고 있던 남자는 낙엽을 발견하고 살짝 놀라더니 기대고 있던 나무를 올려다봐

책읽기를 멈추고 그 페이지에 낙엽을 책갈피처럼 꽂아둔 채로 일어나

나무에 열려 있던 열매를 하나 따서 침이 고일듯 맛나게 한 입 베어물고.


서서히 배경음악이 잦아들기 시작해

그리고 눈이 한 송이씩 떨어지기 시작하지

남자는 아이같은 표정으로 손바닥에 눈을 받고,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어

뭔가 허전한가? 하듯 눈사람을 바라보더니, 목에 매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눈사람에게 해 준다.

아우 추워 하듯 손바닥을 비비고 입김을 불던 아이같은 남자.


남자는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해.

걸음에는 속도가 붙고 이내 달음박질이 되지

헉헉거리며 객석을, 무대 뒤를, 옆을 향해 끊임없이 달리던 남자와 그 남자를 옆에서 강하게 비추고 그림자를 만들어 내던 조명이 인상적이었어


얼마나 괴로웠으면 땀방울인지 눈물인지 모를 주먹만한 것들이 뚝, 뚝 땅에 떨어지고, 심장은 가루가 되어 파삭 내려앉아버린다.

주어진 길만을 따라서 달려온 그 끝에는 낯선 내가 서 있다... 아 이게 아니라ㅋㅋ

힘들게 달려왔는데, 그 길의 끝은 벽으로 막혀 있어. 뒤를 돌아봐도 그 곳 또한 벽이 가로막고 있지.

그래서 남자는 벽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해. 그러나 벽은 끝이 없어서 결국 떨어지고 말지. 남자는 벽을 타오르는 것을 그만둬.

그런데 알고 봤더니 벽은 그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이 나 있었던 거야

조심스럽게 벽에 나 있는 문을 열고 나온 남자는 자신이 가고자 했던 세상을 감격스레 바라봐

그리고 남자가 아니라 진신연출로 돌아와서, 똑같은 눈빛으로 관객들을 바라봐...


아 진짜 좋았다. 이것때문에라도 다시 가고 싶어



아래로는 관대 내용. 끝나고 집에가는 길에 최대한 써놓긴 했는데 틀렸을 가능성 많음ㅠ

조금 어수룩해 보이고 순진해 보이던 연출님이지만 예술, 공연에 대해 말씀하실 때는 눈빛부터가 달랐어

자기 자신에 대해 말씀하실 때는 어쩌면 이토록 깊은 공연들을 만들면서 이렇게나 힘겨워하실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한 순간들이었고.


내가 가장 괴로울 때마다 웃었던 적 있어. 그 모습이 겹쳐보여서 갑자기 아파지더라.




정확한 내용은 아니고 대충 이런 뉘앙스였다... 이 정도로만 생각해줘 가물가물하네


Q. <별 따러가기> 전에 관객들에게 바닷속에 뭐가 있냐고 물어보시잖아요. 그때 가장 표현하기 힘들었던 것은?

A.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가 가장 힘들었어요ㅠㅠ 예전에 철학 하시는 분과 같이 작업한 적 있는데, 그분이 '살아가는 것은 바다위에 떠 있는 스티로폼같다'고 그걸 표현해 달라고 하셔서 제 몸이 스티로폼이 아닌 이상 그건 무리라고 했던 적 있어요.


Q. 인생에서 구하고 싶은 세 가지가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 분 질문은 늘 너무 길고 어려워서 기억이 잘 안남ㅠ)

A. 월세, 월세, 월세... 사실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어요.


Q. <사냥꾼 이야기>를 하셨다던 춘천마임축제가 변질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변질되었다는 말은 있지만 제가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혹시 여기 마임협회분 계신 건 아니죠? (다같이 웃음)제가 마임협회 분들을 무서워해요. 만약 제가 무언가 옳다고 느낀다면, 제 작품 안에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들어가 있을 거에요.


Q. 항상 행복하다고 하셨는데 언제 가장 행복하세요?

A. 너무 많이 빼앗겼기 때문에 행복해요. 연극은 제게서 모든 것을 빼앗았어요. 친구도, 돈도... 전 친구도 안 만나요. 친구들은 다 결혼하고 아기도 있고. 제게 남은 건 푸른달 뿐이에요. 가족하고. 그래서 더 행복한 것일지도 몰라요. 제게 남은 게 얼마 없어서, 남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이니까요.


Q. 생일처럼, 크리스마스처럼 행복하라고 하셨는데 만약 정말 행복했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가 없으면 어떡하나요?

A. 지금부터 행복해지면 되죠. 이 작품을 하며 많이 힘들었어요 많이 울었고. 매일매일 아 눈뜨면 늙어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래도 행복해요. 슬프다는 것과 행복하다는 것은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웃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매일매일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아프더라도(정적) 아니면 술을 드셔보시는 것도?


Q. 인생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고 하셨잖아요. 지금은 어디쯤이라고 생각하세요?

A. 나이로는 초가을이어야 하지만... 여름이요.

Q. 여름이라면... 뜨거워서요?

A. 열정이니까요.


Q. 지금 몇 살이고 싶으세요? 이 때이고 싶다 하는 나이가 있으신가요?

A. 84세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Q. 그러면 혹시 몇 살이신지...

A. (웃으며)제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의 나이가 제 안에 있겠죠.


Q. 박마모가 마지막이라고 하셨잖아요. 혹시 연기를 끝내실 건가요?

A. (당황하며)박마모가 만들어진 계기가 그랬다는 거에요. 박마모는 사실 비정기적으로 올라오는 극이에요. 극을 올리면 500원이라도 버니까... 조명도, 배경도 많이 필요없이 저 하나면 되고. 본업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사실 저 연출이거든요ㅎㅎ

연극을 끝...내면 야생초와 야생화 화원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지금은 저보다 야생초를 더 잘 아세요. 제가 혹시 연극을 그만둘까봐.


Q. <사계, 그리고 인생>을 끝내고 손을 바라보시던데 그 동작에 의미가 있나요?

A. 아ㅎㅎ 고마워서요. 오늘도 잘 움직여준 것이 고마워서. 왼쪽 어깨 회전근이 거의 파열됐어요. 몸이 안 따라주니 보여드리고 싶은 것의 50% 정도밖에 보여드리지 못해서 관객분들께 늘 죄송해요. 그래도 움직여주니 고맙죠. 원래는 발을 보기도 했어요(발가락 곰실곰실).


Q. <사냥꾼 이야기>와 <사계, 그리고 인생>은 관련이 있나요?

A. (단호하게)아니요. 물론 벽 안을 타고 오르려 한다거나 떨어진다거나 하는 건 유사하죠. 마임의 스킬이 제한되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아니면 마임을 만들어내는 게 저라는 사람으로 같기 때문에, 두 작품의 근간에 깔린 것이 어쩌면 같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요.


Q. 오늘 극을 보면서 정말 따뜻하고 행복했습니다. 혹시 극에 사회 비판 같은 걸 넣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A. ㅎㅎㅎ감사합니다. 항상 저희 극은 너무 잔혹하다고들 하는데...

이전에 만들었던 <어둠속에서>는 건물 붕괴 사고 현장의 생존자에 대한 이야기에요. 삼풍백화점에서 모티브를 딴 것은 맞지만... 그 안에는 세월호 이야기가 들어있어요. <손순, 아이를 묻다>도 극한 상황에서 나와 타자의 생존을 놓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고요(손순 안봐서 맞나 모름). 극을 만드는 사람도 세상 속에 살아가는 만큼 사회에 대한 생각은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Q. 들어가는 노래들은 직접 선곡하신 건가요? 아니면 직접 만드신...?

A. 아니요아니요. 기존에 있던 곡 중에 선택한거에요. 몇 분이 음악을 만들어 주시려 한 적은 있는데, 아직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바람이 있다면 <사냥꾼 이야기>, <사계 그리고 인생>같은 작품 하나하나마다 그 극을 대표할 수 있는 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해요.


Q.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단 한 극만 올릴 수 있다면 올리고 싶은 극은?

A. 어...(고민하다) 보물상자요. 보물상자는 저희 푸른달의 본질, 영혼같은 극이에요. 보물상자는 10년(?) 정도 했어요. 그동안 사용한 우산이 몇 백개가 넘고, 100분이 넘는 분들이 지나가셨어요. 저희들끼리 하는 우스개소리로 보물상자는 100명이 올리고 100명이 보는 극이라고 해요. 그래도 행복해요. 사실 제 집에 보물상자가 네 상자 있거든요. 그런데 열어보면 죄다 쓰레기 뿐이에요. 친구가 버린 껌 종이, 길 가다 주웠던 돌멩이, 솔방울... 그런 추억들, 죽기 전에 돌이켜보고 싶은 그런 소중한 추억들을 담아주는 극이에요.

Q. 다음에 올라올 극이 보물상자라서 영업하시는 거에요?ㅋㅋㅋ

A.  ㅎㅎ 아닌데... 저희는 크리스마스에도 극을 올려요 2회차를요. 크리스마스때 뭐 하세요?

(관객1) : ...회사 가요ㅠㅠㅠㅠ

A. 그럼 회사분들 모시고 오세요ㅎㅎ 혹시 금액이 부담스러우시다면 따로 연락해주시면 자리를 마련해 드릴게요. 저희는 워낙 가진게 없어서, 관객분들이 오시면 그걸로도 그저 행복해요.


Q. (질문이 기억 안 남)

A. 꿈만 꾸고 싶어요. 사실 전 사회와 거의 단절되어 있다고 봐도 좋아요. 제가 발육이 정말 느린 편이라 고등학생때까지 40키로를 못 넘었어요. 저를 이성으로 보는 사람도 없었고, 저도 방에 홀로 틀어박혀 꿈만 꾸었어요. 그러다 연극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사회와 단절되어 있었다고 하셨는데 연극 연출을 하게 된 계기는?

A. 몸으로 하는 표현은 저랑 잘 맞지 않아서... (정확하지 않음)


Q. 좋은 극인데 홍보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아쉬워요.

A. 저희같은 작은 극단은 월세를 내고 나면 정말 남는 게 단 하나도 없어요. 포스터를 만드는 것도 돈이 들고, 홍보를 하는 것도... 그래도 와주시는 분들이 고마워요.(정확하지 않음)


Q. (질문이 기억 안 남)

A. 부모님께서는 이 박마모를 좋아하지 않으세요. 마임을 보러 올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게다가 유명하지도 않은 네가 혼자 주절주절 늘어놓는 이야기를 대체 누가 왜 들으러 오겠냐고. 오늘은 박마모에 관객분들이 가장 많이 와 주신 날이에요. 그래서 부모님은 아직 박마모를 보신 적 없어요. 전에 해지는 아프리카 라고 음악인형극을 한 적 있는데, 따뜻하고 행복한 이야기에요. 그 극은 부모님께서도 보셨어요.


Q. <사냥꾼 이야기>가 인기가 좋아서 2탄, 3탄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실제로 있는 이야기인가요?

A. 네, 실존하는 이야기에요. 예전에 <사냥꾼 이야기> 2탄을 해 드리려고 한 적 있는데, 관객이 세 분 뿐이라서 못 했어요. 관객 두 분이 무대로 올라오셔야 하거든요. 그러면 보는 사람이 한 명 뿐이라 못했어요.


Q. 혹시 관대가 끝나고 나면 평생가는 무서운 이야기 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두근두근)

A. 어어... 어어ㅠㅠ 사실 그건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요. 그, 삼재를 몰고다닌다는 사람이 있잖아요. 제가 아는 사람중에 그런 사람이 있어요. 가족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도망가거나 시름시름 앓다가 죽거나. 그 사람이 이 극장에 앉아 있다, 그러면 이 곳은 이계가 돼요. 세상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다른 세상처럼... 공기조차 달라져요. 평생가는 얘기를 하고 나면 어머니께 전화가 와요. 너 혹시 그 얘기 했니? 집에 이상한 게 자꾸 돌아다닌다... 그런 얘기에요. 힘들 거 같아요...


Q. 만드신 모놀로그북이 굉장히 좋아서, 일반 서점에서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으로 보고싶기도 해요. 그게 아니더라도 특색있는 작은 서점들에 모놀로그북을 올리실 생각은 없나요?

A.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닌데... 그것도 돈이 들더라고요. 푸른달과 모놀로그북을 병행하는 건 불가능해요. 꼭 돈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연출님의 '미미'는 피터팬이신가요? 

A. 아니요. 피터팬은 아니고 후크 선장? 피터팬...이면 술담배에 찌든 피터팬이겠네요. 담배를 6학년 때 할아버지께 배웠어요. 술은 5학년때 배웠고. 사실 담배 못 피게 하려고 자, 피워봐라 하셨는데 제가 그걸 정말로 받은 거죠. 그 이후로 가아끔, 가끔ㅎㅎㅎ




관대가 끝나고, 박수소리와 함께 암전이 되었어

암전됐는데도 까만 옷과 대조적이라 그런가 하얀 얼굴과 손발이 동동 떠 있더라.

의자에서 일어나서 꾸벅 인사하고, 들어가는 길에 다시 한 번 인사하고, 두세 걸음 걷고 또 꾸벅 인사하고. 퇴장하는 커튼 앞에서 다시 한 번 인사하고.

그게 참 고마워서 나도 벌떡 일어나 인사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박수만 짝짝짝.




이쇼에서 박진신 연출님이 말했던 "도망치면 안되니까요." 가 기억에 참 많이 남는다.

모놀로그북 1권만 사서 읽어봤는데 아기자기하니 귀여우면서도 찡해서 2권도 사고싶어졌어.

오늘 다른거 관극 끝나고 푸른달극장 기웃거려봤는데 역시나 닫혀있더라ㅠ 2권사러 다시 가야지

자꾸 글이 안올라가서 몇글자인지 봤더니 9900자... 백글자만 더 써서 만자 채울걸ㅋㅋㅋ

아무튼 인생은 아름다워 보러와ㅠㅠ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어!



출처: 연극, 뮤지컬 갤러리 [원본 보기]

추천 비추천

39

고정닉 0

1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8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84694 일반 [깊갤] [깊추] 나연 + 다현 = 연두부 [16] 깐나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7 1888 112
84691 일반 [냥갤] [아키] 피해 [11] 一期一會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7 1972 121
84682 일반 [냥갤] 뭉치도사진찍쟈~^^* [12] ㅇㅇ(211.210) 16.09.27 992 39
84671 일반 [카연] 돼지의 식성 6화 [13] (1.228) 16.09.27 1425 18
84670 일반 [깊갤] 깊추) 걸그룹 비주얼은 JYP 미만잡이다. [49] ㅇㅇ(211.36) 16.09.27 3696 200
84665 일반 [깊갤] 양현석 박진영의 가치관 차이 (깊념 보내줘라) [99] 떡고와 양고졸은 절친(121.145) 16.09.27 5086 224
84664 일반 [카연] 프리그메이커 [82] .(14.80) 16.09.27 3171 97
84652 일반 [기갤] 구르미 점찍을때 대사도 졸귀 gif [40] 뱁새요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7 3572 18
84643 일반 [야갤] 왕따가 만든 어플.. [109] 주작할줄모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7 24691 182
84635 일반 [야갤] 2580에 나온 차 [95] 極黑helen.kell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7 15622 125
84632 일반 [기갤] [질투의 화신] 표나리 시점.jpgif [2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7 10999 18
84631 일반 [두갤] 칰갤 캡파 얘기 [42] ㅇㅇ(175.223) 16.09.27 4724 178
84629 일반 [주갤] ㅗㅜㅑ 맘카페의 두얼굴.jpg [86] dd(124.5) 16.09.26 35447 302
84628 일반 [국갤] 렛락ㄲㄹ 사진3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2716 33
84627 일반 [웹갤] (뇌피셜) 동인녀들이 왜 탑바텀으로 싸우는지 아라보자 [57] 인간탈곡기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9354 137
84626 일반 [주갤] 2580에 나온 흉기차.jpg [125] 미행연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18098 212
84625 일반 [토갤] 뉴우비) 아직 3명 밖에 없는 넨도로이드 사진.jpg [11] 엔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3304 23
84624 일반 [야갤] 오늘도 현수는 무시무시.. 시즌5호 국밥 2그릇 ......gif [53] 꼴데빵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15355 102
84623 일반 [카연] 인간계에서 편의점에서 취직을했어 06 [22] 무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5258 28
84621 일반 [기갤] 오늘자 하석진 전소민 [16] ㅇㅇ(175.223) 16.09.26 5760 17
84620 일반 [냥갤] 그냥ㅋㅋ사진정리하다가 [17] 섀넌레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4185 156
84619 일반 [우갤] 160925 목동 팬싸인회 by. 미리내 [6] ㅇㅇ(211.203) 16.09.26 2343 18
84618 일반 [두갤] 현수형 5호 홈런 관련 현지 네티즌 반응.txt [29] 돡혜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4152 92
84617 일반 [국갤] ㅃ담배케이스가 왔네여 [59] 담배케이스총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6530 48
84615 일반 [멍갤] 방해하는 댕댕이 [12] 앙꼬조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3923 53
84614 일반 [냥갤] (치즈네) 뉴스 예고 풀이하는 글 - 빠삐의 나드링 [15] 여자친구등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2622 76
84613 일반 [카연] 디시인사이드 6행시 만화 - MSG [29] MS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4145 55
84612 일반 [물갤] 공릉천 탐어 [13] 휴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2252 9
84611 일반 [야갤] 야랑과 전쟁 .. 레전드 에피 ... 완전한 사육 .jpg [106] 주리다이노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22891 244
84610 일반 [냥갤] (루이)오늘의 배웅냥 [8] 쌀쌀보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3213 97
84609 일반 [우갤] 토욜2팬싸시리즈1 - 인천2/3 ;; 스압 주의 [11] mysweet연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2752 15
84608 일반 [야갤] 커브드 그래픽 카드 .. jpg [72] TIMO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21324 104
84607 일반 [냥갤] 우리집 마당에는 냥벤져스가 살고 있다.JPG [12] 똘언니(124.216) 16.09.26 4447 138
84606 일반 [우갤] 토욜2팬싸 시리즈2 - 분당 1/2 ;;; 스압 퍄퍄 [6] mysweet연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1657 21
84605 일반 [우갤] 토욜2팬싸 시리즈1 인천 - 프롤로그,1/3 ;; 스압 알죠? [8] mysweet연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1696 22
84604 일반 [국갤] 렛락 ㄲㄹ 사진 [1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2677 42
84603 일반 [주갤] 경부고속도로 사고.gif [145] ㅇㅇ(14.43) 16.09.26 17974 102
84602 일반 [국갤] 워 어제 ㄲㄹ 피크 두번이나 뿌셨네 [5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4202 117
84601 일반 [낚갤] [간단 조행기] 에깅거들 갓오도 입성하다 [12] 노씽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3444 21
84600 일반 [우갤] 토욜 2팬싸시리즈 1- 인천 3/3 ;;;;스압주의 [12] mysweet연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1181 20
84599 일반 [기음] 고기가 맛있어지는 음식점 [13] 국방타마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5252 29
84598 일반 [동기] 엄청 귀여운 고슴도치 [11] 우유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2828 49
84597 일반 [연뮤] 곤투) 자넷 4페어 삼옥균 삼종우 후기 (스포, 긴글주의) [16] ㅇㅇ(211.36) 16.09.26 969 37
84595 일반 [국갤] 렛락 기뱅사진 [1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1302 23
84594 일반 [질갤] 화신은 나리에게 만큼은 항상 예외를 두고 있었다. [20] 숙취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2250 95
84593 일반 [우갤] 토욜 2팬싸 시리즈2 - 분당 2/2 ;;; 스압 ㄷㄷ [12] mysweet연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1621 16
84592 일반 [야갤] 강정호 20호.gif [117] 짤도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17366 97
84590 일반 [구갤] 다각도 얼빡샷 [39] ㅇㅇ(128.134) 16.09.26 3597 175
84589 일반 [기갤] 불가리아 소련군 기념물 변천사. [14] 파슈나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26 1670 31
84588 일반 [여갤] 여행기) 주고쿠, 시코쿠 1주일 노숙 여행기 - 4일차 [6] 노숙전문가(113.198) 16.09.26 2540 1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