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년들도 그렇고 어쩌다보니 가족 글을 많이 봐서
새삼 우리 가족에게 고마워서 한번 써봤어
쓰고나니 긴글에 약간 ㅈㄹㄱ임..(미안
난 진짜 고마운 가족들을 만난 거 같아


엄마한테 몇년전에 덕밍아웃을 했는데 별말씀 안하시길래
좋은 작품 있을때마다 틈틈이 모시고 가. 1년에 대여섯번 정도.
근데 우리 창조주, 같이 보러가자고 말만 꺼내도 좋아하셔.
내가 이러이러한 극이 있으니 같이 가자고 하는 순간부터 너무 설레신대.
그날부터 공연날까지 하루하루 설레시면서
디데이 세시며 기다리신대ㅋㅋㅋ
공연 날에도 안경이며 출발시간이며 몇번씩 확인하시고
처음 가 보신 공연장이면 되게 호기심 가득하셔서 이곳저곳 돌아다니시고
극 중엔 관크도 안 하시고 핸드폰도 알아서 잘 끄셔
맨처음 모시고 갔을때 관크 이것저것 알려드렸는데
그런 것도 하면 안되냐며 웃으셔서 불안했었어
근데 여태 한번도 문제없이 시체관극하심
1열에서 덕들 사이에 껴서 홀로 솔플도 잘 하셔서 표 잡을때도 편해.
티켓팅때 굳이 연석으로 잡을 필요가 없으니까
이 정도면 우리 창조주 머덕이시지ㅋㅋㅋ
그날 공연이 취향에 안 맞으셔도 그래도 잘 봤다며 좋아하셔
그냥 보는 거 자체를 좋아하시는 거 같아
엄마 표는 엄마 티켓북에 따로 모아드리는데
그것도 가끔 펼쳐보시며 되게 좋아하심
이 공연 뭐뭐 기억난다고ㅋㅋㅋ

근데 내가 진짜 창조주께 감사한건
내 취미를 너무 잘 이해해주신다는 거야.
나 솔플 하는 것도 혼자 취미생활 잘 즐긴다며 좋아하시고
친구분들께도 걔는 그렇게 혼자 공연 보러 잘 다닌다며 자랑하시고
친구들이 우리딸은 혼자 아무것도 못하는데 어머 니딸은 부럽다~
라고 하시면 나한테 와서 그대로 말씀하시면서 뿌듯해하심ㅋㅋㅋ
그게 뭐라고 대쳌ㅋㅋㅋㅋㅋㅋㅋ
어찌나 여기저기 딸이 보여드린 공연을 자랑하고 다니시는지
아예 나한테 \'뮤지컬~\'이라고 부르시는 친구분도 있어.
친구분들이 다 부러워한다고..ㅋㅋㅋㅋ
그리고 더 감사한건, 내가 이미 자첫한 극 모셔가는거면
이미 몇번 본 공연이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는데,
그때마다 왜 그렇게 이 공연을 많이 보냐며, 뭐가 그렇게 좋냐며
추궁하시는 게 아니라 내 감상을 물어보셔.
내가 ~한 점이 좋아서 자주 본다고 말씀드리면
그렇구나, 그 점이 좋은 거구나~ 하시면서 이해해주시고 뭐라고 안하심ㅠㅠ
전에 한번 월 평균 관극비를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약간 축소해서ㅋㅋ)
넌 술도 안마시고 집 밖으로도 잘 안 나가서
돈 쓸 데도 없는거 다 아는데
다른 거에 허투루 돈 안 쓰는 대신 공연 보는 거 아니냐면서
괜찮다고 더 보라고, 부족하면 엄마가 지원해주겠다고..하심.
그거 되게 좋은 취미라고.
생전 술도 안먹고 돈 쓸 일 없는 애가
그런것도 없이 살면 스트레스 받아서 어떻게 사냐고.
니 일 똑디 잘하면서 보는 거 아니까 믿는다고 하심.
(근데 일을 똑디 못해서 양심이 찔림;)
진짜 감동이고 감사해...

근데 그와 반대로 내 취미를 이해 못하던 오빠가 있었어
연뮤는 돈을 주고 보라고 해도 안 볼 거라던. 오그라든다던.
그 언젠가 솔플하러 가던 나한테
그래서 AB형들이 싸이코 소리를 듣는거야~
라고 했던 오빠 나부랭이.
다행인건 친하지 않아서 서로 별 관심이 없고
오빠도 다른 분야 덕후라서 서로 덕질에 터치 안함.  
그냥 서로 속으로 이해만 못할뿐.
근데 오빠가 해외에서 1년에 한두번씩 귀국할때마다
선물을 하나씩 사오는데 얼마전에 비싼 걸 사왔길래
나도 뭔갈 보답해주고 싶어서 공연을 보여준 적이 있었어.
혼자 솔플따윈 못하시니ㅡㅡ 생전 본적없는 오빠 친구 표까지 사줬지.
근데 이 오빠놈이ㅋㅋㅋㅋㄱ돈 줘도 안보러간다면서ㅋㅋㅋㅋㅋ
공연 전날부터 무지 설레하더라ㅋㅋㅋㅋㅋ
나한테 자꾸 표 찾는 법, 가는 길 묻고
공연 이름도 자꾸 물어대고 검색도 해보더라고ㅋㅋㅋㅋㅋㅋ
엄마랑 나랑 그거 보면서 엄청 웃었어
쟤 봐라, 딱보니 연극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엄청 좋아하넼ㅋㅋㅋㅋ
이러면서ㅋㄲㅋㅋㅋ
이때 오빠 나부랭이가 되게 귀여워보였음
아무튼 잘 봤는지 무뚝뚝하게 재밌었다고만 했는데
다음에 들어왔을때 다른거 또 보여주면 볼거냐고 물었더니
보겠대....ㅋㅋㅋㅋㅋㅋㅋㅋ돈 줘도 안본다면서요
아무튼 이렇게 오빠도 클리어. 그 뒤로 저런 말 안해


아무튼 난 우리 가족 참 고마워.
그래서 나름 열심히 보답하려고 하고 있어
근데 가족들은 문제없는데
친구들이랑 보러갈땐 늘 스트레스 받는 듯ㅠㅠ
ㅃㄱ미안해
포도주슨 없으니 식혜나 마시러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