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에게 궁이란 곳은 따뜻함 보다는 차가움을 먼저 주는 곳이야.

모든 신하가 자기 앞에 머리를 조아리지만, 언제든 자신의 등에 칼을 꽂을 수 있는 사람들.

세자는 서늘한 궁 안에서 어미가 주던 그 '따스함'이 늘 그리웠을 거야.

'내 사람'

궁 안에서 세자가 '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태어났더니 궐이 집이었던 아이.

그 아이를 '따뜻한 온기'로 품어주는 사람은 몇 안 되었을 테지.

자신 앞에서 마음을 내보이기 보다는 마음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자란 세자는 늘 '내 사람'이 필요했을 거야.

그런 세자에게 '라온'이가 날아든 거야.

'따뜻한 온기'를 품고서.

자신 앞에 모두 마음을 감추기에 급급한데, 라온이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내 보여.

자신 앞에서 울기도 웃기도 하며 마음을 열어 내 보이는 사람.

라온이는 영이 세자라는 것을 몰랐을 때도 벗으로 마음을 열었고, 세자라는 것을 알고난 후에도 그 마음을 거두지 않았어.

마음과 마음이 닿은 거야.

그래서 주저없이 '내 사람'으로 품을 수 있게 된 거지.

라온이가 물에 빠지는 것을 본 순간, 세자는 오롯이 라온이 하나만이 걱정돼.

자신이 지금 세자라는 사실도, 자신의 곁을 보필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아.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급하게 "홍내관을 구하지 않고 무엇하느냐"고 호통치고 누군가 라온이를 구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

라온이는 내 사람이 되었으니까.

내 사람인 라온이를 위해 물 속으로 뛰어든 것은 세자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인 거야.

세자는 라온이를 물 속에서 구해낸 후 라온이가 걱정돼, 자신을 덮어 주었던 것을 아무 의식없이 라온이에게 주려고 하지.

갑작스럽게 물에 빠져 두려움에 떨었을 라온이에게 마음이 쓰이니까.

자신의 몸은 그저 물에 젖었을 뿐.

자신보다 라온이가 걱정되는 거야.

고뿔이 단단히 걸린 라온이에게 쉬라는 명을 내리는 것도, 친히 공진단을 준비한 것도, 걱정되는 마음이 앞서 밤에 라온이를 찾은 것도.

모두 라온이는 '내 사람'이 되었으니까.

풍등제에 간 라온이를 찾아 나서 소원을 빌라며 풍등을 내밀어.

하지만 라온이는 한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면, 세자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게 맞다고 하지.

라온이의 진심 앞에 '라온이의 소원'이 자신의 소원이 되지.

내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

순간순간 라온에게 비치는 '어떤 여인'.
그래서 더욱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라온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온이가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내 사람'인 거야.

언제나 곁에 두고,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