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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있어요 스핀오프 _ #06. 아마도 그건

애인있어요(218.146) 2020.05.30 23:12:32
조회 957 추천 17 댓글 4


전지적 도해강 시점 스핀오프 06. 아마도 그건 너일거야


대학생

하루 빨리 대학생이 되고서른 살이 되고 싶었다. 

하루 빨리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철없는 엄마 옆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엄마의 도박과 다양한 사고 덕분에 제일 많이 들락날락 거리던 경찰서에서

유일하게 정장을 입고 다니는 아저씨들을 보면서 변호사의 꿈을 꿨다.

돈을 많이 버는 변호사가되야지.. 

그 마음 하나로 공부를 했고 대학에 갔다.

더 좋은 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장학금을 주는 학교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나를 쉽게 대하는 사람들이 싫었다.

엄마가 사람들에게 쉽게 보이는 것도 싫었다.

왜 사람들은 저렇게 쉽게 마음을 주고 쉽게 마음을 가져가며 싸울까.

나는 아무에게도 내 마음을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 마음으로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아이를 만났다.

최진언.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자꾸 내 앞에서 내 옆에서 그리고 내 뒤에서 얼쩡거리는 아이

그 아이의 마음을 안다. 알고 있다.

 

언제나 그 아이의 눈이 나를 향해 있고,

내 뒤에서 나를 살피고

혹여나 다른 남자들이 내 앞에 있기라도 하면 순한 얼굴이 갑자기 확 변해버리는

늘 내 옆에서 맴도는 아이. 

나에게만큼은 나한테서만큼은 너무도 솔직해지는 그 아이의 모습을 매일 보는데..

어떻게 그 아이의 마음을 모를 수가 있나.

 

처음에는 나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밥 한 번 먹으면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 아이와 밥을 먹었다.

그 때 처음으로 긴 이야기를 나눴고, 

내 마음을 나도 알아 버린 것 같다.


어느 새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아이를 찾게 되고, 그 아이와 함께 인 게 익숙해지고 말았다.

나도 그 남자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해강아

   

나를 다정하게 부르는 그 목소리가 좋았다.

 

밥 먹었어?”

   

언제나 나를 걱정하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그 표정이 좋았다. 

 

나 라면 좋아해.”

“나 이제 이거 안쓰려고. 너 가져.

“내가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는데 당첨이 된거야.

 

나를 위해서 거짓말을 할 때마다 빨개지는 귀,

늘 나를 보면서 반갑게 손을 흔드는 손동작,

나와 함께 걷기 위해 보폭을 맞추는 발걸음,


어느 순간 나도 그 아이의 모든 것이 다 좋았다.

어디서든 나만 보고, 나만 따라다니는 그 아이.

 

“그 떄 생각했어. 내가 너의 보호자가 되어야겠다고..

 

그 아이가 나에게 고백을 했다.

좋아한다는 말도 아니고, 사랑한다는 말도 아니고,

보호자가 되고 싶다는 말로 고백을 듣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역시 최진언이다.

 

그 날 이후, 그 아이는 매일 내 눈을 보면 고백을 한다.

도서관 내 책상에는 늘 그 아이의 메시지가 있고

알바하는 곳에 찾아와서 계산하면서도

 

사랑한다. 도해강

 

그러면서 툭 하고 돌아서 가버린다.

밥을 먹으면서도 자꾸 반찬을 나에게 얹여주고

나만 보면 뭐가 좋은 지 늘 환하게 웃는다.

 

사랑해 도해강

나는 아니야


“어제 보다 오늘 더 널 사랑해

곧 식을거야.”

 

늘 독한 말만 하는 내 앞에서 아랑곳 하지 않고

한결같이 고백을 한다. 

살면서 내 이름을 가장 많이 불러줬을 최진언,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최진언,

내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최진언,

 

근데 최진언.

나는 너 아직 자신이 없어.

나는 네가 두렵다고

나는 네가 사랑이 변해버리게 될까봐

사랑이 식어버리게 될까봐 두렵다고 너무.

 

그러니까 너무 멀리 가지도 말고 가까이 오지도 말고 지금처럼만

내 옆에 있어달라고 하면 너무 욕심일까...

 

그래도 아주 멀리는 가지 말아줄래?

내게 누군가 사랑할 용기가 생긴다면 아마도 그건 너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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