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사극 근초고왕의 주연을 맡고 있는 감우성씨가 제작과정에서의 거친 언사로 제작진과 갈등을 빚어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평 PD들이 반발하고 있다.

1일 제작진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6일 저녁 7시께 경북 문경 촬영 현장에서 불거졌다. 감씨는 당시 안시성 관아세트에서 <근초고왕> 20회 11씬 촬영을 위해 보조출연자를 비롯해 촬영 스텝 등 모두 150여 명이 있는 촬영 현장에서 조연출이던 김신일 PD에게 ‘연기에 방해된다’며 공개적으로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PD를 비롯해 현장에 있었던 제작진들은 감씨가 ‘야 김신일, 너 비키란 말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근초고왕> 제작 PD들은 지난달 17일 작성한 결의문에서 “현장에 있던 연출, 조연출뿐만 아니라 촬영감독, 조명감독 이하 모든 스태프들이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앞서 감씨는 지난해 9월 30일 저녁에도 당시 조연출이던 임아무개 PD와 스케줄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서로 폭행하는 사태로까지 비화되는 일도 있었다. 임 PD는 이 사건 이후 이 드라마 조연출에서 하차했다.
         
감씨는 또한 지난해 11월 20일 촬영장에 불참해 대역촬영과 CG합성으로 당일 촬영분을 제작했다고 제작진이 전했다.
제작진 평PD들은 결의문에서 “이곳은 대하드라마라는 프로그램 안에서 PD를 포함, 모든 스태프들이 생활을 걸고 목표 지점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우리의 소중한 일터”라며 “이 소중한 일터를 주연 배우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당신의 기분을 맞춰주고 당신의 폭행을 참고 당신의 행위를 눈감아 줬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연기자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갖고 동료로서 제작에 임하기에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프로그램 PD에 대한 욕설은 그 프로그램에 임하는 모든 사람에게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모든 스태프와 현장의 연기자들, 그리고 연출진에게 공개적으로 진심어린 정중한 사과를 함과 동시에 절대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을 일으키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제작진은 그러나 감씨가 여전히 아무런 사과나 입장 표명이 없다며 하차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진의 한 PD는 “제작과정에서 제작진에게 이렇게까지 막 대하는 배우를 계속 출연시키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김씨가 자신의 불만을 이런 식으로 해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감우성씨의 매니저는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PD들이 어떤 요구와 입장을 냈는지 우리는 전달받은 바 없으며, 현재 무리없이 촬영을 잘 하고 있다”며 “제작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 일부 언론에까지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간부진의 의견은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이라는 입장이다. 고영탁 드라마국장은 “현장에서 벌어진 말다툼과 갈등의 일로, 쉽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아직 잘 해결이 되질 않았다”며 “조만간 해결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고 국장은 “제작현장에서 벌어진 말다툼 때문에 주연배우인 감씨를 하차시킬 수는 없다”며 “파렴치하거나 국민적으로 지탄받을 행동을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감우성씨의 이같은 언행은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예외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드라마 제작과 관련해 주연배우와 방송사간의 관계가 주연배우에 끌려다니고 있는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게 제작진들의 지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