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점은 내 최애극이고, 메인 주인공이 없는데 이 극을 어떻게 풀어서 보여줄건지 궁금해서 핫콘 현매로 가게됐어.

어제 핫콘 쓸을 봤었고, 싸는 후기도 안봤었거든. 어제 쓸은 모든 노래를 다 쓸 넘버로 해서 번점도 그럴거라고 생각하고 갔었어.

처음 프롤로그 왈츠 듣고 일단 왈칵 눈물 한번 쏟고 진정하고 들었는데 토크가 확실히 어제보다는 마가 좀 뜨더라고. 

사람 수가 많기도 하고 여배우들이 말을 많이 아껴서. (물론 서꾸가 좀 특이케이스긴 해ㅋㅋ)

그리고 갑자기 무슨 노래인지 알 수 없는 가요, 팝, 다른 극 넘버들을 솔로로 하나씩 부르고..

핫콘 "드루와"가 내 집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눈게 아닌가? 이건 그냥 일반 뮤지컬 갈라쇼같은거랑 다른게 뭐지?

이런 생각을 계속 하면서 사실 내 박수소리가 점점 작아지긴 했어. 경게가 오고, 뭔가 다 축축 다운되는 분위기에 아.. 핫콘이 항상 좋을 수는 없지 그래. 핫이 이 회차는 좀 놨었나부다.. 난 좀 더 극을 추억하는 식으로 가길 원했는데... 이러면서 약간 실망하고 있었어.

핫이 오늘 극 연출의 의도를 말해줬을 때, 뭔가 머리를 한 방 크게 맞은 것 같더라.

관객들 앞에서 떨고 긴장된다고 말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사실 내가 원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 극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아 예예.." 이러면서 좀 대충대충 봤었거든. 갑자기 너무너무 미안하고 고맙더라. 배우들이 한마디씩 하고.. 우리가 치는 작은 박수들 때문에 계속해서 버티겠다고 말하는 배우들을 보니까 엄청 마음이 먹먹해지더라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배우 문성일도 너무 마음이 아프고 공감이 잘 되었고.

오늘 번지점프를 하다 회차는 배우들을 배우로 만들어주고 관객을 관객으로 만들어 준 회차인 것 같았어.

우리에게는 사실 좀 사소하게 생각되었던 배우들을 한 명씩 재조명해주었다는 점과 관객을 굉장히 의미 있는 존재라고 정말 진심을 다해서 고맙게 생각해주었던 점에서 이번 공연이 참 좋았어. 요즘 이 극 저 극에서 받는 호갱취급에 내가 좋아하는 극, 좋아하는 배우때문에 휘둘리고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그냥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 뿐인 관객을 정말 고맙게 생각해주는 모습이 나도 참 고맙더라.

핫콘 참 좋은 것 같아.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만들어 준 문성일 배우한테 참 고마워.